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91)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91화(91/187)
“고백할 거라니요?”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있지……. 나 털갈이를 시작했어, 베티. 어제 봤으니까 알고 있겠지만 그래도 내 입으로 말해 주고 싶어서…….”
내뱉는 목소리가 잘게 떨렸다.
꿀꺽,
침 삼키는 소리가 유독 크게 들렸다.
나는 고개를 들고 힐끔, 베티의 눈치를 살폈다.
어젯밤, 베티의 놀란 표정이 쉽게 잊히지 않았다.
‘많이 놀랐겠지…….’
하긴, 나 같아도 어린애가 밤중에 일어나서 머리털을 뽑고 있으면 놀라 까무러칠 것 같았다.
베티가 나와 눈을 또렷하게 마주치고 살풋 웃었다.
“축하드려요, 아가씨. 털갈이라니 분명 멋진 새가 되실 거예요!”
“으응, 응, 고마워.”
베티는 내가 붉은색 털을 쥐고 있었던 걸 못 본 걸까?
베티는 머리빗을 가져와, 내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꼭 베티가 앉은 자리만큼 침대가 살짝 꺼졌다.
“그럼 오늘부터 매일매일 빗질을 다섯 번씩 해드려야겠네요. 털갈이를 하면 머리카락이 빠지면서 새로 난 머리카락과 엉키는 일이 잦거든요.”
베티는 조곤조곤 이야기하면서 내 머리를 머리빗으로 슥슥 빗어주었다.
밀색 머리카락들이 한 움큼 빗에 걸려 나왔다.
“전부터 머리카락이 계속 빠지시는 건 알았거든요. 근데 정말로 털갈이를 하실 줄이야.”
“나두 일곱 살에 하게 될 줄은 몰랐어…….”
내가 의기소침하게 대답하자, 베티가 내 머리카락을 슥슥 다듬어 주며 말했다.
“어른에 한 발자국 더 가까워지는 길이에요, 아가씨. 겁내실 필요 없답니다. 누구나 다 거쳐 가는 길을, 조금 일찍 가시는 것뿐이니까요.”
“하지만 베티…….”
“털 색 같은 건 상관없어요. 늑대 일족에는 붉은 털은 저주받았다는 미신 같은 것도 없는걸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가씨.”
나는 그 말이 너무 다정해서, 그만 또 울어버릴 뻔했다.
그러나 정신을 다잡고, 베티가 아까 쥐여준 물주머니를 두 눈에 착 가져다 붙였다.
“응, 고마워. 정말루. 진짜야.”
“지금도 이렇게 예쁘신데, 털갈이를 끝내면 얼마나 더 예쁘실까, 우리 아가씨~.”
“아니, 예쁜 건……. 어쩌면 털갈이 끝내면 더 못생겨질지도 모르구.”
내가 소심하게 말하자, 베티가 짐짓 엄한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아가씨, 그럴 일은 절대 없어요. 아가씨는 제가 아는 그 누구보다도 예쁘고 귀여우시니, 분명 크면 늑대 영토에서 가장 아름다우실 거예요.”
나는 베티의 낯부끄러운 칭찬에 고개를 푹 숙이고 볼을 붉혔다.
늑대 저택에 와서 여러 번 들어 본 칭찬이지만 여전히 익숙하지 않았다.
“정말이라니까요. 하루 종일 거울을 보여드려야 믿으실 거예요?”
“아아니, 믿어, 믿는다구.”
“그나저나 거울 이야기하니까 말인데, 가주님께서 저택의 거울을 전부 교체하라고 지시하셨어요. 무슨 일이 있으신가…….”
베티는 내 머리카락을 빗어 주며 의아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나는 그 순간, 어제 켄드릭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네가 못생겼다고? 저택의 거울이 전부 고장 난 모양이군. 새로 사오라고 해야겠어.”
‘서, 설마 진짜로?’
몸을 홱 돌려 그게 정말이냐는 눈빛으로 베티를 바라보자, 베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마 점심부터 교체될 거예요. 그러니까 점심에는 도서관이나 정원에서 놀고 계시는 게 좋겠어요.”
나는 베티의 말을 듣고 입을 조그맣게 벌렸다.
정말이었구나.
나는 그게 나를 달래주려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아버님…… 스케일이 너무 크시잖아.’
고작 내가 못생겼다고 한마디 했다고 저택의 거울을 전부 바꾸다니.
앞으론 말을 함부로 하면 안 되겠어…….
나는 말을 조심, 또 조심하자는 교훈을 꼭꼭 되새겼다.
그리고 정말로 켄드릭은 저택의 모든 거울을 교체했다.
손거울까지 포함해서 말이다.
***
켄드릭의 말이 정말이었는지, 머리카락은 날이 갈수록 더 많이 빠졌다.
어제는 베티가 하루에 빗질을 네 번이나 해 주고도 부족해서 빗질 다섯 번을 받아야 했다.
나는 내 방 벽에 달려 있는 횃대에 포르르 날아가 앉았다.
요즘은 인간 상태보다 수인화한 상태로 있는 시간이 더 길었다.
‘왜냐하면…….’
깃털을 단장해야 하니까!
새 털이 나기 때문인지, 새로운 털이 난 자리가 근질거렸다.
그래서 나는 요즘 수인화한 상태로 죽은 털을 솎아내고 새 털이 난 자리를 부리로 복복 긁는 데 열중이었다.
“삐이!”
나는 고개를 뒤로 홱 돌린 채, 새로 난 깃털들을 손질했다.
밀색 깃털들 사이 붉은 깃털이 조금씩 눈에 띄게 보였다.
이전 같았다면 발견하자마자 곧장 뽑아버렸겠지만…….
“왜? 나는 네 붉은 깃털 좋아. 꽃 같아.”
아르센이 내 붉은 깃털을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
아르센과 켄드릭, 그리고 상냥한 저택의 사용인들 덕분에 나는 더 이상 내 붉은 깃털을 무서워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오히려 좋을지도 몰라!’
내가 붉은 깃털을 가졌으니, 라니에로에서는 더 이상 나를 데려가지 않으려고 할지도 모른다.
전생에는 붉은 털을 가진 새는 저주받는다고 나를 가둬 키웠으니까.
그러니…….
‘라니에로로부터 안전해질 수도 있어.’
그런 생각을 하니 가슴이 기대로 둥글게 부풀었다.
조그만 부리로 한참 동안 폭신한 솜털을 헤집고 단장하던 그때.
똑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나는 횃대에 앉아 있다가 문 쪽을 바라보곤, 커다랗게 울었다.
“삐이잇!”
들어오세요!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방문이 천천히 열리고 에단이 방으로 들어왔다.
“아가씨, 털을 고르고 계셨군요.”
나는 포르르 날아 에단의 바로 앞, 바닥에 착지했다.
그리고,
콩콩!
제자리에서 두어 번 뛰자, 금세 몸에서 연둣빛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났다.
그리고 곧 불쑥 시야가 높아졌다. 나는 에단을 바라보며 헤헤, 웃었다.
“에단? 무슨 일루 왔어?”
“안녕하세요, 아가씨. 가주님께서 찾으십니다. 도련님도 같이 기다리고 계세요.”
“켄, 헙. 아니 아버님이 말이지?”
“네-.”
에단이 허허, 웃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요즘 아버님이라는 호칭이 입에 잘 붙지 않아 꽤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왕이면 아버님이라고 불러 드리구 싶은데.’
켄드릭은 내게 줄 결혼 선물이라고 저택 안에 승마장을 짓고 저수지를 파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보답으로 할 수 있는 건, 아버님이라고 불러드리는 것뿐이니까.
이거라두 열심히 연습해야지.
나는 다짐하며 입술을 꾹 다물었다. 에단이 허허, 웃었다.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같이 가실까요?”
“응!”
나는 에단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손은 크고 따뜻했다. 에단은 내 보폭에 맞추어 천천히 걸어 주었다. 덕분에 따라가기가 어렵지 않았다.
똑똑.
에단이 집무실 문을 두드리자, 안에서 들어오라는 켄드릭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문고리를 잡고 돌린 뒤 문을 열고 조심스럽게 들어갔다.
“부르셨어요?”
“그래. 이만 가 봐, 에단.”
켄드릭이 축객령을 내리자, 문간에 서 있던 에단이 예를 갖추어 꾸벅,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나는 익숙하게 걸어 들어와 아르센의 옆자리에 털썩 앉았다.
“오늘 너희를 부른 이유는.”
켄드릭은 곧바로 이야기하지 않고 잠시 뜸을 들였다.
나와 아르센은 나란히 앉아 눈동자를 데구르르 굴렸다.
“긴장할 것 없다. 결혼식에 관해 이야기하려고 부른 거니까.”
“아아.”
나는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 역시 옆에 앉아 고개를 끄덕거렸다.
“저번 연회 일 때문에, 결혼식은 작게 했으면 하는데. 너희 생각은 어떤지 궁금해서.”
“나는 작게 하고 싶어.”
아르센이 켄드릭의 말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냉큼 대답했다.
그리고 나를 한번 슥 바라보았다.
나도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저두 작게 하는 게 좋아요.”
연회 때 좋았던 기억이 없었기 때문에, 되도록 그렇게 많은 늑대들과 섞이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언제까지고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무서우니까.
“그런데 켄드리, 헙. 아니 아버님. 결혼식을 작게 해두 괜찮아요?”
보통 수장 가문의 결혼식은 일족 전체의 축제였다.
특히나 그게 후계자라면.
되도록 성대하고 크게 여는 게, 후계자의 지위를 상징한다고 들었는데.
괜히 나 때문에 아르센이 권리를 다 누리지 못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먼저 앞섰다.
“조혼이니까 괜찮다. 편한 대로 하면 돼. 그럼 저택에서 조그맣게 여는 게 좋겠군.”
나중에 성인이 된 후에 성대하게 하면 되지.
켄드릭이 무어라 덧붙였지만, 마침 밖에서 마차가 덜컹이는 소리 때문에 제대로 듣지 못했다.
‘으응?’
나는 잠시 고개를 갸웃했다.
켄드릭은 다시 말해줄 생각은 없는 듯, 다음 말을 이었다.
“결혼식에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 있나?”
초대하고 싶은 사람이라…….
일단 레오나는 불러야 할 것 같았다.
“린시, 우리는 친구잖아!”
내 손을 잡고서 히히, 웃던 사랑스러운 주황 머리 소녀를 떠올리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레오나를 부르면 카인도 불러야 할 거고…….
나는 아르센을 힐끔 쳐다보았다.
먼젓번에 아르센이 두 사람을 귀찮아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런 내 걱정을 눈치챘는지, 아르센이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나는 아무나 불러도 상관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