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83)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83화(83/187)
켄드릭이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나는 켄드릭에게 꾸벅,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히 주무셨어요, 켄드릭 님!”
“그래, 린시. 잘 잔 것 같으니 다행이다.”
켄드릭이 내 머리 위에 커다란 손을 턱 얹고서 슥슥 쓰다듬었다.
그리고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를 힐끔 본 뒤, 아르센에게 엄하게 말했다.
“분명히 본 저택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능은 사용하지 말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치만, 커튼도 치고 문도 닫고 혼자서 사용하고 있었다고.”
아르센이 툴툴거리자, 켄드릭이 조그맣게 한숨을 내쉬었다.
“아르센, 너무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금방…….”
“으아! 얘기하지 마아!”
아르센이 폴짝 뛰어올라 켄드릭의 허리춤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켄드릭이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나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물었다.
“조급해하다니요?”
“다음에 얘기해 주마, 아르센이 너무 싫어하는 것 같으니.”
아르센이 양 볼이 빵빵하게 부푼 채로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따라서 고개를 끄덕였다.
켄드릭은 나와 아르센을 데리고 미리 준비되어 있던 마차에 탔다.
우리가 모두 마차에 탑승하고 잠시 뒤, 마부가 천천히 말을 몰았다.
말발굽이 땅을 박차고 달리는 소리가 한참 들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신전 입구에 도착했다.
오늘은 신전의 깊숙한 곳까지 일반 수인들에게 개방되어 있었기 때문에, 수인들이 북적북적했다.
나는 수많은 인파를 보고서 침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그건 아르센 역시 마찬가지였다.
“걱정하지 마라, 저 수인들 사이에 섞일 일은 없을 테니.”
마차는 신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갔다.
어느 정도 들어가자, 신전의 성기사들이 잠시 마차를 멈춰 세우고 마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
마차 안에 나와 아르센, 그리고 켄드릭뿐이라는 것을 확인하자 마차를 보내 주었다.
“여기는 어디예요?”
처음 신전에 왔을 때는 이런 곳에 와보지 못했는데.
“일 년에 한 번, 수장들의 모임이 있을 때만 사용하는 곳이다.”
켄드릭의 말로는 일 년에 딱 한 번만 개방된다고 했다.
‘아아, 그래서.’
그래서 켄드릭 님이 나와 아르센을 데리고 왔구나.
아직 미처 보지 못한 곳을 구경시켜주려고 데리고 온 듯했다.
마차는 신전 깊숙한 곳까지 들어가더니, 이내 말을 멈추었다.
호위기사 한 명이 우리가 편하게 내릴 수 있도록 마차의 문을 열고 발 받침대를 내려주었다.
“자, 내리자.”
켄드릭은 내가 발 받침대를 딛기도 전에, 나를 번쩍 들어 내려주었다.
아르센은 켄드릭이 자신 역시 같은 방법으로 내려주기 전에 홀랑 뛰어내렸다.
“아르센, 다친다.”
켄드릭이 가볍게 타박했지만, 아르센은 들리지 않는다는 듯이 굴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아르센의 손을 꼭 붙잡았다.
아르센도 내 손을 꼭 붙잡는 것이 느껴졌다.
‘이제 손잡는 건 진짜 잘하네.’
처음에는 손이 몸에만 닿아도 기겁하더니, 이제는 내가 끌어안아도 딱히 밀어내지 않았다.
물론 조금 떨떠름한 표정을 짓기는 하지만…….
나는 신전의 건물을 올려다보았다.
어마어마하게 큰 크누트 신의 모습이 조각되어 있었다.
크누트 신은 인자한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나는 거대한 구조물들을 둘러보며, 켄드릭의 뒤를 열심히 총총 따라갔다.
“아가씨, 도련님. 이쪽입니다.”
그때, 여자 신관 두 명이 나타나 나와 아르센을 향해 웃어 보였다.
켄드릭을 올려다보자, 켄드릭이 어서 따라가라는 듯 고개를 까딱였다.
“무슨 일 있으면 곧장 소리쳐. 호위기사들은 없지만…… 내가 곧바로 달려가마. 알겠지, 린시.”
“네에.”
나는 입술을 꾹 앙다문 채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 린시 잘 챙기고. 이능 쓰지 말고.”
“알았대도.”
아르센이 툴툴거리면서도 내 손을 더 꼭 잡아 오는 것이 느껴져서, 나는 배싯 웃었다.
그리고 신관들을 따라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곳에는 축제 첫날, 신전에 왔을 때처럼 후계자들이 한데 모여 있는 방이 있었다.
이번에 좀 다른 점이라면, 축복받은 일족 외의 다른 일족의 후계자들도 있었다는 것이다.
물론 게일도 포함이었다.
‘에휴,’
나는 또 게일의 얼굴을 마주칠 생각에 한숨을 폭 내쉬었다.
“편히 쉬고 계시면 됩니다.”
신관은 나와 아르센을 그 방까지 안내해주고는 서둘러 나갔다.
조그만 연회처럼, 곳곳에 아이들이 편하게 먹을 수 있는 다과들이 준비되어 있었다.
돌아다니면서 주스를 따라 주는 신관들까지 있었다.
그러나 나와 아르센은 낯을 가리는 탓에, 그들과 어울릴 생각은 하지 않고 구석에 앉았다.
“아르센, 여기 사람 지인짜 많다.”
아르센의 귀에 속삭이자, 아르센이 느리게 고개를 끄덕였다.
“응, 진짜 많아.”
그렇게 얘기하는 아르센의 낯이 조금 경직되어 있어서, 나는 두 손으로 아르센의 뺨을 챱 감쌌다.
“……!!”
“아르센, 긴장했어?”
“아, 아니 누가 긴장을 했다고…….”
“괜찮아, 내가 있잖아.”
나는 엄지손가락으로 당당하게 나를 척 가리켜 보이곤 씨익 웃었다.
사실 나도 낯선 사람들은 여전히 무서웠지만, 아르센을 달래 주기 위해서라면 이 정도쯤이야.
“맞아, 그리고 나도 있어!”
그때, 아르센의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레온?”
곱슬곱슬한 주황빛 머리를 개구지게 묶은 아이, 레오나 페르난도였다.
그 옆에는 누구에게 한 대 맞았는지, 옷이 잔뜩 흐트러져 있는 카인도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카인을 바라보았다.
“너, 누구한테 맞았어?”
카인이 힐긋 레오나를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둘이 의견이 맞지 않아 우리가 오기 전에 한바탕 싸운 모양이다.
레오나가 씩씩거리며 카인을 노려보았다.
“네가 먼저 기분 나쁜 소리를 했잖아!”
“쉬이, 레온. 너무 시끄러워.”
나는 다른 후계자들의 눈치를 살피며 레오나의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댔다.
그리고 카인이 맞았다고 주장하는 부위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아무 상처도 없는 것을 보니, 레오나가 살살 때린 모양이다.
그때,
“린시 라니에로.”
별로 듣고 싶지 않았던 목소리가 내 등 뒤에서 울려 퍼졌다.
나는 느리게 고개를 돌렸다.
***
“자일스 꽃이라니?”
곰 일족의 수장이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하고 벌떡 일어서며 말했다.
“앉아, 데즈먼드.”
개 일족의 수장이 곰 일족의 수장, 데즈먼드를 진정시켰다.
각 일족들의 수장들이 수군수군 한 마디씩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물론 이전에 미리 이야기를 전해 들었던 라몬트는, 입을 꾹 다물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자일스 꽃이라니, 그런 게 아직까지 존재할 리 없잖아, 켄드릭. 자네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켄드릭에게 조심스럽게 묻는 이는 양 일족의 수장이었다.
켄드릭이 고개를 저었다.
“예크하르트 제2저택에 와 있던 사용인들 중 절반이 이지를 잃고 날뛰었다. 절반은 잠들어 있었고. 조금 섭취하면 잠들고 과다 섭취하면 이지를 잃게 하는 약초는 하나뿐이다. 그걸 모르진 않겠지.”
“자일스 꽃.”
각 일족의 수장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만찬장에 잠시 정적이 흘렀다.
“자일스 꽃이라니. 큰 혼란이 찾아들 거다, 켄드릭 예크하르트. 꽃가루가 어디서 유통되었는지는 알아냈는가?”
여우 일족의 수장이 물었다.
“게다가 수습했다고 했는데……, 늑대 일족에서 자일스 꽃을 무슨 수로? 자일스 꽃을 먹은 이를 치료하는 방법은 알려져 있지 않아. 저택의 사용인들을 전부 참수했나?”
여우 일족의 질문에, 아서 라니에로가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고대에 자일스 꽃이 존재할 때는, 꽃을 해독할 방법이 없으니 이지를 잃어버린 수인을 죽여 매장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었다.
다른 일족들의 낯이 창백하게 질려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였다.
고대에 자일스 꽃의 유통으로 개 일족의 절반이 죽어나간 적이 있었으므로.
또 그런 비극이 반복될지도 모른다. 다른 일족들의 수장들이 켄드릭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리고.
‘알고 있군.’
켄드릭은 아서 라니에로의 반응을 보고 확신했다.
이 사태를 수습한 것이 자신의 딸, 린시 라니에로란 사실을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을.
아서는 지금 긴장하고 있을 터였다.
자일스 꽃을 해독한 것이 린시라는 사실이 여기서 밝혀진다면, 다른 일족들 역시 린시를 노리게 될 수 있으니까.
라니에로가 린시를 돌려받을 확률이 더 희박해지는 것이다.
물론 지금도 늑대의 손아귀에서 돌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말이다.
그러나 여기서 린시가 수습했다고 말하는 것은 린시를 위험에 노출시키는 일이기에, 켄드릭이 느릿하게 말했다.
“이지를 완전히 잃어버린 자는 죽여 묻었다. 그러나 개중 절반 이상이 효과가 떨어지자 이지를 되찾았다.”
“……이지를 되찾았다고? 만일 정말 자일스 꽃이라면 그건 불가능하다, 켄드릭.”
곰 일족의 데즈먼드가 다시 한번 나섰다. 그는 거대한 주먹으로 만찬 식탁을 쾅 내려치며 말했다.
“자일스 꽃은 자연 치유되는 것 따위가 아니야! 자네 다른 것과 헷갈린 것이 아닌가?”
“나도 자연 치유가 되지 않는 것은 안다. 그러나 내 눈으로 본 것을 말하는 것뿐이다. 거짓말 같으면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에게 물어봐라.”
켄드릭의 날카로운 시선이 잔뜩 흥분한 데즈먼드에게 향했다.
“비록 의문점은 있지만 수인의 이지를 잃게 하는 약초는 자일스 꽃뿐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아.”
켄드릭의 말을 묵묵히 듣던 여우 일족의 수장이, 나이프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자일스 꽃을 사용한 범인은 찾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