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6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63화(63/187)
나는 켄드릭에게 오늘 있었던 일을 상세히 보고했다.
정체 모를 검은 후드를 쓴 사람이 노려보고 있었다는 것부터, 그 사람이 에스테르와 비슷한 검은 기류를 갖고 있었다는 것까지.
그리고 그 기류가 제과점의 창문을 뒤덮었는데, 에단과 아르센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는 얘기도.
켄드릭은 내 말을 전해 듣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네게 금제 얘기를 듣고 나서 알아보곤 있는데 진척이 없는 상태란다. 글레네? 그 애는 사라졌고…… 에스테르 역시 실종되었으니…….”
“에스테르가 사라져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에스테르가 사라졌다니…….’
저번 저택에서 보았을 때부터 상태가 이상하긴 했는데, 그래서 사라진 걸까? 아니면 혹시…….
‘그 기류가…… 잡아먹은 건 아니겠지.’
에스테르는 저번에 보았을 때, 기류를 통제한다기보단 기류가 에스테르의 몸에 기생하고 있는 느낌이었으니 말이다.
켄드릭이 잘 정돈된 머리칼을 느리게 쓸어 올리며 대답했다.
“그래, 에스테르가 사라졌어. 그래서 나는 네 금제가 풀린 이유가, 그가 죽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다. 물론 에스테르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나는 핫초코를 홀짝이다 말고 잔을 내려놓은 채 침을 꿀꺽 삼켰다.
“아무튼 네가 보았다는 검은 후드를 쓴 사람에 관해서도 알아보지. 네 호위도 더 늘려야겠군.”
“네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이 내 머리 위에 손을 턱 얹었다.
“축제도 가기 싫으면 안 가도 된다. 편하게 얘기해. 무엇보다도 네 안전이 제일 우선이니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밖에 안 나가는 게 제일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지금 벌어진 일련의 상황들로 인해 나는 조금 지친 상태였다.
물론 내가 본 검은 기류가 착각이거나, 환영일 가능성도 존재했다.
‘하지만 두 번이나 봤는걸.’
게다가 첫 번째 기류를 보았을 땐, 아르센이 발작을 일으켰다.
마치 그 기류에 반응이라도 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나는 내가 보았던 검은 기류가 환영일 리 없다고 믿었다.
그런 상황에서…….
‘축제…….’
켄드릭은 얼마 전, 정식으로 아르센이 후계자임을 인정하고, 나를 예크하르트의 일원이자 아르센의 약혼자로 공표하는 연회를 열었다.
그리고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축제에는, 가주뿐만 아니라 가주의 후계자, 배우자가 있으면 그 배우자까지 참석하는 것이 관습이었다.
그러니,
‘내가 가지 않으면 그림이 우스워질 거야.’
안 그래도 나를 싫어하는 몇몇 늑대 일족은 나를 비웃겠지.
그건 싫었다. 게다가…….
‘축제, 가보고 싶어…….’
나는 전생에 바깥에 나가 본 적이 없었고, 이번 생에도 극히 드물었다.
그러니 축제에도 꼭 가 보고 싶었다. 만일 예크하르트에서 쫓겨나게 되면 내년엔 못 갈 테니까.
나는 켄드릭을 올려다보았다.
“지켜 주실 거지요……? 축제에서…….”
내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묻자, 켄드릭이 웃으며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물론, 그리고 네 곁에 늘 예크하르트의 호위기사들이 있을 거다. 걱정 말고 무슨 일이 있으면 크게 소리쳐.”
“네, 꼭 그럴게요.”
“피리를 하나 사 주는 게 나으려나. 위험할 때 불라고. 그것도 나쁘지 않겠군.”
나는 켄드릭의 말을 듣곤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 * *
축제날은 빠르게 다가왔다.
우리는 전날 오후에 저택에서 출발해, 성역 근처에 있는 저택에서 하룻밤 묵는다고 했다.
“베티도 같이 가는 거지?”
“물론이지요, 에단 님도 같이 가신답니다. 아가씨를 위해 익숙한 사용인들이 동행하기로 했어요.”
베티가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리고 이것 좀 보세요, 아가씨.”
그녀는 작은 상자 안에서 조그만 신발을 꺼냈다.
가운데에 꽃 장식과 커다란 진주가 달린 예쁜 구두였다.
“으응?”
“가주님께서 선물해 주신 거랍니다. 예쁘지요?”
베티가 환하게 웃었다.
나는 뚫어져라 구두를 바라보다가, 이내 구두가 든 상자를 품에 안고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정말 예뻐!”
“새로 맞춘 축제용 드레스와 정말 잘 어울릴 거예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세리나는 역시나 이번에도 일주일 만에 드레스를 완성시켜 주었다.
아르센의 예복은 아직 보지 못했지만…….
내 드레스는 아르센의 상징인 파란 리본과 잘 어울리는 하늘색 원단이 겹겹이 겹쳐져 있는 형태였다.
“그럼 이제 옷을 갈아입으셔야지요. 조금 있으면 출발할 시간이에요.”
베티가 재촉하듯 말했다. 나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손쉽게 내 잠옷을 벗겨내곤, 외출용 드레스를 입혀 주었다.
얇은 연분홍색 드레스였다.
“일단 저택으로 가실 거니까, 머리는 편하게 묶어 드릴게요.”
“으응, 고마워.”
베티는 내 머리를 높게 올려 하나로 묶어 늘어뜨렸다. 그리고 분홍색 리본으로 머리를 고정했다.
그녀는 제법 만족스러운 듯 나를 바라보곤 온화하게 웃었다.
“자아, 다 되었어요, 장담컨대 축제에서 아가씨가 가장 예쁘고 귀여우실 거예요.”
베티가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부끄러운 마음에 괜히 낯을 붉히며 대답했다.
“아닌데……. 나보다 예쁜 애들이 더 많을걸.”
이복오빠 게일은 늘 내 얼굴을 보고 못생겼다며 비난하곤 했으니까.
나보고 예쁘다고 말해주는 이들은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뿐이었다.
베티가 누가 그런 헛소리를 하느냐며 눈을 부릅떴다.
나는 베티를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야 했다.
“맞아, 내가 제일 귀여워…….”
“그럼요, 그럼요. 우리 아가씨보고 안 귀엽다고 하는 놈은 눈알을 파내 버려야……. 앗차, 죄송해요.”
“으응, 베티…….”
나는 베티의 과격한 언사를 가만히 듣다가 슬쩍 물었다.
“출발하려면 얼마나 남았어?”
“한 시간 정도 남았어요. 들르실 곳이라도 있으세요?”
“헥터한테 인사를 하고 싶어.”
축제 기간은 일주일이었다.
수인들은 일주일 동안 성역에 모여 머무르면서 축제를 즐긴다고 했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성역 근처의 저택에, 일주일간 머무르기로 계획되어 있었다. 그러니.
“그동안 헥터를 못 볼 거 아니야.”
나는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
길버트는 한사코 만류했지만, 나는 늘 헥터의 여물을 직접 주고 싶어 마구간을 들락거렸다.
품 한가득 여물이 될 짚을 안고서 헥터의 먹이통에 가득 넣어 주는 것이 일과였다.
헥터도 내가 가면 기분이 좋은지 눈을 깜빡이곤 했다.
“그러니까 인사하고 올래.”
“네, 옷이 더러워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아가씨. 아셨지요?”
베티가 나를 붙잡고 단단히 이야기했다.
나는 슬금슬금 눈치를 살피며 대답했다.
“자신 없는데…….”
“……아가씨?”
“으응, 노력해볼게, 베티.”
나는 베티가 내가 헥터에게 갈 수 없도록 막기 전에 후다닥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헥터가 있는 마구간으로 향했다.
마구간 안에는 말들이 한 마리도 없었다. 아마 밖으로 내보내는 시간인 모양이었다.
나는 텅 빈 마구간을 지나, 마구간 옆에 붙어 있는 초지로 향했다.
그리고.
“헥터-!”
크게 부르자, 어디선가 헥터가 뛰어와 내게 거대한 주둥이를 가져다 댔다.
나는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커다란 헥터의 머리를 안아 주었다.
“으하, 헥터! 간지러워~.”
요 며칠 아르센과 함께 계속 마구간에 들러 놀아 주었더니, 헥터는 내가 오는 시간만 되면 고개를 쭉 내밀고 나를 기다리고 있곤 했다.
그런 헥터가 마음에 걸려 나는 헥터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있지, 나 이제 일주일 동안 안 와. 그러니까 집 잘 보구. 응? 길버트 아저씨 말 잘 듣구…….”
“히이힝-!”
헥터가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라도 하는 듯 뒷발로 땅을 박찼다.
“떼써두 안 돼. 축제에 가는 거란 말이야. 대신 올 때 네 선물도 사 올게. 사 올 수 있으면…….”
나는 헥터의 콧잔등에 뽀뽀를 해 주곤, 드레스가 더러워지기 전에 몸을 물렸다.
헥터를 끌어안긴 했지만, 다행히 드레스가 많이 더러워지진 않았다.
나는 툭툭 털어내며, 다시 베티에게로 돌아가려고 걸음을 옮겼다.
그때.
“아킴? 왜 거기서 나와?”
나는 지하실 쪽에서 나오는 아킴과 딱 맞닥뜨렸다.
“……하하, 아가씨셨군요. 지하실에 식자재를 가지러 잠시 다녀왔습니다. 아가씨는 어딜 다녀오세요?”
아킴이 태연하게 웃으며 나를 맞이했다. 나는 고개를 느리게 끄덕였다.
“으응, 그렇구나. 나는 헥터한테 다녀왔어. 이제 일주일간 못 볼 테니까……. 있잖아, 아킴도 이번에 같이 가?”
“저요? 물론이죠. 제가 아니면 누가 갑니까! 가서도 제가 맛있는 디저트를 잔뜩 만들어 드릴게요.”
아킴이 웃으며 두 팔을 넓게 벌리는 시늉을 했다. 그런데 어딘가 조금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나는 살짝 고개를 갸웃했다가, 이내 마주 웃었다.
“으응, 기대할게.”
베티는 내가 돌아오자마자 날카로운 시선으로 내 드레스를 확인했다.
그리고 드레스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곤 나를 켄드릭에게 데려다 주었다.
“가주님, 아가씨께서 오셨습니다.”
옷매무새를 정리하던 켄드릭이 힐긋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린시, 예쁘구나.”
“감사해요, 켄드릭 님. 선물해 주신 신발두 너무 예뻐요.”
“더 일찍 주려고 했는데, 늦어 버렸군. 마음에 든다니 다행이다. 자, 가자.”
켄드릭이 옷매무새 정돈을 끝낸 뒤, 내 손을 잡았다.
문 밖에는 어느샌가 아르센도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아르센은 불편하다는 듯 넥타이를 잡아당기다가, 켄드릭을 보곤 손을 내렸다.
“불편해도 좀 참아.”
켄드릭이 아르센의 넥타이를 조금 느슨하게 풀어 주었다. 그리고 우리 손을 맞잡고 마차로 향했다.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이 저택 입구에 두 줄로 쭉 서서 우리를 배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