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67)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67화(67/187)
“으응?”
나는 당황한 채 레오나를 바라보았다. 레오나는 눈을 잔뜩 반짝이며 조르듯 물었다.
“안 돼? 제발~.”
“오늘 처음 만난 거면서 뭘 그렇게 강요해? 예의 없긴…….”
“넌 조용히 해, 카인 헤제스. 너한테 얘기하는 거 아니니까.”
레오나와 카인이 나를 사이에 두고 으르렁거렸다.
레오나의 목울대에서 정말로 사자가 으르렁거리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와서, 나는 살짝 몸을 움찔했다.
“그게…….”
수인화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카인과 레오나처럼 맹수 수인인 애들 앞에서 수인화하는 것은 조금 부담스러웠다.
내가 곤란해하자, 아르센이 레오나의 손을 탁 쳐냈다.
“린시 괴롭히지 마, 바보야.”
“괴롭히는 거 아니야! 부탁하는 거라고! 정말이야!”
레오나가 억울하다는 듯이 해명했다.
나는 아르센과 레오나가 또 으르렁거리는 것을 곤란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으음……. 어쩌지…….’
다행히도 레오나는 더 이상 내게 부탁하는 것을 그만두었다.
대신 시무룩한 모습으로 자리에 앉았다. 나는 레오나를 힐긋 바라보았다.
‘서운한 걸까?’
레오나가 시무룩한 모습으로 축 처져 있어 마음이 쓰였다.
그러나 지금은 레오나의 부탁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각 일족의 후계자들이 한 명씩 들어와 자리했기 때문이다.
여우 일족, 곰 일족, 양 일족과 개 일족 등등 축복받은 일족의 후계자들이 방 안으로 들어왔다.
대부분은 우리보다 훨씬 컸다. 열댓 살은 넘어 보였고, 만나자마자 자신들끼리 열띠게 대화를 나누었다.
물론 아직 일곱 살인 우리가 낄 자리는 없었다.
‘……게일도 오겠지?’
나는 아직 열리지 않은 문 쪽을 힐긋 바라보았다.
게일도 분명히 축제에 올 터였다. 새 일족의 후계자니까.
‘……게일이 또 뭐라고 하면 어떡하지.’
저번처럼 또 나를 강제로 끌고 가려고 한다면?
하지만 불안한 생각은 거기서 멈췄다.
게일이 신전에서 나를 끌고 가 봤자 데리고 갈 곳도 없는 데다가, 끌고 가기 전에 바깥의 호위기사들이 막아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문이 열리고 게일이 심술보가 가득 붙은 얼굴로 등장했다.
게일은 나를 보고서 눈을 부라리고는, 자리에 털썩 혼자 앉았다.
다행히 내게 지금 당장 해코지할 생각은 없는 듯했다.
나는 혼자 앉아 팔짱을 끼고 있는 게일을 보고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관이 들어와 자리를 옮겨야 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 * *
“우와, 여기서 본다고?”
“네, 아가씨. 가주님이 잘 보이실 거예요.”
에단이 후후, 웃었다. 아르센은 엄청나게 넓은 행사장을 슥 둘러보곤 입을 떡 벌렸다.
평소에는 사용하지 않고, 축제 때만 개방한다는 이곳은, 못해도 오만 명은 훌쩍 넘게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았다.
나와 아르센은 따로 분리되어 있는 VIP석으로 안내받았기 때문에 다른 수인들과 섞일 일은 없었지만…….
어느새 절반 이상 수인들로 꽉 채워져 있었고, 지금도 계속해서 수인들이 입장하고 있었다.
“아가씨,”
나는 우르르 들어오는 이들을 가만 바라보다가, 에단의 부름에 고개를 퍼뜩 들었다.
“으응?”
“친구는 만나셨습니까?”
“아니.”
에단의 물음에, 아르센이 한 치의 고민도 없이 딱 잘라 대답했다.
레오나와 카인이 어지간히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럴 리가…….”
“아니야, 만났어! 레오나랑 카인 얘기하는 거지. 그렇지?”
“예, 라몬트 님께서 레오나 님 걱정을 많이 하시더군요. 혹여 폐를 끼치시진 않을지…….”
“끼쳤어.”
“아르센! 친구한테 그러면 안 돼.”
그러나 아르센은 여전히 불만인 듯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고서 고개를 홱 돌렸다.
그때, 가림막 바깥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렸다.
“으응?”
“안 된다니까요, 아가씨!! 이렇게 함부로 들어가시면, 아이고!”
“린시! 안녕!!”
가림막을 휙 젖히고 들어온 것은, 아까도 보았던 주황 머리의 말괄량이 소녀, 레오나였다.
레오나는 자연스럽게 우리 옆에 착석해 에단이 가져다준 과자를 냠냠 집어먹었다.
“나 여기서 같이 봐도 돼?”
“안 돼! 빨리 나가! 에단, 빨리 내보내!”
“허허……. 미리암, 아가씨께서 함부로 들어오시게 놔두면 어쩌나.”
“미안, 에단. 아가씨께서 너무 막무가내라……. 아가씨, 아가씨, 나오세요!”
사자 일족의 집사, 미리암이 레오나를 데려가려고 애썼다.
그러나 사자 오빠들보다도 체력이 좋은 레오나를 힘으로 이기기란 역부족이었다.
레오나는 나가지 않겠다고 선언했고, 미리암이 레오나를 데려갈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결국 아르센과 에단이 포기했다. 미리암은 내내 미안한 표정으로 레오나 옆을 지키고 있었다.
“너 진짜……. 끝나면 바로 나가야 해?”
아르센이 씨근덕대며 말했다. 그때, 레오나가 과자를 한 움큼 집어먹으며 아르센의 입을 과자로 틀어막았다.
“쉿, 시작한대!”
“읍, 으으읍……!!!!”
그때, 어디선가 우렁찬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고, 반짝이는 빛이 모두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아르센이 조용히 할 필요는 없었다.
곧이어 우레와 같이 터져 나오는 함성에 귀가 먹먹해졌기 때문이다.
‘신기하다…….’
나는 다양하게 섞여 앉아 함성을 지르는 수인들을 내려다보았다.
이렇게 다양한 수인들이 섞여 있는 것을 처음 보기 때문에 더 그랬다.
보통은 같은 일족끼리만 어울리고, 같은 일족끼리만 생활하니까 말이다.
함성이 잦아든 뒤, 에단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축제는 중요합니다. 각 일족의 수장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행사니까요. 동시에 다른 일족들에게 도전할 생각 하지 말라는 경고가 되기도 하지요.”
에단의 말이 끝나자, 아홉 명의 수장들이 차례로 단상 위에 올라와 자리했다.
그 가운데에는 내 아버지, 아서 라니에로도 끼어 있었다.
나는 괜히 아서와 눈이 마주친 듯한 착각에 고개를 슬쩍 돌렸다.
그리고 이어 아홉 명의 수장들, 그 가운데에 교황이 우뚝 섰다.
교황은 어딘가 조금 힘들어 보였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왜 저렇게 힘들어 보이시지.’
노쇠하신 탓일까?
그러나 오로지 노환 때문이라고 하기엔 어딘가 좀 어색하고 이상해 보였다.
나는 금세 상념을 그만두곤 마저 바라보았다.
교황의 짧은 인사말이 끝나고, 각 일족의 수장들이 동시에 하늘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펑-!
동시에 수인화를 했다.
총천연색의 연기가 공중에서 섞이다가 이내 팡-! 터져 나왔다.
연기가 걷히고, 거대한 잿빛 늑대와 거대한 흑색의 사자, 거대한 검은색 뱀과 흰색의 여우, 붉은 곰과 푸른 개, 그리고 황금빛 양과 흰 말이, 갈색 독수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우뚝 서서 가운데에 있는 교황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먼저 흰 여우가 앞발을 들더니, 자신이 가져온 성물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여우 일족의 성물에서부터 선명한 분홍색의 이능이 퍼져나가 얇은 결계를 형성했다.
성물은 신의 축복 그 자체이기 때문에, 각 일족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뿐만 아니라 각 일족을 수호하는 일도 맡고 있었다.
일족의 수장들은 성물에 이능을 불어넣어 결계를 펼칠 수 있었다.
그 다음은 사자 일족이었다.
거대한 흑색 사자가 성물에 앞발을 가져다 대자, 흐릿한 남색의 결계가 분홍색 결계 위를 덮었다.
이어 차례차례 다들 위로 결계를 쌓아, 더 이상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저 위로 쌓이는 결계의 색으로 누구의 차례인지 짐작했을 뿐.
마지막으로, 검은 결계가 거대해진 결계를 완전히 뒤덮었다.
“이제 저 안에서 서로의 성물을 확인한답니다.”
에단이 내게 속삭여 주었다. 아르센이 입을 헤, 벌리고서 그 광경을 구경했다.
이어 얼마 지나지 않아, 차례차례 쌓아 올려진 결계가 한 번에 펑-! 하고 터졌다.
그리고 수만 명의 수인들 위로 총천연색의 빛 조각이 우박처럼 떨어졌다.
함성이 다시 한번 울려 퍼지고, 교황의 축사를 마지막으로 축제의 막이 올랐다.
수인들은 빠르게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나와 아르센은 멍하니 앉아 조금 전의 여운을 곱씹었다.
“어때요, 멋지지요?”
“으응, 진짜 굉장해!”
나는 낯을 잔뜩 붉힌 채 고개를 끄덕였다.
“나중엔 도련님이 하셔야 한답니다. 가주님이 하시는 것을 잘 봐 두세요, 도련님. 가주님도 이 자리에 앉아 선대 가주님이 하시는 걸 고스란히 배우셨지요.”
에단이 부드럽게 얘기했다. 아르센 역시 나처럼 멍하니 넋 놓고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레오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아빠한테 갈래! 아빠한테 친구랑 축제 거리를 구경한다고 허락을 못 맡았어. 아빠가 자꾸 말을 돌렸단 말이야. 린시, 여기서 잠깐만 기다려 봐!”
“으응? 나는 이제 가 봐야 하는데?”
“뭐어? 어디로 갈 건데? 응? 어디로? 저택으로 돌아갈 거야?”
레오나가 끈덕지게 물었다. 나와 아르센이 곤란해하자, 에단이 대신 대답해 주었다.
“중앙 신전으로 돌아갔다가 축제를 구경하고 돌아가실 거랍니다.”
“그으럼, 중앙 신전에서 만나자. 어차피 나도 신전으로 다시 가야 해.”
레오나는 우리의 대답도 듣지 않고서 바람처럼 휙 빠져나갔다.
“같이 가요, 아가씨!”
페르난도 가의 집사, 미리암이 거의 울 듯한 목소리로 뛰쳐나가는 레오나를 따라갔다.
“거리를 구경하실 땐 편한 옷으로 갈아입으시는 게 좋겠습니다. 하녀 두 명이 아가씨, 도련님의 외출복을 들고 와 있으니까요. 신전 안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가서 노시면 되겠습니다.”
“나가서 놀아도 돼?”
“그럼요, 호위기사만 동행한다면요. 길거리 음식도 있고, 신기한 장난감을 파는 가게도 있고, 이것저것 행사도 많이 한답니다.”
에단의 말에 나와 아르센이 눈을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