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57)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57화(57/187)
“아……. 맞다.”
앤시아가 그제야 깨달았다는 듯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은 얼마 전, 아르센이 후계자임을 인정하는 연회를 치렀다.
그러니 그 전까지는 당연히 공식적인 후계자로 취급받을 수 없어 그런 공적인 자리에 참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은 듯했다.
‘뭐, 그런 이유가 아니라도.’
아르센은 몸이 약해서 켄드릭이 안 데리고 간 거겠지만.
나는 우울해하는 아르센의 입에 쿠키를 턱 물려주었다.
“이번에는 갈 수 있지 않을까? 연회도 열었구…….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있잖아, 아르센.”
나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쭉 펴고 엄지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내가 너를 잘 치료해 줄게. 그러니까 이번에는 아마도 갈 수 있지 않을까?”
“응, 아빠가 오면 물어보자.”
“그래, 그래. 켄드릭 님께서 돌아오시면 같이 물어봐줄게.”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스럽게 주스를 홀짝이던 앤시아가, 눈치를 살피다가 입을 열었다.
“사실 저도 이번이 첫 축제예요.”
“앤시아도 아직 가본 적 없어?”
앤시아가 수줍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제가 어려서 할아버지께서 여덟 살이 되기 전까진 안 된다고 하셨거든요. 그리고 올해 꼭 여덟 살이 되었어요.”
헤헤.
앤시아가 손가락을 꼽아 가며 웃었다.
“유모가 그랬는데, 축제에 가면 길거리에 맛있는 음식도 엄청 많고, 밤에는 불꽃놀이도 한대요. 캐러멜을 입힌 사과도 있다고 들었구……, 또 뭐가 있지? 아무튼 그래서 다음 주에 축제 때 입을 드레스를 맞추러 가기로 했어요!”
“허억, 신기하다. 아르센, 안 그래?”
“응, 나도 축제 가서 캐러멜 입힌 사과 먹고 싶어.”
“사과는 아킴한테 해 달라구 부탁하면 해주지 않을까……?”
아르센이 눈을 흘겼다.
“린시, 축제에 가서 먹고 싶은 거라구. 알겠어?”
“으응, 알았어.”
앤시아는 이후로도 한참 동안 들뜬 얼굴로 축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나와 아르센은 눈을 반짝이며 앤시아의 이야기를 들었다.
라니에로에서는 축제에 대해 이야기해주는 것이 게일뿐이었고, 게일은 그마저도 잘 얘기해주지 않을 때가 많았으니까.
‘그리구 아르센은…….’
아마 이 조그만 소년에게 희망고문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동안 아무도 축제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얘기가 끝난 뒤, 앤시아는 이만 가 보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정말 재미있었어요! 다음에는 저희 저택에 초대해도 될까요?”
“으응, 그거 여쭤보는 걸 깜빡했네. 켄드릭 님 오시면 그것도 같이 여쭤볼게.”
“그럼 이만 가볼게요. 린시 님, 아르센 님! 다음에 또 같이 놀아요!”
나는 아르센과 함께 앤시아를 배웅해주었다.
앤시아는 마차를 타고 금방 예크하르트 저택을 떠났다.
* * *
켄드릭은 삼 일이 지나도록 저택에 돌아오지 않았다.
‘무슨 일이 생기신 걸까?’
사용인들에게 켄드릭의 행방에 대해 물어봐도 전부 잘 모르겠다는 대답만 내놓았다.
그동안, 베티는 매일매일 수인화한 뒤 예쁘게 꾸며 내가 늑대의 모습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이제 베티에게 제법 적응해 그녀의 폭신폭신한 털을 만져볼 수도 있게 되었다.
“진짜 부드러워……. 새 깃털이랑은 완전 달라!”
나는 베티의 보드라운 갈색 털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거대하고 상냥한 갈색 늑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물론 아직은 좀 무서워서 두 번 쓰다듬고 한 번 쉬어야 했지만.
‘그래도 엄청나게 발전했어!’
이 정도면 정말 큰 발전이었다.
늑대 눈동자만 봐도 벌벌 떨고 기절하던 것을 생각하면 말이다.
물론 아직도 베티 외의 다른 늑대들을 본다면 벌벌 떨고 기절할 가능성이 컸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만족스러웠다.
베티는 내가 한참 동안 자신의 꼬리를 쓰다듬을 수 있도록 내어 주다가, 이내 수인화를 풀었다.
“많이 적응하신 것 같아서 다행이에요. 후후.”
“으응, 베티 덕분이야. 고마워!”
“별말씀을요, 아가씨.”
베티가 늑대 모습일 때 꽂고 있었던 꽃 한 송이를 내 머리에 꽂아 주었다.
나는 머리에 꽂힌 꽃을 만지작거리며 헤헤, 웃었다.
그때.
“아가씨?”
에단이 똑똑, 가볍게 노크한 뒤 문을 열고 들어와 고개를 숙였다.
“오늘 오후에 가주님께서 돌아오신다고 합니다. 늦어져서 미안하다는 말씀도 함께 전해달라고 하셨어요.”
“켄드릭 님께서?”
“네, 기다리시는 것 같아 말씀드렸습니다.”
에단이 웃었다.
나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켄드릭이 돌아오면 그에게 물어볼 것이 산더미였다.
‘헥터도 물어봐야 하구, 축제도 물어봐야 하구……. 앤시아의 티파티에 가도 되냐고도 물어봐야 해. 그리구…….’
나는 손가락을 꼽아 가며 머릿속으로 정리하다가 이내 입을 꾹 다물었다.
‘아르센의 이능에 관해서도.’
아르센의 이능은 날이 갈수록 크기가 커지는 것 같기도 했다.
원래는 아주 작은 새끼 강아지만 한 늑대의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이제는 조그만 새끼 강아지만 한 늑대 모습이 되었다.
‘미세한 차이지만.’
분명히 커졌다구.
게다가, 가끔 아르센의 의지에 반하는 일도 있었다.
마치 정말로 자아가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이 혼란스러웠다.
‘전생에는 아르센에게 이능이 생겼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어.’
아마 슈빌이 나날이 아르센의 생명력을 앗아 갔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아무튼 전생과는 모든 게 달라지고 있었다. 그러니, 만약 아르센의 이능이 불길한 징조라면…….
대비해야 해.
나는 불끈 두 주먹을 쥐었다.
금제까지 다시 나타난 마당에, 더 최악의 상황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고 가정할 수가 없다.
나는 흐음, 고민한 뒤 손바닥을 펼쳐 보였다.
그리고.
파아앗-!
이능을 사용하자, 공중에 신록처럼 푸른 구체가 둥실 떠올랐다.
‘한 번씩 이능을 방출해주셔야 합니다.’
헤른 선생님과 켄드릭이 입을 모아서 내게 말했었다.
‘가지고 태어나신 이능의 양에 비해 그릇의 크기가 작아 자꾸 흘러넘치는 거예요. 넘치지 않도록 계속 방출해주셔야 합니다.’
전생이랑 달라진 건 내 이능도 마찬가지야.
자기 자신의 이능은 자기 자신이 제일 잘 느낄 수 있다.
확실한 건, 전생의 나는 강한 이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되었는지도…….’
전생을 떠올리자, 갑자기 머릿속에 슈빌과 아델이 동시에 떠올랐다.
아델은 잘 지내고 있으려나.
전생에 아델이 미움받은 이유는 나 때문이었으니, 내가 사라진 지금 아델이 미움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녀는 사용인들 사이에서 평판 좋은 하녀였으니까.
‘그리고 슈빌은…….’
슈빌의 이능은 정말 위험했다.
사람의 생명력을 빼앗을 수 있는 이능이라니.
세간에 밝혀지면 라니에로 가문 전체가 의심을 받을 수도 있는 일.
최악의 경우 온 가문이 멸문당할지도 몰랐다.
그래서 아버지는 슈빌의 이능을 철저히 비밀에 부쳤다.
그런데…….
‘언니이!’
‘린시 언니, 이거 봐!’
슈빌은 고작 다섯 살이었다.
그런 이능을 갖고 태어난 건 그 애의 잘못도 아닌데.
그래도 다행인 건.
‘아버지가 슈빌의 이능을 무서워한다는 거지…….’
슈빌은 아직 어려서 감정 조절을 능숙하게 할 수 없었다.
그러니 당연히 슈빌의 감정이 폭주할 때, 그 무시무시한 이능도 같이 폭주할 터였다.
그래서 아버지는 슈빌을 몹시 경멸하고 떨떠름해하면서도, 전생의 나처럼 그 애를 투명인간 취급하지는 않았다.
‘그러니까 괜찮을 거야…….’
나는 애써 자기합리화를 한 뒤, 두 사람의 생각을 모두 머릿속에서 지워버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켄드릭이 저택에 도착했다.
* * *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이 일렬로 서서 가주를 맞이했다.
나와 아르센 역시 켄드릭을 마중하러 나갔다.
켄드릭이 느릿하게 웃으며 나와 아르센에게로 다가왔다.
“잘 있었나.”
“그럼요, 잘 있었어요!”
“아빠, 왜 이제 와? 금방 오겠다고 했다면서.”
아르센이 퉁명스럽게 말했다.
켄드릭이 아르센의 볼을 아프지 않게 꼬집었다.
“급한 일이 있어서 좀 처리하느라. 사자 일족의 영토에도 다녀오고. 다말에도 좀 다녀왔다. 거기, 조심히 다뤄. 엎어지면 사달 나니까.”
켄드릭이 짐을 옮기던 시종에게 말했다.
그의 말을 들은 시종의 발걸음이 더 조심스러워졌다.
“뭐 사 왔어? 선물?”
“선물도 있지. 구경해도 된다.”
“진짜요? 구경해도 돼요?”
“그래, 같이 구경하자.”
켄드릭이 나와 아르센의 등을 토닥이며, 방금 시종이 짐을 들고 사라졌던 곳으로 향했다.
켄드릭이 가져온 것들은 모두 그의 서재에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라몬트가 준 거다. 아르센, 린시. 라몬트 페르난도는 알지?”
나와 아르센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라몬트 페르난도, 지고한 사자 일족의 수장.
그는 예크하르트와 사이가 좋아 라니에로와는 역시 적대 관계였다.
그래서 라몬트 얘기는 거의 욕밖에 들은 것이 없었다.
줏대 없고 무식한 사자 일족의 수장이라느니…… 하는 것들 말이다.
“라몬트가 전해 달라더군. 아르센, 이건 네 거다.”
켄드릭이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들을 곤란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성의 없이 아르센을 그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아, 여기 있군.”
켄드릭이 짐 무더기 안에서, 조그만 상자 하나를 꺼냈다.
“자, 린시, 이것부터 봐.”
켄드릭이 내 품에 조그만 붉은색 선물상자를 안겨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