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86)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86화(86/187)
서류는 신전에서 보관하기로 되어 있었다. 곧 사본이 예크하르트 제2저택으로 갈 것이라고 했다.
켄드릭은 그 길로 빠르게 신전을 벗어났다. 이미 다른 일족의 수장들은 전부 신전을 떠난 채였다.
우리가 가장 마지막이었다.
나는 내내 수인화한 상태로 아르센의 품에 안겨 있다가, 마차에 타서 수인화를 풀었다.
아르센은 왠지 아쉬워 보였다.
‘기분 탓이겠지?’
나는 아르센의 아쉬워 보이는 눈빛을 애써 무시했다.
예크하르트의 마차는 빠르게 신전을 벗어나 축제의 거리를 가로질렀다.
축제의 마지막이 다가온 탓인지, 사람들이 훨씬 더 즐거워 보였다.
아르센은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내 시선을 돌렸다.
‘흐음…….’
나는 눈을 가늘게 뜬 채 아르센을 한참 바라보곤 이내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렇게 생각지도 못하게 일이 끝날 줄은.’
정말 결혼을 했다고 생각하니까 왠지 모르게 감회가 새로웠다.
그때, 켄드릭이 입을 열었다.
“서류도 처리했으니 결혼식을 해야겠군.”
“결혼식?”
아르센이 되물었다.
“그래, 너희는 이제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으니까.”
“그으럼, 이제 침실도 같이 쓰나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지금까지는 내가 공식적으로 아르센의 부인이 아니었기 때문에 다른 방을 사용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부인과 늘 같은 방을 쓰셨는데.’
같은 방을 쓰는 상대가 매번 바뀌긴 했지만…….
내 말에 켄드릭이 웃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아르센과 손을 잡고 자고 있다고 했지.”
“네에, 헤른 선생님이 그렇게 하면 아르센이 안정될 거라구 말씀해 주셨거든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좀 더 크기 전까진 같은 방을 써도 된다. 너희는 부부니까.”
켄드릭이 말을 마치며 아르센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헤집었다.
곱슬곱슬한 머리카락이 켄드릭의 손에 흐트러졌다.
“……같은 방 쓴다고?”
“으응, 싫어?”
“싫, 싫은 건 아닌데.”
아르센이 말을 더듬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그치만 싫은 눈치인데, 아르센.”
“아니라니까. 싫은 건 아니야. 그냥……, 몰라.”
켄드릭이 아르센과 나의 대화를 듣다가 설핏 웃었다. 켄드릭의 근사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급한 건 처리했으니, 결혼식은 천천히 생각하자.”
나는 켄드릭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결혼식이라면 저번 연회처럼 늑대 일족들을 잔뜩 불러다 놓고 열 텐데.
‘……으음.’
나는 아직까지 그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결혼식은 천천히 생각해 보자는 켄드릭의 제안이 반가웠다.
***
“아가씨~.”
“베티!”
저택에 도착한 뒤, 나는 마중 나와 있는 베티를 보고 반갑게 손을 흔들어 인사했다.
베티가 내 모자를 벗겨주었다.
내내 모자를 쓰고 있었던 탓에 머리카락이 땀으로 살짝 달라붙어 있었다.
“더우시지요? 금방 물을 가져다드릴게요.”
“으응, 고마워.”
고개를 끄덕이자, 베티는 내 모자와 겉옷을 받아들고 금방 사라졌다.
그때, 에단이 다가왔다.
“아가씨, 아니 이제 작은 마님이라고 불러드려야겠군요.”
에단은 말을 마치며 싱긋 웃었다.
켄드릭에게 오늘 우리가 신전에서 혼인 계약을 하고 왔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모양이었다.
“에단!”
반갑게 부르자, 에단이 허허, 웃으며 외알 안경을 치켜올렸다.
“잘 다녀오셨습니까?”
“으응, 네. 잘 다녀왔어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은 재킷을 벗어 하녀에게 건네며 입을 열었다.
“다음부턴 만찬은 안 갈래.”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바보 같은 애들이 너무 많아.”
아르센이 콧잔등을 찡그렸다. 그리곤 빠르게 제 방을 찾아 들어갔다.
나와 에단은 덩그러니 남아 그런 아르센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에단이 목소리를 낮춰 내게 소곤소곤 물었다.
“도련님께서 무슨 일 있으셨습니까?”
“그건 아니구……, 만찬장에 제 이복오빠 게일이 있었거든요.”
“아, 라니에로의 후계자분 말씀이시지요.”
“네에, 근데 게일이 자꾸 저를 건드리니까 아르센이 화가 난 모양이에요.”
“그런 일이 있었군요…….”
에단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내 낯을 살피며 물었다.
“아가씨께서는 괜찮으십니까?”
“네에, 저는 괜찮아요. 그냥……, 어차피 사람이 많아서 저한테 아무것도 못 했구.”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면 또 저번처럼 나를 끌고 가려고 들었을지도 모르지만.
게일은 주위에 사람이 많은 탓인지 이번에는 나를 데려가려고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는 에단의 소매를 살짝 잡았다.
“에단, 에단.”
“말씀하실 것이 있으십니까?”
에단이 부드럽게 물어보며 허리를 숙였다.
나는 에단의 귓가에 입을 가져다 대고 손으로 가린 채 소곤소곤 말했다.
“크누트 신의 이름으로 하는 맹세……, 오늘 처음 해 봤는데요.”
“보통은 해볼 일이 거의 없지요. 계속 말씀하십시오.”
“원래 수인화 상태로 지장을 찍으면 서류가 붉은색으로 타오르나요?”
내가 소곤소곤 묻자, 에단이 눈을 가늘게 뜨고 다시 물었다.
“예?”
“서류가 붉은색으로 타올랐거든요. 제가 수인화 상태로 지장을 찍으니까 말이에요…….”
“……그런 얘기는 저도 처음 들어 봅니다만…….”
“그래요?”
나는 고맙다고 인사한 뒤, 내 방으로 올라갔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베티가 차가운 물을 가지고 들어왔다.
“금방 옷을 갈아입혀 드릴게요.”
“으응.”
나는 대답하며 찬물을 두 손으로 꼭 쥐고서 꼴깍꼴깍 마셨다.
베티는 금방 내 옷을 갈아입혀 주었다.
나는 편한 잠옷으로 갈아입은 채 침대에 벌렁 누웠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노크 소리가 들렸다.
“들어와~.”
아르센이 문을 벌컥 열고서 타박타박 들어와 침대에 얼굴을 묻었다.
오늘 하루가 피곤했던 모양이다.
“아르센, 피곤해?”
나는 물어보면서 아르센의 손을 꼭 잡았다.
아르센이 꾸물꾸물 손가락을 움직여 내 손을 꽉 잡아 왔다.
“조금……, 앞으로 그런 곳은 안 가고 싶어.”
“그치만 이제 매년 가야 할 텐데.”
“안 가면 안 되나?”
“으응, 안 되지. 너는 예크하르트의 후계자잖아.”
나는 조곤조곤 아르센을 타이르며 손을 꼭 붙잡았다.
맞닿은 곳에서 온기가 느껴졌다.
‘이능을 사용하면 또 이능이 엄청나게 빠져나가겠지?’
나는 아르센의 손바닥을 손가락으로 간질이며 생각했다.
어서 아르센을 치료해 주고 싶은데, 매번 고통을 잠재우기만 하지 확실히 치료하진 못하니 답답했다.
‘이제 쫓겨날 걱정은 없겠지만…….’
크누트 신의 이름으로 계약했으니, 예크하르트에서는 적어도 성년이 되기 전까지는 나를 내쫓지 못할 터였다.
설령 내 머리카락이 붉은색으로 변한다고 해도 말이다.
나는 잠시 눈을 깜빡였다.
‘이번에 저택에 돌아가면 말씀드려야지.’
사실 이제 붉은 머리카락이 정말 많이 나고 있어서, 매번 뽑아서 감추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그만큼 밀색 머리카락두 많이 빠지구…….’
이 정도로 빠지는 것을 들키면, 사람들은 내가 털갈이를 한다는 사실을 금세 알아차릴 것이다.
물론 털갈이는 열 살에 하는 게 보통이지만.
‘나는 수인화도 일곱 살에 했으니까…….’
털갈이를 일찍 한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없을 터였다.
‘지금은 바빠 보이시니까.’
켄드릭은 저번에 일어난 일 때문에 몹시 바빠 보였다.
매번 외출을 했고, 저택의 기사들 역시 긴장한 티가 났다.
이 상황에 얘기하는 것은 시기가 좋지 않았다. 그러니까.
정리되면.
정리되면 말할 거야.
켄드릭은……, 나를 좋아해 주니까 어쩌면 화내지 않을지도 모른다.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 역시……, 라니에로의 사용인들처럼 나를 등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헛된 희망일 수도 있겠지만.
‘헛된 희망이라도 품고 싶어…….’
나는 예크하르트의 사람들이 내게 보여준 애정과 헌신을 믿고 싶었다.
내 표정이 우울해 보였는지, 아르센이 손을 꾹 잡으며 물었다.
“린시, 왜 그래?”
“응? 아, 아냐. 그냥 피곤해서…….”
“맞아, 피곤해. 그래도 내일이면 본 저택에 돌아가니까.”
아르센이 다리를 쭉 펼쳐 기지개를 켜며 말했다.
벌써 내일이 축제의 마지막이었다.
내일 정오를 기준으로 축제는 끝이 난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아르센, 그러고 보니 앤시아가 축제 때 불꽃놀이를 한다구 하지 않았어?”
“응? 응,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옆에 앉아 옷을 정리하고 있는 베티를 바라보며 물었다.
“베티, 있잖아. 올해는 불꽃놀이는 안 하는 걸까?”
“불꽃놀이요? 오늘 자정에 할 거예요. 예크하르트 저택에서도 보실 수 있답니다. 하지만 늦게 할 텐데……, 피곤하지 않으시겠어요?”
“응, 응! 안 피곤해. 불꽃놀이 보고 싶어.”
“나도, 나도 불꽃놀이 보고 싶어.”
아르센이 벌떡 일어섰다.
나와 아르센은 동시에 외치고 시선을 주고받은 뒤 킥킥 웃었다.
“자정에 하늘을 보시면 된답니다. 성역 전체를 수놓을 테니까요.”
베티가 웃으며 말했다.
“지금은 몇 신데?”
“지금은 오후 네 시랍니다, 도련님. 아직 한참 멀었어요~.”
베티의 말에 아르센이 잔뜩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녀는 우리 둘이서 놀 수 있도록 자리를 비켜 주었다.
나는 실망한 듯 보이는 아르센의 어깨를 톡톡 치며 말했다.
“아르센, 이거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