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68)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68화(68/187)
우리는 곧장 중앙 신전으로 돌아왔다.
행사장이 신전에서 별로 멀지 않아서, 금방 돌아올 수 있었다.
듣기로 각 일족의 수장들은 행사장에 남아 해야 할 일이 더 있다고 해서, 나와 아르센 그리고 에단만 신전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런데 그때.
“린시, 얘기 좀 하자.”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자연스럽게 뒤를 돌았다.
그곳에는 아서 라니에로가 우뚝 서 있었다.
“……어어?”
분명히 일족의 수장들은 남아서 할 일이 있다고 했는데?
‘아버지는 왜 여기 있는 거지?’
하기 싫어서 몰래 도망 나오신 걸까?
원래도 일족끼리 모여 하는 행사가 싫으시다며 자주 빼먹곤 하시는 분이니 그럴 법도 했다.
한데 그랬다면 곧장 라니에로로 돌아갔을 텐데.
게일이 축제에서 더 놀고 싶다고 한 걸까? 그러지 않고서야 아버지가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에단의 뒤로 쏙 숨어 고개를 빼꼼 내밀고 아서를 바라보았다.
“……아버지?”
“그래, 얘기 좀 하자. 비켜라. 다들, 내가 누군지 몰라서 그러는 거냐?”
아서의 호통에, 에단이 외알 안경을 슬쩍 올리며 내 앞을 단호하게 막아섰다.
“누구신지 압니다. 그러나 아가씨와 대화하실 수 없습니다. 돌아가시지요.”
“하, 내가 내 딸과 얘기하겠다는데 무슨 상관이야. 린시, 이리 와라.”
“안 됩니다. 가시지요, 아가씨.”
그때, 새 일족의 기사들이 우리가 갈 수 없도록 뒷짐을 지고 진로를 방해했다.
“……비키시지요.”
에단의 말이 끝나자, 예크하르트의 호위기사들이 검집에 손을 올렸다.
그러나 신성한 성역에서 서로를 향해 검을 겨눌 수 없다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소용없는 일이었다.
아서가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잠시 얘기 좀 하자, 린시. 금방 돌려보내 주마.”
“……싫어요!”
나는 에단의 옷깃을 잡고 그의 뒤에 선 채 조그맣게 소리쳤다.
내 말에 아서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얼룩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뭐?”
저런 반응은 당연했다. 나는 라니에로에서 지내는 동안 단 한 번도 아버지에게 싫다는 말을 해본 적 없는 착한 딸이었으니까.
그건 오냐오냐 자란 게일을 제외하면 라니에로의 아이들이 모두 그랬다.
“싫어요! 얘기하기 싫어……! 그러니까 이만 가 주세요!”
“린시, 아버지는…….”
“에단, 나 그만 가고 싶어요.”
나는 에단을 올려다보았다. 그러자 에단이 나를 번쩍 안아들었다. 그리고.
“비켜 주십시오. 비키시지 않으면 검을 뽑겠습니다.”
성역에서 검을 뽑는다는 것은, 두 일족 간의 전쟁을 의미하기도 했다.
라니에로의 기사들이 에단의 기세에 주춤했다.
“고작 예크하르트의 사용인 주제에 검을 뽑아? 주제도 모르고 나서는구나.”
아버지 아서 라니에로의 목울대에서 긁히는 소리가 났다. 그러나 에단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가주님께서 아가씨와 도련님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라고 하셨습니다. 아가씨와 도련님의 안전이 지엄한 법도보다 중합니다.”
예크하르트의 기사단이 에단을 둘러싸고 길을 텄다.
에단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나를 안고, 그리고 한 손으로는 아르센의 손을 꼭 잡고 자리를 떴다.
뒤에서 아버지가 무어라 씨근덕대는 소리가 들렸지만, 거리가 멀어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 * *
“아가씨, 괜찮으십니까?”
신전에서 예크하르트에게 내어 준 방에 들어온 에단이 나를 내려놓고 내 이마의 땀을 닦아 주며 물었다.
아르센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들여다보았다.
“린시, 괜찮아?”
“응, 괜찮아요. 그런데 내가 축제 구경을 할 때 또 다가오면 어쩌지…….”
“호위기사들이 많으니 괜찮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게다가 가주님도 계시니…….”
“으응?”
“가주님께서 주신 목걸이를 잘 차고 계시면 아무 문제 없을 겁니다.”
에단이 내 목에 걸려 있는 파란 보석으로 만들어진 목걸이를 가리키며 허허, 웃었다.
나는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으응, 알겠어.”
“그럼 옷부터 갈아입으시지요. 하녀들을 들여보내겠습니다.”
에단은 아르센의 손을 잡고 잠시 나가 있겠다며 자리를 떴다.
그리고 예크하르트의 하녀들이 내 원피스가 들어 있는 짐가방을 들고서 들어왔다.
“아가씨, 옷을 갈아입혀 드릴게요.”
하녀들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나를 안심시키곤, 천천히 내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치렁치렁한 드레스를 벗기고, 활동하기 간편한 노란색 원피스를 입혀 주었다.
머리도 양 갈래로 다시 땋아 묶어준 뒤, 머리에 조그만 보닛을 조심스럽게 씌워 주었다.
“좋아, 다 되셨어요! 정말 너무너무 귀여우세요.”
“맞아, 정말 귀여우세요, 아가씨.”
하녀들은 커다란 손바닥으로 자신들의 입을 틀어막고 꺅-, 소리를 질렀다.
“응, 고마워.”
나는 베티 덕분에 이제 조금 적응된 칭찬에, 배시시 웃으며 대답했다.
“웃는 것도 어쩜 이렇게 귀여우실까…….”
하녀들은 나를 에단에게 넘겨주곤, 아르센의 옷을 갈아입혀 주러 데리고 들어갔다.
나는 에단의 손을 꼭 잡고서 아르센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는 것을 기다렸다.
그때.
“린시, 린-시!”
저 멀리서 레오나가 쩌렁쩌렁하게 소리치며 나를 향해 달려왔다.
그리고 그 뒤엔…….
“헉, 허억, 하아……. 아, 안녕. 네가 린시구나.”
거대한 체구의 사내가, 엄청나게 숨이 찬 듯 허리를 숙이고 급하게 호흡을 내뱉으며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아빤 이제 가두 돼.”
레오나가 새초롬하게 말했다.
“자식 키워봤자 다 소용없어……. 린시, 얘기 많이 들었다. 아저씨는 사자 일족의 라몬트 페르난도라고 해.”
라몬트가 레오나를 흘겨보곤, 호흡을 고르고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십니까, 라몬트 님.”
“그래, 에단. 오랜만이군.”
에단과 라몬트가 정답게 인사를 나눴다. 문 앞에 줄지어 서 있던 호위기사들도 라몬트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라몬트 님. 선물 보내주신 거 감사드려요.”
나는 원피스를 살짝 들었다 놓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라몬트에게 예를 갖추지 않는 것은 레오나 하나뿐이었다.
“아르센은 어디 있어? 사실 아르센은 없어도 되는데……. 아무튼 있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하구. 이 안에 있어?”
레오나가 아르센이 옷을 갈아입고 있는 방의 문을 벌컥 열려는 시늉을 했다.
허억, 나는 급하게 숨을 들이쉬곤 잽싸게 뛰어가서 레오나를 가로막았다.
그리고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안 돼! 옷 갈아입구 있단 말이야!”
“옷 갈아입고 있다고?”
레오나가 고개를 갸웃하며 말했다. 레오나는 언제 갈아입었는지 아까의 드레스가 아닌, 편한 바지 차림이었다.
라몬트가 성큼성큼 다가와 레오나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올렸다.
“레온, 친구한테 그렇게 들이대면 안 된다고 했지. 너는 언제쯤 철이 들래?”
라몬트는 물에서 막 건진 물고기처럼 파닥거리는 자신의 딸을 가볍게 제압하곤 미안하다는 듯 말했다.
“미안, 린시. 우리 애가 좀 거칠지……. 그래도 잘 놀아 주렴. 좋은 애란다.”
“린시 나랑 친구 하기로 했어. 그치, 린시? 아, 아직 그런 말은 안 했나? 지금부터 하면 되지, 뭐. 다시 말할게! 나는 레오나 페르난도! 일곱 살!”
레오나가 허공에 달랑달랑 매달린 상태로 으쓱이며 말했다.
“너는 친구니까 레온이라고 불러도 돼.”
그때, 스르륵 문이 열리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아르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아르센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레오나와 레오나를 어색하게 들고 있는 라몬트를 보고는 다시 문을 휙 닫았다.
나는 잽싸게 다시 문을 열고 아르센을 불렀다.
“아르센! 왜 갑자기 다시 들어가?”
아르센이 한숨을 푹 내쉬곤 입을 열었다.
“설마 쟤랑 같이 가는 건 아니지?”
“나도 너랑 같이 가기 싫, 읍읍……!”
라몬트가 황급히 딸애의 입을 막았다. 그리고 어색하게 웃었다.
“레오나와 축제 기간 동안 같이 놀아 주렴. 린시, 사자 일족의 호위기사들이 함께할 거다.”
“호위기사는 필요 없다니까!”
“필요하니까 가만히 있어.”
라몬트는 딸애의 반항을 가볍게 제압했다.
나는 라몬트의 말을 듣고서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그런 게 없어도 레오나와 같이 다닐 생각이긴 했지만…….
사자 일족의 호위기사들이 우리를 따라온다면, 혹시 라니에로의 기사들이 나를 데려갈까 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될 것 같았다.
‘물론 예크하르트의 기사들도 믿음직하지만…….’
하나보다는 둘이 좋으니까.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몬트의 낯이 이상하리만치 환하게 밝아졌다.
“그래, 린시. 듣던 것만큼 착하구나. 레온이랑 잘 놀아 주렴.”
라몬트가 레오나를 조심스럽게 바닥에 내려놓았다.
레오나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자신의 옷을 탁탁 털더니, 이내 후다닥 달려와 내 손을 꼭 잡았다.
“놀러 가자, 근데 있잖아. 나 예크하르트 저택 놀러 가도 돼? 아빠가 저택에 가서 놀다 오랬어.”
나는 레오나의 말에 라몬트를 힐긋 바라보았다.
라몬트는 레오나를 내게 보내놓고 어딘가 후련한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안 보여?”
아르센이 툭 쏘아붙였지만, 레오나는 아르센의 말을 귓등으로 들었다.
“자, 놀러 가자. 축제는 일주일이나 되니까 오늘은 양 일족 구역부터 가자. 응, 응?”
축제 구간에는, 일족별로 점포를 열 수 있는 구역이 나뉘어 있었다.
대부분의 일족들이 점포를 열었기 때문에, 구역은 엄청나게 넓고 다양했다.
“가자! 양 일족 구역이 제일 재미있어!”
나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이곤, 아르센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느라 미처 깨닫지 못했다.
우리를 지켜보는 시선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