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50)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50화(50/187)
“린시, 린시 님은요?”
앤시아가 연회장을 수습하기 위해 온 켄드릭을 붙잡고서 물었다.
트리스탄은 화들짝 놀랐다. 그는 자신의 손녀딸을 떼어놓으려고 했지만 앤시아는 켄드릭의 허리춤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린시 님을 찾지 못했어요. 수풀까지 구석구석 뒤졌는데, 그런데……, 연회장에 돌아가 있으라고 해서…….”
앤시아가 에단에게 원망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에단이 큼, 헛기침을 했다.
“너는 누구지?”
켄드릭이 경계심 가득한 시선으로 앤시아를 바라보았다.
켄드릭의 물음에, 앤시아를 달래던 트리스탄이 고개를 숙였다.
“제 손녀딸입니다. 아까 아가씨와 대화를 나누더니, 아가씨가 많이 걱정되는 모양입니다.”
그는 트리스탄의 말을 듣곤, 앤시아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앤시아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그렇구나, 린시는 괜찮아. 저택 안에서 찾았다. 그리고 괜찮을 거다.”
켄드릭의 말에 조그만 소녀의 낯이 활짝 폈다.
“정말요? 다행이다…….”
“그래, 나중에 린시가 깨어나면 네게 연락하라고 하겠다.”
켄드릭은 앤시아의 머리를 몇 번 더 토닥여주곤 걸음을 옮겼다.
연회장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자리.
린시, 그리고 아르센과 함께 서 있던 자리에 홀로 우뚝 섰다.
장내에 정적이 흘렀다.
켄드릭이 느리게 입을 열었다.
“연회에 참석해 준 것에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네.”
날카로운 시선이 오만한 태도의 귀족들을 훑고 지나갔다.
“하지만, 오늘 일어난 일은 매우 유감이군. 내가 주최한 연회에서 예크하르트의 일원을 무시할 줄은 몰랐어.”
켄드릭의 말에 눈에 띄게 당황하는 사람이 몇 보였다.
그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나갔다.
“다시 한번 이런 일이 생긴다면 가만두지 않겠다. 린시 라니에로는 예크하르트의 일원이다. 결혼식이 끝나면 예크하르트의 성을 가지게 될 테니…….”
그가 한 음절, 한 음절 끊어 가며 말을 이었다.
“그 애를 무시하는 것이 눈에 띄면 예크하르트 전체를 무시한다고 간주하여 반드시 처벌하겠다.”
이내 죽은 듯 조용해진 연회장을 둘러본 켄드릭이 비죽 웃었다.
“연회는 여기서 이만 마무리하도록 하지.”
켄드릭은 말을 마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연회장을 벗어났다.
그가 떠난 뒤, 연회장에서 귀족들이 창백하게 질린 낯으로 말했다.
“정말로, 새 일족을 며느리로 들이시겠다는 건가?”
“아니, 며느리로 들이는 것은 괜찮아. 도련님께서 몸이 약하시지 않나. 다만……, 저렇게 끼고 도실 줄은.”
“말을 조심하게! 방금 경고하지 않으셨나. 그럼, 일라이저 가문은 어떻게…….”
“그 집 여식이 철이 없던데…….”
늑대 귀족들은 켄드릭이 떠난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새 일족이라니.
단지 이능을 필요로 한 정략혼일 뿐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귀족들은 돌아가서 아이들 입단속을 시켜야겠다고 생각하며 자리를 떴다.
한편, 연회장 구석.
“앤시아! 그래서? 이벨린은, 이벨린은 어떻게 됐대?”
아이들이 앤시아에게 바글바글 몰려들어 사건의 전말을 듣고자 했다.
앤시아에게 이야기를 들으려다 일찌감치 부모님의 손에 잡혀 질질 끌려간 아이들도 있었다.
앤시아는 곤란하다는 듯 낯을 구겼다.
“이제 와서? 아깐 린시 님한테 관심도 없어 보이더니.”
“그건……, 새 일족이잖아. 엄마가 새 일족이랑은 말 섞지 말랬는데…….”
어린아이 하나가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앤시아는 이마를 탁, 짚은 뒤 그 애를 째려보며 말했다.
“예크하르트의 일원이라니까? 이 바보야! 너는 지금 켄드릭 님을 무시한 거나 다름없다고.”
“뭐? 내, 내가 언제 켄드릭 님을 무시했다고 그래!”
“켄드릭 님께서 직접 소개하신 분을 무시했잖아. 그게 켄드릭 님을 무시한 거지 뭐야.”
또박또박 이야기한 앤시아가 흥,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이벨린이 어떻게 됐는지는 몰라. 그냥……, 이벨린이 수인화를 해서 린시 님한테 겁을 줬어. 그것 때문에 아가씨가 놀라서 날아가셨고. 내가 아는 건 이게 다야.”
앤시아가 침울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신이 지켜 드렸어야 하는 건데.
이벨린은 앤시아보다 나이가 두 살이나 많았고, 털갈이도 끝난 상태였다.
그래서 수인화가 가능했지만, 앤시아는 수인화를 할 수 없었다.
린시가 그렇게 된 것이 왠지 자신의 탓인 것만 같아 앤시아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이만 집에 가자, 앤시아.”
그때, 트리스탄과 앤시아의 부모님이 그녀를 불렀다.
앤시아는 다른 아이들을 힐끔 보더니, 마지막으로 쐐기를 박듯 말했다.
“아무튼 오늘 정말……, 실망했어. 새 일족이라고 차별하다니. 너희랑은 이제 안 놀 거야.”
앤시아는 그 말을 끝으로 도도도 달려가 트리스탄의 품에 폭 안겼다.
남은 아이들만 자신들끼리 시선을 주고받았다.
* * *
내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해가 진 뒤였다.
나는 멀뚱멀뚱 천장을 바라보았다.
‘나……, 기절한 건가?’
방 안에 갇혀서 구해달라고 소리치던 것까진 기억이 나는데.
그 이후로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어떻게 여기 있게 된 거지?
머리가 깨질 것처럼 지끈거려서, 나는 날개로 머리를 감싸며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베개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삐이!”
내가 캄캄한 것을 싫어하는 걸 아는 베티가, 방 안이 어둡지 않도록 램프를 켜 두어서 무섭지 않았다.
나는 잠시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 방금 꾼 꿈에 대해 생각했다.
어두운 곳에 혼자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내가 나타났다.
그리고…….
[아가, 아가야. 사특한 것이 네 목을 틀어막았구나. 가엽게도.]꿈속에서 들었던 이상한 목소리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건……, 뭐지? 그냥 꿈이었을까?’
사특한 것이 내 목을 틀어막았다고 했지. 그리고 그 존재는 곧이어 내게 손을 뻗었다.
[이제 아프지 않을 거란다. 아가, 기억해……, 네 깃털은 저주가 아니야. 나는 너를 사랑한단다…….]그 말이 끝나는 순간, 내 몸을 감싸고 돌던 따듯한 빛이 선명했다.
‘목을……, 틀어막은…….’
그 순간, 생각나는 것이 있었다.
아!
나는 재빨리 제자리에서 콩콩 뛰었다.
발밑에서 연둣빛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올랐다.
곧이어 시야가 높아지고, 수인화가 풀렸다.
‘……날개가 또 나왔네.’
불완전하긴 했지만.
아마 쓰러졌다가 방금 일어난 탓일 것이다.
나는 대수롭지 않게 날개를 몇 번 팔락여 보았다.
그리고 재빠르게 침대에서 뛰어내려 거울 앞으로 달려갔다.
“금제……, 금제가 여기에…….”
목 부근에 있던 검은 반점.
검은 반점은 씻은 듯이 사라진 상태였다. 나는 다시 한번 눈을 가늘게 뜨고 내 목을 살폈다.
그러나 금제는 없었다.
나는 큼, 목을 가다듬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금, 제.”
금제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왔다. 내 목소리가 내 귀에도 선명하게 들렸다.
“금제가, 풀렸어?”
나는 그제서야 내가 방금 꾸었던 기이한 꿈을 다시 떠올렸다.
‘그럼……, 꿈이 아닌 거야?’
내 목을 틀어막았다고 했던 사특한 것은 금제를 뜻하는 게 분명했다.
그럼 도대체…….
‘그건’ 무엇이었을까?
내 꿈에 나타나, 괴로운 환영들을 전부 없애주고 금제까지 풀어 준 존재.
그건 도대체…….
나는 콧등을 찡그린 채 생각하다가, 이내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다시 금제가 걸리기 전에 어서 켄드릭에게 이 사실을 알려야 했으니까.
‘그런데, 주무시고 계시려나?’
나는 시계를 힐끔 바라보았다.
기절하기 전에는 분명히 낮이었는데, 이제는 새벽이었다.
아마 켄드릭은 이미 잠자리에 들었을지도 몰랐다.
‘그래두……, 가끔은 깨어 계실 때도 있었으니까 일단 집무실에 가 보자.’
나는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그때.
“으, 으아앗-!!!!”
나는 내 방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을 보고 놀라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그, 글레네……?”
글레네의 새하얀 머리카락이 어둠 속에서 반짝였다.
그녀의 잿빛 눈동자가 느리게 나를 향했다.
“아가, 아가씨…….”
글레네는 나를 곧장 일으켜 더듬더듬 내 잠옷의 먼지를 털어 주었다.
“맙소사, 글레네, 여기서……, 뭐 해?”
이 늦은 밤에 여기서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글레네의 방은 다른 건물이었다. 글레네가 이 시간에 여기까지 올 이유가 없었다.
“……아프지, 아프지 마세요.”
글레네가 입을 열었다.
“아프지 말라니 그게 무슨……, 아! 글레네, 이거 때문에 온 거야?”
나는 재빨리 글레네를 방 안으로 끌어들이고 문을 쾅 닫았다.
그리고 반점이 사라진 깨끗한 내 목을 글레네에게 보여주었다.
“나 금제가 풀렸어! 이걸 알고 온 거야?”
글레네가 느릿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알았어? 나도 방금 알았는데 그걸 네가……, 어떻게…….”
글레네는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입을 꾹 다물었다.
“글레네, 네게도 금제가 걸려 있어?”
나는 그녀의 손을 꼭 붙잡은 채 글레네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켄드릭 님한테 얘기해줄 수 없다고 했잖아. 너도 무슨 금제가 걸린 게 맞지?”
글레네의 눈에 당황스러운 빛이 스쳤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나를 침대에 앉혔다.
그리고.
툭-.
글레네가 자신이 입고 있던 상의를 벗어 내게 보여주었다.
비썩 마른 등.
하얗게 드러난 척추뼈 위에 거대하고 흉측한 반점이 새겨져 있었다.
희미하여 잘 보이지도 않았던 내 반점과는 형태부터가 달랐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글레네는 다시 옷을 입고 가까이 다가왔다.
“아가씨, 아가씨……, 맞서면 안 돼요…….”
연신 중얼거리는 글레네의 얼굴이 고통으로 일그러졌다.
“글레네! 계속 말하면……!”
그러나 그녀는 개의치 않고 내 손바닥에 자신의 볼을 가져다 댔다.
고통이 올라오고 있는 건지 그녀의 몸이 퍼뜩 떨리다가, 목에서 그르륵-, 올라오는 소리가 났다.
한참 고통을 참듯 입술을 깨물던 글레네가 입을 열었다.
“위험해, 아가씨……, 위험해요.”
나는 글레네의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침을 꿀꺽 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