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65)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65화(65/187)
“성물은 잘 들고 왔나?”
“라몬트.”
켄드릭이 익숙한 낯을 보곤 고개를 들어 설핏 웃었다.
“애들은 데리고 왔어? 자네가 쓸데없는 말을 해서 레온이 날 어찌나 귀찮게 하던지……. 친구를 만들겠다고 난리야. 알잖아, 다른 애들은 레온이랑 안 노는 거.”
라몬트가 곤란하다는 듯 말했다.
라몬트의 딸, 레오나 페르난도는 올해 일곱 살이었다.
그러나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오빠들보다 더 체력이 좋고 장난기가 많아 다른 일족 수장의 아이들은 레오나와 노는 것을 기피했다.
‘제 오빠들보다 더 체력이 좋을 줄은 몰랐는데.’
레오나의 두 오빠, 아슬란과 테오발트는 올해 각각 열다섯 살, 열네 살로 현재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었다.
아슬란과 테오발트 모두 페르난도 가문의 아이답게 다른 일족의 아이들보다 체력이 뛰어나고 힘이 강했다.
그런데 레오나는 두 오빠들보다도 체력이 뛰어나고 힘이 강하니.
‘피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지.’
라몬트가 느릿하게 인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가 안 맞는 것도 있었다.
레오나와 아르센, 그리고 뱀 일족의 후계자 카인을 제외하면 전부 아카데미에 다니고 있었으니까.
그러니 레오나가 친구 얘기에 눈을 반짝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사자 일족에는 친구가 없나?”
“사자 일족 애들이랑은 수준이 안 맞아서 못 놀겠다는군. 자기도 사자인 건 생각도 안 하고 말이야…….”
커서 뭐가 될는지. 라몬트가 끌끌, 혀를 찼다.
“자네 어릴 때랑 꼭 닮은 애를 두고 뭘.”
“나 어릴 땐 저 정돈 아니었지. 벌써부터 첫 수인화가 두려울 지경이다. 쟤 오빠들은 첫 수인화 때 저택 1층 창문 전체를 해먹었는데…… 레온은 저택 전체를 해먹을 것 같아.”
라몬트의 낯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 모습을 본 켄드릭이 낮게 웃었다.
“책임져야지. 네 핏줄이 전부 그런 성정인 것을 어쩌겠나. 그리고 성물은 물론 들고 왔지. 예크하르트의 기사단이 3중으로 호위하고 있어.”
“성물에 문제는 없고?”
“라몬트, 그 얘긴 하지 않기로 하지 않았나?”
켄드릭이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 으르렁거렸다.
칠 년 전.
늑대 일족의 수장 가문, 예크하르트가 보관하고 있는 성물에 문제가 생겼던 적이 있었다.
아르센이 태어나던 바로 그날.
아르센이 출생하는 것과 동시에, 예크하르트가 보관하고 있는 푸른빛의 사파이어가 검게 물들었다.
동시에 켄드릭의 부인이자 아르센의 엄마, 아이린 예크하르트가 사망했다.
켄드릭은 이 일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기로 했다.
그래서 켄드릭은 언령으로 그날 성물을 지키던 기사들의 입을 틀어막고 그 일을 묻었다.
물론 성물을 수습해야 하니, 몇몇 이들에게는 말할 수밖에 없었다.
교황과 당시의 대신관, 몇몇 신관들, 그리고 친구이자 사자 일족의 수장인 라몬트까지.
그들을 제외하고는 칠 년 전, 그 일을 아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만일 그 일이 알려졌다면…….’
아르센은 예크하르트의 후계자가 되지 못했을 테니까.
안 그래도 저주를 안고 허약하게 태어나 아르센을 후계자로 삼는 것을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서 아르센의 후계자 임명을 지금까지 미뤄 온 것이었다.
그런데 만약 아르센의 병이 저주라는 것을, 그리고 아르센의 탄생과 함께 성물이 저주받았다는 것을 늑대 일족이 알기라도 했다면…….
‘아르센의 존재 자체가 부정당했겠지.’
다행히 성물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후에도 성물이 까맣게 변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라몬트는 종종 이렇게 성물은 무사하냐며 물어 오곤 했다.
그것이 자신을 놀리려는 의도 없이 순전히 걱정뿐인 질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켄드릭은 늘 날카롭게 반응했다.
그도 그럴 것이, 칠 년 전 그 일은 켄드릭에겐 깊은 트라우마나 다름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랬지, 참. 미안하네. 그나저나 어차피 내일이면 만날 텐데 오늘 갑자기 왜 찾아왔나?”
라몬트가 빠르게 화제를 전환했다.
“별 건 아니고, 저번에 부탁한 거 말이야. 알아보기로 했잖나. 예크하르트의 기사들이 조사하곤 있는데…… 수확이 없어서.”
“금제? 켄드릭, 이단은 십수 년 전에 절멸했어. 자네 아버지가 절멸시키지 않았나. 그런데 무슨…….”
“알아봤다는 거야, 말았다는 거야.”
켄드릭이 고아한 말투는 내던진 채 미간을 좁히며 짜증스럽게 물었다.
“알아봤지, 그런데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어. 내 생각엔 그냥 아기새가 잘못 본 것이 아닐까 싶은데…….”
“금제를 잘못 볼 수도 있나?”
“금제가 무엇인지 잘 모르니 아무거나 금제라고 얘기할 순 있겠지.”
라몬트가 단호하게 말했다. 켄드릭이 쯧, 혀를 차며 몸을 일으켰다.
“역시나 아는 거 없으면 됐다. 도움이 안 되는군. 내일 축제 때 보지.”
“그래, 네 아들은 꼭 칠 년 만에 보겠군. 많이 컸나?”
아들 얘기에 안광이 없던 켄드릭의 눈에 잠시 빛이 서렸다.
“많이 크긴 뭘, 아직도 작아. 린시도.”
“린시? 아, 그 아기새 말이지. 라니에로의 애들은 원체 다 작잖아. 많이 먹여야겠군, 켄드릭.”
라몬트가 껄껄 웃었다. 켄드릭은 픽 웃곤 라몬트의 집무실을 나섰다.
내일부터 시작되는 축제 준비로 사자 일족의 저택도 분주했다. 켄드릭은 바쁘게 움직이는 사용인들을 힐긋 바라보곤 인사를 건넸다.
“내일 보지.”
“그래, 들어가고.”
* * *
아가씨-!”
“베티!”
나는 베티를 보자마자 후다닥 달려가 품에 폭 안겼다.
“아이구, 주무셨어요? 얼굴이 퉁퉁 부으셨네…….”
“응? 으응……. 아르센이랑 잤어.”
나는 베티의 치맛자락에 볼을 붙이고 뭉그적댔다.
“오늘 일찍 주무셔야 할 텐데 큰일이네……. 밤에 못 주무시면 안 돼요. 내일 축제에 가셔야 하잖아요.”
베티가 자연스럽게 나를 달랬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으응, 그래야지…….”
“맞다, 아가씨. 앤시아 양의 이름으로 편지가 왔던데요?”
“앤시아?”
허억, 맞다.
나는 헙, 숨을 들이마셨다.
‘앤시아에게 축제에 간다는 얘기를 안 했구나!’
그동안 축제 준비로 바쁘고 정신이 없어서 잠시 잊고 있었다.
앤시아가 축제에 가면 같이 놀자고 했는데.
‘내 정신 좀 봐.’
벌써 두 번이나 까먹다니.
앤시아가 이제 나를 싫어하게 되는 거 아닐까?
나는 덜컥 겁이 나 베티의 치맛자락을 꼭 쥐고 그녀를 올려다보며 물었다.
“편지 어디에 있어? 으응?”
“제가 가지고 있어요. 여기요.”
베티가 앞주머니에서 자연스럽게 편지를 꺼내 내게 넘겼다.
나는 그 자리에서 밀랍으로 봉해져 있는 봉투를 뜯고 편지를 열었다.
[린시 님께.린시 님 저는 축제가 시작되는 당일에 하라버지와 함께 축제에 가기로 했어요.
부농색
분홍색 드레스를 입었어요. 린시 님은요? 하라버지가 린시 님은 행사 때문에 바쁘다고 했어요. 행사가 끝나면 저랑 같이 놀아요. 이만 줄일게요. 린시 님. 또 뵈어요.
앤시아 트리스탄.]
여덟 살이라 그런지, 아직 맞춤법이 부정확하고 글씨가 삐뚤빼뚤했다.
나는 순식간에 앤시아의 편지를 휙 읽어내리곤 베티에게 물었다.
“앤시아가 행사 끝나구 같이 놀자는데, 같이 놀아두 돼?”
“가주님께 여쭤보셔야 할 텐데……. 아마 되지 않을까요?”
베티가 웃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 님한테 물어봐야겠다.’
저번에 들었을 때, 행사는 첫날 오전 동안 진행한다고 했다.
오전에 신의 축복을 받은 일족들의 수장들이 한자리에 모여 보관하고 있던 성물을 꺼내고 성물의 안위를 확인함으로써 축제의 막을 올린다고.
물론 각 일족의 이능으로 두꺼운 결계를 치기 때문에 중간에 성물을 뺏길 염려는 없다고 했다.
‘엄청 멋있다구 했는데.’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그 행사가 오전 중에 끝난다고 했으니 아마 오후에는 앤시아를 만날 수 있을 터였다.
“저택 구경은 하셨어요? 이제 일주일 동안 머무르셔야 하는데, 불편한 점은 없으시고요?”
“으응, 없어. 정말 편해. 사용인들도 친절하구…….”
나는 생글생글 웃으며 이쪽을 보고 있는 하녀들을 힐끔 돌아보았다.
“그리구 방도 예쁘고 편해. 저택 안에 호수가 있다고 하셨는데, 아직 못 가봤어.”
“곧 가보실 수 있을 거예요.”
베티가 웃으며 내 손을 꼭 잡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된다, 축제.’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배 속에 나비들이 날아다니고 있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왠지 오늘은 설레어서 잠을 잘 못 잘 것 같은 기분이 문득 들었다.
* * *
“아가씨~, 팔 들어 주세요.”
베티는 손쉽게 내게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드레스는 어린아이용 드레스답게 길이가 길지 않아 끄트머리의 레이스가 정강이께에 닿았다.
그리고 에단이 요청했던 대로, 등 뒤도 파여 있지 않았다.
나는 연하늘색의 예쁜 드레스를 만지작거리며 생각했다.
‘날개가 나오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놀라서 수인화를 조절하지 못하거나, 이능을 엄청나게 많이 쓰는 일만 없다면 날개를 꺼낼 일은 없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베티가 내 머리를 진한 파랑색의 리본으로 예쁘게 묶어주었다.
그리고 나머지 머리는 예쁘게 늘어트려 꼼꼼하게 빗질해준 뒤, 머리에 파란색 꽃도 달아 주었다.
“아가씨, 정말 예뻐요. 오늘 축제에 아가씨보다 예쁘고 귀여운 사람은 없을 거예요!”
베티가 환하게 웃으며 내 앞에 거울을 가져다 대 주었다.
나는 거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처음에 왔을 때와 다르게 양 볼에는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었고, 발그스름하게 홍조가 돌았다.
확실히 처음 왔을 때보다는 나은 모양새였다.
“으응, 고마워, 베티……. 나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무슨 말씀이세요. 아가씨, 정말이에요. 저를 못 믿으세요? 우리 아가씨께선 자라면 더 어여뻐지실 거예요. 이 곱고 예쁜 밀색 머리카락 좀 보세요.”
베티가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나는 베티의 말에 뜨끔하여 괜히 고개를 푹 숙였다.
“으응……. 밀색 머리카락…….”
그리고 차마 성년이 될 즈음이면 밀색 머리카락은 없을 거라고 말할 수 없어 우물거리기만 했다.
“자아, 준비 다 되셨으면 가실까요? 가주님과 도련님은 아까 준비 다 하셨다고 들었어요.”
“기다리구 계신대?”
“네, 밑에서 기다리고 계세요.”
베티가 웃으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