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58)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58화(58/187)
“이게 뭐예요?”
나는 눈을 깜빡이며 잘 포장된 선물상자를 풀어 보았다.
리본이 부드럽게 흘러내려 발밑에 툭 떨어졌다.
“풀어 봐.”
켄드릭이 아르센이 다른 선물을 푸는 것을 도와주며 고개를 까딱였다.
나는 조심스럽게 상자를 열어보았다.
상자 안에는 목걸이가 하나 들어 있었다.
“목걸이?”
근데 목걸이에 달려 있는 장식이 몹시 독특했다.
동그랗게 가공된 보석 같은 것이 달려 있었는데, 호수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푸르게 빛났다.
“이게 제 선물이에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어, 그리고…….”
켄드릭이 딱,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목걸이 주변으로 그림자가 스멀스멀 모여들었다.
금세 목걸이 위로 어둠이 드리우더니…….
목걸이에 달린 푸른 보석이, 어둠 속에서 찬란하게 빛을 내었다.
“우와…….”
나는 목걸이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페르난도 영토에서만 나는 거다. 빛을 흡수해 어둠 속에서 주변을 밝혀 주지. 앞으로 계속 차고 다녀.”
켄드릭이 목걸이를 들어 직접 내 목에 채워 주었다.
나는 얼떨떨한 기분으로 목에 걸린 목걸이를 만지작거렸다.
“마음에 들어?”
“네, 네에! 너무너무 마음에 들어요. 감사합니다!”
나는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켄드릭이 내 머리 위에 턱, 손을 얹곤 나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아. 이건 따로 두라고 했는데.”
켄드릭이 무언가를 보더니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간에 주름이 패었다.
나와 아르센은 동시에 켄드릭의 시선이 꽂힌 곳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게 뭐……. 어라?”
엄청나게 단단해 보이는 금고였다.
그 안에는 무엇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몇 겹으로 단단히 봉해져 있는 것으로 보아 중요한 것인 듯싶었다.
그때,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켄드릭의 말이 끝나자, 헤른이 황급히 들어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다말의 흙은 어디에 두셨습니까? 아무리 찾아도 없……. 아!”
헤른이 켄드릭의 짐 무더기 속에 섞여 있는 금고를 보더니 이내 창백하게 질린 낯으로 말했다.
“저런 건 소중히 다뤄 달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금고에 단단히 봉했으니 새어 나올 일은 없겠지. 그리고 이능으로 운반했으니 괜찮다. 어서 가져가.”
켄드릭이 한 손으로 헤른에게 조그만 금고를 내밀었다.
헤른이 그 금고가 굉장히 귀중한 것이라도 되는 양 두 손으로 받아들었다.
“그 안에는 뭐가 있어?”
“위험한 게 들어 있습니다, 도련님.”
“위험한 거……?”
“다말 땅의 흙. 구해 오느라 힘들었지.”
켄드릭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어서 가.”
“예, 예. 이만 가 보겠습니다, 가주님. 좋은 저녁 보내십시오.”
헤른 선생님이 떠나고, 나와 아르센은 남아서 한참 동안 라몬트 페르난도가 주었다는 선물을 풀어 보았다.
그 안에는 예쁜 인형도, 쿠키 세트도, 그리고 조그만 목마도 들어 있었다.
“이걸 어떻게 다 들고……. 아!”
저번처럼 그림자로 옮긴 거구나.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켄드릭이 내가 상상한 것이 맞는다는 듯 마주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그럼 이제 그만 구경하고, 식사하러 가자. 삼십 분 뒤에 식사하러 오라고 하더군.”
“왜? 조금만 더!”
“밥 먹고 해도 돼. 안 늦어.”
켄드릭은 아르센의 반항 같은 것은 가볍게 제압하고서 아르센을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오랜만에 켄드릭이 돌아왔다고 주방장이 실력 발휘를 했는지, 테이블 위에 근사한 요리가 잔뜩 차려져 있었다.
나와 아르센은 자연스럽게 켄드릭의 양쪽에 앉아 조그만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나는 먼저 잘 구워진 대구 스테이크를 조그맣게 썰어 입 안에 밀어 넣었다.
‘진짜 맛있다.’
첫날 느꼈지만, 예크하르트에서 먹는 것들은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맛있었다.
덕분에 나는 날이 갈수록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있었다.
볼에는 보얗게 살이 올라왔고, 비쩍 말랐던 손목에도 살이 붙었다.
가끔 거울을 보며 너무 살찐 것이 아닌가 고민했지만,
“살이 쪘다니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아가씨! 아가씨는 더 잘 드셔야 해요!”
라며 흥분하는 베티 덕분에, 식사량을 줄일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나는 한참 대구를 먹다가, 이내 켄드릭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켄드릭 님, 말씀드릴 게 있는데…….”
“너무 눈치 보지 말고 말해도 돼, 린시.”
“그으, 지금 마구간에 헥터가 와 있어요.”
“……헥터?”
켄드릭은 헥터가 누구냐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아, 에이든의 말이요! 저번에 다쳐서 제가 치료해 주었던 말.”
“아, 그 말 말이군. 그런데 그 말이 왜 예크하르트의 마구간에 와 있지? 에이든은 뭘 타고.”
“에이든은 다른 말을 탄다고 했어요. 그으……. 제가 헥터를 치료해 주었는데, 그 이후로 헥터가 저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대요.”
“그러니까 그 말이…… 너를 마음에 들어 한다고?”
“네, 그래서 에이든이 혹시 헥터를 거둬줄 수 없겠냐구, 그래서 일단은 마구간에 헥터를 맡겨두고 갔어요. 지금은 길버트가 돌보고 있어요.”
“하, 에이든의 애마라면 별난 것은 들어서 알고 있었지. 다만 그 말이 사나워서…… 네게 해를 끼치진 않을까 걱정되는데, 린시.”
켄드릭이 미간을 좁혔다.
‘헥터가 사나운 건 맞지.’
길버트도 다치게 한 전적이 있고, 지금은 마사의 벽까지 일부 허물어 놓은 상태니까 말이다. 그래도.
“그래도 제 앞에서는 순해요, 정말이에요. 이따가 보여 드릴까요?”
“그래, 밥 먹고 같이 만나러 가자.”
켄드릭이 흔쾌히 허락했다. 나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감사합니다!”
“하지만 사나우면 에이든에게 돌려보낼 거다, 린시. 너는 고작 일곱 살이야. 아직 말을 갖기엔 너무 어린 나이지.”
“네에, 알고 있어요…….”
“네게 순하다고 하니 일단 만나보고 생각해 보마.”
그러니 일단 식사부터 마저 하라고, 켄드릭이 내 앞에 샐러드 그릇을 밀어주었다.
나는 포크로 방울토마토를 쿡 찔러 입 안에 넣었다.
맞은편에서 아르센이 잔뜩 구겨진 얼굴로 내가 방울토마토를 먹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 그리고.”
켄드릭이 운을 띄웠다.
나와 아르센이 동시에 켄드릭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곧 축제가 있어. 아르센, 네가…… 축제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던가?”
“엊그제 앤시아한테 들었어.”
“앤, 누구?”
나는 잽싸게 덧붙였다.
“앤시아 트리스탄 영애요, 켄드릭 님께서 안 계실 때 잠시 저택에 왔다 갔거든요.”
“아, 그때 연회에서 봤던. 그래, 좋은 아이 같더구나.”
켄드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미리 말해줬어야 하는 건데, 미안하다, 아르센. 일 년에 한 번 모든 일족이 모여서 여는 축제가 있어. 신의 가호 아래에 더 많은 축복이 내리게 해 달라고 비는 행사지.”
켄드릭은 한참 동안 아르센에게 축제에 대해서 설명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너희도 같이 참여하게 될 거다.”
“진짜요?”
“진짜?”
우리는 동시에 같은 말을 내뱉고 서로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래, 아르센 너는 이제 정식으로 예크하르트의 후계자니까. 그리고 린시 너도, 예크하르트의 일원이니 축제에 참석할 의무가 있지. 다만, 축제 기간에는 조심해야 해. 모든 일족이 모이는 자리다 보니 위험한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켄드릭이 당부하듯 말했다.
“물론 예크하르트의 기사단이 축제 기간 내내 너희를 호위하겠지만……. 그래도 너희도 조심해야 한다. 특히 아르센, 너는 몸이 약하니까, 조금이라도 아프면 곧장 얘기하고.”
“으응, 알겠다고.”
“네, 꼭 조심할게요.”
켄드릭이 설핏 웃었다.
“먼저 신전에서 하는 행사에 참석해야겠지만……. 행사가 끝난 이후에는 축제 거리에서 놀아도 좋다. 단, 에단과 하녀들이 동행할 거야. 물론 기사단도.”
“그렇게나 많이요?”
“너희끼리 놀면 좋겠지만, 축제 때는 거리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말이다.”
나와 아르센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축제에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뻤으니까.
‘축제……. 어떤 분위기일까?’
게일은 거리의 사람들이 모두 춤을 추고 있다고 했는데.
정말로 모두 춤을 추면서 축제를 즐기는 걸까?
힐긋 아르센의 표정을 보니, 아르센 역시 축제를 상상하느라 여념이 없어 보였다.
“행사에 가면 또래 친구들도 많을 거다. 사자 일족의 수장, 라몬트의 딸이 너희와 동갑이야. 뱀 일족의 후계자도 일곱 살이라더군. 친구들이 꽤 있으니 행사를 진행하는 동안 심심하지는 않을 거다.”
“사자 일족의 여자아이…….”
나는 켄드릭의 말을 가만히 듣다가, 삽시간에 낯을 굳혔다.
‘그러면 게일도 오려나?’
신전에서 나를 억지로 끌고 가려고 했던 게일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내 낯이 어두워지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차린 켄드릭이 걱정 말라는 듯 생선 요리를 잘라 내 접시에 덜어 주며 말했다.
“라니에로도 당연히 참석하겠지만, 기사들이 붙어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에이든 경을 붙여 주마, 경이 너를 잘 호위할 거야.”
“네에, 감사합니다.”
“만일 네 이복오빠가 또 너를 데려가려고 하면 얘기해.”
“그럴게요. 감사해요, 켄드릭 님.”
나는 헤헤, 웃으며 요리를 덜어 주는 켄드릭을 올려다보았다.
‘걱정되는 건 많지만…….’
그래도 축제에 갈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발끝이 붕 뜬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