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96)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96화(96/187)
결혼식이 조금 정리된 뒤, 앤시아와 카인 그리고 레오나는 모두 집에 돌아갔다.
레오나는 저택에서 자고 가겠다고 고집을 부렸지만, 페르난도의 사용인들은 단호하게 레오나를 끌고 갔다.
“싫어! 싫어! 여기서 잘래, 으응? 린시!”
“안 됩니다, 아가씨. 이렇게 떼를 쓰시면 안 되어요.”
“가주님께서 떼를 쓰시면 앞으로 영영 예크하르트 저택에 오지 못하신다고 하셨잖아요.”
레오나는 사용인들이 한참을 어르고 달래고 나서야 마차에 탔다.
그에 비하면 카인과 앤시아는 보내기가 쉬웠다.
카인은 워낙 고분고분하고 순해서, 헤제스 가문 사용인들이 가자고 하니 금방 마차에 올랐고.
“으앗!”
앤시아는 가다가 관목에 드레스가 걸려 드레스를 좀 찢어 먹긴 했지만 괜찮았다.
“세상에, 앤시아!”
나는 깜짝 놀라 앤시아의 찢어진 드레스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앤시아는 드레스를 품에 끌어안으면서 해맑게 웃었다.
“드레스가 좀 찢어졌지만, 이런 멋진 결혼식을 봤으니 괜찮아요!”
앤시아의 하녀들도 괜찮을지는 모르겠지만, 앤시아는 정말로 괜찮다며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아이들이 전부 가고 난 뒤.
나는 이상하게도 조금은 외로운 감정을 느꼈다.
전에는 친구와 헤어질 때 이런 감정이 들지 않았던 것 같은데…….
레오나와 카인, 앤시아 모두 오랜만에 보는데 금방 헤어져서 그런 모양이다.
그치만,
‘일족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으니 어쩔 수 없을 거야.’
자일스 꽃 때문에 서로의 신경이 날카로워진 이 시점에서,
수장 가문의 후계자와 막내딸이 다른 일족의 영토에서 자고 오는 것은 그렇게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할 테니까.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그래도 아이들이 가니 조금 아쉬운 듯한 기분도 들었다.
결혼식이 있었던 정원은 어느 정도 정리되고 있었다.
그러나 꽃은 예쁘니 그대로 두라는 켄드릭의 명령에, 저택을 한껏 수놓은 봄꽃들은 그대로였다.
나는 그 꽃들을 한참 바라보다가, 이내 발걸음을 돌렸다.
“아르센, 올라가자.”
“응, 가자.”
나는 아르센의 손을 꼭 잡고 침실로 올라갔다.
이제 아르센과 내 방이 합쳐져 있어, 굳이 다른 방에 갈 필요가 없었다.
우리는 침실에 들어가자마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침대에 털썩 드러누웠다.
폭신한 침대는 어린아이 두 명이 굴러다니면서 자도 될 정도로 넓었다.
나는 늘어지게 하품을 하며 말했다.
“으아, 나 너무 졸려…….”
“나두…….”
아직 창문으로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지고 있는데도 졸음이 밀려왔다.
나는 그 와중에도 아르센과 손을 꼭 잡고 자기 위해, 침대 시트를 더듬어 아르센의 손을 꼭 잡았다.
“놓지 마……, 놓으면 안 돼…….”
졸려서 목소리가 자꾸 잠겼다.
“알았다고, 안 놓는다니까…….”
그건 아르센 역시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나란히 누워서 눈을 깜빡이며 서로를 마주 보았다.
그때, 아르센이 눈을 느릿하게 두어 번 깜빡이다가 입을 열었다.
“……그럼 너는, 내 부인이야?”
“응? 부인이냐구? 그렇지……. 우리 결혼했잖아.”
정확하게 말하자면 오늘 한 게 아니라 저번에 했지만.
‘그래도 결혼식은 오늘이니까 오늘로 쳐야 할까?’
나는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곧 생각을 접었다. 이따가 켄드릭에게 가서 물어보는 것이 빠를 것 같았다.
“그럼, 너도 일찍 사라져?”
“뭐?”
나는 아르센의 말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몸을 급하게 일으켰다.
그러나 정작 나를 놀래킨 당사자는 몹시 졸린 듯한 모양새였다.
졸음 가득한 두 눈을 깜빡이는 게, 금방이라도 까무룩 잠들 것 같았다.
“일찍 사라진다니, 아르센?”
“엄마처럼……, 일찍 가냐고.”
아.
나는 그제야 아르센의 말이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
듣기로 예크하르트 부인은 아르센이 태어나던 날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러니 아르센은 단 한 번도 어머니의 품을 느껴보지 못하고 자란 것이다.
물론 그건 나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비록 겉은 일곱 살이지만, 속알맹이는 열두 살인 데다가 두 번째 삶이었다.
그래서 아르센 옆에 다시 누워 아르센을 어색하게 토닥여 주었다.
“무슨 소리야, 아르센. 나는 안 사라져.”
“……진짜?”
“그래, 진짜. 내가 어딜 가겠어.”
이 말은 정말 진심이었다.
나중에 성년이 되어, 다짐했던 대로 예크하르트를 떠나게 되면 그땐 다시 생각해 보겠지만.
우선 지금의 나한테는 갈 만한 곳이 마땅히 없었고,
이렇게 슬픈 목소리로 이야기하는 아르센을 두고 어딜 갈 재간도 없었다. 게다가.
“너를 치료해 줘야지. 치료해주기 전까지는 안 가.”
“치료하면……, 가는 거네?”
“으음……, 네가 완치될 즈음이면 우리 성년식을 치르지 않았을까?”
나는 아르센을 띄워 주기 위해 부러 조금 밝게 대답했다.
그러나 아르센의 기분은 왠지 모르게 더 처진 것 같았다.
나는 아르센을 토닥였다.
“난 너 두고 어디 안 가. 그러니까 걱정하지 말고 낮잠이나 자, 바부야.”
“어디 안 간다고……, 했어.”
“알았다니까, 내가 거짓말 치는 거 봤어?”
내 말에 아르센이 꾸벅꾸벅 졸면서도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 못 봤지? 그러니까 자.”
“날 두고 가면 안 돼, 알았지……. 응, 너는 내 부인이니까 이제…….”
나는 아르센이 비몽사몽하게 중얼거리는 소리를 가만히 듣다가 픽 웃었다.
부인이라는 말도 잘 모르는 일곱 살 꼬맹이가 부인이니까 떠나면 안 된다고 하는 게 제법 귀여웠기 때문에.
나는 곱게 잠든 아르센의 낯을 한참 보면서 가물가물한 눈꺼풀을 천천히 깜빡였다.
오후의 햇살이 따사롭게 쏟아져 아르센과 내 정강이를 쓰다듬었다.
***
“으응……, 아버님?”
두 눈을 느릿하게 깜빡이며 몸을 일으키자, 문간에 서 있는 켄드릭이 보였다.
“내가 잘 자고 있는 애를 깨웠군.”
“아니에요……, 이제 일어났어요.”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저어 잠을 깨 보려고 했다.
그러나.
펑-!
졸린 탓인지 몸에 힘이 풀리면서 수인화가 되어 버렸다.
요즘 자주 수인화를 하고 있었던 탓일까?
갑작스럽게 수인화되는 일이 잦았으나, 나는 동요하거나 놀라지 않았다.
“삐잇…….”
“이제 붉은 털이 제법 많이 났군. 나가자, 린시.”
켄드릭이 나를 조심스럽게 두 손으로 들어 올려 안았다.
거대한 손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는 것이 느껴졌다.
그러자 잠시 쫓아냈던 졸음이 다시 몰려오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삐이이…….”
나는 커다란 켄드릭의 손 안에서 거의 케이크 반죽처럼 녹아가고 있었다.
켄드릭은 다시 잠들려는 나를 보고 곤란해하다가, 이내 귓가에 조심스럽게 말을 걸었다.
“린시, 일어나 봐. 네게 보여줄 게 있다.”
“삐이…….”
나는 몸을 벌떡 일으키고 눈을 두어 번 깜빡여 잠을 쫓아냈다.
그리고 켄드릭을 올려다보며 조그맣게 울음소리를 냈다.
“삐잇……?”
“가자, 린시.”
켄드릭은 나를 그대로 손에 든 채 어디론가 걸음을 옮겼다. 나는 켄드릭의 어깨 위에 올라가겠다고 했지만, 켄드릭은 내가 떨어질까 걱정되는지 나를 어깨 위로 올려보내진 않았다.
켄드릭이 나를 데리고 도착한 곳은 예크하르트의 도서관이었다.
내가 먼젓번 금제에 관련된 책을 찾으려고 들렀다가 실패하고 동화책만 엄청 읽고 온 바로 그곳.
‘여긴 왜 오셨지?’
나는 졸린 와중에도 날개로 눈을 비벼가며 상황을 살폈다.
켄드릭은 도서관 끝까지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이내 벽에 손을 얹었다.
쿠우웅-!
켄드릭의 손이 닿자, 도서관 벽이 갈라지면서 엄청나게 커다란 통로가 눈에 들어왔다.
나는 졸던 것도 까맣게 잊은 채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통로를 바라보았다.
“삐이잇?”
“찾은 게 있거든.”
켄드릭이 웃으며 통로의 계단을 따라 내려갔다. 그가 한 걸음씩 내려갈 때마다 발자국 소리가 통로에서 쿵, 쿵 메아리쳤다.
나는 그의 손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채, 빛 한 줌 없이 어두운 통로를 또렷하게 바라보았다.
켄드릭이 도착한 곳은 책이 엄청나게 많은 또 다른 도서관이었다.
그런데.
‘전부 다 엄청 오래된 책 같은데?’
전부 보존이 잘 되어 있긴 하지만 오랜 세월을 피할 수는 없는 듯 낡은 티가 났다.
“이쪽은 늑대 일족이 보관해온 고서, 그리고 이쪽은 다른 일족의 땅에서 가져온 책들이다.”
켄드릭이 책장에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고서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영토 전쟁 때 들여온 책들인가 보구나.’
늑대 일족은 강한 만큼 영토 전쟁을 하는 일도 잦았으니, 그 과정에서 가져온 고서들이 많을 터였다.
켄드릭은 개중 표지가 없는 책 한 권을 집어 들었다.
그리곤.
챠르르륵-!
깃털보다 얇은 종이 날아가는 소리가 책 넘길 때마다 울려 퍼졌다.
나는 켄드릭의 손에 주저앉은 채 그가 펼치는 책을 똘망똘망 바라보았다.
그는 어두운 도서관의 불빛 아래에서, 조심스럽게 책 페이지를 넘겼다.
그리곤.
“자, 린시. 여기 있다.”
“삐이?”
도대체 뭘 보여주려고 나를 깨워서 여기까지 데리고 오신 거지?
나는 고개를 쭉 빼고서 켄드릭이 가리킨 것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켄드릭이 가리켜 보인 것은, 그러니까 거대한 새 같았다.
그리고 새의 몸통과 날개 부분에 붉은색 염료가 드문드문 입혀져 있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바라보았다.
‘붉은 새잖아?’
“삐이이?”
붉은 새는 저주받은 종이라, 이런 책으로 출판하는 것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을 텐데?
내가 의아하다는 듯 켄드릭을 올려다보자, 켄드릭이 웃으며 대답해 주었다.
“네가 믿고 있는 것이 사실이 아닐지도 모르지. 책에는 그렇게 쓰여 있더구나. 그리고 낡아서 글자를 모두 해독할 수는 없겠지만…….”
“삐이……?”
“이 새는 대단히 훌륭한 새였다고 적혀 있단다, 여기에.”
“삐잇……?”
“참고로 이건 아주 오래전 새 일족에서 출판한 책이야. 그건 증거 자료가 전부 남아 있지. 그런데, 붉은 새의 저주 같은 것에 관해서는 단 하나도 기록되어 있지 않다.”
“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