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92)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92화(92/187)
결국 친구는 레오나와 카인, 앤시아 정도만 부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 이상은 부를 사람도 없었다.
그때, 문득 글레네 생각이 났다.
‘글레네도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분명히 환하게 웃으면서 내 결혼을 축하해 줬을 것이다.
글레네가 떠난 것이 아쉬웠다.
켄드릭의 말에 따르면, 결혼식은 예크하르트의 뒤뜰에서 야외 결혼식으로 조그맣게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어른들은 아무도 안 불러도 돼요?”
나는 켄드릭에게 다시 한번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그래, 안 불러도 돼.”
켄드릭이 단호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것은 네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도 덧붙였다.
“날짜는 한 달 뒤가 좋겠다. 그래야 넉넉하게 준비할 수 있을 테니까.”
켄드릭과의 대화가 끝나고, 나와 아르센은 정원에 나란히 앉아 이능 활용을 연습했다.
“나 아직두 물뿌리개밖에 못 만들어.”
나는 아르센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며, 손바닥 위에 연둣빛 빛을 둥실 띄웠다.
“뭐 어때, 대단하잖아. 난 아직 ‘물어와’밖에 못 시키는데.”
아르센이 어깨를 으쓱이며 손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아르센의 손 밑에서 검은 빛이 몽글몽글 모이더니, 이내 그림자 늑대가 나타났다.
그런데.
“아르센, 네 늑대 말이야. 좀 커진 것 같지 않아?”
“조금 커졌어. 앞으로는 더 커질 거라고.”
아르센이 으쓱이며 그림자 늑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그림자 늑대가 제자리에서 빙빙 돌며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혼자서 자란 거야? 얘가?”
“설마, 내가 열심히 연습한 거야. 아빠랑 얼마나 열심히 연습했는데…….”
아르센이 말꼬리를 늘였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되물었다.
“아버님이랑 같이 연습했다구? 그러면 너 설마 그동안 나랑 안 놀았던 게…….”
“……맞아.”
내가 눈을 가늘게 뜨고 묻자, 아르센이 순순히 수긍했다.
“아빠랑 같이 이능 활용법을 연습했어.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서.”
아르센의 말에 그림자 늑대가 말을 알아듣기라도 하는 것처럼 꼬리를 축 늘어트렸다.
나는 잽싸게 바닥에 쪼그려 앉아 그림자 늑대와 눈을 마주치곤, 아르센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너무 조급해하는 거 아니야? 너 고작 일곱 살이라구, 아르센.”
아무리 수인들은 지적 성장이 빠르다지만, 아르센은 요새 좀 지나치게 조숙해진 것 같았다.
역시 지난번 축제 때 있었던 일 때문일까.
‘흐음, 아무리 수인들은 금방금방 큰다지만…….’
아르센은 날이 갈수록 성장하고 있었다. 이제 전의 왜소하고 병약했던 모습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키도 나랑 비슷해졌구.’
조금만 더 자라면 나보다 훌쩍 클 것도 같았다.
“물어와.”
그때, 아르센이 그림자 늑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아우우-!
짧게 한 번 짖은 그림자 늑대가, 금세 공중으로 흩어져 사라졌다.
그리곤.
“우와!”
잠시 뒤, 어디선가 쿠키 하나를 물고서 나타났다.
“먹어도 돼.”
아르센이 으쓱거렸다.
아까 이미 오늘 치 간식을 먹었는데 또 먹어도 되나? 걸리면 혼날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나는 고작 일곱 살이고.
……일곱 살은 과자의 유혹에 약하다.
‘물론 속알맹이는 열두 살이지만.’
그게 뭐 어때서. 나는 고개를 홱홱 돌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곤 쿠키를 입에 쏙 넣었다.
“아르센, 이능 활용 방법을 조금만 더 배우면 진짜 멋있는 이능이 되겠는데?”
그림자 늑대가 이번에도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응, 근데 이런 이능을 가진 사례는 내가 처음이다 보니까……, 어떻게 연습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 정도가 고작이야.”
아르센이 의기소침하게 말했다.
켄드릭이 훈련을 도와주고 있다고는 했으나, 잘 풀리지만은 않는 모양이었다.
나는 흐음, 잠시 고민해본 뒤 입을 열었다.
“이건 그냥 내 생각인데……, 그냥 지금처럼 하면 되지 않을까?”
“지금처럼?”
“응, 얘 말귀를 알아듣구 있잖아. 그렇지?”
그림자 늑대가 내 말에 반응했다. 그림자 늑대는 신이 난 듯 겅중겅중 뛰더니, 내 앞에 착 앉았다.
“그으러니까, 애완동물 키우는 것처럼 교감하면 되지 않을까? 왠지 그럴 것 같애. 얘는……, 말을 알아듣는 똑똑이잖아.”
“……잘 모르겠는데. 얘랑 교감을 하라고?”
“응, 맨날 명령만 내리지 말구, 얘기도 걸어 주고 쓰다듬어 주기도 해 봐. 어때?”
물론 순전히 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왠지 그런 느낌이 드는걸.’
이 그림자 늑대가 우리와 계속 교감한다면 언젠간 더 크게 성장할 것 같다는 그런 느낌 말이다.
아르센은 영 탐탁지 않아 보였지만, 어쨌든 고개를 주억거렸다.
“알았어, 교감…… 해 볼게.”
“으응, 좋아. 아르센.”
나는 히히, 웃으면서 그림자 늑대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손바닥을 펼치고 손가락으로 손바닥을 톡톡 두드렸다.
“하이파이브 할까?”
그림자 늑대는 몇 번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내 손바닥 위에 까만 앞발을 착 얹었다.
‘하이파이브가 아니고 손을 준 모양새긴 했지만…….’
그래도 이게 어딘가.
손을 준 것만 해도 기특했다.
그리고 내가 잔뜩 칭찬해주자, 신이 나서 내 앞을 빙글빙글 돌았다.
늑대라기보단 강아지 같은 모양새였다.
‘그래두 귀엽지만.’
***
초대장은 이제 벌써 두 번째 써 보는 것이라서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연회 초대장은 아르센이 거의 다 썼으니, 이번에는 내가 쓰는 것으로 합의를 보았다.
하녀장 로드리가 우리가 초대장을 쓰는 것을 도왔다.
중간에 맞춤법이 헷갈리는 단어가 있어 로드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내가 예쁜 편지지에 글씨를 옮겨 적으면, 아르센이 옆에서 그 편지지를 잘 접어 봉투에 넣었다.
그러면 로드리가 금색 밀랍으로 단단히 봉해 주었다.
“자아, 끝났다!”
나는 마지막, 앤시아의 초대장까지 전부 적은 뒤 아르센에게 넘기며 말했다.
아르센이 편지지를 받아 대충 접어 넣으며 입을 열었다.
“마지막 거는 글씨가 좀 삐뚤빼뚤하지 않았어?”
“무슨 소리야, 나 완전 바르게 잘 쓰거든! 그치, 로드리?”
“그럼요, 아가씨는 필체가 예쁘시니 좀 더 크면 훌륭하게 쓰실 수 있으실 거예요.”
“결론은 지금은 안 예쁘단 소리지.”
“너 자꾸 그럴래?”
나는 눈을 흘기며 아르센을 노려보았다.
아르센이 킥킥 웃었다. 로드리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럼 초대장 미리 전달하겠습니다. 수고하셨어요, 도련님, 아가씨.”
“네에.”
“응.”
나는 펜을 놓고 책상 위에 그대로 엎어져 축 늘어졌다.
하이고, 힘들다.
전생에 글을 배우긴 했지만, 이제 회귀한 지 한참 된 탓인지 전생의 일들이 점점 가물가물해지고 있었다.
그래서…….
일곱 살의 어린 몸이 감정조절이 잘 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그뿐인가.
‘지금처럼 편지 쓰는 것두 힘들어졌어…….’
전생이었다면 이깟 편지쯤은 빠르게 쓸 수 있었을 텐데.
이번에는 아주 간단한 단어조차 헷갈려 하녀장 로드리의 도움을 받아야 했다.
물론 지금의 나는 고작 일곱 살이니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겠지만…….
거기까지 생각한 뒤, 나는 눈을 느릿하게 감았다 떴다.
그리고.
탁탁.
제자리에서 뛰는 것도 귀찮아, 발을 가볍게 두 번 콩콩 굴렀다.
그러자.
펑-!
“삐이!”
나는 연둣빛 연기 속에서 익숙하게 눈을 몇 번 깜빡인 뒤, 아르센의 어깨에 올라탔다.
“갑자기 변했어?”
“삐이.”
요즘은 수인화 상태로 자주 있어서 그런지, 수인화 상태가 풀고 있는 것보다 훨씬 편했다.
‘성장기가 오려구 그러나 봐.’
전생에도 열 살 무렵에 같은 시기를 맞았던 적이 있다.
털갈이가 시작되고, 본격적으로 몸이 성장하는 시기.
그때는 수인화 모습이 더 편하게 느껴져서, 자꾸만 수인화 상태로 있으려고 했던 것 같다.
‘털갈이가 빨라지면서 그 시기도 일찍 왔나 봐.’
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아르센의 보드라운 볼에 몸을 기대고 털을 골랐다.
아르센이 검지로 내 털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쓰다듬는 손길이 좋아 순간적으로 꼬리가 팟 올라갔다.
“삐이잇-!”
“좋아?”
“삐이!”
응응, 거기 말구.
볼 긁어 줘, 볼.
나는 아르센의 손가락에 내 볼을 가져다 대고 부비적거렸다.
한창 털갈이 시기라서, 삐쭉빼쭉 튀어나와 있는 가시깃이 많았다.
그래서 피부가 자꾸만 근지러웠는데, 내 조그만 부리로 복복 긁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그런데.
‘아르센 손 엄청 시원하잖아?’
나는 횡재했다는 눈빛으로 아르센을 바라보며 눈을 반짝였다.
아르센이 내 부담스러운 눈빛을 느꼈는지 미간을 좁혔다.
“……뭐, 왜?”
“삐이이!”
더 긁어, 더!
다행히 아르센은 내 말을 알아들었는지, 그 후로도 십오 분간 내 볼을 열심히 긁어주었다.
이후 에단이 들어와 초대장은 예크하르트 가의 사용인들이 직접 가져다준다고 했다.
그런데.
“페르난도 가문은 가주님께서 직접 전달하실 겁니다.”
“아버님이요?”
“네, 가주님께서 라몬트 님과의 만남이 예정되어 계시거든요.”
나는 에단의 말을 듣고서 눈을 깜빡였다.
‘요즘 라몬트 님과 자주 만나시네.’
아니, 비단 라몬트뿐만 아니라 모든 일족의 수장들과 자주 접촉하고 있었다.
라니에로 빼고 말이다.
‘아무래도 그거 때문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