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56)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56화(56/187)
“쟤 이벨린 아니야?”
“맞는 것 같은데.”
나는 아르센과 동시에 시선을 교환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
“쟤가 여길 왜 와?”
먼저 입을 연 것은 아르센이었다.
“나도 몰라.”
나는 고개를 저어 대답해준 뒤, 창밖으로 이벨린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저택 안으로 들어오려는 이벨린을 에단이 강경하게 막아서고 있었다.
일라이저 가의 사용인으로 보이는 이들이 이벨린 뒤에 줄줄이 서 있었다.
‘나한테 사과하러 온 걸까?’
저번에 사과하고 싶다는 것을 내가 거절했으니, 아마 그럴지도 모른다.
“나가볼 거야?”
아르센이 물었다.
나는 떼쓰고 있는 이벨린을 가만히 보다가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안 나갈 거야.”
사과를 한다고 다 받아줄 필요는 없으니까…….
나는 아직도 이벨린 이름을 들으면 식은땀이 났다.
베티는 수인화한 모습을 보아도 별로 무섭지 않았지만, 이벨린은 이름만 들어도 식은땀이 나는 것을 보니.
그때의 기억이 꽤나 강렬했던 모양이다.
“안 나갈래, 베티……. 그래도 돼?”
“그럼요, 아가씨. 에단 님께서 금방 돌려보내실 거예요.”
베티가 짜게 식은 눈으로 창밖의 이벨린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커튼을 쳐 주었다.
“가주님이 안 계시다는 걸 알고 저렇게 안하무인으로 구시는 듯해요……. 간식 드실래요?”
베티가 한숨을 내쉬며 내 눈치를 살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간식. 먹을래. 그나저나 켄드릭 님께서 빨리 오셔야 할 텐데…….”
“그러게, 아빠는 언제 와?”
“저도 잘 모르겠어요, 금방 오신다고 하셨으니 내일이면 오시지 않을까요?”
“내일……. 빨리 오셨으면 좋겠다.”
나는 마구간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헥터에 대해서 말씀드려야 해.”
“에이든 경의 애마 말이지요? 그래도 길버트 씨의 말을 아주 잘 듣고 있다고 하던데요.”
“정말? 다행이다.”
“네, 어찌나 고분고분 순한지 놀랐다고 말씀하시더라구요.”
베티가 후후, 웃었다. 곧이어 그녀가 간식을 가지고 오겠다며 방을 나서려고 일어섰을 때.
똑똑.
“들어와~.”
노크 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문 쪽을 바라보았다.
느리게 문이 열리고, 하녀 한 명이 웃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아가씨, 손님이 오셨어요.”
“……손님?”
이벨린이 결국 저택 안까지 들어오는 데 성공한 걸까?
내 낯빛이 급격하게 어두워지는 것을 본 베티가 급하게 물었다.
“누가 오셨는데?”
“앤시아 트리스탄 영애님이요. 집사장님의 연락을 받고 오셨다고 전해 달라고 하셨어요.”
“아, 앤시아!”
나는 그제야 내가 정신이 없어 아직 앤시아에게 연락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이 걱정했을 텐데.’
앤시아랑 함께 있다가 그런 일이 생겨버렸으니까.
게다가, 내가 사라졌을 때 앤시아가 재빨리 저택의 사용인들에게 상황을 알려 주어서 나를 빨리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애를 까먹고 있었다니.
나는 허둥지둥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응, 지금 만나러 갈게. 밑에 있어?”
“네, 응접실로 모셨어요. 아가씨, 천천히 준비하시고 내려오세요~.”
하녀가 천천히 문을 닫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베티를 붙잡고 물었다.
“간식은 앤시아랑 같이 먹어두 될까?”
“그럼요, 도련님도 같이 가시겠어요?”
“……나는…….”
아르센이 영 탐탁지 않다는 듯 안광 없는 눈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나는 아르센의 손을 탁 붙잡고 말했다.
“같이 만나자! 응? 좋은 애야.”
“하루 만나놓고 네가 어떻게 알아?”
“아니 진짜 좋은 애라니까……. 앤시아가 없었으면 내가 사라졌을 때 빨리 찾지도 못했을 거구.”
“물론 그건 그렇지만…….”
“그니까 같이 가자. 혼자 여기 있으면 심심해할 거잖아, 아르센.”
아르센이 이내 못 이기는 척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잠시 나가 계세요, 도련님. 아가씨께서 옷을 갈아입으셔야 하니까요. 도련님도 가서 갈아입고 오시겠어요? 클로이를 불러드릴게요~.”
“그냥 이렇게 만나면 안 돼?”
“잠옷을 입고 트리스탄 영애를 만나는 건 실례예요.”
베티가 단호하게 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클로이가 노크를 하고 들어와 잠옷 차림의 아르센을 데려갔다.
“어차피 저택이니까, 간단한 원피스만 입으셔도 될 것 같아요.”
베티는 등 부분이 가로로 갈라져 있는 연분홍색 원피스를 가져와 내게 입혀 주었다.
“이것두 등이 트여 있네?”
“언제 날개가 나오실지 모르니 일단 이렇게 준비해봤어요. 혹시 불편하시면 걸칠 만한 것을 드릴까요?”
“으응, 숄 같은 거.”
“네, 잠시만요~!”
베티는 조그맣고 하얀 숄을 찾아서 내 등을 가려 주었다.
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웃으며 베티의 손을 잡고서 응접실로 향했다.
똑똑.
노크를 하자 안에서 무언가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
“앗, 들어오세요!”
나는 문을 열고 문틈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앤시아가 햇살처럼 환하게 웃어 보였다.
“린시 님!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이에요,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앤시아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내게 달려와서 내 손을 꼭 잡았다.
그 거침없는 모습에 주변의 사용인들이 조금 당황한 듯했으나, 나는 괜찮다는 듯 웃어 보였다.
“고마워, 앤시아. 덕분이야……. 그리구 미안해. 깨어나자마자 연락했어야 하는 건데.”
“네에? 아니에요! 에단 님께서 연락을 주셨는걸요. 오히려 제가 불쑥 찾아왔는데 만나 주셔서 감사해요. 정문 밖에…… 일라이저 가문의 마차가 있길래 먼저 온 손님이 있으면 돌아가야 하나 싶었거든요.”
“아, 일라이저 영애는 내가 만나기 싫다구 했어. 그냥…… 아직은 조금 무서워서.”
“잘했어요, 린시 님. 흥, 이벨린은 조금 호되게 당해 봐야 해요.”
앤시아가 새초롬하게 말했다.
“하하…….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 않을까……? 그나저나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찾아왔어? 연락도 없이?”
나는 앤시아를 또렷하게 바라보면서 물었다.
앤시아가 머쓱하다는 듯 양 갈래로 묶은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사실은 번화가에 다녀오는 길에 갑자기 아가씨 생각이 나서 들렀어요. 약속도 없이 방문해서 죄송해요. 이거요!”
앤시아가 품에서 조그만 브로치 하나를 꺼내 내게 불쑥 내밀었다.
“이거 보세요, 작은 새 모양 브로치예요. 눈에 있는 보석은 교체할 수 있다고 해서 제가 연두색으로 해 달라고 부탁했어요……. 예쁘지요?”
“어어?”
나는 앤시아가 준 브로치를 빤히 들여다보았다.
반짝거리는 조그만 새 모양의 브로치는, 눈 부분에 연두색 보석이 하나 박혀 있었다.
나는 브로치를 받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이내 고개를 들었다.
“나를 주는 거야……? 갑자기? 선물이 하고 싶어져서 들렀다구?”
“저번에 너무 놀라신 것 같아서……. 선물을 받으시면 기분이 조금 풀리시지 않을까 하구요. 헤헤. 혹시…… 마음에 안 드세요?”
앤시아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재빨리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아니! 완전 마음에 들어. 정말 고마워, 나 이런 거 받아본 게 처음이라…….”
나는 작은 새 브로치를 조심스럽게 손에 쥐었다.
“고마워.”
그리고 낯을 붉히며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런 선물을 받아 본 것은 처음이라서 많이 낯설었다.
또 가슴 한구석이 간질간질하고 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불어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늑대 저택에 와서 자주 느끼네…….’
간질간질한 느낌 말이다.
그때,
똑똑.
“들어와~.”
문이 열리고, 딱딱하게 굳은 낯의 아르센이 응접실 안으로 들어왔다.
“아르센~!”
“아르센 님……? 안녕하세요! 앤시아 트리스탄이라고 합니다!”
앤시아가 황급히 인사를 건넸다.
아르센이 잔뜩 긴장한 얼굴로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 예크하르트야.”
“말씀 많이 들었어요!”
그러나 아르센이 잔뜩 긴장한 탓에, 대화가 더 이상 이어지지 않고 어색한 침묵만 감돌았다.
그때.
타이밍 좋게 베티가 간식이 가득 담긴 트레이를 들고 들어왔다.
그녀는 테이블에 주스 세 잔과 조각 케이크 세 조각, 그리고 쿠키가 담긴 접시를 올려놓고는 맛있게 드시라며 자리를 떴다.
나는 포크로 케이크를 콕 찔러 조금 잘라 먹었다.
‘으음, 진짜 맛있어.’
아킴의 버터케이크는 언제 먹어도 최고였다.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케이크를 오물오물 씹었다.
그렇게 한참 간식을 먹다가, 먼저 입을 연 것은 앤시아였다.
“맞다, 린시 님! 곧 축제인데 당연히 린시 님두 가시지요?”
“축제? 아!”
나는 축제라는 말에 고개를 갸웃하다가, 아, 입을 작게 벌리며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 보니 곧 축제구나.’
일 년에 한 번, 모든 일족들이 중앙 신전이 있는 성역에 모여 신의 가호 아래 풍년을 기원하며 여는 축제.
이 축제 때마다 축복받은 일족의 수장들은 신전에서 만나 보유하고 있는 성물의 안전을 확인한다.
‘전생에는 게일만 따라갔었지.’
축제는 모든 일족이 함께 즐기는 것이기에, 다른 일족의 수장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꼭 데리고 참석하곤 했지만,
‘너희는 위험해서 안 돼.’
아버지는 중앙 신전이 있는 곳은 위험하다는 이유로 매번 게일만 데리고 축제에 참석했다.
그래서 나는 한 번도 축제에 가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아마 아르센도…….
“축제……. 나도 가고 싶다.”
아르센이 시무룩한 얼굴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