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64)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64화(64/187)
“한숨 자고 있어, 금방 도착할 거다.”
켄드릭이 내 뒤에 있는 쿠션을 까딱, 턱짓하며 말했다.
가는 도중 혹시 불편할까 봐, 하녀들이 챙겨 넣어준 것이었다.
“네에.”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곤, 아르센을 힐긋 바라보았다.
아르센은 이미 옆으로 누워 자고 있었다.
나는 아르센이 깨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자리에 앉은 채로 가볍게 발을 굴렀다.
펑-!
연두빛 연기가 마차 안에 뭉게뭉게 피어올랐다가, 이내 순식간에 흩어졌다.
나는 조그만 새 모습으로 변해 쿠션 위에 폴짝 올라앉았다.
“그 모습으로 자는 게 편해?”
켄드릭이 물었다.
“삐이이!”
당연하죠!
마차는 넓었지만, 두 명이나 누워서 잘 정도로 넓지는 않았다.
‘아니 가능하긴 하겠지만…….’
나까지 누우면 아르센이 불편해서 깰지도 몰랐다.
게다가.
‘나는 이게 더 편한걸.’
나는 부리로 열심히 쿠션 안에 들어있는 솜을 정돈해 내가 앉을 만한 자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삐잇!”
됐다.
쿠션 안에 둥지를 틀듯 앉아, 등에 폭 고개를 파묻었다.
그런데.
‘……오잉?’
내가 고개를 파묻은 자리에, 조그만 붉은색 깃털이 뾱 나와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러다 켄드릭과 눈이 딱 마주쳤다.
“무슨 문제 있나?”
“삐이이……!”
(없어요……!)
나는 문제없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날개를 활짝 펼쳐 흔들어 보였다.
덕분에 더 부자연스러운 모양새가 되었지만 말이다.
그러나 다행히 켄드릭은 금방 내게서 시선을 돌려 창밖을 바라보았다.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다행이다.
붉은 깃털이 난 자리는 등 안쪽이었기 때문에, 다행히 내가 굳이 털을 부풀리지 않는 이상 잘 보이지 않을 터였다.
나는 잠을 청하려고 헤집어 두었던 등 쪽의 깃털을 정리해 붉은 깃털을 조심스럽게 가렸다.
‘여기서 뽑을 수는 없으니까…….’
여기서 뽑으면 붉은 깃털을 처리할 곳이 없었다.
켄드릭에게 들키기라도 하면 붉은 깃털이 어디서 났는지 실토해야 하는데…….
나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건 싫어.’
그러니까 조금만 참았다가 저택에 가서 뽑자.
나는 내 털에 고개를 폭 묻고 자는 것 대신, 쿠션에 벌러덩 누워 자는 쪽을 선택했다.
내가 쿠션에 눕자, 켄드릭의 입가에 흐릿한 미소가 걸렸다가 이내 사라졌다.
“삐이?”
“아니다, 어서 자.”
켄드릭이 주머니에서 깔끔한 손수건을 하나 꺼내 내 위에 이불처럼 덮어 주었다.
내가 처음 예크하르트 저택에 오던 그날처럼.
“삐이…….”
나는 켄드릭이 덮어 준 손수건 안에서 몸을 뒤척이다가 이내 눈을 감았다.
* * *
“도착했다. 일어나야지, 다들.”
나는 나를 톡톡 건드리는 손길에 느리게 눈을 떴다.
“삐이……?”
“도착했어. 저택에 가서 자라, 아르센. 아르센?”
켄드릭이 아르센의 몸을 약하게 흔들어 가며 깨웠다.
일어나기 싫다는 듯 투정을 부리던 아르센이 느리게 몸을 일으켰다.
“린시, 피곤하면 그 상태로 있어도 돼.”
“삐이…….”
나는 느리게 고개를 내젓곤, 이내 수인화를 풀었다.
이 저택에는 처음 머무르는 건데, 수인화한 상태로 졸면서 안겨 들어갈 수는 없으니까.
펑-!
자면서 털이 눌린 탓에 머리가 조금 부스스했다. 켄드릭이 서툰 손길로 내 머리카락을 쓸어 주었다.
“일어났으면 가자.”
“네에…….”
나는 켄드릭의 손을 꼭 붙잡곤 마차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뒤이어 아르센이 마차에서 내리다 잠시 휘청했다. 나는 아르센의 팔을 꼭 잡아주었다.
“조심해야지, 바부야.”
“졸려서……. 졸려서 그런 거거든.”
나는 아르센과 투닥거리며 켄드릭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예크하르트의 저택을 바라보았다.
햇살이 눈부셔서 눈을 살짝 찡그린 탓에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엄청 크다.’
그거 하나는 알 수 있었다.
거의 쓰지 않는 곳이라길래, 조금 작은 저택 정도를 상상했는데.
거의 예크하르트의 본 저택만큼 큰 듯했다.
“지인짜 크네…….”
중얼거리자 옆에서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맞다, 너두 안 와봤다구 했지.”
아르센은 나를 만나기 전까지는 저택 안에서만 살았기 때문에, 아르센도 이 저택에 오는 건 처음이었다.
“응, 나도 처음 봐…….”
아르센이 몽롱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입구에서부터 사용인들이 나란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어서 오십시오, 가주님.”
켄드릭과 아르센, 그리고 내가 저택에 발을 들이자, 사용인들이 차분하게 인사하며 고개를 숙였다.
“어서 오십시오, 가주님. 그리고 도련님, 아가씨.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제2저택의 집사, 조슈아라고 합니다.”
“으응, 안녕하세요.”
“……안녕.”
“예, 모실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머무르시는 동안 불편함 없이 모시겠습니다. 혹여 시키실 것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 주세요.”
나와 아르센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에단 님께서는 늦게 오십니까?”
“곧 도착할 거다. 우리가 출발한 뒤 바로 출발하라고 명령했으니 말이야. 그나저나, 애들이 피곤해 보이니 방부터 안내해라. 나는 잠시 외출할 곳이 있어.”
“예, 가주님.”
“어디 가세요?”
“잠시 만날 사람이 있어서. 쉬고 있으면 금방 오마.”
켄드릭이 나와 아르센의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어주곤 저택을 나섰다.
“이쪽입니다. 도련님, 아가씨.”
조슈아가 직접 2층에 마련된 방으로 안내해 주었다.
“우선, 도련님의 방은 이쪽…….”
“나 린시 방에서 같이 놀래…….”
아르센이 졸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조슈아가 다정하게 되물었다.
“아가씨 방에서요?”
“응, 린시 방에서 같이 놀래……. 린시 방으로 가자.”
“그으래, 내 방에 같이 있자.”
조슈아는 우리 둘의 대화를 가만히 듣더니, 옆방의 문을 열어 주었다.
“아가씨 방은 이쪽입니다. 불편하신 점이 있다면 언제든 말해주세요.”
문이 열리고, 온통 분홍색으로 도배된 예쁜 방이 눈에 들어왔다.
폭신폭신해 보이는 침대도, 벽지도 온통 연분홍색이었다.
발밑에 깔린 양털 러그와 침대 옆의 협탁, 그리고 티 테이블 정도만 예외였다.
“으응, 감사합니다. 방이 정말 예뻐요……!”
“이제 축제 기간마다 여기서 머무르게 되실 테니까요. 가주님께서 신경 써서 꾸미라 이르셨습니다.”
조슈아가 싱긋 웃고는 푹 쉬라는 말과 함께 방을 나섰다.
나와 아르센은 먼저 폭신한 침대에 드러누웠다.
“으아……. 잠 와, 아르센.”
“나두…….”
햇볕이 따스하게 들어오는 탓일까, 몸이 노곤노곤해서 자꾸만 졸음이 쏟아졌다.
“이대로 좀 잘까…….”
“그으럼, 손잡고 자자.”
나는 눈을 반짝이며 몸을 반쯤 일으켜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아르센이 낯을 붉히며 질겁했다.
“뭐? 왜? 싫어!”
“이유도 안 들어보구 무작정 싫다구 그래.”
나는 툴툴거리며 아르센의 어깨를 잡아 앉혀 놓고 말했다.
“들어 봐, 네가 병세가 심해졌을 땐 내가 치료할 수 없잖아.”
“응.”
“평소에도 치료하려면 힘들구……. 그러니까 손을 잡구 자자는 거지.”
“그거랑 손잡고 자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아이 참, 전에 헤른 선생님이 이능은 사용하지 않아도 언제나 몸 주위에 흐르고 있다고 하셨단 말이야. 내가 너를 제대로 치료하지 않아도 네가 차도를 보이는 게 그런 이유라구.”
나는 헤른 선생님이 해 주었던 이야기를 더듬더듬 짚어 가며 얘기했다.
저택을 떠나기 전.
“이제 가십니까, 아가씨?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헤른 선생님은 같이 안 가요?”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헤른 선생님이 멋쩍은 듯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아직 조사가 덜 끝나서요. 저 말고 다른 의사가 동행할 겁니다. 그리고……. 말씀드릴 게 있는데요.”
“으응, 뭔데요?”
“요즘 아가씨의 이능이 안정되면서, 이능이 몸 주위에 꾸준히 흐르고 있는데, 좋은 징조입니다. 그간 아가씨께서 치료하지 않으셨는데도 도련님이 차도를 보이셨던 게, 아마 그것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헤른 선생님은 그렇게 말하곤, 나보고 아르센과 자주 붙어있을 것을 당부했다.
“그-러니까!”
“……그러니까, 같이 자자고?”
“으응, 그거지. 손잡고 자자. 켄드릭 님한테 말씀드리면 허락해 주실걸.”
나는 아르센의 눈치를 살폈다.
물론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한방에서 자는 일은 드물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우리는 일곱 살이구.”
물론 내 정신은 열두 살이지만…….
게다가 약혼한 사이고, 곧 결혼도 할 테니까 괜찮지 않을까?
내 말에 아르센이 당황한 듯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어때?”
“……그러든가, 그럼.”
나는 아르센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러자, 처음 아르센의 손을 잡았을 때가 자연히 떠올랐다.
‘그때는 잡지 말라구 성질 부렸었는데.’
이제 정말로 많이 친해진 것 같아 괜히 웃음이 났다.
‘빨리 나았으면 좋겠다, 아르센이.’
그러면 더 많은 걸 같이 할 수 있을 텐데.
나는 갑자기 든 생각에 내가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전에는 쫓겨나기 싫어서 아르센을 서둘러 치료해 주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예크하르트에서 과분한 사랑을 넘치게 받다 보니 쫓겨나는 것에 대한 걱정이 조금 사라진 듯했다.
나는 그것이 만족스러워 눈을 감은 아르센의 낯을 한참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