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47)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47화(47/187)
“린시, 린시 님이 사라지셨어요.”
트리스탄은 놀라 헐떡이는 손녀를 익숙하게 안아 달랬다.
그리고 자초지종을 듣곤 눈을 커다랗게 떴다.
“……뭐라고? 그 애가 무슨 짓을…… 했다고?”
트리스탄의 목소리가 분노로 살짝 떨렸다.
수인화한 모습으로 아가씨를 놀라게 만들어?
아무리 철이 없어도 그렇지…….
이건 예크하르트 가를 모욕하고 무시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트리스탄은 당장 일라이저 가문에 따져 묻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앤시아를 내려주었다.
“우선 아가씨부터 찾자. 사용인들에게 알려라. 할애비는 켄드릭 님께 먼저 말씀드리고 오마.”
앤시아는 고개를 끄덕끄덕, 두 번 끄덕인 뒤 곧장 달려나갔다.
앤시아는 먼저 집사장 에단에게 이 사실을 알렸다.
“예? 아가씨께서요?”
“으응, 린시 님을 빨리 찾아야 해.”
“어떻게 그런 일이……, 혹시 어디로 날아가셨는지 보셨습니까?”
“저택 근처로 갔어요. 그 후는…….”
“알겠습니다. 먼저 저택부터 꼼꼼히 찾아보라고 이르겠습니다.”
연회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었다.
처음에는 그저 ‘철없는 새 일족 아가씨’의 일탈인 줄 알고 있었던 귀족들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태평한 것은 이벨린과 그녀의 친구들뿐이었다.
사용인들이 전부 예크하르트 저택 안을 뒤지기 시작했다.
“아가씨!”
“아가씨-! 어디 계세요!”
“들리면 대답해주세요! 아가씨!”
린시가 수인화한 모습은 몹시 작았기 때문에, 어딘가에서 다치기 전에 어서 찾아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연회가 오후 두 시부터 시작된 덕분에, 아직 낮이라는 것 정도.
사용인들이 소파 뒤, 린시의 방, 그리고 아르센의 방까지 구석구석 뒤졌다.
그러나 린시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사용인들은 허망한 표정으로 린시를 찾아 뛰어다녔다.
베티와 클로이, 에단과 로드리, 심지어는 주방장 아킴과 마구간지기까지 린시를 찾아 헤맸다.
예크하르트의 사용인 모두, 린시가 겁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혹시 어디서 혼자 울고 있지 않을지,
사용인들은 모두 걱정스러운 낯으로 린시를 찾아 헤맸다.
그리고.
린시가 사라졌다는 소식은 방에 누워서 쉬고 있던 아르센에게도 알려졌다.
“뭐?”
아르센이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몸을 벌떡 일으키며 말했다.
“린시가 놀라서 날아갔다고?”
“네……, 하지만 저희가 금방 찾아서 모셔……, 어머, 도련님!”
아르센은 하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곧장 자리를 박차고 뛰어나갔다.
그리고 린시와 함께 갔던 곳들을 차례로 샅샅이 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린시의 모습은 찾을 수가 없었다.
아르센의 낯이 당황으로 얼룩졌다.
“린, 린시-! 야! 대답 좀 해!”
아르센은 사용인들과 함께 저택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린시의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그때.
“이게 무슨 일인지 똑바로 설명해라.”
켄드릭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사용인들을 보며 서느런 낯으로 물었다.
그 옆에는 트리스탄이 고개를 숙인 채 공손히 서 있었다.
단단히 화난 듯 보이는 켄드릭의 얼굴을 마주한 사용인들이 고개를 푹 떨구었다.
“가주님…….”
“린시가 사라졌다고? 그것도……, 누가 그 애를 놀라게 해서?”
허.
켄드릭이 헛웃음을 뱉었다.
무시무시한 위압감에 사용인들이 전부 숨을 죽였다.
“뭐 해, 당장 찾아라. 그리고……, 린시를 놀라게 했다는 그 애를 데려와.”
켄드릭이 짓씹듯 말했다.
“책임을 묻겠다.”
* * *
조금 진정된 뒤,
나는 주변을 홱홱 돌아보았다.
정신없이 도망쳐 온 곳은, 불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칠흑처럼 캄캄한 곳이었다.
정신없이 몸을 숨기느라 몰랐는데.
방이 아닌, 물건을 보관해 두는 창고인 듯했다.
어두워서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잡동사니들이 들어 있을 법한 상자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눈을 찡그렸다.
‘빨리 나가자.’
캄캄한 곳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나는 제자리에서 폴짝 뛰었다.
펑-!
익숙한 소리와 함께, 수인화가 풀리고 시야가 높아졌다.
나는 재빨리 문 쪽으로 뛰어가 문고리를 손으로 덥석 잡았다.
그런데.
“……어어?”
문이 열리지 않았다.
나는 문고리를 쥐고 흔들었지만, 굳게 닫힌 문은 열릴 생각을 안 했다.
그러자.
내가 캄캄한 창고 안에 혼자 갇혀있다는 사실이 갑자기 지척에 다가왔다.
캄캄한 어둠이 발끝부터 스멀스멀 몸을 타고 기어오르는 듯한 감정이 들었다.
철커덩, 철컥-!
“저, 저기요! 꺼내주세요! 저기요!”
나는 문을 쾅쾅 두들겼다.
어둠에게 쫓기기라도 하는 것처럼 필사적으로 문을 두드리고 소리를 질렀다.
“살려주세요! 꺼내줘, 싫어!!”
눈물이 울컥 차올랐다.
갑자기 조금 전, 나를 잡아먹기라도 할 것처럼 아가리를 쩍 벌리던 늑대가 나를 쫓아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꺼내줘!”
어두운 곳.
캄캄하고 좁은 곳에 있으면 불에 타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살려주세요!”
실제로 불이 난 것도 아닌데 호흡기에 매캐한 연기가 차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연기 탓인지 눈물 탓인지 시야가 금세 부옇게 번졌다.
쾅쾅-!!!
있는 힘껏 문을 두드렸지만, 문은 열릴 기미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두드린 손의 살갗이 까져 쓰라리고 아팠다.
나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펑-!
연둣빛 연기가 피어오르고, 다시 새 모습으로 바뀌었다.
‘천장, 천장에는 나갈 곳이 없을까?’
하다못해 환기구라도.
나는 재빠르게 천장까지 날아올라 탈출구를 모색했다.
그러나 단 한 곳도 보이지 않았다.
한 곳도.
눈물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차올랐다.
나는 문 앞에 주저앉아 날개로 최대한 몸을 감싸고 납작 엎드린 채 훌쩍훌쩍 울었다.
그리고 그 순간,
눈앞이 암전되었다.
* * *
“린시-!!”
아르센은 린시가 갔을 법한 곳을 모두 뒤져보았다.
자신의 방, 린시의 방. 자주 놀던 정원. 수풀 안까지.
그러나 린시는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당황하고 황당하여 말문이 막혔다.
“린시, 어디 있어!”
동시에 어딘가에 부딪혀서 다치기라도 한 건 아닌지 걱정이 앞섰다.
린시는 하나뿐인 친구였다.
동시에 아르센에게는 둘도 없는 선생님이었고, 의사였고…….
……소중한 사람이었다.
머릿속이 온통 린시 걱정으로 가득 차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아르센은 정신없이 린시를 찾아 헤맸다.
방금까지 지쳐 침대에 누워 있던 사람과는 영 다른 사람으로 보일 정도로.
그러나 그 어디에서도 린시를 찾을 수 없으니 다시 기운이 쭉 빠졌다.
아르센은 자리에 멍하니 섰다.
그리고 린시를 찾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사용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남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물끄러미 이쪽을 구경하고 있는 다른 귀족들을 한번 바라보았다.
화가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이런 짓을…….’
어떻게 이런 짓을 해?
수인들의 사회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 몇 개 있었다.
개중 첫 번째가 바로.
자신보다 약한 일족이라고 위협하거나 괴롭히지 말 것.
아니, 규칙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한 문장이었다.
당연한 것이었으니까.
자기보다 약한 일족을 괴롭히면 안 된다는 건 네 살 어린아이도 알았다.
그런데…….
아르센이 두 주먹을 꽉 쥐었다.
푸른 눈동자가 싸늘하게 식었다.
그리고 그 순간.
파아앗-!
아르센의 손끝에서 검은 빛무리가 피어올라 아르센의 손을 휘감았다.
미약하지만 분명히 빛이었다.
아르센이 물끄러미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이건…….”
예크하르트의 이능.
아르센은 일곱 살이 되도록 이능을 발현하지 못한 상태였다.
헤른 선생님은 아르센의 불안정한 몸 상태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니까 다 나으면 자연히 이능도 발현하게 될 거라고.
그래서 잊고 있었는데.
아르센이 손가락을 꿈틀거리자, 뭉쳐진 빛무리가 아르센의 손길을 따라 어지럽게 흔들렸다.
방금 발현한 탓에, 아르센의 이능은 불안정했다.
한 곳에 있지 못하고 자꾸만 뻗어 나가는 빛줄기가 그 증거였다.
아르센은 이능을 사용하는 법도, 활용하는 법도 배운 적이 없었다.
아무도 아르센에게 직접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알고 있어.’
아르센이 몸이 약해서 이능을 발현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르센은 주먹을 가볍게 쥐었다 폈다.
그리고.
“린시를, 찾아 줘.”
방금 발현한 자신의 이능에게 부탁하듯 속삭였다.
이능을 사용하는 법을 모르니 어쩔 수 없었다.
파아앗-!
아르센의 손끝에서 일렁이는 희미한 빛줄기는 금세 사방으로 뻗어 나갔다.
뻗어 나간 빗줄기가 나무의 그림자를 삼키고, 벤치의 그림자를 삼켰다.
그리고…….
한데 모인 그림자들이 한참 꿀렁, 움직이더니 이내, 조그만 늑대의 형상을 띠었다.
늑대의 모습으로 뭉쳐진 그림자가 순식간에 아르센의 손끝을 뛰쳐나갔다.
아르센은 재빨리 자신이 만들어낸 그림자를 쫓아 달렸다.
그림자를 쫓아 달리는 아르센을 보고 사용인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러나 지금 그런 것 따위는 중하지 않았다.
한참 달리던 그림자는, 저택 안에서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이내 지하실로 사라졌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지하실 내부가 캄캄해 그림자의 모습이 자꾸만 흐려졌다.
게다가 예크하르트의 지하실은 미로처럼 되어 있어, 까딱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었다.
아르센은 활활 타오르는 불, 그 옆으로 언뜻 비치는 그림자를 바라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그림자가 문 앞에 우뚝 멈춰 섰다.
아르센은 곧장 문고리를 잡아당기며 소리쳤다.
“린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