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49)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49화(49/187)
그런데 좀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창고엔 어떻게 들어갔지?’
예크하르트의 지하실에는 쓰는 공간보다 안 쓰는 공간이 더 많았다.
그 창고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명히 안 쓰는 곳이다.’
지하실 깊숙한 곳에 있는 창고들은, 오가는 것이 불편해 잠가 두라고 명령한 적이 있었다.
어차피 다른 창고가 많아 그런 깊숙한 곳까지 쓸 일이 없을 테니까.
그러니 사용인들이 연회 준비를 하면서 열어 두었을 리도 없었다.
창고들을 잠그며 필요한 것은 전부 다 옮겨 두어서, 그 안에 있는 것이라곤 잡동사니 몇 개가 전부다.
그런데 린시는 어떻게 들어간 건지.
지하실의 창고들엔 환기구 같은 것들도 없어서, 무조건 문을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다면 문이 열려 있었던 건가.
도대체 왜?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게다가 켄드릭과 아르센이 도착했을 땐 문이 잠겨 있었다.
그렇다면 누가 그 애를 가둔 건가?
거기까지 생각한 켄드릭의 미간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이해할 수 없는 일투성이다.
게다가.
‘이능도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고.’
예크하르트의 이능은 그림자.
그 말인즉, 그림자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어두운 곳이라면 전부 켄드릭의 손안에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린시를 찾는 것이 생각보다 더 지체되었다.
지하실에 있었다면, 이능을 사용하여 저택 전체를 살폈던 그 순간 바로 발견되었어야 옳았다.
어두운 지하실만큼 켄드릭의 이능을 사용하기 적절한 곳이 또 없으니까.
‘그런데 찾을 수 없었지.’
켄드릭의 이능이 미처 린시가 있는 창고까지 닿지 못한 것이 아니다.
모종의 이유로 린시가 갇혀 있는 창고가 잠시 가려졌다고 봐야 옳았다.
켄드릭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무릎을 톡톡 쳤다.
그리고 문 앞에 탈진한 채 쓰러져 있던 린시를 떠올렸다.
‘조금만 더 늦었으면.’
정말로 큰일이 날 뻔했다. 자신과 아르센이 재빨리 찾아서 망정이지…….
잠깐.
‘아르센?’
켄드릭이 눈을 가늘게 떴다.
아르센은 어떻게 린시가 있는 곳을 찾아낸 걸까.
린시가 갇혀 있던 곳은 안 쓴 지 오래된 깊숙한 지하 창고였다.
예크하르트의 지하실은 깊고 넓어 미로 같아 사용인들도 길을 잃는 일이 빈번한 곳이었다.
그런데 그 깊고 넓고 어두운 지하실에서, 정확히 린시가 갇혀 있는 방을 찾아냈다고?
거기까지 생각한 켄드릭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발현했구나.’
켄드릭이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 * *
“스트레스 때문에 쓰러지신 것 같습니다. 이능이 불안정해요.”
헤른이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린시를 바라보며 말했다.
조그만 아기새는 거대한 베개에 누운 채 숨을 쌕쌕 들이쉬고 있었다.
헤른의 눈에 린시의 조그만 몸 안에서 요동치는 이능이 보였다.
연둣빛 이능.
언제나 린시의 주위를 따듯하게 감싸고 있던 이능은, 이제 린시를 집어삼키기라도 할 것처럼 움직였다.
‘단지 놀라서 그런 거라기엔 좀 이상한데…….’
이능의 흐름이 정상적이지 않았다.
그러니까, 어떤 것이 이능을 억지로 린시의 몸 안에 가둬놓은 것 같기도 했다.
그때, 아르센이 헤른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그럼 언제 깨어나는데?”
“예?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일단 건강상 문제는 없으니 기다려보는 수밖에 없겠어요.”
헤른이 미간을 좁힌 채 죽은 듯 자는 린시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안 일어나는 건 아니겠지?”
아르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연회 때문에 단정하게 정돈했던 머리칼은 어느새 죄 흐트러진 채였다.
헤른이 걱정 말라는 듯 웃었다.
“걱정 마세요, 금방 일어나실 겁니다. 저는 이만 가 보겠습니다. 도련님도 그만 가서 쉬세요. 그러다 쓰러지……, 어어?”
가방을 정리하며 대수롭지 않게 얘기하던 헤른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놀란 시선이 아르센의 낯에 닿았다가, 이내 타고 내려가 가슴팍에 닿았다.
“……도련님?”
“왜.”
아르센이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헤른이 가방을 툭 떨어트린 채, 소매로 자신의 눈을 비볐다.
‘꿈인가?’
얼마 전에 봤을 때까지만 해도 아르센은 아직 이능 발현을 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발현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
아르센, 조그맣고 가여운 도련님의 몸 안은 텅 비어 있었으니까.
그런데.
아르센의 몸 안에서 꿈틀거리는 저 힘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능을, 발현하셨습니까?”
헤른이 더듬더듬 물었다.
아르센의 몸 안에서 검은 이능이 꿈틀거리는 것이 보였다.
희미하고 미약하지만,
분명히 이능이었다.
헤른의 물음에 아르센이 아, 입을 조그맣게 벌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까.”
아르센이 손을 펼쳤다.
그러자 손 안에서 검은 빛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헤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다시 한번 제 눈을 비비고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그때,
벌컥.
방문이 열리자, 아르센과 헤른이 동시에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문턱에 켄드릭이 서 있었다.
“아르센.”
느긋하게 아들의 이름을 부른 켄드릭이, 아르센의 손 안에서 일렁이는 빛을 보고 설핏 웃었다.
“가주님! 도련님, 도련님께서……!”
“이능을 발현했다고?”
헤른이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능한 일인가?
아니 불가능한 일에 가까웠다.
아르센은 정말로 목숨만 붙어 있는 아이나 다름없으니까.
고대의 저주를 온몸으로 품고 있는 가여운 도련님.
기껏해야 살아남는 것이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때, 켄드릭이 성큼성큼 다가와 아르센을 번쩍 안아 들었다.
“언제 발현했지?”
“……아까, 린시를 찾을 때…….”
아르센이 우물우물 대답했다.
아르센의 손바닥 위에 있던 검은 빛이 요동치다 한데 뭉쳐졌다.
“린시를 찾고 싶다고 생각하니까…….”
아르센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검은 빛이 한데 뭉쳐져 다시 늑대의 형태를 띠었다.
조그만 늑대로 변한 그림자는, 자연스럽게 아르센의 손을 떠나 누워 있는 린시의 옆에 가서 앉아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니까 저런 게, 생겼어.”
켄드릭이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헤른과 켄드릭이 순간 의미심장한 시선을 교환했다.
그러나 아르센의 앞에서 티는 내지 않았다.
“잘했다, 아르센. 이제 그만 가서 쉬어.”
“싫어, 린시랑 있을래.”
“린시한테도 쉴 시간을 줘야지. 금방 일어날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가서 쉬어라.”
켄드릭이 클로이를 불러오라고 명령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클로이가 방문을 노크했다.
“도련님, 이제 그만 가요, 아가씨께 인사하시고요.”
심통 난 듯 입을 꾹 다물고 있던 아르센이, 이내 도도도 린시에게로 다가갔다.
그리고 잠들어 있는 아기새를 빤히 바라보며 속삭였다.
“빨리 일어나야 해.”
아르센은 미련이 남은 듯 누워 있는 린시를 한참 보다가, 이내 터덜터덜 발걸음을 옮겼다.
그때,
린시의 꼬리가 살짝 움직였다.
* * *
주위가 온통 캄캄했다.
나는 쪼그려 앉아서 훌쩍훌쩍 울고 있었다.
눈을 감으면 불길이 나를 삼키는 듯한 착각에 시달렸다.
눈을 뜨면, 타오르는 불길이 지척까지 다가오는 환영이 보였다.
나는 날개로 몸을 끌어안고 무력하게 우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또 죽는 건 싫어…….’
무시당하는 것도, 다시 한번 죽는 것도 전부 사양이다.
눈물이 퐁퐁 쏟아져서 앞을 가렸다.
‘붉은 털은 저주의 상징이지.’
‘너 같은 게 내 딸이라니, 너는 라니에로의 수치다. 린시.’
아버지의 말이 자꾸만 귓가에서 맴돌았다.
털어내 보려고 고개를 좌우로 흔들어도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저주받은 털.’
그것만 없었어도 나는 아버지한테 미움받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자, 갑자기 주위가 삽시간에 환해졌다.
그리고……, 사방이 거울로 바뀐 듯 내 모습이 허공에 둥둥 떠다녔다.
‘이게 뭐지?’
또 다른 내 모습을 톡 건드리는 순간.
‘……!!!!’
고운 밀색이던 내 머리카락이 순식간에 붉은색으로 확 물들었다.
나는 깜짝 놀라 뒷걸음질 쳤지만 헛수고였다.
‘그것’들은 나를 끈질기게 따라오면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내가.
그러자 나한테 상냥하게 대해 주던 예크하르트의 사람들이 일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들 모두 내가 붉은 털을 가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내게서 등을 돌릴까?
라니에로처럼…….
손끝이 덜덜 떨렸다.
“시, 싫어…….”
그때,
[걱정이 많아 보이는구나, 내 아가.]어디선가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내 앞에서 일렁이던 환영들이 전부 사라졌다.
나는 허공을 둘러보았다.
“누, 누구세요……?”
[아가, 아가야. 사특한 것이 네 목을 틀어막았구나. 가엽게도.]낯선 목소리인 동시에 친숙한 목소리였다.
처음 듣는 듯하면서도, 매일 들었던 목소리인 것처럼 익숙했다.
그 순간,
하늘하늘한 투명한 베일을 두른 여자가 내 앞에 나타났다.
그녀의 뒤에서 엄청나게 밝은 빛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서 얼굴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나는 눈이 부셔서 눈을 찡그렸다.
그때, 그녀가 나를 향해서 거대한 손을 뻗었다.
나는 뒷걸음질 치지 않고 멍하니 거대한 손끝을 바라보았다.
손끝이 내게 닿았다가, 이내 거두어졌다.
[이제 아프지 않을 거란다. 아가, 기억해……, 네 깃털은 저주가 아니야.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그 말을 끝으로, 나를 감싸고 있던 빛이 금세 확 사그라들었다.
내게 말을 걸던 형체 역시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곧이어 발밑이 푹 꺼지면서 어딘가로 끝없이 추락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삐이?”
나는 눈을 반짝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