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9)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9화(9/187)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 애를 치료하고 결혼하기 위해 이 저택에 온 거니까.
‘조금 걱정되는 건.’
들리는 소문으로는 몸이 약해 예민하고 신경질적이고 성격이 포악하다던데.
나를 잡아먹으려고 들지는 않을까?
그 애를 무사히 치료해주는 대가로 보호를 요청해야 하는데, 나를 잡아먹으면 곤란했다.
켄드릭 예크하르트는 내 속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걱정하지 말라며 나를 다독였다.
“착한 아이야, 네게 좋은 친구가 될 거다.”
“삐잇!”
켄드릭이 착하다고 했으니 괜찮겠지?
아르센이 신경질적이라는 건 전부 헛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안도하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때, 켄드릭이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착하진 않은가? 그래도 좋은 친구 정도는…….”
네?
* * *
나는 늑대 저택의 사용인들을 마주하자마자, 켄드릭을 따라온 것을 곧바로 후회했다.
벌써 서른 번째 후회였다.
‘괜히 왔어.’
진짜, 진짜루 괜히 왔나 봐.
나는 나를 보며 수군거리는 하녀들을 보고 생각했다.
뭐라고 수군거리는지는 들을 수 없었지만, 그들이 나를 보고 숙덕이고 있다는 건 확실했다.
나를 본 하녀들이 전부 같은 표정을 하고서 귓속말을 나누었으니까.
‘역시 내가 마음에 안 들겠지.’
늑대 일족과 새 일족은 오래전부터 사이가 아주 좋지 않았다.
때문에 이런 반응도 어쩌면 당연했다.
‘아니야, 기죽지 말자!’
이런 반응은 예상했잖아!
나는 털을 잔뜩 빵빵하게 부풀렸다. 몸이 동그란 공 모양이 되었다.
켄드릭의 옷깃을 잡은 발에 자연히 힘이 들어갔다.
나는 그의 옷깃을 단단하게 쥐었다. 절대로 굴러떨어지지 않도록.
그러자 켄드릭이 내가 긴장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고개를 돌려 경솔하게 말한 하녀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가 이해해라.”
켄드릭이 내 가슴께에 곧게 뻗은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그만 발을 손가락에 턱 얹어놓았다.
나머지 발도 올리자, 그는 나를 높이 들어 올려 시선을 맞췄다.
“늑대 저택에 새 일족이 온 게 처음이라서 그래. 아무래도 얘기만 듣는 것과 실제로 보는 건 다르겠지.”
“……삐잇.”
켄드릭이 힐끔 바라보자 넋 놓고 이쪽을 바라보던 하녀들이 잽싸게 고개를 수그렸다.
“나쁜 얘기를 하는 건 아닐 거다.”
그는 말을 마친 뒤, 거대한 문을 가볍게 밀어 열었다.
단정한 서재였다.
라니에로에 있던 아버지의 서재와 별반 다를 곳이 없는 서재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켄드릭의 서재는 사무적인 느낌이 덜했다.
곳곳에 놓여 있는 간식거리, 그리고 조그만 늑대 인형들이 딱딱한 느낌을 덜어내 주었다.
‘아르센의 인형인가?’
나는 분홍색 봉제 늑대 인형을 힐끔 바라보았다.
폭신폭신해 보이는 게, 굉장히 질 좋은 인형인 듯했다.
“여기서 놀고 있으렴.”
켄드릭은 나를 소파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두었다.
폭신한 소파에 두 발이 닿자 기분이 좋았다.
나는 기분이 좋다는 뜻으로 털을 한껏 부풀렸다.
그는 늑대 인형이 내 친구라도 되는 양옆에 가져다주었다.
그리고 자신은 원목 책상 앞에 앉아 서류를 뒤적였다.
* * *
‘으음…….’
잠든 건가?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이내 기겁하며 한 발자국 물러섰다.
부리 바로 앞에 웬 늑대가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삐, 삐잇!”
히익, 이게 뭐야!
나는 잽싸게 날개를 파닥거리며 늑대에게서 멀어졌다.
새가슴이 가파르게 오르락내리락하는 게 느껴졌다.
그러나 늑대는 움직이지 않았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늑대를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군데군데 재봉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휴, 아까 그 인형이잖아.’
켄드릭이 놀고 있으라며 내 옆에 가져다준 늑대 인형이었다.
나는 괜히 머쓱한 마음에 늑대 인형을 발로 톡 찼다.
인형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조심히 인형에게로 한 발자국 다가가자, 발톱 끝에 무언가 채었다.
‘이게 뭐지?’
시선을 내리자, 조그만 하얀색 손수건이 널브러져 있는 것이 보였다.
‘덮어 주신 건가?’
이불 대용으로 덮어 준 듯했다.
나는 낑낑대며 손수건을 잘 개어 두었다.
좀 삐뚤빼뚤하긴 하지만…….
‘그 사람은 나간 건가?’
내가 잠들어서 혼자 나간 듯했다. 집무실은 텅 비어 있었다.
몸을 일으키자 단정한 필체로 적힌 메모가 하나 보였다.
[금방 돌아오마.]켄드릭 예크하르트가 내가 깨어날 때를 대비해서 써 놓은 듯했다.
메모 옆에는 조그만 디저트들도 한가득 놓여 있었다.
나는 마카롱 하나를 간신히 집어 들었다.
그리고 뾰족한 부리로 마카롱을 열심히 쪼아 먹었다.
그때,
“삐! 삐비빗!! 삐빗!!!”
나는 창틀 너머에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노란색 눈동자들과 눈이 마주쳐 마카롱을 놓치고 말았다.
‘저, 저게 뭐야!’
형형하게 빛나는 노란색 눈동자를 가진 늑대들이, 창틀 바로 바깥에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내가 와들와들 떨며 손수건 속으로 쏙 숨어들자, 창틀 너머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러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뚝 그쳤다.
‘이제 간 걸까?’
조심스럽게 손수건을 치우고 바깥을 내다보자…….
“삐빗!!! 삐비비빗!!”
형형하게 빛나는 노란색 눈동자가 코앞까지 와 있었다.
나는 깜짝 놀라 소파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 후다닥 날아서 집무실을 뛰쳐나왔다.
‘도망가야 해!’
본능이 도망가라고 외치고 있었다.
재빠르게 날아 복도를 가로질렀다.
그러자 사용인들 중 몇몇이 나를 쫓아오는 게 보였다.
‘허억!’
잡아먹으려는 건가 봐!
나는 더 속도를 내어 창문 밖으로 빠져나갔다.
드넓게 펼쳐진 예크하르트의 정원이 눈에 들어왔다.
나는 뒤를 돌아보며 날았다.
늑대들이 계속해서 나를 쫓아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아야!”
“삐빗!”
나는 어느 소년과 부딪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했다.
눈앞이 빙글빙글 돌았다.
이대로 죽는 걸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찰나.
펑!
발밑에서 하얀 연기가 구름처럼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수인화가 풀렸다.
‘왜 하필 이럴 때……!’
문제는 수인화가 풀린 곳이, 나랑 부딪힌 소년의 무릎 위였다는 것이다.
나는 졸지에 소년을 깔아뭉갠 몹쓸 사람이 되어버렸다.
수인화하기 전, 아델이 입혀 주었던 연분홍색 드레스가 소년의 얼굴을 덮었다.
“괘, 괜찮아?”
더듬거리며 소년에게 묻자,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이 마주친 순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아르센 예크하르트.
이 애가 바로 예크하르트 가의 유일한 후계자이자, 전생에 내 아버지로 인해 목숨을 잃었던 소년이라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머리 색만 봐도 켄드릭 예크하르트 판박이인걸.’
회색늑대 가문을 상징하는 잿빛 머리카락과, 해구처럼 깊고 푸른 눈동자.
온몸으로 자신이 회색늑대 가문의 후계자라는 것을 알려주는 듯한 외양이었다.
내가 손을 내밀자, 소년이 울상을 지으며 손을 잡고 벌떡 일어났다.
“……뭐, 뭐야?”
소년은 잔뜩 당황한 듯했다.
동그랗게 뜬 두 눈, 다물지 못한 입이 소년이 당황했다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주고 있었다.
하긴, 나 같아도 당황할 듯했다.
모르는 여자애가 갑자기 뿅 나타났는데 당황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그때, 소년의 손바닥이 잔뜩 까진 것이 눈에 들어왔다.
나랑 부딪혀 넘어지면서 땅바닥을 손으로 짚은 것 때문인 듯했다.
“저, 저기. 미안해. 잠깐만!”
나는 아르센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아르센이 당황했는지 손을 빼려고 했지만 나는 손을 꽉 잡고 놓지 않았다.
그리고 이능을 사용했다.
그러자 살갗이 벗겨진 양손이 씻은 듯이 다 나았다.
그 광경에 아르센이 놀라 두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너……, 뭐야?”
“으응, 그게 말이지…….”
뭐라고 설명해야 하지?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하던 찰나,
“아이고, 아가씨!”
저 멀리서 노집사가 잔뜩 당황한 채 허겁지겁 뛰어오고 있었다.
늘 단정하던 옷매무새는 흐트러진 채였다.
그는 당황한 듯 나를 한 번, 그리고 주저앉아 있는 아르센을 한 번 보더니 창백해진 낯으로 아르센을 일으켜 세웠다.
“도련님! 나와 계시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흥, 잠깐만 놀고 들어가려고 했어.”
“그리고……, 혹시 아가씨가 맞으십니까?”
에단이 나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나는 에단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드디어 수인화가 풀리셨군요!”
나는 내 밀색 머리카락을 가만히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으응, 감사해요.”
수인화가 풀리지 않아 고생하던 나날들이 스쳐 지나갔다.
‘그래도 풀려서 다행이야.’
영영 안 풀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땐 얼마나 끔찍했는지!
집사는 한 손에는 아르센을 안고, 다른 한 손으로는 내 조그만 손을 놓칠세라 세게 잡은 뒤 저택으로 돌아갔다.
물론 저택은 한바탕 뒤집어진 채였다.
“청소를 해야 하면 아가씨를 깨우고 상황을 설명하면 될 일이지! 왜 이 사달을 만들어!”
하녀장으로 보이는 중년 여성이, 다른 하녀들을 다그치고 있었다.
대화 내용으로 보아 아까 나를 놀래켰던 하녀들은, 집무실 청소를 하러 왔다가 내가 깰 때까지 나를 지켜보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리고 내가 일어나자 상황을 설명하기 위해 들어온 거였고.
‘그럼 그렇게 말을 했어야지요.’
일어나자마자 늑대랑 아이컨택한 나로서는 본능적으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더 멀리 도망쳐 사고를 당하지 않은 것이 다행인 건가.
“일단 좀 씻고 계세요, 가주님께 말씀드리고 오겠습니다. 도련님도 데려다 드리고요.”
집사가 그렇게 말하며 나를 어느 하녀의 품으로 떠밀었다.
그리고 아르센의 손을 잡고 유유히 사라졌다.
아르센은 정원에서 더 놀고 싶다고 툴툴대면서도 순순히 에단을 따라갔다.
그녀는 생긋 웃으며 나를 안았다.
목에 두 팔을 감자, 따뜻한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어쩐지, 생소한 기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