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82)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82화(82/187)
켄드릭의 말을 전하러 라니에로에 갈 부하가 선발되었다.
디엔 호르제.
켄드릭의 서기 역할을 주로 맡아 하던 이였다.
디엔이 고개를 깊게 숙였다.
“디엔 호르제, 가주님께 인사드립니다.”
“그래, 디엔.”
켄드릭은 짧게 대답한 뒤, 디엔의 이마에 손가락을 톡 가져다 댔다.
그러자 주변에서 검은 그림자들이 스멀스멀 디엔의 주위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디엔의 그림자 속으로 그 그림자들이 막힘없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너는 서신만 전달하고 나오면 된다. 다른 것은 할 필요 없으니 불필요한 행동은 삼가도록.”
켄드릭의 말에 디엔이 예를 갖추어 대답했다.
디엔의 그림자는 불안정한 듯 조금씩 비틀거리다가, 이내 자리를 찾았다.
디엔의 그림자는 원래 자신의 그림자보다 조금 부풀어 있었지만, 자세히 보지 않는다면 크게 티 나지 않았다.
“오후 늦게 도착하도록 출발해라. 그림자가 티 나지 않게.”
“예, 가주님.”
켄드릭은 마지막으로 디엔의 그림자가 자신의 명령을 듣는지 확인해 보았다.
손가락으로 둥글게 휙, 원을 그리자, 디엔의 그림자 안에 들어간 다른 그림자들이 샅샅이 흩어졌다.
켄드릭은 흡족스러운 듯 설핏 웃어 보이고는, 다시 손가락을 돌려 원상복귀시켰다.
디엔은 몇몇 기사들과 함께 저택에서 출발했다.
디엔이 도착할 즈음에는 해가 낮게 떠 있어, 디엔의 그림자에 켄드릭이 이능을 사용한 것이 티 나지 않았다.
라니에로는 예크하르트의 서신을 거절할 수 없어, 라니에로 저택의 대문을 열어 주었다.
“이쪽으로 가서 기다리십시오.”
라니에로 저택의 하녀장, 벨린 부인이 직접 손님을 맞이했다.
그는 디엔이 가져온 서신을 밀봉된 채 그대로 아서 라니에로에게 가져갔다.
그리고 그 순간.
스스슥-.
디엔의 그림자가 희미하게 일렁이더니, 이내 검은 그림자들이 빠져나와 라니에로 저택 이곳저곳으로 흩어졌다.
디엔은 제 그림자가 원래 크기로 돌아온 것을 확인하고, 남몰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서신의 내용은 정말 별거 없었기 때문에, 디엔은 금방 라니에로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와야만 했다.
오직 디엔을 라니에로에 보내기 위해 계획된 것이었으므로, 서신에 별 내용이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디엔이 라니에로 저택을 떠나고, 켄드릭의 이능이 티 나지 않게 어둠 속에 몸을 숨긴 채 라니에로 저택 곳곳을 훑었다.
예크하르트 제2저택에서 서재 문을 걸어 잠근 채, 이능을 사용 중이던 켄드릭이 식은땀을 흘렸다.
새 일족의 영토에 있는 라니에로의 본 저택까지 이능을 사용하려니 소모되는 힘이 터무니없이 많았다.
그러나 켄드릭은 정신을 집중하고, 이능을 사용해 라니에로 저택 곳곳을 훑어보았다.
‘별거 없군.’
사실 켄드릭은 이전에도 이런 식으로 라니에로 저택을 몇 번 사찰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저택의 구조를 이미 다 파악한 상태였다.
아서 라니에로의 방까지 대부분의 곳을 둘러본 켄드릭이 미간을 구겼다.
‘아무것도 없어.’
별채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킴의 여동생은 올해 열네 살이라고 했는데, 열네 살의 어린아이들은 라니에로의 아이들뿐이었다.
늑대 일족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다.
그 순간.
파앗-!
켄드릭의 이능이 어떤 힘에 의해 라니에로 저택 안에서 산산이 부서져내렸다.
켄드릭은 미간을 잔뜩 좁힌 채 허공을 바라보았다.
“결계 때문인가…….”
애초에 거리가 터무니없이 멀었기 때문에, 이능이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는데.’
시간이 너무 짧아 성과가 없었다.
켄드릭이 한숨을 내쉬었다.
이대로라면 라니에로는 늑대 일족 안에서 일어난 일로 이 일을 끝내려고 할 터였다.
그렇게 되면…….
‘다른 일족들의 검 끝도 늑대 일족을 향하게 된다.’
라니에로의 범행을 증명하지 못하면, 늑대 일족의 내부에서 자일스 꽃이 돌았다는 뜻이 된다.
그러면 다른 일족들은 늑대 일족의 영토에도 자일스 꽃이 퍼져 있지 않은지 의심할 것이다.
자일스 꽃을 뿌리 뽑는다는 핑계로 늑대 영토에 자신들의 군대를 주둔시키려 할 수도 있었다.
물론 무력으로 싸워 몰아내는 방법도 있었으나…….
‘일곱 개 일족과 모두 척지는 것은 무리다.’
사자 일족 라몬트를 제외하더라도 이능을 가진 축복받은 일족이 일곱이나 되었다.
켄드릭은 한숨을 내쉬었다.
내일, 축제가 끝나기 전날 신전에서 각 일족들의 수장이 마지막으로 만나는 모임이 있었다.
이번 만남은 다른 수인들에게 공개되지 않는, 신전 내부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모임이었다.
그때 이야기해야 한다.
‘자일스 꽃’이 다시 발견되었고, 예크하르트가 그 때문에 벌컥 뒤집어졌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얘기하지 않으면, 후에 자일스 꽃으로 인해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다른 일족들이 그 책임을 늑대 일족에게 물을 수도 있었다.
그것은 안 된다.
켄드릭은 아킴이 감금되어 있는 지하 감옥으로 성큼성큼 발걸음을 옮겼다.
“으, 으으…….”
아킴은 일전에 다친 다리가 고통스러운 듯, 바닥에 쓰러져 끙끙 앓고 있었다.
“일으켜 세워라.”
켄드릭이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병사 한 명이 아킴의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그의 허리를 꼿꼿하게 세웠다.
“아, 아악!”
다친 다리가 눌렸는지, 아킴이 비명을 질렀지만 병사는 아킴의 사정을 살펴 주지 않았다.
“아킴, 거짓말을 했더군.”
“예, 예? 그, 그게 무슨…….”
“라니에로 저택에 네 여동생은 없었다.”
켄드릭의 말이 끝나자, 아킴의 낯이 순식간에 와르르 무너져내렸다.
“예?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제 동생은 분명히 라니, 라니에로에…….”
“라니에로의 저택을 전부 확인했다. 그 안에 늑대 일족은 없어.”
아킴의 목울대에서 비명 비슷한 것이 울려 퍼졌다.
아킴이 눈물을 뚝, 뚝 흘렸다.
“어떻게, 어떻게 그럴 수가…….”
아킴은 왕창 일그러진 자신의 낯을 두 손으로 더듬었다.
손에는 처음 잡혀 왔을 때 묶였던 밧줄 자국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폐병에 걸린 여동생을 치료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라니에로에서 치료하면 금방 나을 거라 해 놓고 몇 년째 낫지 않는다고 했는데…….”
아킴이 혼이 반쯤 나간 얼굴로 더듬더듬 말을 이었다.
“그, 그럴 리가 없습니다. 제 동생은 분명히 라니에로에 갔습니다. 정말, 정말이에요. 언령을 사용해 주십시오, 켄드릭 님…….”
켄드릭이 느리게 고개를 저었다.
언령은 행동에 제약을 줄 수는 있지만, 어떤 것을 직접적으로 시킬 수는 없었기 때문에.
진실만을 이야기하라는 언령 자체는 불가능할뿐더러.
‘힘을 너무 많이 썼다.’
라니에로 저택을 살펴보느라 켄드릭의 힘이 약간 빠져 있었다.
다른 일족의 영토를 사찰하는 데 힘이 들지 않는다면 그것이 더 이상했다.
켄드릭은 아킴의 말을 들으며 미간을 좁혔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진 않군.’
그러나 라니에로의 저택 그 어디에서도 아킴의 동생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곳으로 이미 빼돌린 건가…….
혹은 우려했던 대로 벌써 죽여버렸을 수도 있다.
‘아킴의 동생을 찾을 방법을 다시 생각해봐야겠군.’
켄드릭이 발걸음을 돌리자, 아킴이 세상이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가, 가주님!”
켄드릭은 아킴의 애타는 부름을 무시한 채 감옥을 나섰다.
병사들이 감옥 문을 쾅 닫았다.
***
“신전?”
“네, 내일이면 축제가 끝나거든요. 그래서 오늘 신전에서 수장들의 모임이 있는데, 가주님께서 아가씨와 도련님도 데려가신다고 하셨어요.”
베티가 종알종알 이야기하면서 내 머리를 묶어 주었다.
그런데…….
‘너무 오래 묶는 것 같은데.’
베티는 평소에 빠르게 머리 손질을 끝내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루할 정도로 내 머리를 오랫동안 손질하고 있었다.
게다가.
“……베티?”
“네? 네, 아가씨~.”
빗으로 내 머리를 빗어주며 머리카락을 자세히 들여다보기도 했다.
나는 불안한 마음에 손거울만 손에 꼭 쥐고서 뒤를 힐끔거렸다.
베티는 한참 동안 내 머리를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양 갈래로 묶어 주었다.
“마음에 드세요, 아가씨?”
“으응, 마음에 들어.”
베티는 예쁜 분홍색 드레스를 내게 입힌 뒤, 머리 위에는 조그만 미니햇을 씌워 주었다.
“자아, 머리가 헝클어지지 않도록 조심하세요.”
“응, 응. 알겠어.”
나는 고개를 연신 끄덕인 뒤, 곧장 아르센의 방으로 향했다.
아르센은 옷을 다 갈아입고, 방에서 자신의 이능을 사용해 보고 있었다.
조그만 그림자 늑대가 아우우-! 길게 하울링을 뽑아내더니, 어디선가 스르륵 비스킷을 가지고 나타났다.
“어, 어어? 어떻게 한 거야?”
“신기하지, 이것도 되더라고.”
아르센이 그림자 늑대가 물어 온 비스킷을 받아들며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비스킷 하나를 내게 건넸다.
“오늘 거리에 나갈 거야?”
“거리? 으음……, 너는 나가고 싶어?”
내 물음에 아르센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나는 헤헤, 웃으며 대답했다.
“그러면 나가지 말자. 안 가두 돼.”
“나가고 싶으면 나가도 되는데, 그니까……, 위험하니까…….”
아르센이 우물쭈물 말하자, 그림자 늑대가 뭔가 불안한 듯 꼬리를 말고서 고개를 축 늘어뜨렸다.
나는 그림자 늑대의 상태를 살피며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안 나가두 된다니까. 진짜야. 너만 있으면 돼.”
“……뭐?”
“너만 있으면 된다구.”
내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하자, 아르센의 낯이 삽시간에 화르르 붉게 달아올랐다.
“너……, 그런 말 함부로 하지 마.”
“으응?”
무슨 말? 물어보려던 찰나, 노크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