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54)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54화(54/187)
“에이든?”
나는 초조한 낯을 하고 서 있는 에이든을 보고 조심스럽게 불렀다.
“아가씨!”
에이든이 나를 보곤 반갑게 웃어 보이며 고개를 꾸벅 숙여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
“잘 지내셨습니까?”
“응? 으응…… 잘 지냈지.”
이것저것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것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으니.
나는 대충 잘 지냈다는 말로 인사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왜 여기에 서 있어? 들어가자.”
나는 에이든의 손을 덥석 잡고 그를 응접실로 이끌었다.
“아니, 그게……, 아가씨께서 먼저 봐 주셨으면 하는 것이 있습니다.”
에이든은 저항 없이 나를 따라오다가, 느리게 입을 열었다.
나는 고개를 홱 돌려 에이든을 바라보았다.
“내가 봐 줘야 하는 게 있다고?”
“예, 헥터……, 말인데요.”
“헥터?”
헥터가 누구지?
나는 에이든의 말을 듣고서 눈을 두어 번 깜빡이며 생각에 잠겼다.
내가 만났던 사람 중에 헥터라는 사람이 있던가?
그때, 에이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예, 저번에 치료해 주신 제 애마 말입니다. 그 애의 이름이 헥터입니다.”
“아, 아아!”
나는 손뼉을 짝, 마주 부딪치며 에이든을 올려다보았다.
‘그 애의 이름이 헥터였구나.’
저번에 글레네와 부딪히는 바람에 다리가 크게 부러졌던 말.
나는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에이든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데 헥터는 왜? 그때 치료가 잘 안 됐어?”
“아니요! 치료는 잘 됐습니다. 그런데…… 그놈이 상태가 좀 안 좋아서요.”
에이든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어디가 안 좋은데?”
내가 고쳐준 말이 상태가 안 좋다니 걱정이 되었다.
“그게 말로 하기보다는, 직접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대체 무슨 일일까?
“헥터가 여기에 와 있는 거야?”
“예, 데리고 왔습니다.”
“그으래, 그럼 보러 갈래!”
내가 흔쾌히 대답하자, 에이든의 낯이 활짝 폈다.
“마구간에 있어?”
“예, 마사에 넣어 두었습니다. 바깥에서 보여드리기엔…… 위험해서요.”
“알았어, 지금 보러 가자.”
나는 에이든보다 앞장서 성큼성큼 걸었다.
우리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사에 도착했다.
그런데.
“아이고! 야, 이눔아! 마사 다 부서지겠다!”
마구간 안에서 길버트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재빠르게 마구간 안으로 불쑥 들어가 길버트를 불렀다.
“길버트? 무슨 일이야?”
“아이고, 아가씨……, 글쎄 이놈이 마구간을 전부 부수고 있지 뭡니까.”
길버트가 손가락으로 말 한 마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의 손가락이 닿은 자리엔.
쿵!
난동을 부리며 마구간 벽을 뒷발로 마구 쳐대는 말 한 마리가 있었다.
나는 그 말을 곧바로 알아보았다.
“헥터!”
에이든이 재빨리 헥터에게로 달려갔다. 그는 헥터의 콧잔등을 살살 어루만져 주었다.
“헥터, 행패는 그만둬.”
“헥터?”
나는 에이든의 뒤를 따라 재빨리 헥터의 앞에 다가가 섰다.
그때, 길버트가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말렸다.
“아이고, 안 됩니다, 아가씨. 저놈이 얼마나 사나운……, 어라?”
헥터는 아직도 진정이 덜 된 듯 콧김을 씩씩 내뿜다가, 이내 내게 제 머리를 가져다댔다.
나는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헥터의 콧잔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헥터는 가쁘게 숨을 내쉬며 내 손길에 머리를 맡겼다.
“헥터, 무슨 일이야. 으응? 에이든, 대체 헥터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야?”
“바로 이게 문제입니다, 아가씨……. 이 자식, 역시 그랬구나.”
에이든이 한숨을 내쉬며 제 이마를 손으로 짚었다.
“글쎄, 저희 집으로 데려갔더니 이 녀석이 여물도 안 먹고 마구간지기들을 전부 물지 뭡니까. 심지어는 마구간을 뛰쳐나가려고 해서 얼마나 고생했는지…….”
“마구간을 뛰쳐나가려고 했다구?”
“예, 아가씨께서 헥터를 치료해 주신 바로 그날 밤에요! 처음에는 다른 문제가 있겠거니 싶어서 의사를 불렀습니다만…….”
에이든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의사도 발로 걷어차 버리지 뭡니까, 치료비만 배로 들었습니다…….”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이렇게 순한데?”
나는 내 조그만 손에 연신 머리를 부비적대는 헥터를 보며 물었다.
헥터는 히이잉-! 기분 좋은 울음소리를 내며 고개를 숙여 내게 제 주둥이를 연신 드밀었다.
부비적거리는 헥터 뒤로, 헥터가 마구 걷어차서 금이 간 마구간 벽이 눈에 들어왔다.
“으음……, 거짓말은 아니겠구나…….”
“예, 진짜입니다. 그래서 뭐가 문젠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아가씨를 만나고 온 이후부터 얘가 말을 안 듣지 뭡니까.”
에이든이 한숨을 쉬었다.
“헥터는 좀 유별난 말이거든요. 자신이 허락해 준 사람이 아니면 절대 등에 태우지 않습니다만,”
“으응, 그런데?”
“이놈이 아가씨가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내가? 무슨 소리야, 그게?”
“여물도 안 먹고, 사람 손도 안 타고, 이러다가는 딱 죽겠다 싶어 아가씨께 데리고 온 건데…….”
헥터는 에이든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건지, 보란 듯이 여물을 씹어 먹었다.
“……저, 저것 좀 보십시오. 아가씨 앞이라고 내숭을 떠는 겁니다.”
“헥터, 착하지. 왜 여물을 안 먹었어?”
헥터가 순한 눈망울을 깜빡거리며 나를 내려다보았다. 내뿜는 따듯한 콧김이 목에 닿았다.
“아가씨가 보고 싶었던 모양입니다. 이 유별난 놈이……, 치료해주신 게 감사했던 모양이에요.”
에이든이 헥터의 이마를 쥐어박는 시늉을 했다.
헥터는 머리를 푸르르, 털고는 이내 또렷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더 일찍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연회 때문에 데리고 올 수가 없었습니다.”
“그으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해? 내가 끼니마다 헥터 밥을 먹여 줘야 하는 거야?”
내 물음에 에이든이 손사래를 쳤다.
“아니요, 무슨 그런 말씀을. 그냥……, 혹시 헥터를 키워 보실 마음은 없으십니까?”
“……어어?”
에이든이 헥터의 콧잔등에 손을 턱 얹었다.
헥터가 고개를 탁 털어 에이든의 손을 쳐내곤 그를 째려보았다.
“오랫동안 고민해 보았는데, 역시 이게 맞는 것 같아서 말입니다.”
에이든이 이어 말했다.
“헥터는 제 등에 태울 기수를 스스로 고릅니다. 그래서 처음 만났을 땐 정말 난감한 상황이었습니다. 군마로 길러졌는데 등에 아무도 태우려 들지 않으니……. 그러다가 저를 만난 겁니다. 제게는 등을 내어 주더군요. 제가 이놈을 고른 것이 아니라, 이놈이 저를 고른 것이죠.”
하하, 에이든의 웃음소리에 헥터의 꼬리가 살랑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놈이 이제 아가씨를 주인 삼기로 결정했나 봅니다. 아가씨께서 주인이 되어주시면 이 녀석도 밥을 먹을 것 같습니다.”
에이든은 다시 한번 헥터의 턱을 긁어보려고 시도했지만, 헥터는 매몰차게 에이든의 손길을 거절했다.
“이 까칠한 놈 같으니라고. 아무튼 그래서, 아가씨께서 거둬 주십사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어어? 나 말 키울 줄 모르는데……, 게다가 켄드릭 님이 허락해 주실지도 모르겠구…….”
나는 헥터의 주둥이를 연신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아가씨. 가주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이 길버트가 잘……, 잘…….”
길버트가 헥터를 힐끔 바라보곤 한숨을 내쉬었다.
“잘 관리해 보겠습니다…….”
“하지만 헥터는 에이든의 말이잖아, 헥터를 나한테 주면 에이든은……?”
“저는 다른 말이 있습니다. 헥터 하나만 타고 다니는 건 아니니까요. 물론 헥터가 제가 타던 말 중에 가장 훌륭한 명마인 건 맞지만.”
헥터는 이번에는 아예 에이든을 물기라도 할 셈인지 에이든을 향해 고개를 홱 쳐들었다.
“어이쿠, 명마인 건 맞지만 계속 이러는데 어떻게 타고 다니겠습니까. 이놈이 제가 싫다는데…….”
“나는……, 상관없긴 한데. 얘가 왜 나를 좋아하는 거야?”
내가 헥터에게 해 준 것이라곤 부러진 다리를 고쳐 준 것뿐이었다.
심지어 그날은 바빠서 다리를 고쳐 주고 곧바로 나왔는데.
헥터의 커다란 눈망울이 나를 향했다.
“얘 마음을 제가 어떻게 알겠습니까.”
에휴, 에이든이 한숨을 쉬었다.
나는 손을 높이 뻗어 헥터의 머리를 살살 쓰다듬어 주었다.
“켄드릭 님이 오늘 자리를 비우셔서, 돌아오시면 물어볼게.”
“그럼 그때까지만이라도 예크하르트의 마사에 두겠습니다. 저희 집에 뒀다간 여럿 죽겠어요.”
“으응, 그렇게 해. 길버트, 괜찮아?”
“예……, 지금처럼 순하기만 하다면 관리할 수 있지요.”
“그렇대, 헥터. 켄드릭 님이 오시면 내가 여쭤볼게, 말 잘 듣고 있어야 해?”
헥터가 히이힝-! 길게 울었다.
나는 헤헤, 웃으며 헥터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었다.
* * *
“……사라졌다고.”
켄드릭이 허, 헛웃음을 뱉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데곤? 하루아침에 에스테르와 그 소녀 둘 다 사라지는 게.”
켄드릭이 미간을 좁혔다.
어젯밤,
“에스테르 님의 뒤에서……, 검붉은 기류 같은 게 넘실거렸어요. 저를 보곤 저한테 막 다가왔고요.”
린시는 그렇게 말하며 에스테르가 ‘금제’를 사용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조사해 볼 필요가 있겠다 싶어 에스테르를 데리고 오라고 명령했는데.
그의 집을 찾아간 이들이 빈손으로 돌아왔다.
불길한 예감이 든 켄드릭은 직접 에스테르의 저택으로 찾아왔다.
“텅 비었군.”
켄드릭이 비어 있는 에스테르의 방을 가만히 바라보며 말했다.
에스테르에게는 가족도 없었기 때문에, 그의 행방을 누구에게 물어볼 수도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하나 있었는데, 죽었지.’
에스테르는 사고로 아들을 잃은 뒤, 칩거하는 시간이 잦아졌었다.
“하…….”
켄드릭이 한숨을 내뱉었다.
저택의 사용인들은 그저 에스테르가 ‘약속이 있다.’고 나가서 아직까지 들어오지 않은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그게 벌써 삼 일째라고.
“일단 에스테르의 행방을 조사해. 나는 페르난도로 가 볼 테니까.”
켄드릭의 명령을 들은 데곤이 꾸벅,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