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89)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89화(89/187)
“아킴은 일이 생겨서 이제 못 올 거예요. 대신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요리장님이 오실 거랍니다.”
베티가 나를 달래듯 말했다. 아르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아킴이 왜 안 오는데?”
“그게……, 사정이 생겨서…….”
사용인들은 우물거리기만 할 뿐, 우리에게 제대로 이야기해 주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범인이 아킴이었나 보구나.’
하긴, 온 저택 사람들에게 전부 자일스 꽃가루를 먹이려면 적어도 부엌에서 일하는 사람이어야 할 테니까.
하녀들은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는 눈치였기에, 나는 굳이 캐묻지 않았다.
간식 시간이 끝나고, 나는 아르센과 함께 놀기 위해 정원에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아르센? 어디 가?”
“아빠한테, 먼저 가 있어.”
아르센은 무뚝뚝하게 대답하곤 켄드릭의 서재로 쏙 들어갔다.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르센이 저택으로 돌아온 이후 거의 삼 일 동안 내내 나를 두고 켄드릭을 만나러 가기 전까지는 말이다.
나는 주스를 가져다준 베티를 붙잡고서 물었다.
“베티, 내가 뭔가를 잘못한 걸까?”
“그럴 리가요! 아가씨, 왜 그런 생각을 하세요?”
“그렇지 않고서야 아르센이 저럴 리가 없잖아…….”
귀찮을 정도로 나를 졸졸 따라다니던 애인데 말이다.
심지어 켄드릭을 만나러 갈 때, 중요한 일이라며 나를 데려가 주지도 않았다.
켄드릭에게도 부탁해 보았지만.
‘아르센이 비밀로 하고 싶어 해서 말이다. 미안하구나.’
같은 대답만 돌아올 뿐이었다.
내내 아르센과 둘이 붙어 다니면서 놀았는데, 아르센이 매번 켄드릭을 만나러 가는 탓에 나는 혼자 남겨졌다.
헥터와 놀거나, 베티와 동화책을 읽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심심해!’
아르센은 내가 수인화한 모습을 좋아하니까, 수인화한 상태로 아르센의 주머니에 들어가 있어 볼까?
그러면 켄드릭을 만나러 갈 때 나를 데려가 줄지도 모른다.
나는 그 계획을 당장 실현에 옮겼다.
“삐잇!”
수인화하여 조그만 새로 변한 뒤, 아르센의 주머니에 쏙 들어갔다.
그리고.
“삐잇?”
최대한 귀여운 목소리로 울어 보았지만, 아르센은.
“자, 나 이제 아빠랑 얘기해야 해. 여기서 기다려.”
그 말만 남기곤 재킷째로 나를 바닥에 내려두고 켄드릭의 서재로 쏙 들어갔다.
‘너무한 거 아니야!?’
그래서 나는 아르센 없이 내내 혼자 놀아야만 했다.
기사들이 있다면 연무장 구경이라도 갔겠지만…….
‘기사들두 저택에 거의 없구…….’
켄드릭이 자일스 꽃 때문에 늑대 영토 전체를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더니, 사실인 모양이다.
저택 안에 있던 기사들의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연무장에서 훈련하는 횟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아르센이랑 창문으로 연무장 구경하는 것두 재밌었는데…….’
물론 무서워서 가까이 가서 보지는 못하지만 말이다.
아르센이 나와 놀아주지 않으니, 아르센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그 사이, 켄드릭은 정말로 저택 안에 저수지와 승마장을 만들 생각인지 저택에 일꾼들이 들락거렸다.
그리고…….
“같은 방을 쓰시기로 하셨다면서요?”
에단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다가, 휴우, 한숨을 내쉬었다.
“으응……, 근데 이제 나랑 같은 방두 안 쓰려고 하는 거 아닐까?”
“예? 아가씨, 왜 그런 생각을 하셨습니까?”
“아니, 아르센이 나랑 안 노니까…….”
아르센은 켄드릭의 서재에 하루 종일 박혀 있거나, 혹은 혼자서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
“그래서 나랑 같은 방 안 쓰려고 할 것 같은데…….”
아휴휴, 한숨을 쉬자, 에단이 그럴 리 없다는 듯 나를 달래주었다.
“아닙니다, 아가씨. 도련님이 요즘 바쁘셔서 그런 겁니다. 아가씨를 싫어하시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정말 그럴까?”
“그럼요, 단지 요즘 좀 바쁘셔서 그런 겁니다.”
에단은 이어 침대 사이즈와 이불 색, 전체적인 방 분위기는 어떤 게 좋은지 등등을 물어본 뒤 방을 나갔다.
***
오랜만에 꿈을 꿨다.
전생의 꿈을 꾼 것은 실로 오랜만이라, 나는 식은땀으로 흥건하게 젖은 채 눈을 뜰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는 일어나자마자 내가 왜 악몽을 꿨는지 알아차렸다.
‘등불이 꺼졌구나…….’
자다가 등불이 꺼지면, 나는 종종 악몽을 꾸곤 했다.
무의식이 어둠을 거부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후다닥 달려나가 창문을 열었다. 그러자 환한 달빛이 방 안으로 가득 쏟아졌다.
그리고.
“여기 있다.”
자기 전, 벗어 협탁 서랍에 넣어 두었던 목걸이를 꺼냈다.
켄드릭이 선물해 준 목걸이로, 어두운 곳에서는 빛이 났다.
목에 걸자, 시야가 환해졌다.
나는 그제야 안심하고 다시 침대에 누울 수 있었다.
그러나.
“……머리카락, 많이 났겠지?”
매일매일 붉은 머리카락은 솎아내고 있었지만, 머리가 빠지고 붉은 머리카락이 나는 속도는 점점 더 빨라지고 있었다.
나는 힘겹게 몸을 일으켜 거울 앞으로 타박타박 걸어갔다.
그리고.
달빛과 목걸이의 빛에 비추어 머리카락을 살폈다.
아니나 다를까, 붉은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말씀드려야 하는데…….’
원래 저택에 와서 곧장 이야기할 예정이었지만, 켄드릭이 생각보다 더 바빠 보여서 말할 수가 없었다.
나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흉흉한 꿈을 꿨더니 괜히 더 붉은 머리카락이 원망스러웠다.
‘이것만 없었어두.’
이것만 없었어도 내가 라니에로에서 미움받는 일은 없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들자 눈물이 왈칵 차올라 시야를 가렸다.
붉은 머리카락이 난 것은 내 잘못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데 나를 왜 그렇게 미워한 거야?’
붉은색이 저주받은 색이라서?
하지만 내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도 아닌데.
눈물이 뚝 떨어졌다.
나는 달빛에 의지해 거울을 바라보며 더듬더듬 붉은빛의 머리카락을 뽑았다.
“아얏.”
머리카락이 제법 많아 전부 뽑을 수는 없었다. 이제 뽑아서 감추는 것도 한계였다.
“조만간 말씀드려야…….”
그때.
벌컥-.
예고 없이 방문이 열리고, 나는 새 등불을 갖고 들어온 베티와 눈이 마주쳤다.
“아가씨? 안 주무시고 뭐 하시는…….”
베티는 거울을 한 번, 그리고 내가 머리카락을 잡고 있는 것을 한 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베, 베티? 이 시간에 왜…….”
“등불이 꺼져서 바꿔 드리러 왔는데, 아가씨…… 머리카락을 뽑으신 거예요? 괜찮으세요?”
베티는 등불을 내려놓고 빠르게 내게 다가와 내 눈물을 닦아 주었다.
“베, 베티. 그니까, 이건 내가 설명…….”
나는 뽑았던 붉은 머리카락을 손에 쥔 채 더듬더듬 변명했다.
낭패였다.
베티가 코앞에 있어 머리카락을 처리할 수도 없었다.
베티는 내 손에 무더기로 들린 붉은 머리카락들을 발견하고 말았다.
결국 말을 제대로 끝맺기도 전에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신전에서 혼인 계약을 하기 전에 말했어야 하는 거 아닐까?’
어쩌면 이제 와서 말했다고, 사기 결혼이라며 혼날 것만 같았다.
물론 그간 지켜봐온 켄드릭이나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의 성품으로 보아 그럴 일이 없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흐, 흐어엉-!”
자꾸만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무서운 꿈을 꾼 탓인 듯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하고 무서운 꿈.
내 잘못이 아닌 일로 쉽게 버려지는…….
“아가씨, 아가씨. 괜찮으세요? 괜찮아요, 아가씨. 울지 마세요.”
베티가 나를 품 안에 집어넣고 내 등을 토닥토닥 쓸어 주었다.
그 손길에 서러움이 북받쳐 올라 우는 소리가 높아졌다.
“베, 베티……, 흐엉…….”
“괜찮아요, 괜찮아요. 뭐가 그렇게 무서우셨을까……. 아가씨, 괜찮아요.”
베티의 옷이 내 눈물로 축축하게 젖어 가는 것이 느껴지는데도, 베티는 나를 놓지 않고 꼭 안아 주었다.
나는 베티의 품에 꼭 안긴 채, 엉엉 눈물을 쏟아냈다.
내가 우는 소리가 너무 컸던 탓일까, 하녀들이 잠에서 깨 한두 명씩 방문 앞에 섰다.
베티가 하녀들을 물리는지 고개를 느리게 내젓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그 사소한 배려에 괜히 더 설움이 북받쳐 베티의 등을 꼭 끌어안았다.
그리고, 그때.
“……린시?”
“가주님…….”
베티가 켄드릭을 보자마자 나를 번쩍 안아들고 똑바로 서서 가볍게 묵례했다.
“아가씨께서 나쁜 꿈을 꾸신 모양입니다. 제가 잘…….”
눈에서 눈물이 퐁퐁 쏟아졌다.
시야가 살짝 어지러웠으나, 나를 바라보고 있는 켄드릭의 시선만큼은 또렷하게 보였다.
켄드릭은 나를 한 번, 그리고 울고 있는 내 손에 쥐어져 있는 머리카락 뭉치를 한 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리 와라, 린시.”
내게 팔을 벌렸다.
베티는 나를 켄드릭의 품으로 넘겨주었다.
켄드릭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내 등을 토닥이기만 했다.
내게 왜 우느냐고 묻지도, 쥐고 있는 것은 무엇이냐고 묻지도 않았다.
그냥 달래기만 할 뿐.
하녀들이 방의 불을 환하게 밝혔다. 그리고 켄드릭의 명령대로 전부 방에서 나갔다.
나는 켄드릭과 둘이 남아 켄드릭의 품에서 완전히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그리고.
“……히끅.”
“다 운 모양이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