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72)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72화(72/187)
쾅!!
늑대가 문을 한 번 더 발로 차는 듯한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이어.
우지끈.
문을 이빨로 물어뜯는 듯, 문이 계속해서 부서지고 있었다. 이대로라면 문이 열릴 게 분명했다.
“린시, 저게 뭐야……?”
레오나가 하얗게 질린 낯으로 물었다. 나는 다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나, 나도 몰라……. 늑대……? 저택이 소란스러워서 잠깐 문을 열어 봤더니 복도에 돌아다니고 있었어…….”
나는 창문을 열고 밑을 내려다보았다.
밑에서는 늑대와 사자 한 마리가 엉겨 붙어서 싸우고 있었다.
“……도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추측해보건대, 저 늑대와 사자는 모두 예크하르트 저택의 사용인이거나, 페르난도 가문의 기사들인 듯했다.
문제는 그들이 왜 수인화를 한 채로 엉겨 붙어서 싸우고 있느냐였다.
‘켄드릭 님을 불러야…….’
그러나 켄드릭의 서재는 1층이었고, 우리가 있는 곳은 2층이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자면, 문을 부수고 있는 저 늑대를 지나쳐 가거나, 창문 밑에서 엉겨 붙어 싸우는 늑대와 사자를 지나쳐야 켄드릭에게 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왜 아직까지 켄드릭 님이 보이지 않으시지……?’
설마 켄드릭 님도 수인화되어 돌아다니고 계신 걸까?
거기까지 생각하자 오싹 소름이 돋았다. 레오나는 이제 거의 울먹이고 있었다.
그때.
쾅!!
결국 문을 부수고 만 늑대가, 허연 콧김을 내뿜으며 문턱에 우뚝 섰다.
크르르릉…….
갈색 늑대는 우리를 위협하려는 듯 콧잔등을 찡그리며, 방 안으로 한 발을 내디뎠다.
“……저, 저기……. 그으, 수인화 좀 풀어주시겠어요? 장난이 조금 지나치신 것 같아, 엄마야!”
나는 늑대에게 말을 걸어 수인화를 풀도록 유도해보려고 했지만, 내 말을 못 알아듣는 듯했다.
늑대가 쾅, 발을 굴렀다. 나는 깜짝 놀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레오나의 손을 꼭 잡고서 뒤로 세 걸음 물러났다.
그리고 창틀에 거의 걸터앉다시피 한 채로 늑대를 바라보았다.
‘어떡하지?’
도망갈 곳이 없었다.
나는 거대한 늑대를 한 번, 그리고 활짝 열린 창문 너머를 한 번 바라보았다.
그런데.
‘……저거, 설마.’
저 멀리서, 익숙한 새 두 마리가 빙글빙글 날고 있는 것이 보였다.
‘송골매잖아.’
송골매 기사단.
송골매들로만 이루어진 정예 기사단으로, 오직 아버지 아서 라니에로의 명령만을 듣고 움직이는 기사단이었다.
예크하르트의 그림자 기사단과 같은 역할을 수행했다. 그런데…….
‘그런데 송골매가 왜 여기……. 아.’
나는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다.
‘나를 데리러 왔구나.’
예크하르트의 본 저택은 경비가 삼엄하여 함부로 영공을 침입할 수 없으니, 축제 기간을 틈타 아버지가 수작을 부린 것이 틀림없었다.
나를 다시 데려가기 위해서 말이다.
그러나 상황이 여의치 않자, 일단은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듯했다.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절대 수인화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수인화하면 저 송골매들이 나를 홱 낚아채 갈지도 모르니까.
‘그럼 사용인들이 수인화된 것도…….’
그런데 강제로 수인화를 시키는 약도 있던가?
있다면 어떻게 저택 안에 있는 사람들한테 먹인 거지?
나는 창문에서 한 걸음 물러나며 레오나의 손을 더 꽉 쥐었다.
“레온…….”
레오나는 이제 이를 드러내고 있었다. 만일 레오나도 수인화가 가능했다면 진작 사자 모습으로 변했을 것이다.
내내 영문 모르는 상황에 두려워하던 레오나가, 잠옷 소매로 눈물을 슥 훔쳤다.
그리고.
“여기가 어디라고…….”
레오나가 거대한 늑대를 향해 조그만 손바닥을 펼쳤다.
작은 손바닥에서 다홍빛 빛이 몽글몽글 뭉쳤다. 레오나의 황금색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반짝, 빛났다.
“내 말에 복종해라.”
사자 일족의 이능, 복종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거대한 늑대가 너무나 크고 강한 상대라는 것이었다. 어린 레오나가 이능으로 다루기에는 버거웠다.
사자 일족의 이능은 강한 만큼 리스크도 컸고, 자신보다 강한 상대에게는 이능이 통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니 다 자란 개체에게 레오나의 이능이 통할 리 만무했다. 그러나 레오나는 포기하지 않고 이능을 사용했다.
“너…….”
레오나가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거렸다. 나는 레오나를 만류했다.
“레온!”
레오나가 휘청였다. 갑자기 너무 많은 이능을 사용하여 지친 듯했다. 나는 재빨리 레오나를 부축했다.
크르르릉…….
그 사이에 더 흥분한 늑대가 성큼성큼 방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제 늑대의 주둥이가 정말로 지척이었다. 아가리만 크게 벌리면 나를 단번에 삼킬 수 있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때.
“린시! 허억.”
내 방으로 달려온 아르센이, 거대한 늑대를 보고서 미간을 좁혔다.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수인화를 풀어!”
“아르센, 소용없어. 말이 안 통하는 것 같아!”
나는 순간 숨 쉬는 것을 멈췄다.
‘……말이 안 통해?’
그런데 이 상황, 어디서 본 적이…….
아.
나는 그제야 전생의 기억을 떠올렸다.
전생의 기억은 예크하르트에서 지내는 동안 점차 희미해졌지만, 끝내 잊을 수 없는 기억이 있었다.
그러니까, 늑대 일족이 이지를 잃고 라니에로를 공격했던 바로 그날.
불 속에서 내가 죽어가던…….
눈앞의 늑대는 꼭 그때 늑대 일족처럼 이지를 잃은 듯했다.
그리고 조금 전 창문 아래서 싸우고 있던 늑대와 사자도.
이런 상황에도 우리를 구하러 오는 이들이 없는 걸 보면…….
저택의 사용인들이 전부 이지를 잃었을지도 몰랐다.
그런데, 도대체 왜……?
전생에 늑대 일족이 이지를 잃은 이유는, 수장인 켄드릭 예크하르트의 슬픔과 분노에 동화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켄드릭 님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
나는 고개를 퍼뜩 들었다.
그때, 아르센이 내게로 다가오려는 듯 몸을 움찔했다.
“아르센, 가만히 있어!”
나는 더 이상 눈앞의 늑대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아르센에게 소리쳤다.
늑대는 고개를 돌려 아르센을 한 번 바라보곤, 다시 나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아, 아르센은 늑대 일족이라 공격하지 않는 거구나.’
그래서 나와 레오나를 공격하려고 드는 거다. 우리가 늑대 일족이 아니니까.
아르센의 낯이 하얗게 질려 있었다. 내내 아르센의 뒤에 서 있던 카인이 입을 열었다.
“이, 이능으로, 쫓아내는 건 어때.”
카인은 내내 끼고 있던 장갑을 벗었다. 그러나 카인이 이능을 사용하는 것보다 늑대가 내게 다가오는 것이 더 빨랐다.
늑대는 나와 레오나의 지척까지 다가와 거대한 아가리를 쩍 벌렸다.
그때.
크르르…… 깨갱!
콧잔등을 잔뜩 찡그리고 으르렁거리던 늑대가, 무언가에 뒤통수를 얻어맞고 깽, 울음소리를 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젠장,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흐트러진 낯의 켄드릭이 서 있었다.
이능을 사용하여 그림자 속에서 불쑥 나타난 듯했다.
“린시, 레온, 괜찮나?”
“네, 괜찮아요.”
“네? 네에, 저는 괜찮아요. 켄드릭 님은요?”
켄드릭이 언령을 사용하여 거대한 늑대를 제압했다.
이지를 잃었지만 수장의 명령에는 복종하는 모양이었다. 고분고분해진 늑대가, 멍한 눈으로 터벅터벅 걸어서 방을 나갔다.
“나는 괜찮다. 깜빡 잠들었더니 저택이 난장판이군……. 아르센, 카인. 이리 와.”
켄드릭이 아르센과 카인을 부르자, 두 아이가 쪼르르 달려와 품에 안겼다.
“일단 수습하는 게 우선이다. 늑대 일족은 언령이 있으니까 괜찮아. 그런데…….”
문제는 사자 일족과 뱀 일족이었다.
카인과 레오나가 데려온 호위기사들이 늑대 일족의 기사들과 엉겨 붙어 물어뜯고 싸우고 있었다.
심지어 이미 큰 부상을 입고 나가떨어져 숨만 쉬고 있는 기사도 있다고 했다.
“곤란하군, 일단 전부 포박해야겠어.”
켄드릭이 미간을 구기곤 땀에 젖은 머리칼을 슥 쓸어 넘겼다.
켄드릭은 저택 곳곳에 널브러져 있는 늑대들과 사자들, 그리고 뱀들을 어렵지 않게 제압해 전부 저택의 앞마당에 세워두었다.
늑대들은 제압할 필요 없이 켄드릭의 말을 고분고분 따랐고, 사자와 뱀은 켄드릭의 이능, 그림자에 팔다리가 속박되어 움직일 수 없었다.
크르릉-!
나는 울부짖고 있는 수인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레오나와 아르센의 손을 꼭 잡았다.
카인이 장갑 낀 손으로 아르센의 손을 꼭 잡는 것이 보였다.
“이대로 둘 순 없으니 수인화를 풀게 만들어야 하는데…….”
늑대 일족은 켄드릭의 말을 고분고분 따랐으나, 수인화를 풀라는 명령만큼은 듣지 않았다.
나는 켄드릭을 올려다보았다.
“아까, 라니에로의 송골매 기사단을 봤어요. 그들이 이 근처를 맴돌 일이 없으니……. 아마 라니에로가 꾸민 일일 거예요.”
그리고 또박또박 말했다.
켄드릭은 내 말을 신중하게 듣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도 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겠다. 우선 이 사태를 해결한 뒤…….”
그가 말꼬리를 늘였다.
“그나저나 어떻게 예크하르트의 저택에 이런 짓을 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군. 사용인들은 모두 예크하르트에서 최소 십 년 이상 일한 충직한 사용인들이다. 게다가 영토를 벗어날 때 소지품과 짐 역시 꼼꼼히 검사하라고 일렀는데…….”
켄드릭은 이지를 잃은 수인들을 모두 앞마당에 모아 두고서, 저택을 한 바퀴 돌았다.
저택에는 죽은 것처럼 잠들어 있는 사용인들도 절반 이상이었다.
고요히 잠들어 깨워도 일어나지 않는 사용인들을 보다가 켄드릭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자일스 꽃……?”
“자일스 꽃이요?”
켄드릭의 낯이 희게 질린 것도 같았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소량만 섭취하면 몇 시간 후 죽은 듯 잠드는 꽃이야. 그러나 너무 많은 양을 섭취하면…….”
켄드릭이 고개를 까딱였다.
“이지를 잃고 날뛰게 되지. 저 많은 인원들의 식사에 일일이 섞을 수 없었을 테니, 축제 기념으로 나눠준 술과 음식에 꽃가루를 탔겠군. 그런데……, 도대체 무슨 수로?”
켄드릭이 느릿하게 말했다.
“자일스 꽃은 오래전에 멸종된 꽃이다. 다시 나타날 리가 없는데.”
“그럼…… 해독할 수 있나요?”
나는 켄드릭의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오래전에 사슴 일족이 해독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는 기록이 남아있긴 해, 일단 헤른 선생을 불러와야겠군.”
나는 켄드릭의 말을 듣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제가 해독할 수는 없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