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75)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75화(75/187)
현재 예크하르트가 머물고 있는 곳은 성역 근처였기 때문에, 기사단을 더 주둔시키려면 교황의 허락이 필요했다.
켄드릭은 우선 에단에게 기사들을 대기시켜 놓으라고 명령하고, 신전에 따로 연락을 취했다.
신전에선 곧바로 신관을 파견했다.
켄드릭은 새벽에 곧장 달려온, 익숙한 낯의 신관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에트란.”
“오랜만입니다, 가주님.”
에트란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을 붙였다. 켄드릭은 귀찮다는 듯 손을 휘휘 저었다.
“저택 꼴이 말이 아니니 알아서 살펴봐.”
“성물은 무사합니까? 성물을 노린 범죄가 아닌 것은 확실한 겁니까?”
“성물은 내가 지니고 있는데, 누가 성물을 노리고 사용인들을 공격하겠나?”
켄드릭이 짜증스럽게 대꾸했다.
그러나 켄드릭도 에트란의 염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옛날에는 실제로 성물을 노린 범죄들이 왕왕 있었으니까.
게다가.
‘기록에는 성물을 빼앗긴 일족도 있다고 적혀 있고.’
그러나 기록이 거의 지워져 있어 확실히 알아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성물을 뺏긴 일족이 존재하고 성물을 빼앗기는 순간 일족에게 큰 문제가 생긴다는 것은 확실했다.
그래서 일족의 수장들은 축제를 위해 성물을 바깥으로 가지고 나올 때, 단 한 순간도 자신의 몸에서 떨어트려 놓지 않았다.
성물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라니에로가 한 짓이겠군요.”
에트란이 심드렁하게 저택을 둘러보며 말했다. 여기저기 깊게 패어 있는 발톱 자국들이, 간밤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는지 말해주는 듯했다.
“그래, 그런데 린시는 안 데려갔더군. 송골매 기사단까지 보내 놓고 말이지. 게다가.”
켄드릭이 성큼성큼 앞서 걷다가, 우뚝 멈춰서 휙 돌아보았다.
“자일스 꽃가루를 사용했다.”
“자일스 꽃이라면…… 다말 땅에서만 자라던 꽃이 아닙니까? 현재는 멸종했는데 그게 어떻게…….”
에트란이 멀뚱멀뚱 되물었다.
“그건 나도 모르겠군. 확실한 것은 자일스 꽃을 사용했다는 것뿐이야. 섭취 시 이지를 잃게 만드는 약물은 자일스를 이용한 약물뿐이니까.”
수인들에게 이지를 잃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했다.
이지를 잃은 수인은 한낱 짐승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지가 존재해야만 비로소 수인으로 살 수 있는 것이다. 때문에 고대에 자일스 꽃이 존재할 때도, 자일스 꽃을 복용하거나 이 꽃을 이용하여 약을 제조한 이는 극형에 처했다.
그 시절, 자일스 꽃으로 만들어진 약물이 시중에 돌아 개 일족이 절멸 직전까지 간 적이 있었다.
‘라니에로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라니에로는 시도해 보지도 않고서 그 많은 개 일족을 전부 구제할 수 없다며 단칼에 거절했다.
개 일족이 회생할 데까지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놀랐다.’
오래전, 라니에로는 폐쇄적인 성향이었기 때문에, 대외적으로 보이는 것 외에는 알 수 있는 방도가 달리 없었다.
그래서 새 일족은 ‘자일스 꽃’에 중독된 이들을 어떻게 처리했는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궁금해하던 차에, 다말 땅에 저주가 내리고 자일스 꽃이 멸종된 것이다.
그런데.
“예전에, 라니에로의 이능은 중독 증세도 고칠 수 있다고 들은 적이 있어요.”
린시는 그렇게 말하며 이능을 사용했다.
린시의 이능은 보란 듯이 자일스 꽃에 중독된 이들을 치료해 주었다.
린시의 몸을 휘감은 연두색 빛은 마치 기적 같았다.
‘놀랍군…….’
켄드릭이 똑똑하고 야무진 자신의 아기새 며느리를 떠올리며 중얼거렸다.
“자일스 꽃이 돌아왔다니, 성하께 당장 보고해야겠습니다.”
켄드릭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말 산에 저주가 깃들고 자일스 꽃이 이 땅에서 사라졌을 때, 기뻐했던 수인들의 수가 많았다.
한데, 다말 땅은 여전히 저주에 물들어 있는데 자일스 꽃은 돌아왔다.
이건…….
‘자일스 꽃이 다른 땅에서도 자라던가?’
기록상, 자일스 꽃은 오직 다말 땅 안에서만 자랄 수 있다고 했다.
연구원들이 실험해 본 결과, 다말 땅 외의 대지에선 금방 힘을 잃고 죽어버린다는 결과도 기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누군가 자일스 꽃을 복원하는 법을 알아냈군.’
그때, 켄드릭의 머릿속에 린시가 그동안 이야기하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금제를 사용한다던 에스테르와, 린시를 노려보았다던 검은 후드를 쓴 사람.
그 아이가 이야기한 것들이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때, 에트란이 말했다.
“라니에로의 짓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있으면 자일스 꽃가루 사용을 물어 추궁할 수 있을 겁니다. 증거가 있으십니까?”
“라니에로의 송골매 기사단 두 명을 생포했다.”
“그것으로는 안 될 텐데요.”
에트란이 낯을 구겼다.
“자일스 꽃가루를 사용하고 유통한 이들의 증언이라도 있어야 할 겁니다. 고작 기사단 둘 생포했다고 이 사태의 책임을 라니에로에게 물을 수는 없으니.”
켄드릭이 고개를 끄덕였다.
“용의자는 특정했다. 그러니……, 찾아내기만 하면 돼. 그나저나 다 살펴봤으면, 주둔 허가부터 내주지.”
“예, 허가합니다. 성하께는 제가 직접 보고 올리겠습니다.”
에트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은 곧바로 옆에 서 있던 에단에게 까딱, 손짓했다.
“지금 데리러 갈 테니 연무장에 전부 대기하고 있으라고 해.”
“예, 가주님.”
“에이든, 데곤.”
켄드릭이 저택의 상황을 살피고 있던 기사 두 명을 호명했다.
에이든과 데곤이 켄드릭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했다.
“예, 가주님.”
“예, 가주님.”
“아무도 저택 바깥으로 나갈 수 없도록 통제해라.”
“뱀 일족의 데보라 님께서 헤제스 가에 보고하러 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막을까요?”
“막아라, 예외 없이 출입을 통제한다.”
켄드릭이 단호하게 말하자, 에이든과 데곤이 제 자리를 찾아 떠났다.
켄드릭의 발밑으로 스멀스멀 어둠이 몰려들었으나, 해가 떠 있지 않아 그림자는 보이지 않았다.
그림자가 이내 켄드릭의 온몸을 뒤덮었다.
켄드릭은 그림자 속으로 흔적도 남기지 않고서 사라졌다.
에트란은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리를 떴다.
* * *
나는 느리게 눈을 떴다.
‘……얼마나 잔 거지?’
슬쩍 창밖을 내다보니, 해가 높이 떠 있었다. 벌써 낮이었다.
사용인들이 간밤의 일로 폐허가 되어버린 정원을 수습하고 있었다.
나는 옆에서 곤히 자고 있는 레오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으쌰, 침대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거울 앞에 서서 부스스한 머리를 대충 정리했다.
그런데.
“……또…….”
또 붉은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나 있는 것이 보였다. 이번엔 무려 세 개였다.
내가 미처 보지 못한 붉은색 머리카락이 있을까 봐 겁이 덜컥 났다.
나는 거울을 살피며 재빨리 머리카락을 더듬더듬 뽑았다.
“아얏!”
뽑힌 자리가 아파서 눈물이 핑 돌았다.
막 난 털을 함부로 뽑아서 더 아픈 모양이었다.
머리카락을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살펴보니, 확실한 붉은빛이었다.
전생에 나를 저주받은 아이로 만들었던 바로 그 색 말이다.
그때.
똑똑.
“아가씨~ 일어나셨어요?”
문 바깥에서 베티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화들짝 놀라 그만 머리카락을 놓치고 말았다.
‘아, 안 되는데!’
재빨리 엎드려 머리카락을 주우려고 했지만, 창문이 열린 탓에 바람 때문에 어디론가 날아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아가씨? 들어가도 될까요?”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으, 으응! 들어와도 돼!”
그리고 근처의 바닥을 발로 슥슥 쓸었다. 혹시라도 머리카락이 있다면 구석으로 사라지도록 말이다.
베티가 문을 열고서 들어왔다.
“레온 님은 아직 주무시네요. 아가씨가 깨어 계실 것 같아서 올라와 봤어요. 세숫물을 준비해 드릴까요?”
“응? 으, 응. 세숫물……, 준비해 줘.”
“아가씨, 무슨 일 있으세요? 식은땀이…….”
베티가 내게 성큼 다가왔다.
나는 뻣뻣하게 경직된 몸으로 베티를 올려다보았다.
“응? 아무 일도 없어……. 그냥 방금 일어나서…….”
“어제 무리하셔서 그런가 봐요. 에단 님께 얘기 들었어요. 아가씨, 괜찮으세요?”
베티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 이마를 짚어보았다. 나는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응! 정말 괜찮아.”
“안 괜찮으신 것 같은데……, 헤른 선생님을 모셔올까요? 저택에 와 계세요.”
“아, 아니야. 정말로 괜찮다니까……. 그보다, 레온이 깨겠어.”
나는 베티를 어서 방에서 내보내기 위해, 곤히 자고 있는 레오나를 바라보았다.
레오나는 간밤의 일 때문에 피곤했는지, 우리가 떠드는데도 깨지 않고 잘 자고 있었다.
“레온 님도 일어나셔야 하는데, 점심을 드셔야……, 하니까…….”
베티가 점심이라는 단어를 유독 늘어뜨리며 말했다.
나는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눈썹 한쪽을 치켜올렸다.
“베티……? 무슨 일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