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62)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62화(62/187)
“그 애를 불러와.”
아서 라니에로가 서느런 목소리로 명령했다. 그의 부관, 체스터가 고개를 꾸벅 숙였다.
“예, 가주님.”
“당장 불러들여. 당장!”
아서가 주먹 쥔 손으로 원목 책상을 쾅! 내리쳤다.
그 옆에는 지금까지 보고받은 종이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예크하르트의 저택 안에는 아서 라니에로가 공들여 심어둔 첩자가 하나 있었다.
원래는 상황을 보고하는 데만 쓰려고 심어둔 것이었는데…….
‘안 되겠어.’
아서가 보고받은 서신들을 힘주어 구겼다. 서신들이 형편없이 구겨졌다. 손등에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다.
신전에서 예크하르트가 린시를 보호하는 것을 허락했으니, 이제 빼올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았다.
게다가 예크하르트는 일족들 중에서도 군사력이 강하고, 영토 근처의 경비가 삼엄하여 함부로 넘어들 수도 없었다. 그러니 예크하르트의 영토 안에 있는 린시를 강제로 납치해 올 수 없다.
남은 방법은.
‘린시가 예크하르트 영토에서 나왔을 때 빼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이 적기였다.
일 년에 한 번, 성역에서 열리는 축제 기간.
축제는 성역 안에서 진행되지만, 성역 안에서 머물 수는 없으니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은 밤이면 성역 근처의 여관이나 개인 저택으로 이동한다.
‘그때를 노려야만 해.’
그때를 제외하곤 방법이 없다. 이번 축제 기간을 놓치면 또 일 년을 기다려야만 했다.
아서 라니에로가 으득, 이를 갈았다.
린시 라니에로는 자신의 딸인데, 어째서 그 애를 다시 돌려받기 위해 이런 개고생을 해야 하는 건지.
‘예정대로 슈빌이 갔다면 좋았으련만.’
그랬다면 슈빌 저 골칫덩이도 치울 수 있었을 텐데.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끝내야 한다.’
아서의 원대한 계획을 위해서는 린시가 꼭 필요했다.
린시는 라니에로의 아이들 가운데서도 이능이 강한 축에 속했으므로.
게다가 아르센 예크하르트의 병도 계속해서 치유하고 있다고 하니…….
그렇게 놔둘 수 없었다.
그런 하찮은 곳에 함부로 이능을 사용하도록 놔둘 수 없다.
라니에로의 아이들은 오직 아서의 계획을 위해서만 이능을 사용해야 했으니까. 그러니.
라니에로의 아이들 중 하나도 내줄 수 없었다. 반면에…….
‘슈빌은 빨리 치워야 해.’
그 계획이 있기 전에 어서 치워야 한다. 아서가 쯧, 혀를 찼다.
“그러고 보니, 그 애의 동생은?”
예크하르트 저택에 다른 일족의 첩자를 심을 수는 없었다.
경비가 삼엄한 까닭에 들키지 않고 첩자를 심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래 일하던 사용인을 매수하면 되는 것 아닌가.’
예크하르트의 저택에서 일하던 사용인들 중, 아픈 동생을 가진 사용인이 있었다.
듣자 하니 병세가 심해, 성년이 되기 전에 죽을 것이라고 했다.
아서는 그 동생을 치료해 주는 대가로 그 사용인에게 라니에로의 수족이 될 것을 명령했다.
그는 한 치의 고민도 없이 아서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래서 현재 그의 동생은 라니에로에서 인질 삼아 데리고 있었다.
그러나 완전히 치료되면 그를 맘대로 다루지 못할 것이 염려되어.
‘숨만 붙여 놔.’
아서 라니에로는 자신의 아이들에게 그렇게 명령했다.
아서가 구긴 서신을 곱게 펴 챙기던 체스터가 고개를 들었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카락이 안경 옆으로 흘러내렸다.
“현재 라니에로의 별관에서 치료 중입니다. 게일 도련님께서 일주일에 한 번씩 들러 치료하고 계십니다.”
아서가 눈을 희번덕였다.
“완전히 치료한 건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도련님께서 적당히 조절 중이십니다. 한데, 도련님의 이능이 강해 점차…… 차도를 보이고 있기는 합니다.”
체스터가 곤란하다는 듯 낯을 살짝 찡그리며 말했다.
“차도가 보여서는 안 돼. 슈빌을 들여보내라.”
“슈빌 아가씨께서 이능을 사용하시면 죽을지도…….”
“죽지 않게 하면 될 것 아닌가? 게일과 함께 들여보내서 숨은 붙어 있게 해.”
아서가 단호하게 말했다.
체스터가 잠시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머뭇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명령 받듭니다.”
체스터가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아서는 혼자 남아 씨근덕대며 숨을 골랐다.
* * *
끼이익-.
고요한 적막에 휩싸여 있는 방 안, 느릿하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적막을 깼다.
“소피아.”
체스터가 느릿하게 부르자, 창밖을 보던 소녀가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아저씨, 오셨어요?”
소녀의 귀 위에서 갈색의 늑대 귀가 쫑긋거렸다.
힘없이 축 늘어진 꼬리가 슬쩍 흔들리고 있었다.
수인화를 풀 기력도, 유지할 기력도 없어 애매하게 수인화되어 있는 상태였다. 체스터가 한숨을 내쉬었다.
“왜 아직도 안 자고 있어.”
“오빠가 보고 싶어서요.”
소녀가 담담하게 말했다. 소녀가 라니에로 저택에 온 지도 벌써 일 년이었다.
아서 라니에로는 소녀의 오빠에게 소녀를 치료해 줄 것을 약속했지만, 일 년이 지나도 소녀는 나을 수 없었다.
아서가 소녀를 완전히 치료해 줄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소피아.
이제 고작 열네 살이 된 소녀였다.
또래 아이들처럼 웃는 것도 좋아하고, 달콤한 것도 좋아하고, 떠드는 것도 좋아하는.
그런데 이렇게 힘없이 침대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자면…….
체스터가 괜한 생각에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내일은 슈빌이 들어올 거야.”
“네.”
소녀는 고분고분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소녀는 슈빌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알지 못했다.
‘슈빌 아가씨의 이능은…….’
상대도 모르게 생명력을 빼내는 것이었으니까.
아서는 슈빌을 데리고 여러 차례 시도한 끝에, 그녀의 이능이 상대가 모르는 사이에 생명력을 빼내는 것임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소피아도 슈빌의 이능이 자신의 생명력을 갉아먹고 있다는 것은 모를 것이다.
그냥, 게일보다는 치유가 덜 되는구나 정도 생각하겠지.
거기까지 생각하니 입이 썼다.
체스터는 더 이상 소피아와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고서 방을 나섰다.
체스터의 가문은 대대로 라니에로 가의 직속 부관으로 일해 왔으니까.
알량한 동정심에 흔들려 라니에로를 배신할 수는 없다.
굳게 다물린 입에 힘이 들어갔다.
* * *
“축제 기간 동안은 될 수 있으면 이능을 사용하지 않도록 해.”
켄드릭이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입 안에 들어 있는 음식을 씹다 말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꿀꺽, 삼켜 넘긴 뒤 켄드릭에게 또박또박 물었다.
“하지만 제가 새 일족인 건 전부 알지 않을까요?”
“네 이능의 크기를 들키지 말란 얘기였어, 린시.”
켄드릭이 이능을 사용해 보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나는 망설임 없이 손바닥을 펼쳤다.
손금 위, 기름이 살짝 묻은 손바닥 위에 연둣빛 구체가 둥실 떠올랐다.
“말했지, 단언컨대 라니에로에서 이만한 이능을 가진 사람은 없을 거라고. 역대 라니에로의 핏줄을 모두 뒤져도 말이야.”
“네에.”
“그러니 네 이능이 얼마나 강한지 알게 되는 순간, 기를 쓰고 너를 데려가려고 할 거다.”
켄드릭이 이제 그만해도 된다는 듯 손을 휘저었다.
나는 손바닥 위에 있던 연둣빛 구체를 팡-, 터트렸다.
연두색 구체가 터지면서 반짝이는 빛들이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나는 저거 안 되는데…….”
아르센이 부럽다는 듯 중얼거렸다. 켄드릭은 들고 있던 나이프를 내려놓고 아르센의 머리를 꾹 눌렀다.
“너는 네 몸이 낫는 데 더 집중해야지. 너도 다 나으면 린시처럼 할 수 있을 거야.”
“응, 알겠어…….”
아르센이 축 처진 말투로 대답했다.
아마 아르센이 수인화가 가능했다면, 귀와 꼬리가 축 늘어졌을 것이 분명했다.
“거리 구경은 잘 했고?”
“네? 네에, 아! 말씀드릴 게 있어요. 이따가 서재로 찾아뵈어도 될까요?”
“서재? 왜 여기서 얘기하지 않고.”
켄드릭이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나는 주변에 서 있는 사용인들과 아르센의 눈치를 힐끔 살피고는 말을 이었다.
“조용히 말씀드리고 싶어서…….”
“그래, 저녁 식사 끝나고 서재로 와, 린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켄드릭이 순순히 답했다. 나는 헤헤,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에,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제 기간 동안은 성역 밖에 있는 저택에서 머무를 거다.”
켄드릭은 성역의 근처에 있는 숲 속에, 예크하르트의 저택이 한 채 더 있다고 했다.
일 년에 한 번 사용하지만 늘 사용인들이 상주하며 관리를 하고 있다고도 말해주었다.
“저택 안에는 냇가가 있으니 원한다면 사냥 연습도 할 수 있어.”
“……사냥이요?”
“그래, 라니에로에서는 물고기 사냥 같은 것은 안 가르치나?”
켄드릭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고기…… 사냥? 물고기는 낚시로 잡는 거잖아.’
내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눈을 깜빡거리자, 켄드릭이 말했다.
“이참에 아르센이랑 같이 배우면 되겠군. 아르센도 몸이 약해 그동안은 배우지 못했거든.”
나는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아르센의 볼에 발갛게 홍조가 돌고 있었다.
모종의 이유로 아르센의 병과 내 이능이 상성이 맞지 않아 늘 완전히는 치료해 줄 수 없었지만…….
‘그래도 차도는 있으니 다행이야.’
이대로라면 아르센을 완전히 치료할 수 있을 거라고 나는 믿었다.
그러니까.
‘더 열심히 치료해 줘야지.’
나는 내 맞은편에서 포크를 들고 열심히 밥을 먹는 아르센을 보며 굳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