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87)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87화(87/187)
“불꽃놀이는 아니지만……, 나도 비슷한 거 할 수 있으니까.”
나는 손바닥을 활짝 펼치곤, 이능을 사용했다.
조그만 연두색 불빛이 손바닥 위에 몽글몽글하게 뭉쳐졌다.
그리고 손바닥 위에서 구름처럼 둥실둥실 떠다녔다.
아르센이 내 손바닥을 빤히 쳐다보는 것이 보였다.
“자아, 이거 봐…….”
나는 아르센을 집중시키곤, 조심스럽게 이능을 사용했다.
그러자 조그맣게 뭉쳐져 부유하던 연두색 불빛들이 팡-! 터졌다.
손바닥 위와 침대 시트 위로 연둣빛 빛 조각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불꽃놀이는 본 적 없었지만, 앤시아가 설명해 주었던 불꽃놀이와 비슷하게 흉내 내본 것이었다.
“예쁘지?”
헤헤, 웃어 보이며 묻자 아르센이 살풋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예뻐.”
그렇게 얘기하는 아르센의 시선은 이상하게 내게 고정되어 있었다.
‘흐음.’
이능이 예쁘다는 거야, 내가 예쁘다는 거야?
‘나를 보고 얘기하면 뭐가 예쁘다는 건지 알 수가 없잖아.’
나는 속으로 툴툴거리며 아르센의 낯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가장 예쁜 것은 나도, 내 이능도 아닌 아르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곱슬곱슬한 잿빛 머리카락, 통통하게 살이 올라 홍조가 도는 두 뺨.
동화책 속의 호수처럼 푸르고 깊은 벽안까지.
‘예쁘게 생겼네…….’
여자아이인 나보다 더 예쁘게 생긴 듯했다. 나는 반사적으로 아르센의 속눈썹을 살짝 만져 보았다.
“뭐야, 왜 그래?”
“아니이, 그냥.”
아르센이 눈을 깜빡일 때마다 긴 속눈썹이 팔랑거렸다.
나는 아르센의 손을 두 손으로 꼭 감싸 쥐고 말했다.
“아르센, 아프지 마.”
“갑자기?”
“아프면 안 돼. 내가 치료해 줄게. 커서 수인화도 하구……. 응? 이능도 더 멋지게 쓰구…….”
요즘은 가끔 내가 죽었었다는 사실을 깜빡할 때가 있었다.
예크하르트의 일상에 너무 적응해버려서, 라니에로에서의 일이 점점 잊혀가고 있었다.
게다가.
‘아르센을 보면.’
내 눈앞에서 이렇게 멀쩡히 살아서 움직이는 아르센을 보면, 이 애가 전생에 죽었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았다.
내가 뜬금없는 말을 늘어놓자, 아르센이 미간을 좁혔다.
“린시, 너 아파?”
그리고 조그만 손을 내 이마에 올리고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체온을 재 보았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니, 나 안 아파. 그냥, 으응, 우리 이제 결혼했으니까 내가 더 열심히 치료해 주겠다구.”
“지금까지도 열심히 치료해 줬으면서…….”
“근데 더 열심히 치료해 줄게.”
내가 비장하게 말하자, 아르센이 웃었다. 웃을 때마다 눈꼬리가 예쁘게 휘어졌다.
그때.
똑똑, 짧은 노크 소리가 들리고 클로이가 문을 열고서 말했다.
“아가씨, 도련님. 간식 드세요~.”
“으응, 갈게.”
나와 아르센은 곧장 침대에서 일어나 타박타박 걸어 내려갔다.
***
“계속 찾아라, 늑대 영토에 있을지도 모르니.”
켄드릭이 날카롭게 말했다.
예크하르트의 기사단이 근방의 늑대 영토를 이 잡듯이 뒤졌지만, 자일스 꽃의 흔적은 찾을 수 없었다고 했다.
덕분에 에스테르를 찾는 것은 이제 좀 뒷전이었다.
에스테르보다는 자일스 꽃을 찾아내는 것이 더 시급했기 때문이다.
일순 켄드릭의 머릿속에 어떤 가설이 떠올랐다.
‘사라진 에스테르와 자일스 꽃이 연관이 있는 건가?’
라몬트는 금제가 다시 부활했을 리 없다며 린시가 잘못 보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켄드릭은 린시를 믿었다.
그건 켄드릭이 린시를 아끼고 예뻐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린시가 일곱 살치고는 지나치게 똘똘하고 영특했기 때문이었다.
린시가 틀렸을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러니.
갑자기 부활한 금제와 자일스 꽃.
고대에 사라졌던 것들이 하나둘 다시 나타나고 있는데, 켄드릭은 이 모든 일이 우연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 일에 에스테르도 연관되어 있을 확률이 높았다.
린시가 보았다는 검은 후드를 쓴 사람도 말이다.
켄드릭은 수색 범위를 넓혀, 늑대 일족의 영토 전체를 꼼꼼하게 수색할 것을 명령했다.
자일스 꽃뿐만 아니라, 에스테르와 검은 후드를 쓰고 다니는 이들에 대해서도 철저히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그런데.
“그런데, 누군가 다말 땅에 출입한 듯한 흔적이 있습니다.”
켄드릭이 미간을 좁혔다.
“누군지는 알아냈나?”
“그것까진 알 수 없습니다만, 보폭과 발자국의 크기로 미루어 보아 덩치 큰 성인 남성으로 추정됩니다.”
켄드릭이 미간을 좁혔다.
다말 땅에 출입했으면 아마 지금쯤 어딘가에서 시체로 싸늘하게 식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출입하지 말라고 경비를 세워 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가끔 치기로 다말 땅에 들어갔다가 목숨을 잃는 겁 없는 청년들이 종종 있었으니.
“경계를 더 강화해. 그 시간에 근무했던 이들을 색출해 처벌해라. 아무도 들이지 말라고 몇 번이나 경고했는데.”
켄드릭의 서느런 음성에, 데곤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다말 땅의 경비를 더 늘려. 아무도 들어갈 수 없도록 막아라. 자일스 꽃이 발견되기 전까진 다말 땅에 아무도 들어가서는 안 돼.”
“예, 가주님.”
데곤이 깍듯하게 예를 갖추어 인사한 뒤 켄드릭의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켄드릭이 의자에 머리를 기대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가 떴다.
‘라니에로인가.’
라니에로의 이능이 무엇을 어떻게 어디까지 치료할 수 있는지는 다른 일족들에게 공개된 바가 없었다.
그러나 린시가 이능을 사용하는 것으로 미루어 봤을 때.
‘라니에로의 이능은 다말의 저주를 억누르는 것도, 자일스 꽃을 해독하는 것도 가능하다.’
그렇다면 자일스 꽃이 다시 부활하여 가장 이득을 보는 일족은 새 일족뿐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이렇게 자일스 꽃을 사용한다면, 당연히 새 일족이 의심받는 것은 자명한 문젠데.
‘그 정도까지 생각이 없진 않을 텐데.’
아서 라니에로는 확실히 켄드릭의 기준으로 오만하고 멍청한 자였지만, 이렇게나 멍청한 짓을 할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그 역시도 새 일족의 수장이었으므로, 일족을 책임질 의무가 있으니까.
켄드릭이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쓸어 넘겼다. 잿빛 머리카락이 켄드릭의 손길에 흐트러졌다.
‘곧 발견되겠지.’
너무 조급해할 필요 없다.
다른 일족의 수장들이 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니, 금방 발견될 터였다.
다들 자신들의 영토로 돌아가 샅샅이 뒤질 테니까.
게다가.
‘만일 자일스 꽃을 어디선가 재배하고 있는 거라면, 반드시 들킬 거다.’
자일스 꽃의 꽃가루를 흡입했을 때, 수인은 잠에 들거나 이지를 잃는다.
물론 공중에 떠다니는 소량의 꽃가루로 정신을 잃지는 않지만.
‘어디선가 무더기로 키우고 있는 거라면.’
분명 근방에 사는 수인들에게서 이상행동이 나타날 터였다.
예크하르트의 기사들 역시 이상행동이 조금이라도 나타난 마을 위주로 수색하고 있었다.
그러니 곧 발견될 터였다.
켄드릭은 이내 생각을 접어두곤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때까지만 해도 켄드릭은 모르고 있었다.
자일스 꽃을 찾는 일이 예상보다 길어지리라는 걸 말이다.
***
“축제 마지막 날 밤, 불꽃놀이를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고 해요.”
베티가 후후, 웃었다.
나와 아르센은 테라스에 나란히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있지, 진짜 여기서두 보여?”
제2저택은 성역과 꽤 거리가 있었다.
그래서 베티의 말이 믿기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자, 베티가 그럼요! 대답하며 웃었다.
“잘 보일 거예요. 축제 거리에서 보셨다면 더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지, 지금 나가는 건 위험하니까.”
거리에서 보았다면 물론 더 좋았겠지만, 나는 위험을 감수하고 불꽃놀이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자일스 꽃 사태로 저택이 한번 발칵 뒤집혔고, 라니에로에서는 언제든 나를 다시 데려가려고 눈에 불을 켜고 있었다.
그러니…….
“여기서 보는 게 더 좋아.”
“어쩜, 우리 아가씨는 어쩜 이렇게 의젓하실까.”
베티가 부드럽게 웃었다.
내내 하늘을 올려다보던 아르센이, 목이 뻐근한지 스트레칭을 했다.
나는 아르센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무슨 소원 빌 거야? 생각했어?”
“응.”
“뭔데? 나는 네가 건강해지게 해 달라구 빌 거야. 그리구…….”
붉은 깃털이 나도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이 나를 미워하지 않게 해 달라고 빌 거야.
차마 그 말은 내뱉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내 말이 끝나자, 내 손을 잡은 아르센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나는……, 나는 비밀이야.”
“어어? 나는 알려줬는데! 그런 게 어디 있어, 아르센!”
“여기 있지, 바보야.”
우리가 투닥거리는 동안, 갑자기 엄청나게 큰 소리가 터졌다.
우리는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커다란 소리에 놀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펑-!
불꽃놀이가 성역 전체를 물들인다더니, 거짓말이 아닌 모양이었다.
성역 쪽의 하늘에서 거대한 불빛들이 팡팡 터져 하늘을 수놓고 있었다.
펑-!
그리고 나는 깜짝 놀라 새 모습으로 변해 버리고 말았다.
“삐이!”
금방 다시 수인화를 풀려고 했지만, 아르센이 익숙하게 내게 손을 뻗어서 수인화를 풀지 못했다.
나는 새 모습으로 아르센의 품에 안겨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속으로 소원을 빌었다.
‘아르센이 아프지 않게 해 주세요, 그리구…….’
미움받지 않게 해 주세요.
소원을 빌자, 잠시 주변에 따듯한 바람이 스쳐 지나간 것 같기도 했다.
착각이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