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5)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5화(5/187)
‘그것도 그냥 늑대도 아니고 회색늑대 가문의 가주.’
전생에 이지를 잃어버린 채 내 아버지와 형제들을 찢어 죽이고, 저택에 불을 지른 장본인이기도 했다.
‘괘, 괜찮겠지?’
내가 아르센을 치료해 주어야 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능이 당장 이 남자 앞에서 도망치라며 몸 깊숙한 곳에서 아우성쳤다.
나는 당장 도망가고 싶은 본능을 억눌렀다.
그리고 눈을 질끈 감은 뒤 날개를 쭉 펼쳐 보였다.
이건 항복 표시였다.
덤비지 않겠다는 뜻.
“날아가고 싶다고?”
그러나 이 남자는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한 모양이다.
‘아니, 아니, 아니!’
늑대들의 항복 표시는 어떤 거지?
나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전생에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서 잘 떠오르지 않았다.
경계를 풀 때 다리를 들었던 것 같기도 하고.
다리 한쪽을 번쩍 들자, 켄드릭 예크하르트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볼일을 보고 싶은 거라면 내 무릎 위에서는 안 된다.”
아니!
‘답답해 죽겠네.’
나는 몇 번이고 인간화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아마 몸이 채 여물지도 않았는데 무리하게 수인화를 시도한 반동인 듯싶었다.
덕분에 나는 비행깃도 덜 자란 날개로 가슴만 퍽퍽 쳐야 했다.
“그나저나 정말 작군.”
먼저 입을 연 것은 켄드릭 예크하르트였다.
“새 일족의 애들은 원래 다 이렇게 작은 건가, 늑대 앞발만큼도 안 되겠어.”
켄드릭이 긴 손가락으로 내 크기를 가늠해 보며 말했다.
내 몸 바로 옆에 곧게 뻗은 켄드릭의 손가락이 다가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눈을 질끈 감았다.
‘으앗!’
그러니까 이건 본능이었다.
어쩌면 당연했다. 지금 나한테 친절하게 굴고 있다고 해도, 그는 전생에 나를 한번 죽였으니까.
‘물론 직접 죽인 건 아니지만.’
혹시 기분이 상했을까?
나는 잽싸게 눈을 뜨고 켄드릭의 눈치를 살폈다.
켄드릭은 당황했는지 느리게 손을 물렸다.
나는 재빨리 켄드릭에게 다가가 그의 손가락에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삐이…….”
그러자 켄드릭이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그제서야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럼, 이제 대화를 좀 해 볼까.”
켄드릭이 박수를 짝 쳤다.
“……삐이?”
“여긴 안전하니까 안심하고 수인화 좀 풀어 봐.”
나는 켄드릭의 말에 날개를 축 늘어뜨린 채 고개를 저었다.
켄드릭이 눈을 가늘게 떴다.
“풀기 싫다는 뜻인가?”
아니요, 그게 아니구요!
“삐삐이!”
나는 제자리에서 콩콩 뛰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보였다.
그러자 켄드릭이 뭔가 깨달았다는 듯 아, 입을 벌렸다.
“수인화가 안 풀려?”
네, 네!
“삐잇!!”
켄드릭은 곤란하다는 듯 미간을 구기더니, 이내 외투 앞주머니에서 꼬깃꼬깃한 내 쪽지를 꺼냈다.
“그럼 고갯짓으로만 대답해도 좋다. 이거, 네가 쓴 게 맞아?”
그럼요!
나는 열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린시 라니에로라……. 나이는? 아, 대답을 못 하겠군.”
켄드릭이 내 조그만 몸을 느리게 훑어본 뒤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뭐, 아무래도 좋아. 따라오고 싶어 했던 이유는 저택에 돌아가서 듣지.”
그가 다리를 꼰 채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라도 그 전에 다시 돌아가고 싶어진다면 언제든 데려다주마. 그러니 마음 편히 있도록 해.”
나는 켄드릭의 말을 듣고 부리를 크게 벌렸다.
다시 데려다준다니? 절대 안 돼!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리고 후다닥 달려가 그의 복부에 얼굴을 파묻고 날개를 펼쳤다.
“삐이이, 삐이!”
“음? 다시 데려다 달라고?”
아니요!
내가 빠르게 고개를 내젓자, 켄드릭이 조용히 웃었다.
그의 눈꼬리가 초승달처럼 부드럽게 휘어져 있었다.
나는 그를 무서워했던 것도 어느샌가 까맣게 잊은 채, 영차영차 그의 어깨 위에 올라섰다.
그리고 켄드릭의 옷깃을 두 발로 꽉 잡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예크하르트까지 가는 데는 얼마나 걸리지?’
실제로 가본 적은 없었지만, 예크하르트와 라니에로는 가깝게 붙어 있었다.
늑대 일족과 새 일족의 사이가 좋지 않은 이유는 두 일족이 가깝게 사는 탓도 있었다.
두 일족이 사는 나라의 경계에서 영역 분쟁이 빈번하게 일어난 탓이다.
‘뭐, 그런 건 내가 신경 쓸 일 아니고.’
언제쯤 도착할까.
나는 그의 매끄러운 어깨선에 앉아 꼬리털을 다듬으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마차가 빠른 속도로 달려서 라니에로를 벗어나고 있었다.
익숙한 풍경들이 마차 뒤로 휙휙 달려가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저택은 점처럼 작아졌을 것이다.
‘라니에로를 벗어나고 있어.’
전생에는 단 한 번도 벗어나 보지 못했던 그 저택을.
그것만으로도 조그만 몸에서 환희가 일렁였다.
* * *
‘작군.’
그것도 아주 많이.
켄드릭이 아기새를 보고 맨 처음 한 생각이었다.
아기새는 성인 남자 손바닥의 반도 되지 않는 크기였다.
몸도 작고 날개도 작고 부리도 작았다. 게다가 꼬리는 어찌나 앙증맞은지.
이렇게 조그만 게 살아서 삑삑대고 있다는 사실이 신기할 정도였다.
켄드릭은 자신의 무릎 위에서 세상모르고 잠든 아기새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쌔액, 쌕.
분명 처음에는 자신을 무서워했던 것 같은데.
그런 건 까맣게 잊었는지, 아기새는 늑대 가문 가주의 무릎 위에서 손수건을 덮고 팔자 좋게 자고 있었다.
아기새가 고르게 숨을 쉴 때마다 동그란 배가 조금씩 부풀었다.
그는 검지로 조심스럽게 아기새의 부리를 건드려 보았다.
‘처음에는 마차가 신기한지 여기저기 쏘다니며 구경하더니.’
얼마 못 가 지쳤는지 금세 잠이 들었다.
그는 아기새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아기새가 직접 써 온 듯한 쪽지를 다시 펼쳐 보았다.
쪽지에는 분명히 예크하르트에 데려가 달라고 적혀 있었다.
마치 자신이 오늘 라니에로에 정략결혼을 제안하러 올 줄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럴 리가 없는데 말이다.
‘신기하군.’
켄드릭이 나지막이 중얼거리며 아기새를 꼼꼼히 살폈다.
털이 듬성듬성 나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 많이 어린 아이인 듯했다.
‘그런데 그렇게 강한 이능을 가지고 있다니.’
켄드릭은 아기새가 자신의 손가락을 깨물었던 그때를 떠올렸다.
아기새는 순식간에 이능을 사용하여 켄드릭의 상처를 치료했다.
그리고 그때, 잠시였지만 켄드릭은 느낄 수 있었다.
아기새가 엄청나게 강한 이능을 가지고 있다는 걸.
자신이 찾고 있는 게 이 아기새의 이능이라는 걸 알았던 걸까?
‘하, 그럴 리가 없지.’
켄드릭은 웃으며 고개를 내저었다. 말도 안 되는 생각이다. 이렇게 어린 애를 두고 무슨…….
차라리 라니에로에서 학대당해 도망쳐 나왔다는 게 더 가능성 있었다.
그는 잠들어 있는 아기새의 보드라운 털을 가만가만 쓰다듬었다.
‘어찌 됐든 잘된 일이지.’
손 안에 라니에로의 딸이 굴러들어왔는데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는 제 옆에 잠들어 있는 복덩이를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빨리 수인화가 풀렸으면 좋겠군.’
그래야 이 애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아낼 수 있을 테니까.
아기새는 아직 너무 어려서 수인화를 조절할 수 없는 게 분명했다.
드물게 열 살 이전에 수인화를 성공한 경우에 가끔 그런 현상이 나타나곤 하니까.
뭐,
아무래도 상관없다. 수인화야 천천히 풀어도 된다.
수인화가 풀리면 데려가 달라고 했던 이유를 듣고, 맛있는 걸 먹이고, 그 다음에는…….
켄드릭이 고개를 까딱이며 생각했다.
‘며느리 삼아야지.’
아기새가 숨을 내쉴 때마다 손수건이 아주 약간씩 팔랑였다.
* * *
“이제 일어나야지.”
날개를 톡톡 두드리는 손길이 퍽 다정했다.
나는 슬쩍 눈을 뜨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출발할 때는 분명 낮이었는데,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도착했다.”
그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몽롱한 상태로 그 손바닥에 두 발을 올렸다.
“삐……, 삐빗…….”
잠이 덜 깨서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기가 어려웠다.
“안에 들어가서 더 잘 수 있게 해 주마.”
대충 고개를 끄덕이자, 켄드릭 예크하르트는 나를 어깨 위에 올렸다.
“삐…….”
고개를 휙휙 털어 몽롱한 기운을 떨쳐내고 어깨 위에 두 발을 딛고 서자, 거대한 예크하르트 가의 저택이 한눈에 들어왔다.
‘허억, 엄청 크다.’
사람도, 집도 정말 크다!
라니에로의 저택도 결코 작지 않았다.
라니에로는 독수리 가문이었으므로, 다른 새들보다 덩치가 컸다.
때문에 저택 역시 천장이 높고 폭이 넓게 지어진 편이었다.
그러나 예크하르트의 저택에는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세상에나.’
멀리서 봤음에도 불구하고 그 크기와 위용에 압도되어 기가 죽었다.
또, 마차를 둘러싸고 있는 기사들은 덩치가 얼마나 큰지.
커다랗고 무거워 보이는 철 갑주를 입은 기사들이 마차 양쪽에 줄지어 서 있었다.
날 잡아먹진 않겠지?
나는 휙휙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를 잡아먹으려고 달려드는 늑대가 있으면 곧장 하늘로 날아오를 생각이었다.
내가 창밖으로 저택을 구경하는 사이, 켄드릭 예크하르트는 느리게 마차에서 내렸다.
“떨어지지 않도록 잘 붙잡고 있어라.”
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머리를 검지로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나는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첫 만남과 같은 불상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발톱을 세워 그의 옷깃을 꽉 잡았다.
그때였다.
“크르릉…….”
“삑, 삐빅!! 삣!!!”
떨어지지 않도록 잘 잡고 있으라는 말이 무색하게도, 나는 갑작스럽게 얼굴을 들이댄 검은 짐승에 놀라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저, 저게 뭐야!’
괴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