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94)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94화(94/187)
결혼식 준비는 빠르게 이루어졌다.
성대하게 열리는 것이 아니라서, 많이 준비할 것도 없었다.
사용인들은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고, 새로운 꽃을 사다가 심고, 관목들을 둥글게 다듬었다.
예쁜 꽃은 줄기째 따다가 하나하나 엮어 저택 곳곳을 장식했다.
사용인들의 손이 닿는 곳마다 꽃이 피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자아, 자를게요?”
나는 입을 꾹 다문 채 제법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위를 든 베티가, 내 머리카락을 조심스럽게 다듬었다.
베티는 결혼식 전에, 내 머리를 손질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왜냐하면.
‘털이 이렇게 우수수 빠지니까…….’
긴 밀색 머리카락들이 빠지는 만큼, 새로운 붉은 머리카락도 많이 자라났지만.
‘이건 짧아…….’
붉은 머리카락은 고작 내 귀 밑에서 손가락 세 마디 길이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니 붉은 머리카락이 많이 날수록 머리가 점점 지저분해져가고 있었다.
얼마 전, 켄드릭의 지시로 전부 교체한 저택의 거울을 보고 의기소침해졌을 정도니…….
그래서 베티는 내 밀색 머리카락 역시 붉은 머리카락과 같은 길이로 다듬는 것을 제안했다.
어차피 빠질 머리카락들이니 상관없겠다는 생각에 나는 베티의 제안을 수락했고,
그 결과.
사각사각.
베티가 가위질을 할 때마다 뒷목에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베티는 머리 손질 경력도 몹시 길어서, 자르는 것도 자신 있다고 당당하게 이야기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 채, 베티의 손길에 내 머리카락을 맡겼다.
스륵-.
밀색 머리카락들이 바닥으로 후두둑 떨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그런데.
‘신기하다.’
이전 같았으면, 밀색 머리카락들이 빠질 때마다 크게 스트레스를 받았을 텐데.
사용인들이 내 털갈이를 그저 따듯한 눈빛으로 지켜봐 주기 때문일까.
밀색 머리카락들이 이렇게나 많이 잘려나가는데도 아깝다거나 하는 기분은 들지 않았다.
사각사각.
베티는 아주 신중하게 가위를 놀렸다. 가위질을 할 때마다 밀색 머리카락들이 뭉텅이로 떨어지는 게 보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짠, 다 되었어요, 아가씨! 정말 너무너무 귀여우세요!”
베티가 머리 손질을 끝내고, 내 얼굴에 손거울을 불쑥 가져다 대 주었다.
나는 거울 속의 나를 빤히 바라보았다.
단발로 짧게 잘린 머리카락이, 목 근처에서 찰랑거렸다.
“으아, 어색해.”
전생에는 단 한 번도 머리를 짧게 잘라 본 적이 없었다.
당연했다. 아버지는 여자아이들은 머리가 길고 곱슬곱슬해야 한다고 여겼으니까.
그런데 이곳은 특이했다.
내가 조금이라도 불편해할까 봐, 모두가 신경 써주는 듯한 느낌.
나는 조심스럽게 다시 한번 거울 속의 나를 살펴보았다.
붉은색과 밀색이 섞인 머리카락을 가진 소녀가, 거울 속에서 웃고 있었다.
붉은 털은 켄드릭의 말대로 그날을 기준으로 점점 우수수 자라났다.
켄드릭은 이제 곧 털갈이가 끝날 수도 있겠다고 이야기했다.
내 털갈이가 끝날 즈음이면 저수지와 승마장도 완공될 거라고.
베티는 짧게 잘린 내 머리카락을 빗질해 준 뒤, 양옆 머리를 조금 집어 둥글게 말아 귀엽게 묶어 주었다.
“짠, 정말 귀여우세요! 움직이는 것도 한결 편하시죠?”
“으응, 정말 편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과 켄드릭 역시 내게 새 머리가 잘 어울린다며 칭찬해주었다.
나는 드레스에 이런 짧은 머리가 어울릴까 조금 걱정스러웠지만.
‘일곱 살이라서 괜찮구나.’
일곱 살인 내 몸은 조금 통통한 도자기 인형처럼 짧았다.
그래서 드레스를 입으면 그냥 귀여운 여자아이로 보였다.
결혼식 드레스 역시 의상실의 세리나가 맡아 제작해주었다.
그녀는 정원의 봄꽃들 사이에서 조그만 결혼식을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드레스에 봄꽃 같은 프릴과 보석을 잔뜩 박아주었다.
이후로는 딱히 준비할 것도 없었다.
나는 아르센과 여전히 종종 낮잠을 잤으며, 요즈음은 같은 방에서 손을 잡고서 잠을 자고, 밖에 나가 이능 활용 연습을 했다.
물론 켄드릭은 저택을 비우는 일이 잦았기 때문에, 어느 순간부터 이능 활용 연습은 우리 둘이 서로를 봐 주는 시간으로 바뀌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결혼식 당일이 다가왔다.
***
“린시! 린-시!”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역시나 레오나였다.
레오나는 조그만 선물 상자를 들고 와 내게 불쑥 내밀었다.
“이 안에 결혼 선물이 있어. 하나는 네 거고 하나는 아르센 거야. 근데 네가 두 개 다 마음에 들면 둘 다 가져도 돼.”
“야, 그런 게 어디 있어.”
“여기 있지, 원래 선물 주는 사람 마음이야.”
레오나와 아르센이 유치하게 서로를 흘겨보며 싸웠다.
나는 예쁜 드레스를 입고서도 둘 사이에 어색하게 끼어서는 싸우는 둘을 말려야 했다.
“고마워, 레온. 잘 뒀다가 이따가 뜯어볼게.”
“응응, 그리고 밖에 있는 건 아빠 선물이래.”
“밖에?”
나는 레오나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곤 창밖을 내다보았다.
창밖에는 못 보던 마차 한 대가 서 있었다.
‘레오나가 타고 온 건가?’
조그맣고 화려한 마차 외에 다른 것은 딱히 보이지 않았다.
“밖에 아무것도 없는데?”
“으응? 없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아! 저기 있잖아, 린시. 저게 아빠가 보내는 선물이야.”
레오나의 손끝이 가리킨 것은.
바로 방금 본 그 화려하고 아름다운 마차였다.
마차 주변은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보석을 촘촘하게 박았는지 2층 창문에서 봐도 빛이 났다.
“……설마 마차가?”
“응, 아빠가 결혼 선물이래.”
레오나가 해맑게 웃어 보였다.
‘역시 늑대 일족 후계자의 결혼이라 그런가…….’
조그맣게 하는 결혼식인데도, 페르난도에서는 구색을 맞춰 레오나를 하객으로 보내 주었다.
게다가 저렇게 대단한 선물까지.
나와 아르센은 레오나에게 고맙다고 인사한 뒤, 레오나와 함께 방 안에 앉아 있었다.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베티가 총천연색의 꽃들을 들고서 들어왔다.
“베티, 그건 뭐야?”
“이걸로 레온 아가씨를 꾸며드릴 거예요, 아가씨 것은 여기 있답니다.”
베티는 화려하게 엮은 화관을 내 머리에 조심스럽게 씌워 주었다.
“늑대 일족에서는 조혼을 할 때 가장 예쁘게 핀 꽃들로 화관을 엮어 씌워 주어요. 그해에 가장 예쁘게 피어난 꽃만큼 귀하고 예쁘다는 의미지요.”
베티는 내 머리 위에 화관을 얹고는, 내 머리카락을 빗질해 조심스럽게 정리해 주었다.
그리고 땋은 뒤 반묶음으로 넘겨 묶어 주었다. 꽃향기가 머리에 옴팍 쏟아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레온 아가씨는 머리가 주황색이시니…….”
베티가 레몬색 꽃을 조심스럽게 다듬어 레오나의 머리에 꽂아 주었다.
베티 말고 다른 하녀들 역시 들어와 레오나와 나의 치장을 도왔다.
그동안, 앤시아와 카인이 초대장을 들고 도착했다.
앤시아는 나와 아르센에게 각각 결혼 선물이라며 예쁘게 포장된 선물상자를 내밀었고,
카인은…….
“그, 그건 뭐야?”
“몰라, 엄마가 갖다주래.”
카인이 시큰둥하게 대답하곤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는 카인 뒤에 있는 거대한 짐마차를 바라보았다.
“결혼 선물이랬어.”
“뱀 일족에서 이렇게 축하해 줄 줄이야. 몸 둘 바를 모르겠군. 감사하다고 전해 드려라, 카인.”
그때, 어디선가 켄드릭이 불쑥 나타나 나와 아르센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준비는 다 한 모양이군.”
“네에, 아까 다 끝났어요!”
“맞아, 벌써 두 시간이나 기다렸다고, 배고파…….”
아르센이 칭얼거렸다. 나는 아르센의 손을 꼭 잡았다.
“조금만 기다려, 얼마 안 남았잖아.”
“……응.”
그때, 순간적으로 아르센의 얼굴과 귓불이 확 붉어졌다.
아르센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이내 내 손을 놓고 저만치 걸어가 버렸다.
“아르센 왜 저래?”
“몰라……. 쟤 아파? 결혼식 날에 아프면 안 되는데.”
그렇게 말하는 레오나는 정말로 걱정스러운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안 아플걸. 아팠으면 내가 알아챘을 텐데.”
나는 이능 활용 연습을 시작한 뒤로, 미약하게나마 아르센의 건강 상태를 느낄 수 있었다.
그러니까 옆에 있으면, 지금 아르센의 몸 상태가 어떤지 대충은 알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모든 이들에게 그런가 싶었는데.
‘그건 또 아닌 것 같구.’
아르센 옆에 있을 때만, 아르센의 몸 상태가 어떤지 알아챌 수 있었다.
아직 확실하지 않아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은 상태였다.
아무튼 확실한 건, 아르센이 지금 아픈 곳은 없다는 거다.
“아르센, 같이 가!”
나는 드레스를 두 손으로 잡고 아르센의 뒤를 따라 총총 뛰었다.
뒤에서 앤시아와 레오나, 그리고 카인이 따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우리는 저택 안에 들어가 냉수를 꼴깍꼴깍 마신 뒤, 사용인들이 우리를 불러줄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가시죠, 아가씨.”
에단이 나와 아르센을 데리러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