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8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81화(81/187)
“붉은 머리카락이 발견됐다고?”
“예, 아가씨의 방에서 붉은 머리카락들이 발견되었습니다.”
베티가 손수건에 싸여 있던 붉은 머리카락들을 켄드릭에게 보여 주었다.
켄드릭이 그것을 받아들고 눈을 가늘게 뜬 채 한참 살폈다.
“이게 거울이랑 쓰레기통에서 발견되었다고.”
베티는 이것이 침입자의 머리카락일 수도 있다 여겨 가져왔다고 했다.
그러나 모발이 가느다란 것을 보니 아직 어린 아이의 머리카락인 듯했다.
그도 아킴의 일로 예민해져 있기는 하나, 이것이 침입자의 흔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켄드릭은 혹시나 하는 가능성을 꺼내보았다.
“레온의 머리카락일 수도 있지 않나?”
“레온 님이요? 하지만…… 레온 님은 주황빛 곱슬머리를 가지고 계신걸요.”
베티의 말을 듣고서 켄드릭은 머리카락을 다시 한번 들여다보았다.
확실히 베티가 가져온 머리카락들은 주황빛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선명한 붉은색이었다.
“……그럼.”
그때, 켄드릭의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린시는 또래보다 수인화를 삼 년이나 빠르게 했다.
보통 아이들은 열 살에 첫 수인화와 털갈이를 하는 반면에, 린시는 일곱 살에 수인화를 했다.
그러니 어쩌면 털갈이도 그만큼 빨리 시작되었을 수도 있었다.
켄드릭이 베티에게 물었다.
“린시에게 이상한 점은 없었나?”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아!”
베티가 그제서야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입을 조그맣게 벌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머리를 빗어 드릴 때면, 늘 불안하신지 저를 힐끔 쳐다보셨어요. 머리를 맡기시는 것이 영 못 미더워서 그러시나 했는데…….”
가끔 어린 수인들이 털갈이를 할 때 두피가 예민해지는 경우가 있었다.
린시도 그런 경우라면, 빗질을 할 때 불안해했던 것이 이해가 되었다.
“린시가 털갈이를 하는 모양이군.”
켄드릭이 붉은 머리카락을 내려다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었다.
‘라니에로의 아이들은 독수리일 텐데.’
털갈이를 한 독수리들은 대개 갈색 털을 지닌다고 알고 있었다.
물론 그 가문에서 태어나는 이들이 모두 가문의 특징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아니다.
당장 레오나 페르난도만 보아도 그랬다. 페르난도 가문은 흑발에 금안을 가진 흑사자 가문인데, 레오나는 주황빛 갈기를 가지고 태어났다.
레오나처럼 아이가 그 가문의 특징을 완전히 갖고 태어나지 않는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붉은 깃이면, 새 일족에서는 저주의 상징일 텐데.’
새 일족뿐만 아니라 몇몇 일족들 사이에도 같은 속설이 있다.
켄드릭이 손안에 있는 붉은 머리카락을 보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물론 늑대 일족에서는 린시가 붉은색으로 털갈이를 하든, 갈색으로 털갈이를 하든 아무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제가 나중에 흉측해져도 버리지 말고 성년이 될 때까지 보호해 주세요.”
왜 갑자기 린시를 처음 만났을 때 생각이 나는 걸까.
똑똑하고 야무지고 당찬 아이. 린시는 자신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는 것을 아는 아이처럼 자신을 버리지 말고 지켜달라고 부탁했다.
‘혹시 그 말이 털갈이를 가리키는 것이었다면…….’
날개가 나왔을 때 그랬던 것처럼, 붉은 털이 나는 것이 새 일족만 아닌 ‘모든 수인’에게 저주라고 생각해서 미리 걱정했을 수도 있었다.
그런데…….
어린아이가 미래의 털갈이 색을 어떻게 알고 그런 말을 한단 말인가. 켄드릭은 그럴 리 없다는 듯 고개를 내저었다.
아무리 린시가 나이에 맞지 않게 모든 것을 다 아는 아이처럼 군다고 해도,
자신이 어떤 색으로 털갈이할지 알 수 있는 방도는 없을 테니까.
켄드릭은 머리카락을 손수건으로 감싸 자신의 서랍 안에 넣어 두며 말했다.
“일단은 린시를 잘 살펴봐라. 린시의 머리카락인 것 같으니.”
“네, 가주님. 그런데……, 아가씨께서는 겨우 일곱 살이신데 털갈이를 하는 게 가능하실까요?”
“일곱 살에 수인화를 했으니 털갈이도 할 수 있겠지. 일단은 잘 살펴보고, 린시가 아니라면 다시 보고해. 일단은 경비를 강화하라고 일러둘 테니.”
베티가 고개를 느릿하게 끄덕이곤 서재를 빠져나갔다.
‘털갈이라…….’
아주 가끔, 열 살 이전에 털갈이를 하는 아이들이 드물게 있었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린시처럼 열 살 이전에 수인화를 성공한 경우였다.
켄드릭은 저도 앞으로 린시의 머리카락을 유심히 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몸을 일으켰다.
라니에로에 선물을 보낼 준비를 해야 했으니까.
***
“삐잇!”
나는 수인화한 상태로 아르센의 배 위에 앉아 깃털을 골랐다.
그리고.
“삐, 삐빗.”
붉은 깃털이 하나 나 있는 것을 발견하곤, 눈치를 살피다가 다른 깃털들 사이에 묻어 두었다.
“왜? 무슨 일 있어?”
아르센이 물었다.
나는 애써 태연한 척 고개를 내저었다.
“이제 축제가 이틀 남았네.”
아르센이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삐이……?”
(축제에 가고 싶어?)
나는 아르센을 올려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아르센이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저었다.
“바깥은 너무 위험한 것 같아. 당분간은 안 나갈래.”
“삐빗?”
얘가 웬일이지?
아르센은 저택 안에서만 자란 탓에, 언제나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했다.
그런데 그런 애가 바깥이 위험하니 당분간 나가지 않겠다는 말을 한다고?
나는 포르르 날아올라 아르센의 이마에 착, 착지했다.
“아얏, 린시!”
그리고 날개를 활짝 펼쳐 아르센의 이마를 만져 보았다.
‘열은 없는데…….’
다른 사람이라면 이능을 불어넣어 몸이 아픈지 안 아픈지 확인해 보았을 텐데.
하필 아르센이라 이능을 사용하여 얘가 아픈지 알아볼 수도 없었다.
“삣!”
아르센이 나를 번쩍 집어 들었다. 나는 졸지에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린 상태가 되고 말았다.
“함부로 올라오지 말라니까.”
“삐잇!”
나는 부리를 꾹 앙다물고 공중에서 발을 휘저었다.
그리고.
펑-!
연둣빛 연기가 금세 피어올라 실내를 가득 채웠다. 그러나 이내 흔적도 없이 공중으로 흩어졌다.
나는 소파에 반쯤 누워 있던 아르센의 몸 위에 털썩 떨어졌다.
“그치만, 너 진짜 이상하다구. 너 아픈 거 아니야? 아픈데 나한테 숨기구 있는 거지, 그렇지.”
나는 억울한 표정으로 아르센을 째릿, 째려보며 쏘아붙였다.
“아니 진짜 안 아프다니까 뭘 더 얘기해야 하는데? 안 아프다고.”
“그런데 왜 자꾸 이상한 말 해?”
“……이상한 말?”
“아아니, 바깥에 안 나가고 싶다니, 네가 그럴 리가 없는데…….”
적어도 내가 지금까지 봐 온 아르센은 그랬다.
아르센이 일단 내려오라는 듯 내 치마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거기서 수인화를 풀면 어떡해…….”
“하지만 네가 공중으로 들어 올렸잖아.”
나는 새침하게 쏘아붙이며 아르센의 위에서 폴짝 내려왔다.
“아무튼, 너 요즘 진짜 이상해.”
“내가?”
“응, 베티도 좀 이상한 것 같다고 했다구.”
나는 허리에 손을 척 올리고 당당하게 말했다.
요즘 걸핏하면 나한테 수인화해달라고 부탁하질 않나,
수인화를 하면 돌아다니지도 못하게 하고 제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멍하니 딴생각에 빠지는 일도 잦았고, 결정적으로…….
“그러니까……, 내가 바깥에 나가지 않겠다고 해서 네가 지금 이러고 있다는 거지?”
아르센이 오른쪽 눈썹을 치켜올리고 어이가 없다는 듯 물었다.
“응, 당연하지!”
나는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이 바깥에 안 나간다니? 그게 무슨 해가 서쪽에서 뜨는 소리야.
“그냥, 그냥 바깥에 안 나가는 건데……. 밖은 위험하니까.”
아르센이 꿍얼거렸다. 나는 아르센을 빤히 바라보았다.
“밖에서 무슨 일 있었어?”
“……뭐?”
“아니이, 그렇잖아. 사실 따지고 보면 너랑 나한테는 저택 안이 더 위험했는데……. 아, 너는 아니지. 나한테다.”
나는 헤헤, 웃어 보이며 말했다.
사실 바깥에서 아르센이 위험한 일을 겪은 적은 없었다.
바깥에서 위험한 것을 본 건 오직 나 하나뿐이니까.
“……그렇다고 밖에 나가 있을 수는 없잖아. 바깥보단 저택 안이 안전하니까, 그러니까…….”
“아르센, 무슨 일 있어? 나 벌써 세 번째 물어보는 건데.”
“아무 일도 없다고, 바보야.”
결국 아르센이 내 이마를 톡 밀었다.
나는 아르센의 손이 닿았던 이마를 슥슥 문지르며 아르센을 흘겨보았다.
“어디 아프면 꼭 말해 줘야 해? 아니다, 지금 손잡구 있자.”
나는 아르센이 거절하기 전에, 아르센의 조그만 손을 냉큼 붙잡았다.
“야아-! 아직 잡겠다고 안 했어!”
“너어, 나랑 손 안 잡을 거야?”
“아니 물론 그건 아니지만…….”
“그럼 됐지, 뭐어. 치료라구 생각해.”
나는 아르센의 손을 꼭 잡고서 소파에 앉아 다리를 달랑달랑 흔들었다.
아르센은 손을 빼고 싶은 듯 손가락을 꿈틀거리다가, 이내 얌전해졌다.
“그리구 우리 곧 부부니까 괜찮아.”
“겨론……, 언제 하는데?”
“겨론 아니고 결-혼이라니까.”
“그게 그거지.”
아르센이 입술을 죽 내밀었다. 나는 아르센을 밉지 않게 쳐다보다가,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나두 모르겠어. 신전에서 처리해주시는 대로 식을 올릴 거라고 하셨는데……, 처리가 늦어지구 있는 걸까?”
“축제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클로이가 그랬거든, 축제 때 신전 엄청 바쁘다고.”
하긴, 일주일간의 축제를 주관하려면 몸이 열 개여도 부족하겠지.
그럼 축제가 끝나면 아르센과 결혼식을 올리게 될까?
그렇다면 정말로, 정식으로 예크하르트의 성을 갖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예크하르트의 일원이라고 정식으로 인정받았지만.’
아직은 린시 라니에로였다.
아르센과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결혼식을 올리면……, 린시 예크하르트가 되는 거구나.’
그 이름을 소리 내어 중얼거리자, 묘한 해방감이 들었다.
나는 배싯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