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70)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70화(70/187)
저택에 아이들이 와르르 도착하자, 조슈아와 에단은 조금 놀란 듯했다.
두 집사는 레오나와 카인을 보자마자, 페르난도와 헤제스에 연락을 넣겠다며 자리를 떴다.
그리고 놀라고 피곤한 것은 사자 일족과 뱀 일족의 호위기사들도 마찬가지일 터였다.
모시던 도련님과 아가씨가 갑자기 예크하르트 저택으로 가는 바람에, 남의 저택에서 하룻밤을 묵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러나 레오나는 그런 것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 제멋대로 저택을 쑤시고 다녔다.
“우와, 넓다. 우리 저택이랑 비슷하네. 우리 저택이 조금 더 낡은 것 같기도 해. 오빠들이 벽지를 다 뜯어버렸거든.”
레오나의 말에 사용인들의 낯이 순간 하얗게 질렸다.
나는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레오나와 숫기 없이 서 있는 카인을 데리고 내 방으로 향했다.
“아가씨, 차랑 디저트를 내 드릴까요?”
“으응, 부탁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방문을 닫고서 아르센을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휴우.”
벌써부터 방 안을 신나게 돌아다니는 레오나 때문에 피곤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아르센의 손을 꼭 잡은 채로, 침대를 팡팡 쳤다.
“레온, 레온! 이리 와 봐. 카인, 너두.”
“왜?”
레오나는 되물으면서도 쪼르르 달려와 침대에 폴짝 올라탔다.
아르센은 침대에 올라오지 말라는 듯 손을 내젓다가, 이내 피곤한지 그냥 픽 누워버렸다.
“재밌는 거 하자. 어때?”
“뭔데?”
“먼저 움직이는 사람이 지는 놀이야. 재밌겠지?”
“……으응?”
레오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이내 아르센의 옆자리에 털썩 누웠다.
“그래, 좋아.”
카인도 슬금슬금 다가와 내 옆에 스르륵 누웠다.
기척 없는 행동에, 나는 그제야 카인이 뱀 일족이라는 것을 다시금 떠올렸다.
우리는 멀뚱히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레오나를 만난 뒤로 내내 소란스러웠는데, 이렇게 조용한 게 얼마 만인지.
나는 움직이지 않는 놀이로 잠시 찾은 평화에 느리게 눈을 감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나 졌어. 놀자, 린시. 응?”
“……왜 졌어? 아니야, 너 이길 수 있어……. 다시 누워봐, 레온.”
“나 졌어.”
레오나는 당당하게 선언하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레오나가 일어난 덕분에 침대의 쿠션이 살짝 출렁였다.
그때, 타이밍 좋게 하녀가 트레이에 차와 디저트를 올려 내왔다.
나는 반색하며 하녀를 반겼다.
레오나가 과자를 먹을 때는 얌전히 앉아 있는 것을 보았기 때문에.
하녀는 조그만 티 테이블에 조각 케이크 네 개와 과자, 그리고 주스가 들어있는 티팟을 올려주었다.
그리고 의자가 두 개뿐인 티 테이블을 보고 미간을 찡그리더니,
이내 아르센의 방에서 의자를 두 개 더 들고 와 카인과 레오나가 앉을 수 있도록 놓아 주었다.
“맛있게 드세요~.”
하녀는 종종걸음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아르센은 과자를 먹지 않겠다며 침대에 누워 있었고, 나와 카인 그리고 레오나만 티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그러나 과자를 먹으면서도 쉴 새 없이 움직이는 레오나를 보고 나는 그제야 라몬트가 지은 웃음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신전에서 레오나가 우리와 함께 놀겠다고 했을 때 라몬트의 입가에 스쳐 지나갔던 희미한 웃음.
‘……해방감이었구나!’
딸에게서 벗어난다는 해방감이었던 것이다. 어쩐지 딸을 보내면서 굉장히 개운한 표정을 하더라니.
나는 쿠키를 입 안에 넣고 오독오독 씹었다. 오늘 종일 레오나한테 시달렸더니 쿠키를 씹을 힘도 없었다.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우리는 동시에 문 쪽을 바라보았다.
“들어오세요~.”
말이 끝나자, 조슈아가 들어와 고개를 꾸벅 숙였다.
그리고,
“헤제스 가문의 부관께서 오셨습니다. 카인 님.”
“……부관? 데보라가 왔어?”
카인의 동공이 드물게 흔들렸다. 카인은 먹던 쿠키도 내려놓은 채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어서는 카인이 몹시 기운이 없어 보여서, 나와 레오나도 눈치를 살피며 같이 일어섰다.
그러나 아르센은 꿋꿋하게 침대에 누워 있었다.
“데보라……. 하아.”
나와 레오나는 터덜터덜 걸어나가는 카인의 뒤를 쫓았다.
이 와중에 레오나는 힐긋, 카인을 쳐다보며 놀렸다.
“카인, 울어?”
“…….”
“울지?”
“그만해, 레온.”
나는 레오나를 저지했다. 더 이상 하면 카인이 정말로 눈물을 떨어트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선형 모양의 계단을 내려가자, 저택 입구에 우뚝 서 있는 여자가 보였다.
머리는 깔끔하게 높이 묶어 뒤로 넘긴 상태였고, 단정하게 각이 잡힌 제복을 입고 있었다.
“카인 님.”
“아빠가 데려오래?”
“예, 모셔오라는 명령이 있었습니다.”
그때, 레오나가 불쑥 물었다.
“근데 왜 데려가는 거예요? 여기서 자고 가면 안 돼요?”
“레오나 님, 린시 님. 인사가 늦었습니다. 헤제스 가문 가주님의 직속 부관, 데보라라고 합니다. 도련님께서는 아직 이능을 제대로 다루시지 못하시는 상태로, 가주님께서 뱀 일족이 아닌 이들과의 접촉을 엄격히 금하고 계십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데보라가 다다다 말하고는, 고개를 꾸벅 숙여 예를 갖췄다.
나와 레오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데보라의 말을 들었다.
“카인이 이능을 쓰다 실수한 적이 있어?”
레오나가 순진한 말투로 물었다.
“아직은 없습니다. 하지만 걱정되어…….”
“그러면 됐네! 아직 그런 적 없으니까 괜찮아요. 더 놀고 보내드릴게요. 안녕~.”
레오나가 막무가내로 카인을 질질 잡아끌었다. 카인은 어벙벙한 표정으로 레오나가 이끄는 대로 끌려갔다.
“어어? 레오나 님! 안 됩니다! 도련님은……!”
“잘못 써 봤자…… 치유하면 되는 거 아닌가? 린시, 너 이능 쓸 줄 알지?”
“으응, 쓸 줄 알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원래도 뱀 일족의 독은 새 일족의 이능으로 치유할 수 있었다.
그래서 뱀 일족 역시 라니에로와 사이가 좋지 않은 일족 중 하나였다.
‘아니 사실 생각해 보면…….’
사이가 좋은 일족이 몇 없다.
라니에로는 다른 일족이 치료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을 번번이 거절하거나, 치료비로 엄청나게 큰 금액을 요구했으므로.
데보라가 혼란스러운 시선으로 나를 한 번, 그리고 카인을 한 번 바라보았다.
“물론 치유하시면 되긴 하겠지만……. 가주님께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십니다.”
“그으…….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치유해 드릴게요. 그러니까 오늘 하루만 부탁드려요.”
나는 잔뜩 풀죽은 카인의 얼굴을 살피며 얘기했다.
“문제가 생기면 꼭 말씀드릴게요.”
데보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렇다면 오늘 저도 저택에서 묵어도 되겠습니까? 내일 아침 도련님과 함께 귀가하겠습니다.”
“어어?”
내가 대답해야 하는 건가?
나는 당황한 채 나란히 서 있는 조슈아와 에단을 바라보았다.
“아가씨도 예크하르트의 일원이시니, 아가씨께서 허락하시면 됩니다.”
“네에, 그럼 허락해요, 데보라. 편하게 쉬다 가세요……!”
나는 에단과 조슈아의 말투를 흉내 내며 무릎을 살짝 굽혀 인사했다.
데보라가 느리게 웃곤, 내 손등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
“감사합니다, 아가씨.”
“……그럼, 나 여기서 자도 돼?”
그때, 카인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제가 수습하면 되니까요. 도련님께서는 편히 노세요. 가주님께는 제가…… 따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데보라의 말이 끝나자마자 카인의 낯이 확 밝아졌다.
레오나는 카인의 이마를 검지로 꾹 밀어 누르곤 말했다.
“야아, 내가 도와준 거다. 잊으면 안 돼?”
“……알았어, 알았다고! 귀찮게 하긴…….”
카인은 금세 풀죽은 모습에서 평소의 모습-조금 재수 없는-으로 돌아왔다.
우리는 다시 사이좋게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 사이에 아르센은 잠든 채였다.
나는 아르센이 잠든 것을 확인하곤, 입가에 검지를 가져다 댔다.
“쉬잇……! 아르센이 자!”
우리는 살금살금 나와 옆방인 아르센의 방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사이,
켄드릭이 저택에 도착했다.
* * *
“……무슨 상황이지?”
켄드릭은 집 앞에 나란히 서 있는 사자 일족과 뱀 일족의 호위기사들을 보고 어렵지 않게 상황을 짐작했다.
‘애들이 자고 간다고 왔군.’
어쩐지 오늘 라몬트의 표정이 어딘가 후련해 보이더라니.
켄드릭이 쯧, 혀를 차며 저택 안으로 발을 들였다.
사용인들이 켄드릭을 마중했다.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가주님. 곧바로 차릴까요?”
“식사는 됐다. 밖에서 먹었어. 애들 것만 챙기도록.”
켄드릭이 손짓했다. 그때, 저택 밖에 서 있던 데보라가 들어와 켄드릭에게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헤제스의 부관, 데보라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자네도 여기 묵나? 잠시 외출했다 돌아온 사이 저택이 여관방이 다 됐군.”
켄드릭이 쯧, 혀를 찼다. 그러나 켄드릭의 기분은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았다.
“종일 서재에 있을 예정이니 무슨 일 있으면 보고하고, 푹 쉬다 가게.”
켄드릭이 데보라를 슥 지나쳐 아이들이 머물고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린시의 방 문을 열곤, 아르센이 곤히 잠든 것을 확인하고 방문을 다시 닫았다.
‘많이 피곤했던 모양이군.’
이렇게 많은 또래 친구들을 만난 게 오늘이 처음일 테니, 당연히 피곤할 법했다.
켄드릭은 그 옆 방, 아르센의 방 문도 열어보았다.
역시나 카인과 린시, 그리고 레오나도 푹 잠들어 있었다.
그는 뒤따라 온 하녀에게 쉿, 제스처를 취해 보이곤 말했다.
“밥은 일어나면 먹여. 푹 자고 있으니까. 요리는 누가 하나?”
“본 저택의 요리사, 아킴이 맡았습니다. 아가씨께서 낯선 것은 잘 드시지 못할까 염려되어…….”
“그래, 잘했다. 좀 이따가 아이들이 깨면 먹여라.”
켄드릭이 느리게 문을 닫곤 자신의 서재로 걸음을 옮겼다.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