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80)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80화(80/187)
아킴은 그날 오후, 예크하르트의 별장 지하에 있는 감옥으로 호송되었다.
도망갈 수 없도록 양손과 발목이 꽁꽁 포박당한 채였다.
켄드릭은 아킴을 지하 감옥에 구속했다는 보고를 받고, 기사들과 함께 지하로 내려갔다.
잡힐 때 도망을 시도한 탓에, 아킴의 낯은 잔뜩 얻어맞아 퉁퉁 부어 있었다.
켄드릭이 빛 한 줌 들어오지 않는 지하 감옥에 누워 꿈틀거리는 아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서느런 벽안에는 안광이 없었다.
“일으켜 세워라.”
켄드릭의 말이 끝나자, 병사 두 명이 아킴의 팔을 붙잡고 무너지는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그리고 무릎을 꿇려 켄드릭을 올려다보도록 만들었다.
“……아킴.”
“가, 가주님. 저는, 저는 정말로…….”
퉁퉁 부은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켄드릭이 한숨을 내쉬며 느리게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바른대로 고해라. 저택의 모든 음식에 자일스 꽃가루를 탄 것이 네가 맞나?”
“예? 자, 자일스 꽃이라니요. 그런 것은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그, 그러니까……, 수면제라고 분명히,”
아킴이 덜덜 떨며 더듬더듬 말했다. 낯이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그는 손톱이 몽땅 빠진 손을 모으고서 켄드릭을 올려다보았다.
“사, 살려 주십시오, 가주님……. 제발……. 동생이, 동생이 라니에로에 갇혀 있습니다. 그래서 말을 안 들을 수가, 컥!”
아킴이 울컥, 피를 토했다. 내상이 상당한 모양이다. 켄드릭은 미간을 좁히고 아킴의 말을 듣다가 느릿하게 말했다.
“동생이 라니에로에 있다고……. 동생을 치료해주는 대가로 뭘 줬지?”
“…….”
“제대로 말하는 게 좋을 거다, 아킴. 나는 인내심이 없는 편이니까.”
켄드릭의 말이 끝나자, 병사 두 명이 곧장 아킴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아킴이 잔뜩 흐트러진 머리칼, 눈물 자국으로 엉망이 된 낯을 번쩍 치켜들며 입을 열었다.
“이, 일주일에 한 번씩 저택의 상황을 보고할 것을 지시했습니다…….”
“보고하기 시작한 지는 얼마나 되었지?”
“삼 년 정도, 되, 되었습니다. 살려……, 살려 주십시오, 가주님. 동생이 아직 라니에로에 있습니다. 그러니…….”
“뭘 얼마나, 어떻게 보고했는지 사실대로 말해.”
아킴은 덜덜 떨면서 그간 자신이 예크하르트 가문에서 해 온 것들을 모두 실토했다.
그 전에는 아르센의 상태와 예크하르트 내부의 분위기를 보고하다가, 린시가 온 뒤로는 린시의 일거수일투족도 함께 보고했다고 실토했다.
수면제는 연회 전날, 모두가 정신없이 바쁜 틈을 타 정체 모를 까만 새에게 전달받았다고도 얘기했다.
“받아서 어디에 보관했지?”
“……지하실 창고에…….”
아.
켄드릭이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 눈을 느리게 감았다 떴다.
‘그래서 문이 열려 있었던 거군.’
연회 날, 린시가 놀라 들어갔다가 갇힌 그 방 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었다.
‘린시는 어두운 것을 싫어하는데, 왜 그 방에 날아 들어갔지?’
켄드릭이 눈을 가늘게 뜨고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창고에 들어갔을 때 불을 켜 두었나?”
“예? 예……. 안이 어, 어두워서 입구의 불을 켜 놓았었습니다. 그리고 나올 때 껐는데…….”
“그래서 린시가 날아들었군.”
“아, 아가씨께서 들어가시는 것은 정말 못 봤습니다! 너무 어두운 데다가 정신이 없어서, 그래서 그냥 문을 잠그고 나, 나간 겁니다!”
켄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예크하르트 저택에서 오래 일한 아킴이라면, 그 지하실의 열쇠도 가질 수 있었을 터였다.
게다가.
‘그 창고를 오랫동안 쓰지 않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을 테니.’
아킴이 무언가를 숨기는 데는 딱 좋은 장소였으리라.
린시를 보지 못했다고 말하는 아킴은 정말로 억울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켄드릭은 아킴의 말을 신뢰하진 않았으나, 그 말 정도는 진실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린시는 몹시 작으니까.’
늑대 일족에게 린시만큼 작은 아기새는 낯선 존재였다.
그러니 밝은 곳에서도 수인화한 린시를 못 보기 일쑤였다.
하물며 어두운 곳이면 더했을 터였다. 켄드릭은 쯧, 혀를 찼다.
“에단을 불러, 본 저택의 사용인들을 시켜서 린시가 갇혀 있었던 그 창고를 조사하라고 해.”
켄드릭의 명령이 떨어지자, 병사 한 명이 지하 감옥을 빠져나갔다.
켄드릭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일단은 가둬 두도록. 처분은 이 일이 끝난 후에 결정하겠다.”
“사, 살려 주세요, 가주님! 동생이, 동생이 아직 라니에로에……!”
탕!
지하 감옥의 문이 큰 소리를 내며 강하게 닫혔다.
켄드릭은 거의 울부짖고 있는 아킴을 뒤로하고 지하 감옥을 빠져나왔다.
***
“데곤.”
켄드릭이 호명하자, 어디선가 덩치 큰 기사가 불쑥 튀어나와 켄드릭의 앞에 우뚝 섰다.
그리고 켄드릭에게 예를 갖추어 인사한 뒤 고개를 들었다.
“예, 가주님.”
“아킴을 잡았다는 건 비밀에 부쳐라.”
아킴은 라니에로가 ‘수면제’를 주며 예크하르트의 음식에 타라고 지시했다고 실토했다.
문제는 이 이야기를 증명할 방도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킴과 라니에로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아킴의 동생이 라니에로에 있다는, 혹은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야 한다.
그래야 아킴과 라니에로 간의 연결고리를 입증할 수 있을 테니까.
문제는,
‘아킴이 잡혔다는 것을 알면 라니에로에선 바로 아킴의 동생을 죽이려고 하겠지.’
아니, 어쩌면 벌써 죽였을지도 몰랐다.
벌써 죽었다면 낭패였다. 라니에로가 이 일에 연관되었다는 것을 밝힐 수 없으니.
사건 당일, 저택 근처에서 아서 라니에로의 직속 기사단인 송골매 기사단을 포획하긴 했지만.
‘쯧, 전부 죽어 버려서…….’
타당한 이유 없이, 라니에로의 기사단을 곧장 죽인 것이 라니에로에 알려지면 꼬투리를 잡힐 것이 분명했다.
송골매 기사단이 예크하르트의 저택 주변을 감시하긴 했으나 영공을 침범했다는 물증은 없었으니.
린시가 엮여있으니 괜한 분란을 만들지 않는 게 여러모로 좋을 터였다.
그러니.
‘먼저 아킴의 동생이 라니에로에 있는지부터 확인해야겠군.’
그러나 라니에로 저택 안으로 켄드릭이 직접 발을 들일 수는 없었다.
성물 때문이다.
성물을 가지고 있는 일족들은, 축제 때처럼 성물을 사용하여 저택 주변에 결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라니에로 역시 결계가 쳐져 있을 테니, 아서 라니에로의 허락 없이는 저택에 직접 발을 들이지 못할 터였다.
‘라니에로에 전령을 보내야겠군.’
일상적인 내용의 서신을 보내며, 이능을 사용하여 전령의 그림자에 이능을 섞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물론 거리가 상당한 탓에 켄드릭에게 무리가 올 수도 있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지.’
이능은, 다른 일족들에게 활용법이 알려지지 않았다.
활용법이 알려지는 것은, 즉 이 이능에 어떻게 대비하면 되는지 방법까지 알려주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른 일족들은 예크하르트의 이능을 어디까지 활용할 수 있는지 모르고 있었다.
늑대 일족의 그림자에 이능을 섞어 정탐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 역시도.
전령을 보내면 아서 라니에로는 서신을 받기 위해서라도 전령이 저택 안에 발을 들이는 것을 허락할 테고, 그 순간 켄드릭의 이능 역시 결계 안에 발을 들일 수 있도록 허락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켄드릭이 성큼성큼 걸어 서재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리고 바깥에 서 있던 하녀에게 에단을 불러오라고 명령했다.
“에단.”
“예, 가주님.”
“라니에로에 그림자 서신을 보내야겠다.”
에단은 켄드릭의 말이 무슨 뜻인지 단박에 알아들었다.
그리고.
“예, 준비하겠습니다.”
준비하겠다는 짧은 말을 남긴 채 방을 나섰다.
그리고 에단이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똑똑.
“들어와.”
베티가 곤란한 낯으로 켄드릭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
베티는 린시와 아르센이 식사를 하러 간 틈을 타, 린시의 방을 정돈하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곳을 대충 치우면, 다른 하녀들이 들어와 잘 보이지 않는 곳까지 꼼꼼하게 청소했다.
베티는 우선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것들을 정리하고, 거울을 깔끔하게 닦았다.
그런데.
“……이게 뭐지?”
거울에 머리카락 한 가닥이 붙어 있었다.
베티는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집어 올렸다.
아무리 봐도 자신의 머리카락은 아니고, 그렇다고 아가씨나 도련님의 머리카락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왜냐하면.
‘붉은색이잖아?’
머리카락이 붉은색이었기 때문이다. 베티는 눈을 가늘게 뜨고서 햇빛에 머리카락을 비춰 보았다.
선명한 붉은색이었다.
“이게 왜 아가씨 방에…….”
베티가 헙, 입을 틀어막았다.
그렇다면 아가씨 방에 침입자가 있었다는 건가?
늑대 일족을 모두 통틀어도 붉은 머리카락을 가진 이는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일족이라는 뜻이다.’
베티가 붉은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손수건에 쌌다.
그리고 방을 구석구석 더 뒤져보았다.
마침내, 베티는 쓰레기통에 뭉쳐져 있던 붉은 머리카락 여러 개를 발견하고 말았다.
베티의 낯이 창백하게 질렸다.
‘아가씨의 방에 침입자가 든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그때,
베티는 그 머리카락의 길이가 어딘가 익숙하다는 것을 눈치챘다.
자신이 매일 머리를 손질해 주는 린시 아가씨의 머리카락과 길이도, 굵기도 꼭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린시 아가씨의 머리는 밀색인걸?’
베티가 의아한 눈빛으로 머리카락을 내려다보았다.
‘혹시 아가씨가 털갈이를 시작하신 걸까? 털갈이라서 색이 바뀐 건가?’
그러나 베티는 곧 고개를 내저었다.
‘아가씨는 겨우 일곱 살인데 털갈이라니.’
이건 혼자 섣불리 판단할 일이 아니었다.
그녀는 미간을 좁히고 머리카락을 손수건에 감쌌다.
그리고 켄드릭에게 보고하기 위해 곧장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