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90)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90화(90/187)
켄드릭이 손수건으로 내 얼굴을 박박 닦아 주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제, 제가 일부러 숨기려고 그런 건 아니구요, 그러니까…….”
“털갈이 하는 거 말이지.”
“네, 털갈…….”
나는 말을 이으려다가, 깜짝 놀라 눈물을 뚝 그치고 켄드릭을 올려다보았다.
“……알고 계셨어요?”
“전부터. 그리고 네가 손에 쥐고 있는 것 좀 봐.”
내 손에는 내가 뽑은 붉은 머리카락이 한 뭉텅이 쥐어져 있었다.
나는 괜히 머쓱해져서 붉은 머리카락만 만지작거렸다.
켄드릭의 커다란 손이 내 머리를 부드럽게 감쌌다.
켄드릭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지막하게 물었다.
“얼마나 됐어.”
“처음 났을 때부터요. 그으러니까……, 사실은 예크하르트에 처음 왔을 때부터…….”
“그럼 곧 본격적으로 털갈이를 시작하겠군.”
아직 털갈이는 제대로 시작하지도 않은 상태였다.
‘그러니까 이렇게 뽑아서 숨기는 게 가능했지…….’
제대로 시작되면 뽑아서 감추는 게 불가능하리라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미리 말해야지, 말해야지 했던 건데.
이렇게 들킬 줄은.
켄드릭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켄드릭의 품 안에 안긴 채 눈을 데구르르 굴렸다.
“호, 혼내지 않으세요?”
“왜?”
“제가…… 숨겼고, 어…… 몰래 뽑았고……, 또.”
나는 고개를 수그린 채 말을 이었다.
“붉은 깃털이니까…….”
붉은 깃털은 모든 수인들에게 저주의 상징이라고 했다.
그러니 나는.
……버림받는 게 당연하다고.
아버지의 목소리가 귓가에서 웅웅 울렸다. 순간적으로 시야가 흐릿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때.
딱!
켄드릭이 손가락을 튕겨 큰 소리를 냈다. 나는 깜짝 놀라 허둥지둥 켄드릭을 올려다보았다.
“정신 차려, 린시. 붉은 깃털이 문제 될 건 없으니까. 적어도 늑대 일족에서는 말이다.”
“네? 하지만…….”
“붉은 깃털이 저주받았다는 건 새 일족과 몇몇 일족 사이에서만 도는 미신이다. 정확히 왜 그런 미신이 생겼는지는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켄드릭이 내 등을 조심스럽게 토닥였다.
“듣기로는 고대에 새 일족에 붉은 깃털을 가진 새가 있었는데, 그 새가 어느 사특한 힘을 사용하여 다른 일족과 크게 싸우고 죽었다고 하더군. 심지어 크게 패배하여 새 일족이 전멸할 뻔했다지. 그래서 그 후로 새 일족에게 붉은 깃털은 저주의 상징이라는 말이 도는 모양이다.”
나는 켄드릭의 말을 경청했다.
“아무래도 피 색깔과 비슷하니, 붉은색을 지니지 않은 수인들에게는 썩 좋은 모양새가 아니었겠지. 그리고 새 일족이 하마터면 전멸할 뻔했다는 전례가 있어서 다른 일족에서도 배척하는 듯하지만, 미신에 가깝다. 적어도 늑대 일족에게는 정말 미신일 뿐이야.”
그러면서 켄드릭은 그렇다면 곰 일족은 전부 저주받았느냐는 말까지 덧붙였다.
곰 일족은 수장 가문 전체가 붉은 털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그럼.”
“첫 털갈이는 오히려 기념해야 할 일이지. 네가 오고 나서 축하할 일이 많이 생기는군.”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켄드릭은 귀찮아 보이기는커녕 오히려 좀 기뻐 보였다.
나는 놀란 마음에 히끅, 딸꾹질만 연신 뱉으며 켄드릭을 바라보았다.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뽑았을 줄은……. 린시, 기억해라. 네가 붉은 깃털을 가졌든, 밀색 깃털을 가졌든, 갈색 깃털을 가졌든 너는 린시고, 네가 어떤 모습이든 예크하르트는 너를 사랑하고 지지할 거다.”
켄드릭이 어린아이를 달래듯 조곤조곤 말했다. 내 손을 맞잡은 켄드릭의 커다란 손에서 온기가 전해졌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걱정 안 해도 돼, 린시. 그럴 일 없겠지만 네가 설령……, 이능을 못 쓰게 된다고 하더라도 예크하르트는 너를 사랑할 거다. 린시, 내가, 아르센이, 그리고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이 너를 좋아하고 예뻐하는 건 단지 네가 새 일족의 아이이기 때문이 아니야.”
“…….”
“그건 네가 사랑스러운 소녀, 린시이기 때문이다. 너는 지금까지 네 작은 몸으로 아르센과 예크하르트에게 진심을 보여 줬지. 그러니까 이젠 예크하르트가 보답할 차례군.”
“……켄드릭 님.”
“그러니까 린시, 너무 걱정할 필요 없다. 네가 뭘 그렇게 무서워하는지 나는 잘 모르고, 앞으로도 잘 모르겠지. 하지만 하나는 약속하겠다.”
켄드릭이 잠시 뜸을 들인 뒤, 내 앞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겼다.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너를 지킬 거고, 전적으로 너를 지지할 거야. 그러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라. 린시, 너는 걱정을 좀 덜 할 필요가 있어.”
켄드릭의 말을 듣고 있자니 갑자기 또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켄드릭의 말이 따듯해서.
그동안 너무나도 듣고 싶었던 말이어서.
그리고…….
‘나는 평생 듣지 못할 말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켄드릭이 내게 왜 이 정도로 무한한 신뢰와 애정을 보여주는지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렇지만 하나는 확실했다.
나는 예크하르트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리라는 것.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르센을 낫게 해 줄 거야.’
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 이능을 전부 소모하는 일이 있어도 아르센을 낫게 해 줄 각오가 되어 있었다.
켄드릭과 아르센, 그리고 늑대 저택의 사용인들이 나를 믿어주고 지지하는 만큼 나도 그들에게 보답하고 싶다고.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은 아르센을 낫게 해 주는 거였으니까.
이번 생에는 전생보다 더 강한 이능을 가지고 있으니 가능할 거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어도 아르센을 치료할 거야.
그때,
“히, 히끅. 으응……?”
내 손에서 갑자기 흐릿한 붉은색 빛이 일렁이더니, 이내 사라졌다.
켄드릭은 보지 못한 듯했다.
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도 연신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분명히, 분명히 붉은 빛이…….’
붉은 빛이 잠시 일렁이다가 사라지는 걸 내가 봤는데……?
내 이능의 흔적일 리는 없었다.
내 이능은 내 눈동자 색과 꼭 같은 연두색을 띠고 있었으니까.
‘혹시 금제가……?’
나는 방에 돌아가자마자 거울부터 확인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
“내일이면 퉁퉁 부어서 눈도 못 뜨겠군.”
켄드릭이 내 눈물을 엄지손가락으로 쓸어내려 닦아주었다.
눈물이 좀 닦이고 시야가 또렷해지자 켄드릭의 낯이 눈에 들어왔다.
나를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처럼 바라봐 주는 따듯한 벽안.
켄드릭, 그리고 아르센, 베티와 에단, 헤른, 이외의 다른 사용인들을 생각하면 자꾸 가슴 한구석이 따듯해지고 간질거렸다.
전생에서는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다.
나는 켄드릭의 손가락을 꼭 쥐었다.
그리고.
“가, 감사해요. 히끅! 아버님…….”
“그래, 호칭 정리는 확실하게 끝났군.”
켄드릭이 땀과 눈물로 젖은 내 머리를 연신 걷어내 주었다.
켄드릭의 손에 밀색 머리카락들이 몇 가닥 묻어나왔다.
“오늘부터 네 하녀에게 빗질은 하루에 네 번 이상 해 달라고 해.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 같으니.”
“네, 네에…….”
“붉은 머리라……. 잘 어울리겠군. 네 눈동자 색과 잘 어울릴 거다.”
“……못생겼을 텐데…….”
내가 붉은 머리였을 때, 새 일족의 사용인들은 전부 나를 보고 괴물 같다고 말했다.
얼굴도 못난 데다가, 저주받은 머리카락을 갖고 있으니 정말로 괴물 같다고.
나는 무서워서 전생에 갇힌 뒤 단 한 번도 거울로 내 얼굴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방에 거울 좀 들여 놓으라고 해야겠군…….”
켄드릭이 중얼거리며 눈물로 축축하게 젖은 내 뺨을 쓰다듬었다.
“예뻐, 무슨 머리를 해도 잘 어울릴 거다.”
“……정말요?”
“그래, 나를 믿어.”
켄드릭이 나를 번쩍 안아들어 품에 고쳐 안고 등을 토닥였다.
켄드릭의 온기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자다가 무서우면 와도 된다. 내 침실 알고 있지.”
“네, 네……. 2층 끝 방…….”
“아르센 침실은?”
“옆방…….”
“네 하녀는.”
“맞은편 방…….”
“그래, 똑똑하군.”
켄드릭은 자다가 무서우면 무조건 아무나 찾아가 깨우라고 당부했다.
나는 켄드릭의 품에 꼭 안긴 채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
켄드릭은 나를 침대에 누이고 내가 잠들 때까지 옆을 지켰다.
마지막으로 본 모습은 켄드릭이 나지막이 무어라 속삭이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모습이었다.
졸고 있었던 탓에 켄드릭이 뭐라고 말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나는 벌떡 일어나 눈을 비볐다.
그런데.
“눈, 눈이 안 떠지잖아…….”
이능으로 치료해보려고 했지만, 아픈 것이 아니라서 치료되지 않는 모양이었다.
아침에 나를 깨우러 들어온 베티는, 내 몰골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세상에, 아가씨……. 어제 많이 속상하셨어요? 이제 괜찮으시고요?”
“으응, 나 괜찮아……. 진짜루.”
켄드릭이 밤새 잠도 자지 않고 달래준 덕분에, 이제 정말로 괜찮았다.
오늘부터 붉은 머리카락을 뽑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좀 후련해진 것 같기도 했다.
“세숫물을 가져왔어요, 세수를 하고 차갑게 찜질을 하면 좀 나아지실 거예요.”
베티는 내 얼굴을 부드럽게 문질러 세수시켜 주고, 수건으로 보송보송하게 닦아 주었다.
그리고.
“자아, 대고 계세요.”
차가운 물주머니를 가져와 퉁퉁 부은 내 눈두덩이에 가져다 댔다.
나는 양손으로 양 눈두덩이에 물주머니를 대고 있었다.
“베티……, 이거 언제까지 해야 해?”
“가라앉을 때까지요, 불편하시면 조금만 하시고 떼도 되어요.”
나는 베티의 말에 슬쩍 물주머니를 떼고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퉁퉁 부은 개구리 같은 모습을 보고 경악하곤, 다시 물주머니로 두 눈을 가렸다.
베티가 후후, 웃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베티를 따라 웃다가, 조심스럽게 그녀를 불렀다.
“있지, 베티…….”
“네에, 아가씨. 말씀하세요.”
베티가 내 앞에 성큼 다가와, 무릎을 굽히고 나와 시야를 맞추며 물었다.
물론 나는 물주머니로 두 눈을 가려 버린 탓에 베티가 잘 보이지 않았지만.
어쨌든.
나는 다리를 달랑거리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있잖아……, 내가 고백할 게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