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95)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95화(95/187)
나는 에단의 손을 잡고서 정원까지 총총 이동했다.
드레스는 어린아이용이었기 때문에, 땅에 끌리지 않아 굳이 두 손으로 잡고 걸을 필요는 없었다.
그러나 애써 맞춘 드레스가 혹여 더러워질까 싶어, 나는 드레스를 잡고서 조심조심 걸었다.
그리고.
“우와-!”
사용인들의 손길로 아름답게 변한 정원을 보고 감탄사를 터트렸다.
연회 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시선이 닿는 모든 곳이 꽃들로 장식되어 있었고, 가운데에 길게 난 버진로드 양쪽엔 푸른 꽃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푸른 꽃들은 흔들릴 때면 꼭 잔잔한 호수처럼 보이기도 했다.
“우와, 정말 예뻐…….”
“와…….”
아르센 역시 나지막이 감탄사를 터트렸다.
이런 일에 무심한 아르센까지 반응하게 만들 정도로, 정원은 정말 근사했다!
“그렇지요? 모두 신경 써서 준비했답니다.”
그때.
히이힝-!
어디선가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나는 고개를 퍼뜩 들었다.
“헥터!”
저 멀리 밤색 갈기를 휘날리는 말이 보였다.
길버트가 말고삐를 잡고 멀리서 흐뭇하게 웃고 있었는데, 헥터의 머리 위에도 예쁜 화관이 씌워져 있었다.
“마음에 드세요? 저희가 준비한 거랍니다.”
“마음에 들어, 예쁘다…….”
“응, 마음에 들어. 진짜야.”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아르센이 머리를 끄덕일 때마다 곱슬곱슬한 잿빛 머리카락이 햇살에 비쳤다.
곧이어 카인과 레오나, 앤시아가 자리에 앉고 사용인들 역시 빼곡하게 서서 우리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켄드릭이 맨 앞, 주례석에 섰다.
주례석이라고 해 봤자 거창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신경 쓴 티가 나.’
하물며 앉아 있는 의자들까지, 섬세한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었다.
사실상 말이 결혼식이지, 그냥 나와 아르센을 만족시켜주기 위한 조그마한 파티였다.
그러니까.
나를 예크하르트의 일원이라고 정식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내게 소속감과 안정감을 주기 위한 파티 말이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진심으로 꾸며 줄 줄이야.
음악이 시작되고, 나와 아르센은 손을 꼭 잡고 동시에 버진로드를 걸어갔다.
하녀들이 옆에서 꽃잎과 색색의 종이 조각들을 가득 뿌려주었다.
눈부신 오후의 햇살 아래, 흩뿌려지는 모든 것들이 보석처럼 아름답게 빛났다.
나와 아르센이 주례석 앞에 나란히 서자,
켄드릭이 세상 가장 귀한 것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켄드릭의 푸른 벽안이 호수를 한 스푼 퍼낸 것처럼 예쁘게 반짝였다.
“린시, 아르센. 마주 보고.”
나는 켄드릭의 말을 듣고서 아르센과 마주 보고 섰다.
아르센은 의외로 잔뜩 긴장했는지 뻣뻣하게 굳어 있었다.
‘결혼식이 뭔지도 잘 모를 줄 알았는데.’
그래서 이것도 어느 정도 놀이로 여기지 않을까 싶었는데, 결혼식 역시 일종의 행사라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다.
나는 잔뜩 긴장한 아르센이 귀여워 살풋 웃었다.
평소에는 그냥 틱틱대는 친구 정도로 생각했는데,
이렇게 세워 놓고 보니…….
‘귀여운 동생 같다.’
그것도 아주 귀여운 동생. 물론 아르센이 이 말을 들었다면 내게 결투를 신청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는 이 말은 나 혼자만의 비밀로 묻어두기로 했다.
“손 잡고.”
나는 아르센에게 두 손을 내밀었다.
아르센이 한참 머뭇거리다가, 이내 내 손을 꼭 잡았다.
“린시 라니에로와 아르센 예크하르트, 두 사람은 평생 동안 서로만을 사랑할 것을 약속하는가?”
켄드릭이 웃으며 물었다. 여기저기서 웃음을 참지 못하고 웃는 소리가 조금씩 흘러나왔다.
‘하긴, 귀엽겠지…….’
그러니까 이건 자의식 과잉 같은 게 아니었다.
켄드릭을 포함,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은 나와 아르센이 낮잠만 자도 몹시 귀여워했다.
수인화하면 더했다.
“이 보송보송한 털 좀 봐……. 어쩜…….”
하녀들은 늘 내 털을 한번 만져보고 싶어 내 주위를 빙글빙글 돌았다.
그러나 만져 보라고 불쑥 날개를 내밀어 주어도.
“제가 감히 어떻게 아가씨의 소중한 털을!”
하며 물러나기 일쑤였다.
그런 사람들이니, 일곱 살 어린애들이 결혼식을 하겠다고 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서 서 있는 게 얼마나 귀여워 보일까.
“네에, 약속합니다.”
“…….”
“아르센?”
“약, 약속합니다.”
아르센이 잔뜩 붉어진 얼굴로 더듬더듬 이야기했다.
나는 그제야 아르센이 왜 자꾸 나만 보면 얼굴을 붉히는지 알아차렸다.
‘부끄러운 거구나!’
하긴, 나랑 매일매일 틱틱대는 것이 일상인데, 갑자기 평생 사랑하겠다는 약속을 하라니 얼마나 당황스러울까.
그래도 나는 아르센의 손을 꼭 잡고 푸른 눈동자를 또렷하게 바라보았다.
내내 아르센의 눈만 바라보고 있었던 탓에, 켄드릭의 축사는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켄드릭의 짧은 축사가 끝나고, 어디선가 팡-! 무언가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우와!”
“와아-!”
“와~!”
어디선가 조그만 꽃들이 하늘에서 비처럼 살랑살랑 쏟아져 내렸다.
이것 역시 사용인들이 준비한 이벤트인 모양이다.
“우와, 진짜 예뻐. 그렇지, 아르센?”
나는 조그만 꽃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한참 바라보다가, 아르센과 눈을 마주치고 헤헤 웃었다.
아르센이 멍하니 꽃비 내리는 것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으응…….”
“너 오늘 좀 멍한 것 같다?”
나는 걱정스러운 손길로 아르센의 앞머리를 걷어 넘겨 주었다.
아르센의 잿빛 머리카락에, 분홍 꽃이 군데군데 달라붙어 있었다.
나는 아르센의 머리에 붙어 있던 꽃을 털어 주려다, 이내 그만두었다.
‘붙여놓는 게 더 예쁘잖아?’
아르센은 객관적으로 봐도 정말 예쁘게 생긴 얼굴이었다.
당연히 나보다 두 배는 예뻤다.
긴 속눈썹, 꺼풀진 눈꺼풀. 하얀 피부에 발그레한 볼과 오뚝한 콧날, 근사한 입매까지.
예쁘다고는 종종 생각했었지만.
‘으음, 이렇게 예쁠 줄이야.’
나는 만족스러운 눈빛으로 아르센을 슥 훑었다.
그때.
“린시, 린시! 너 정말 예뻐!”
잔뜩 흥분한 레오나가 다가와 내 손을 꼭 잡아주었다.
“나도 결혼하고 싶어졌어. 카인, 나랑 할래?”
“뭐? 너 진짜 미쳤어?”
레오나의 뜬금없는 말에, 카인이 날카롭게 대꾸했다.
그런데.
‘으음……, 쟤는 또 왜 얼굴이 붉어지는 거지?’
얘네가 단체로 뭔가를 잘못 먹은 건 아닐 거고.
나는 카인과 레오나가 투닥거리는 것은 놔두고 앤시아에게로 걸음을 옮겼다.
“앤시아, 오늘 와 줘서 정말루 고마워. 나 있지, 늑대 일족에는 친구가 없어서 부를 사람이 너밖에 없었거든.”
“불러 주셔서 너무너무 감사해요! 정말 근사했어요! 이런 예쁜 광경 다시는 못 볼 거예요……!”
나는 앤시아에게 너는 아직 여덟 살이니 그런 말을 하기엔 좀 이르다고 알려 주려다 그만두었다.
“나도 너랑은 결혼 안 해, 바보야.”
“근데 왜 그런 말을 하냐? 너 진짜 이상한 애야, 레오나 페르난도.”
구석에서는 아직도 레오나와 카인이 서로를 한껏 노려보며 싸우고 있었다.
앤시아는 사자 가문의 막내딸과 뱀 가문의 후계자가 으르렁거리는 모습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앤시아를 이 자리에 부른 것이 미안해질 정도였다.
“안 돼, 그만 싸워. 결혼식에서는 싸우는 거 아니야.”
“린시!”
“하지만 쟤가 먼저 싸우자고 덤비잖아.”
전자는 레오나, 후자는 카인이었다.
나는 서로 노려보는 일곱 살 어린이들을 잘 타일렀다.
“그래두 결혼식에서는 싸우는 거 아니야. 알겠어? 기쁜 날이라구.”
“응, 알았어…….”
레오나가 축 처진 목소리로 대답했다.
레오나에게 귀와 꼬리가 있었다면 아마 축 처져 있을 터였다.
“알았어…….”
카인 역시 제 뒷머리를 벅벅 긁으며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좋아, 화해했지? 그럼 이제 악수해,”
“악수? 싫어! 쟤는 장갑 꼈단 말이야!”
“내가 장갑을 끼고 싶어서 끼냐, 이 바보야?”
카인과 레오나는 결국 또다시 투닥였다.
두 아이들의 싸움은 결국 켄드릭이 오고 나서야 어느 정도 정리되었다.
“자꾸 이렇게 싸우면 둘 다 집에 보낼 거다.”
그 한마디로, 레오나와 카인의 싸움은 일단락되었다.
우리는 주린 배를 붙잡고 식사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식사는 사용인들이 예쁘게 꾸며 놓은 테라스에 준비되어 있었다.
“여기 앉으세요, 아가씨.”
베티가 예쁜 꽃들로 화려하게 장식된 의자를 빼 주었다.
나는 의자 위에 폴짝 앉았다.
그리고 테이블 위를 둘러보았다.
로젤 제과점에서 사 온 듯한 3단짜리 결혼 축하 케이크와, 온갖 훌륭한 요리들이 테이블 위에 줄지어 놓여 있었다.
나와 아르센은 케이크를 커팅하고 싶었지만, 케이크가 너무 큰 탓에 하녀가 잘라 주어야 했다.
“케이크는 한 조각씩만 드시는 거예요~.”
그녀는 우리에게 케이크를 한 조각씩 나누어 주며 당부했다.
케이크는 엄청나게 달고 맛있었다. 생크림이 혀끝에서 금세 녹아 사라졌다.
모두들 케이크를 한 조각씩 더 먹고 싶은 눈치였지만, 더 먹지는 못하고 식사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