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46)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46화(46/187)
“정말로? 정말 괜찮으세요? 아가씨는 굉장히 단단한 사람이구나…….”
앤시아가 중얼거렸다.
나는 앤시아의 말에 가만히 눈을 깜빡였다.
“있지, 저 사실 아가씨랑 친해지고 싶어요……. 다른 일족과 만나본 적이 없어서…….”
앤시아는 그것이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양 속삭였다.
“……그리고 늑대 일족 애들은 보시다시피, 쪼금 바보라…….”
하하호호 떠들고 있는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는 앤시아의 시선이 짜게 식어 있었다.
‘나랑 친구가 되고 싶다고?’
나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예크하르트에 온 뒤로, 친구가 제법 생겼다.
내가 아픈 곳을 치료해 준 원로들, 그리고 아르센, 요리사 아킴까지.
그러나 대부분 내가 먼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다가가서 친구가 된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나한테 ‘친구’가 되고 싶다고 먼저 이야기하는 애는 앤시아가 처음이었다.
나는 앤시아의 말을 가만 듣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또래 친구는 처음이라,
앤시아가 이런 말을 해주는 것이 기쁘지 않았다고 하면 거짓말일 것이다.
앤시아의 말을 듣고 있으면 가슴 한편이 간질거렸다.
“으응, 저도 앤시아랑 친구가 되고 싶어요.”
“정말요? 그럼 저희 저택에서 하는 티파티에도 와주실 수 있으세요? 예쁜 꽃을 붙여서 초대장을 보낼게요. 다음 달 정도에 할 거예요. 초대는 린시 님이랑……, 그리고 몇몇 애들만 하려구요. 으음, 당연히 이벨린은 빼구요.”
앤시아가 줄줄이 말을 이었다.
“티파티? 으응, 좋아요. 갈게.”
“정말요?”
앤시아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재차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 님께 허락을 받아야 하긴 하지만……, 갈 수 있다면…….”
“좋아요! 오실 수 있다면 꼭 와 주셔야 해요~?”
앤시아가 환하게 웃으며 내 손을 꼭 잡고 방방 흔들었다.
나는 갑작스러운 스킨십에 조금 놀랐지만, 티 내지 않고 손을 마주 잡았다.
“그리고 말 편하게 하세요, 아가씨. 아가씨는 이제 예크하르트의 일원이 되신 분인걸요!”
앤시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예크하르트의 일원이 된다.
수장 가문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곧 수장 다음으로 가장 높은 지위에 오르게 된다는 것과도 같았다.
‘그러니 내가 존댓말을 계속하는 것도 예크하르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이겠지…….’
처음에야 낯설어서 존댓말을 썼다지만,
앤시아의 말을 듣고 나니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그럴게.”
“좋아! 그러면 같이 산책 나갈까요? 쟤들 자꾸 저희 쳐다보는 것 같구…….”
“산책?”
“네에, 예크하르트 저택의 정원을 구경하고 싶어요. 어엄청나게 예쁘다면서요!”
앤시아가 양팔을 가득 벌려 보이며 말했다.
소녀가 신나서 깡충깡충 뛰다시피 걸을 때마다 무릎까지 오는 드레스가 팔랑거렸다.
“좋아, 구경시켜 줄게. 근데 앤시아, 너 친구들은?”
나는 아직도 우리를 째려보고 있는 이벨린과 다른 늑대 아이들을 힐끔 바라보았다.
이대로라면 앤시아가 저 애들한테서 미움을 받을지도 모르는데.
그러나 앤시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괜찮아요. 이벨린 눈치 보느라 정신없을 텐데……, 그냥 놔두죠.”
이벨린이 저 아이들 무리의 대장 격 되는 아이인 듯했다.
나는 힐끔 앤시아를 바라보았다.
‘앤시아……, 대단한 애구나.’
이벨린이 저렇게까지 얘기하면 분위기에 휩쓸릴 법도 한데.
앤시아는 꿋꿋했다.
나는 앤시아를 데리고 저택의 정원으로 향했다.
나와 아르센이 하루에도 수백 번씩 드나들던 곳 말이다.
정원에는 아르센의 눈동자 색을 꼭 닮은 푸른 히아신스가 흐드러지게 피어나 있었다.
“우와……, 예쁘다아!”
앤시아가 히아신스를 보고 곧장 달려가 쪼그려 앉았다.
나는 앤시아를 일으키려고 했지만, 앤시아는 괜찮다며 제 옆자리를 두드렸다.
“괜찮아, 괜찮아요. 꽃향기가 엄청 좋아요. 린시 님도 맡아 보실래요?”
앤시아는 그밖에도 정원의 곳곳을 구경하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종내에는 이곳에 자주 놀러 오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도 뱉었다.
그렇게 한참 연회장을 잊고 산책하던 중.
그때였다.
크와앙-!!!!
수풀 속에서 검은 늑대 한 마리가 불쑥 튀어나와 내 앞을 가로막았다.
“으앗!!”
늑대는 나를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렸다.
날카로운 송곳니가 보였다.
나는 갑작스레 벌어진 일에 깜짝 놀라 힉, 숨을 삼켰다.
동시에 연둣빛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라 내 주변을 감쌌다.
늑대를 본 순간 눈앞이 새하얘지고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어서 이 자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뿐.
“이벨린-!!!!”
앤시아가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는 것도 제대로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나는 어슬렁거리며 다가오는 늑대를 피해 뒷걸음질 쳤다.
그리고.
펑-!!
조그만 새의 모습으로 수인화해서 늑대를 피해 훌쩍 날았다.
그런데 수인화하여 나는 것이 오랜만이라 비행이 불안정했다.
자꾸만 비틀거렸다. 나는 정신을 다잡고 재빠르게 날아 도망쳤다.
‘도망, 도망가야 해.’
늑대가 수인화한 모습을 보는 건, 처음 저택에 온 이후로 거의 처음이다.
예크하르트 저택의 수인들은 모두 나를 배려하여 수인화를 하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이 상황이 더 믿기지 않고 두렵기만 했다.
날아가는 도중에도 눈에서 눈물이 퐁퐁 쏟아졌다.
뒤에서 무어라 외치는 소리가 들렸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창문을 통해 저택으로 쏙 들어갔다.
그런데.
‘사, 사람이 너무 많아.’
연회 때문인지 저택 내의 사용인들이 모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의 대부분의 방문이 열렸다 닫히고 있었고,
내 몸을 숨길 장소는 없어 보였다.
나는 허둥지둥 늑대들을 피해 지하실로 내려갔다.
문제는.
‘너, 너무 캄캄해.’
어두운 곳에 오니 전생의 트라우마가 다시 불쑥 떠오를 것만 같았다.
그때.
열린 문 틈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이 보였다.
‘저기다!’
나는 세차게 날았다.
그리고 열린 문 틈으로 쏙 들어가, 상자들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허억, 헉 숨을 몰아쉬며 커튼에 얼굴을 묻고 삐이잇, 울음소리를 냈다.
문제는,
훌쩍훌쩍 우느라 문이 닫히는 것을 미처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 * *
앤시아는 눈앞의 광경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이벨린-!!!!”
같은 일족끼리는 수인화한 상태에서 누가 누군지 곧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래서 앤시아는 눈앞의 늑대가 이벨린의 수인화 모습이라는 것을 곧장 알아차렸다.
문제는 린시였다.
패닉에 빠진 듯 힉, 숨을 삼키며 뒷걸음질 치던 린시가,
펑-!
수인화하는 소리와 함께 어디론가 홱 날아가 버린 것이다.
앤시아는 린시를 쫓으려고 했으나, 재빠르게 나는 조그만 새를 쫓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앤시아는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이벨린에게 물었다.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했어?”
앤시아는 이벨린을 이해할 수 없었다.
늑대 일족이 새 일족을 적대시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린시 라니에로는 늑대들의 수장,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직접 예크하르트의 일원이 될 것이라고 소개한 아이였다.
그 말은, 린시 라니에로가 후에 예크하르트의 안주인이 된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연회는 린시와 아르센을 축복해 주기 위해 열린 연회였다.
그런데 이런 짓을 벌인다고?
앤시아는 이해할 수 없었다.
그때.
펑-!
이벨린이 앤시아의 앞에서 보란 듯이 수인화를 했다.
검은 늑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날카로운 인상의 소녀가 나타났다.
“흥, 허겁지겁 날아가는 꼴을 좀 보라지. 꼴좋다.”
“왜 그런 짓을 했냐니까, 이벨린!”
앤시아가 이벨린을 다그쳤다.
황당함으로 얼룩진 소녀의 눈에는 이제 눈물까지 고이고 있었다.
“하, 너 진짜 뭘 모르는구나. 우리 아빠가 그랬어. 켄드릭 님께서 ‘할 수 없이’ 새 일족을 며느리로 들이신 거라고.”
이벨린이 의기양양하게 말을 이어갔다.
“연회도 어쩔 수 없이 여신 게 분명하다고 그랬어. 켄드릭 님께선 저 애를 싫어하신다구. 오죽 싫어하면 저 애를 연회장에 덩그러니 두고 가셨겠어?”
이벨린의 말에 앤시아가 미간을 좁혔다.
확실히 린시와 아르센, 두 아이만 놔두고 급하게 사라진 켄드릭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긴 했다.
하지만.
“너……, 진짜 뭘 모르는구나?”
앤시아가 비죽 웃었다.
앤시아의 할아버지는 아홉 명의 대원로 중 한 명인 트리스탄이었다.
앤시아는 트리스탄에게서 켄드릭과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이 ‘아기새 아가씨’를 얼마나 예뻐하는지 들은 적이 있었다.
앤시아는 더 이상 말도 섞기 싫다는 듯 홱 고개를 돌렸다.
“됐어, 우리 할아버지랑 켄드릭 님께 전부 말할 거야. 네가 린시 님께 무례한 짓을, 아니, 린시 님을 위협했다고!”
“참 나, 앤시아. 그런다고 내가 기죽을 것 같아?”
이벨린이 앤시아를 비웃었다.
이벨린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이 일이 들켜도 처벌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이벨린은 고작 열 살이었다.
또, 이벨린의 가문, 일라이저는 뼈대 깊은 귀족 가문이었다.
게다가.
“새 일족의 여자애? 소문으론 켄드릭 님께서 그 애를 굉장히 싫어하신다고 하더군. 어쩐지, 회의 시간에 그 애 이름만 나오면 낯이 굳어지시더라니…….”
이벨린은 자신의 아버지가 하던 말을 떠올리곤 픽 웃었다.
이 일이 들킨다고 해도 자신이 처벌받을 일은 요원해 보였다.
그래서 이벨린은 창백하게 질린 앤시아를 비웃은 뒤 자리를 떴다.
그 일이 어떤 후폭풍을 불러올 줄 모르고.
* * *
“린시 님이, 린시 님이 사라지셨어요!”
앤시아는 곧장 연회장으로 달려가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앤시아의 목소리를 들은 귀족들이 미간을 좁혔다.
“사라지셨다고? 나 참……, 본인이 주인공인 연회에…….”
“역시 새 일족의 천박한 피는 어디 안 간다니까. 쯧…….”
귀족들은 금세 앤시아의 말에 흥미를 잃고 등을 돌렸다.
앤시아는 황당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
“아니, 사라지셨다니까요! 놀라서 날아가셨…….”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앤시아, 무슨 일이냐.”
앤시아는 곧장 고개를 홱 돌리곤 쩌렁쩌렁하게 소리쳤다.
“할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