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7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73화(73/187)
“너무 눈에 띌 거다.”
켄드릭이 단호하게 말했다.
지금은 캄캄한 밤이었기 때문에, 내가 이능을 사용하면 확실히 눈에 띌 가능성도 있었다.
물론 예크하르트 저택 근처에는 다른 저택이 없었지만…….
켄드릭이 일반 사람들의 시선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는 것쯤은 나도 알고 있었다.
‘라니에로를 걱정하는 거야.’
나를 데려가려고 이런 일까지 벌였는데, 내가 강한 이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
더 기를 쓰고 나를 데려가려고 할 터였다.
하지만.
‘다친 수인들이 너무 많아.’
이지를 잃고서 엉겨 붙어 싸운 탓에, 여기저기 몸이 찢긴 수인들이 많았다. 심지어는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는 이도 있었다.
그러니 일단 이능을 사용하여 치료는 해야 했다. 다만…….
“예전에, 라니에로의 이능은 중독 증세도 고칠 수 있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그러니까, 전생처럼 켄드릭의 분노와 슬픔으로 이지를 잃은 것이 아닌, 약물에 의해 이지를 잃은 것이라면 해독할 수 있다는 뜻이다.
나는 다친 수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켄드릭을 다시 올려다보았다.
“헤른 선생님이 오는 동안 죽으면 어떡해요. 그냥 둘 수는 없어요, 제가…… 제가 치료하게 해주세요.”
레오나와 카인, 그리고 아르센이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레오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치료하게 해 주세요, 로튼 경이 아파 보여…….”
레오나가 그림자로 포박당한 채 발버둥치는 사자 한 마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크르릉!
그의 옆구리는 누군가 물어뜯었는지 갈기갈기 찢어져 피가 흐르고 있었다.
카인도 고개를 끄덕였다.
“데보라의 꼬리가…….”
쉬익-, 쉭.
꼬리가 거의 잘려 덜렁거리는 거대한 뱀이, 기운 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켄드릭이 이마를 짚었다.
“……그럼 무리하지 말아라. 린시, 조심해야 해.”
“네에, 그럴게요,”
나는 입을 꾹 다물고 레오나와 아르센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손바닥을 펼쳤다.
파아앗-!
손바닥 위에 연두색 빛이 반딧불이처럼 모여들었다.
레오나와 카인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 내가 이능을 사용하는 것을 바라보았다.
‘고작 이 정도 가지고는 안 돼.’
지금 앞마당에 묶여 있는 수인들은 백오십 마리쯤은 되어 보였다.
그러니 더 많은, 더 더 많은 이능이 필요했다.
나는 눈을 감고서 정신을 집중했다.
신록처럼 푸른 빛이 한데 모여 동그란 구체를 형성하더니, 점차 몸집을 부풀렸다.
“……우와아…….”
옆에서 레오나와 카인의 탄성이 터져 나왔다.
살랑, 기분 좋은 바람이 손바닥 위에서부터 흘러나와 머리카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구체는 이내 손바닥을 떠나 수인들의 머리 위에 둥실 떠올랐다.
그리고.
“……헤헤.”
또다시 물뿌리개 모양을 형성했다.
‘아아니, 계속 이렇게 되네…….’
혼자서 이능 연습을 할 때, 물뿌리개 형태 말고 다른 형태로 이능을 사용해 보려고 열심히 노력했지만.
……물뿌리개 모양이 아니면 이능을 편하게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역시 이능을 사용할 때면 늘 머쓱해지곤 했다.
공중에 떠오른 거대한 연두색 물뿌리개를 본 레오나와 카인이 입을 헤, 벌리고서 말했다.
“……물뿌리개?”
“린시, 이능이 물뿌리개야……?”
“쉿, 조용히 해. 바보들아.”
아르센은 카인과 레오나를 툭툭 쳐 내가 집중할 수 있도록 조용히 하라며 아이들을 타박했다.
아이들은 고개를 끄덕이곤,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았다.
나는 심호흡을 하곤, 정신을 집중해 이능을 사용했다.
그러자 공중에 둥실, 떠 있던 거대한 물뿌리개가 끄트머리부터 부서지면서 수인들의 머리 위로 반짝이는 빛 조각이 흩뿌려졌다.
크르릉?
크르르릉-!!!
아우우!!
수인들은 빛 조각에 발버둥 쳤지만, 켄드릭이 이능으로 단단히 속박해 놓은 탓에 움직일 수 없었다.
연둣빛 빛 조각들이 흩어져 다친 수인들을 부드럽게 감쌌다.
찢어진 가죽이 조금씩 아무는 것이 보였다.
데보라의 거대한 꼬리도 다시 붙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인들은 발버둥치는 것을 그만두었다.
그리고 대신.
펑-!
펑-!
여기저기서 술에 취한 것처럼 머리를 싸맨 수인들이 수인화를 풀고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사용인들도 있었고, 기사들도 있었다. 레오나가 맨 먼저 수인화가 풀린 사자 일족의 기사에게 달려갔다.
“로튼 경!”
“……아가씨? 제가 왜 여기…….”
그들은 하나둘 정신을 차리더니 이내 영문을 모르겠다는 낯을 했다.
나는 이능을 갈무리하곤, 뿌듯하게 웃었다.
‘됐다.’
이렇게 많은 인원을 한 번에 치료해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성공했어.’
켄드릭은 내 이능이 라니에로에서 가장 강할 것이라고 확신했는데.
그것이 거짓말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버지도 이렇게 많은 인원을 한 번에 치료하지는 못할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문제는…….
저택 근처를 맴돌던 송골매들은 이미 사라진 상태였다.
아마 아버지에게 나에 대해서 보고하러 갔겠지.
‘휴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내가 이능을 사용하는 것을 보았으니, 더 본격적으로 나를 데려오려고 할 터였다.
그건 정말 싫었지만, 그래도.
“왜……. 왜 내가 여기에 있지?”
“나는 분명 자고 있었는데……. 뭐야? 내 갑주가 왜 찢겼어?”
“자네도? 내 갑주도 찢겼다네.”
이들을 치료할 수 있으니 괜찮았다.
나는 사태를 파악하기 위해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기사들과 사용인들을 둘러보았다.
그때, 켄드릭이 서느런 목소리로 말했다.
“잠깐, 주목.”
늑대 일족의 수장 권한으로 행사하는 언령이었다. 늑대 일족들이 자연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뱀 일족의 기사들과 사자 일족의 기사들 역시 눈치껏 입을 다물었다.
“더 이상 소란을 일으키지 말고 조용히 자리로 돌아가도록 해. 상황은 내일 낮에 설명하겠다. 혹여 몸에 이상이 있다면 즉시 보고하도록.”
켄드릭이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이 일에 관계된 이가 있다면 늑대 일족의 법도에 따라 엄중히 처벌하겠다. 범인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아무도 예크하르트 저택을 벗어날 수 없어. 결계를 치겠다. 기사들은 나가는 이가 없는지 감시하도록. 불가피하게 나갈 일이 있다면 보고해라, 이상.”
켄드릭의 말이 끝나자, 사용인들과 기사들이 우르르 자신들의 자리를 찾아 돌아갔다.
그리고 나는…….
펑-!
연둣빛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고, 등 뒤로 날개가 불쑥 튀어나왔다.
“어어?”
날개가 튀어나오면서 잠옷의 등 부분이 확 찢겼다.
“린시!”
아르센이 두 팔을 활짝 벌려 내 등을 가려 주었다.
‘지쳐서 그런가 보다.’
한 번에 많은 양의 이능을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니, 지칠 만도 했다.
물론 에크하르트 저택에서 이미 충분한 연습을 하긴 했지만…….
‘그때는 그냥 허공에 뿌린 거니까.’
이번처럼 상대를 정해 대량의 이능을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나는 아르센을 향해 웃어 보였다.
“가려 줘서 고마워, 아르센.”
“너, 조심하란 말이야.”
아르센이 툴툴거렸다. 그때, 내 위로 거대한 것이 폭 덮였다.
“어어?”
“수고했다, 린시. 잘했어.”
켄드릭이 자신이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내 등을 가려 주었다.
나는 켄드릭을 보고 헤헤,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레오나가 눈을 반짝 빛냈다.
“린시, 린시! 너 날개가 튀어나왔어! 만져 봐도 돼? 그런데 왜 갑자기 날개를 꺼낸 거야? 응? 나도 수인화하면 꼬리만 꺼낼 수 있을까?”
“지쳐서 그래. 지치면 수인화 조절이 잘 안 되니까.”
켄드릭이 레오나의 질문에 대신 대답했다. 그리고 레오나의 이마를 가볍게 톡 밀었다.
“그리고 아무한테나 이능 쓰지 마라, 레온. 라몬트가 교육을 덜 시켰군.”
켄드릭의 말에 레오나가 발끈했다.
“저 이능 쓸 수 있어요! 아까는, 아까는 그니까 잠깐 실수해서…….”
“페르난도의 이능은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불완전하다고 라몬트가 가르쳐 주지 않았어?”
사자 일족, 페르난도의 이능은 자신보다 강한 상대를 복종시킬 수 없었다.
그래서 사자 일족은 성년이 된 후, 가장 강한 힘을 갖게 되었을 때 비로소 이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었다.
그 전까지는 자신보다 약한 상대들을 단체로 복종시켜서 더 강한 상대를 처치하는 방법으로 이능을 활용한다고 했다.
레오나가 발끈하자, 켄드릭이 레오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날이 밝으면 곧장 저택으로 돌아가라. 라몬트가 걱정할 테니까. 오늘 일은 예크하르트의 실수이니 네 아버지한텐 내가 설명하고 사과하겠다. 카인, 너도 마찬가지야.”
켄드릭이 카인과 레오나를 훑어보며 말했다.
“아르센, 린시. 내일은 예크하르트 본 저택의 기사들과 사용인들을 불러 이 일에 대해 철저하게 조사해야 하니, 축제 구경은 미루는 게 좋겠다.”
“네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남은 사용인들까지 전부 치료하고 나면 잔뜩 지쳐 내일 축제 구경은 가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켄드릭이 흐릿하게 웃었다.
* * *
“헤른 선생님이 오는 동안 죽으면 어떡해요. 그냥 둘 수는 없어요, 제가……, 제가 치료하게 해주세요.”
켄드릭은 눈을 반짝이던 조그만 소녀를 생각하곤 미소를 지었다.
원래 거절하려고 했다.
해독이라면 헤른을 불러다가 시켜도 되고, 다친 이들은 역시 다른 의사들이 치료할 수 있으니까.
린시의 안전이 언제나 가장 최우선이었다. 그래서 거절하려고 했는데…….
“제가 치료하게 해주세요.”
어둠 속에서 반짝이던 연둣빛 눈을 본 순간 거절할 수가 없었다.
그러니까, 그 눈빛에는 강한 힘이 깃들어 있는 것 같다고.
켄드릭이 손아귀에 들어온 거대한 송골매의 날개를 꺾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