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79)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79화(79/187)
“아킴을 찾았다고?”
켄드릭이 날카롭게 물었다. 데곤이 예, 대답하며 고개를 짧게 끄덕였다.
“지금 이곳으로 이송 중입니다.”
“어디서 찾았는지 보고해라.”
“늑대 영토와 새 영토 근처에 있는 작은 마을에 몸을 감추고 숨어 있었습니다. 오래 머무를 예정은 아니었던지, 방값은 이틀 치만 치렀다고 합니다.”
“금방 떠나려고 했겠지.”
켄드릭이 천치가 아닌 이상, 자일스 꽃가루를 음식에 탄 이가 아킴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 없으니 말이다.
켄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아킴이 누구의 사주를 받고 이런 일을 벌였는지 추궁할 차례였다.
‘뭐, 물어볼 필요도 없겠지만.’
사건 당일, 예크하르트 제2저택 근처에서 라니에로의 직속 기사단인 송골매 기사단의 매 두 마리를 생포했다.
게다가 라니에로는 전부터 린시를 돌려받고 싶어 했으니 물어보나 마나 당연히 라니에로일 것이다.
문제는 라니에로가 자일스 꽃가루를 어디서 구했느냐였다.
자일스 꽃은 오래전 다말 땅이 저주받으면서 함께 멸종된 꽃이었다.
자일스 꽃은 오직 다말 땅의 토양에서만 자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꽃이 다시 나타났다는 건……, 다말 땅 어딘가에 저주가 해금된 곳이 있다는 얘긴가?’
켄드릭이 눈을 가늘게 떴다.
만일 그런 것이라면, 아르센의 저주를 풀 방도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킴을 이송해오면 보고해. 이만 나가봐라.”
“예, 가주님.”
데곤이 예를 갖추어 인사하고 방을 나서려 할 때였다.
누군가 켄드릭의 서재 문을 가볍게 노크했다.
“들어와.”
켄드릭이 짧게 명령하자, 서재 문이 느리게 열렸다.
그리고.
“아르센.”
켄드릭은 문턱에 서 있는 익숙한 낯을 보고 눈을 감았다 떴다.
“데곤, 나가봐. 들어와라, 아르센.”
데곤이 방을 나가고, 아르센은 어딘가 결연한 표정으로 다가와 소파에 앉았다.
켄드릭은 하녀에게 코코아 한 잔을 내 오라고 명령한 뒤, 아르센의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 일인지 말해 봐.”
“……이능을 활용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아르센이 힘겹게 말을 내뱉은 뒤, 입술을 꾹 다물었다.
“갑자기? 본 저택에 돌아가면 린시와 함께 배우게 될 텐데.”
“……지금, 배우고 싶어. 내 이능은 너무 약하고, 그러니까…….”
켄드릭은 아들의 급작스러운 심경 변화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 있는 눈친데, 아르센.”
“…….”
“얘기해 봐, 코코아 한잔 마시면서.”
하녀가 마시멜로를 동동 띄운 따끈한 코코아를 내왔다.
아르센은 코코아를 두 손으로 쥐고 호, 불면서 한 모금 꼴깍 마셨다.
그리고 한참 동안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켄드릭은 아르센이 먼저 입을 열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려주었다.
말하기 싫다는 아이를 재촉해서 좋을 것이 없으니까.
아르센은 한참 동안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손장난을 치더니, 이내 고개를 불쑥 들었다.
“내 이능이 너무 약해서 싫어. 활용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
“차차 배우면 충분히 강해질 거야, 아르센. 그리 급하게 굴지 않아도 돼.”
“하지만……, 내 이능으로는 아빠처럼 누군가를 지켜줄 수도 없고.”
지켜줘?
아르센의 말에 켄드릭의 눈에 일순 흥미가 돌았다.
켄드릭이 잘 깎인 턱을 손으로 매만진 뒤, 이내 입을 열었다.
“린시 때문이군.”
켄드릭이 깔끔하게 결론을 내리자, 아르센이 흠칫 몸을 떨었다.
“그게 아니…….”
“며칠 전의 그 일 때문인가?”
켄드릭의 말에, 이내 당황한 듯 낯을 붉히던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전, 아킴이 저택의 사용인들에게 자일스 꽃가루를 먹였던 일.
수인화한 채 잠시 이지를 잃어버린 사용인들 때문에 린시가 크게 다칠 뻔했다.
켄드릭이 제때 오지 않았더라면 기어이 사고가 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르센은 그걸 가까이에서 목격했고.’
린시를 유난히도 잘 따르는 아인데, 그 충격이 얼마나 클지 가늠조차 가지 않았다.
저택에 돌아가면 헤른을 통해 상담이라도 받아보게 할 생각이었는데.
이렇게 먼저 찾아왔군.
켄드릭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아르센은 조그만 두 귀까지 붉게 물든 채였다.
“응, 고작 이런 이능으로는. 린시를 지켜줄 수 없으니까.”
아르센이 우울한 낯으로 손바닥을 펼쳤다.
파아앗-!
아르센의 손바닥에서 검은 빛이 희미하게 일렁이더니, 주변의 그림자들이 모여들어 늑대의 형태를 띠었다.
늑대는 켄드릭을 보더니 곧바로 배를 까고 벌렁 드러누웠다.
“아르센, 축제 기간에는 이능을 사용하지 말라고 했는데.”
“……하지만, 서재에는 우리 둘뿐이니까.”
“그래, 대신 밖에선 조심해라. 그리고…….”
켄드릭이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에게 손을 내밀었다.
조그만 늑대는 켄드릭을 보고 연신 꼬리를 치더니, 이내 달려와 켄드릭의 앞에 우뚝 섰다.
예크하르트 역사상 이런 이능이 존재했다고는 들어본 적 없었다.
켄드릭이 고서를 보관해 둔 도서관에서 기록을 뒤졌는데도 찾을 수 없었다.
‘자아를 가진 이능이라니.’
만일 이 자아가 제 주인에게 반하는 자아였다면 문제가 되었겠지만.
“네 말은 잘 듣는 것 같아?”
“……가져오라는 건 가져올 수 있어.”
아르센이 그림자 늑대를 살짝 째려보며 다리를 달랑거렸다.
“하지만 이런 이능으로는 린시를 지켜줄 수 없잖아.”
아르센은 그날의 충격이 몹시 큰 모양이었다.
켄드릭은 물끄러미 아르센의 낯을 살피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아르센, 의사들은 네가 이능을 발현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
“하지만 너는 이능을 발현했지. 네가 처음 이능을 썼던 그 순간을 생각해 봐.”
아르센이 콧잔등을 살짝 찡그렸다.
그리고 자신이 이능을 처음 발현했던 그 순간을 떠올렸다.
린시가 사라졌다는 얘기를 듣고서, 린시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저택을 뛰어다니던 그날.
아르센은 처음으로 이능을 불러내었다.
그리고.
‘린시를 찾아 줘.’
희미하게 반짝이는 자신의 이능에게 간절히 부탁했다.
그리고 아르센의 이능은 그 기도에 응답했다.
린시를 찾아 주었다.
아르센이 켄드릭의 앞에서 좋다고 빙빙 돌고 있는 그림자 늑대를 바라보았다.
“…….”
“아르센, 네가 성장하면 네 이능 역시 자연히 강해질 테니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마. 이능을 활용하는 법은 이 일이 마무리된 후 저택에 돌아가서 가르쳐 주마. 그리고 아르센, 너는 이미 한 번 린시를 찾아냈지.”
켄드릭이 쐐기를 박듯 말했다.
“너는 이미 한 번 린시를 지켰어. 그러니 이번 일로 너무 자책하지 않았으면 한다, 아르센.”
아르센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이능을 거두어들였다.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는 금세 허공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리고 아르센, 장담하건대 네가 자라면 분명히 나보다 강해질 거다.”
켄드릭이 여유롭게 웃었다.
켄드릭은 현재 예크하르트 역사상 가장 강한 이능을 소유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가주이자 수장이었다.
아르센이 아버지가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하고서 눈썹을 치켜올렸다.
“…….”
“못 믿는군.”
켄드릭은 설핏 웃었다. 그리고 아르센에게 이만 가 보라며 손짓했다.
“이능은 되도록 사용하지 말고.”
“알았어.”
아르센이 씩씩하게 고개를 끄덕인 뒤 켄드릭의 서재를 빠져나갔다.
켄드릭은 아르센이 나간 자리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
나는 베티에게 아르센의 이상 행동에 대해 이야기했다.
베티가 놀란 듯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그런 일이 있으셨어요?”
“그으래, 완전 이상하다니까.”
나는 베티의 손길에 내 머리카락을 맡긴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열심히 대답하면서도, 눈은 계속해서 손거울에 고정되어 있었다.
‘혹시 붉은 머리카락이 또 있는 건 아니겠지?’
분명히 어제 일곱 가닥이나 뽑았는데, 숱이 많으니 내가 모르는 붉은 머리카락이 있을지도 모른다.
‘어제 뽑은 건 잘 버렸지?’
나는 방바닥을 눈으로 슥 살폈다.
뽑은 것은 되도록 곧바로 쓰레기통에 넣고, 여의치 않으면 창밖에 날려 보내는 편이었다.
‘물론 창밖에 버리고 싶진 않지만…….’
늑대 일족에는 적색 머리카락을 가진 늑대가 없으니까, 만일 머리카락이 발견된다면 의심을 사고 말 거다.
그래서 되도록 쓰레기통에 보이지 않게 잘 버려두는 편이었다.
만약 붉은 머리카락이 있다면 제발 베티가 모르고 지나가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는 베티의 눈치를 살폈다.
다행히 걸리는 것은 없는지, 베티는 내 머리를 슥슥 빗어 양 갈래로 묶어 주었다.
“자아, 다 되었어요, 아가씨.”
“으응, 고마워.”
나는 단정하게 묶인 머리를 한참 만지작거리다가, 손거울을 바라보았다.
잘 관리된 결 좋은 밀색 머리카락이 단정하게 묶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구 보니 켄드릭 님께 머리카락에 대해서 말씀드려야 하는데…….’
심각한 일이 연달아 터져버려서, 말할 타이밍을 계속해서 놓치고 있었다.
‘어서 말해야 하는데.’
붉은 머리카락이 더 많이 자라나서 이제 뽑기 어렵게 되기 전에 말이다.
게다가.
“아가씨, 요즘 머리카락이 많이 빠지시는 것 같아요.”
베티가 내 머리를 만지작거리며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아직 털갈이를 할 나이가 되지 않았으니, 털갈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는 모양이지만…….
“으응? 그래?”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붉은 머리카락이 나는 만큼 내 밀색 머리카락도 계속해서 빠지고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내가 얘기하기도 전에 들키고 말 터였다.
‘그럴 수는 없어.’
이 일이 잘 마무리되고, 법적으로 아르센과 조혼한 사이가 되는 대로 꼭 켄드릭 님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해야지.
붉은 머리카락은 내가 감추고 싶다고 감출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빨리 말하고 용서를 구하는 편이 나았다.
‘그냥 말하구, 아르센을 꼭 치료해 주겠다고 하자.’
머리카락은 내가 어쩔 수 없으니까,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나는 결연한 표정으로 손거울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