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98)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98화(98/187)
3년 후, 예크하르트 저택.
예크하르트의 노집사, 에단이 짐짓 엄한 목소리를 냈다.
“도련님, 아가씨.”
그러자 내내 늑장을 부리던 조그만 소녀가, 방에서 빠르게 달려 나와 에단의 앞에 섰다.
소녀는 허리께까지 찰랑거리는 탐스러운 붉은색 머리카락과, 푸른 신록을 닮아 신비로움까지 느껴지는 연둣빛 눈, 또렷한 이목구비를 가지고 있었다.
린시 라니에로는 삼 년 동안 많이 자랐지만, 여전히 귀여운 소녀였다.
오동통한 볼, 아직은 짧은 팔다리가 린시가 아직 어리다는 것을 증명했다.
린시가 삼 년 동안 예크하르트 저택에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그야말로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삼 년 전,
아서 라니에로가 원인 모를 병으로 갑작스럽게 쓰러지고 만 것이다.
그래서 라니에로는 새 일족 영토의 문을 걸어 잠그고, 삼 년간 그 어떤 행사에도 참여하지 않으며 소통을 완전히 단절시켰다.
때문에.
‘나두 멀쩡할 수 있었던 거구.’
아서 라니에로가 쓰러지니 라니에로의 사람들은 굳이 린시를 데려가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이제는 린시 예크하르트가 된 저 조그만 소녀를 데려오려면, 예크하르트와 전쟁을 각오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돌고 있을뿐더러,
‘붉은 털이잖아.’
새 일족 내에서는 린시를 새 일족의 수치 정도로 여기고 있었다.
실수로 바깥에 내보낸 하자 있는 개체.
그러니 분명히 이능도 그 무엇도 하잘것없을 테니 린시 라니에로가 예크하르트에 있도록 놔두자고.
아서 라니에로가 들었다면 기함했을 이야기였다.
아서는 린시의 이능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 이능을 탐내는 다른 이들이 있을까 걱정하여 본인만 알고 있었던 탓에,
라니에로의 다른 이들은 린시가 그런 어마무시한 이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덕분에 린시는 예크하르트에서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아르센!”
린시가 닫힌 문에 대고 크게 소리를 치자, 안에서 부스럭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르센! 늑장 부릴 거야?”
“아니, 지금 가고 있잖아.”
곱슬곱슬한 잿빛 머리카락을 가진 소년이, 넥타이가 불편한 듯 잡아당기며 방에서 걸어 나왔다.
아르센 예크하르트.
삼 년 전, 아파서 조그맣던 일곱 살 꼬꼬마는 이제 몰라보게 건강해진 모습이었다.
열 살 나이에 맞게 키도 많이 자랐다.
힘든 상황에서도 이렇게 잘 자라 주니, 린시와 켄드릭, 그리고 예크하르트의 사용인들은 아르센을 볼 때마다 뿌듯함을 느꼈다.
에단은 어느새 이렇게 훌쩍 큰 아가씨와 도련님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아이들은 금방금방 큰다더니.
린시와 아르센은 정말로 투닥거리며 금방 컸다.
아르센이 아프면 린시가 치료해주었고, 린시가 아픈 날이면 아르센이 하루 종일 옆에서 간호를 해 주었다.
저수지에서 같이 조각배를 타는 날도 있었고, 승마장에서 같이 말을 타는 날도 있었다.
아르센과 린시는 같이 마을에 내려가기도 하고, 앤시아와 가끔은 레오나와 카인까지 불러 예크하르트 저택에서 근사한 밤을 보내기도 했다.
다른 여느 아이들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것이야말로.
‘모두가 꿈꾸던 거지.’
도련님이 여느 아이들처럼 놀고, 즐기실 수 있는 것.
언제 병세가 다시 나타날지 전전긍긍하는 것이 아니라, 나가서 흙밭에서 뛰고, 구를 수 있는.
아르센은 삼 년 동안 단 두 번밖에 아프지 않았다.
그마저도 두 번 다 린시가 치료해주니 증상이 금방 가라앉아 고통이 심하지도 않았다.
이제 얘기하지 않으면 아픈 아이라고는 보기 힘들 정도였다.
“상태가 많이 안정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기적이라고 볼 수 있겠어요.”
켄드릭은 지난 삼 년간 린시와 아르센의 외출을 어느 정도 자제시켰다.
자일스 꽃이 발견되지 않았을뿐더러, 다른 일족들이 자극받아 예민해져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대신 가끔, 마을에 내려가는 것 정도는 허락해 주었다.
게다가 오늘은.
“왜 이제 나와, 아르센?”
린시가 아르센을 흘겨보았다. 아르센이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네가 너무 빨리 튀어나간 거야.”
“네가 늦게 준비한 거지. 난 빨리 가고 싶다구.”
아르센과 린시가 처음으로 극장에 가서 연극을 보는 날이었다.
에단은 아르센과 린시가 삼 년 전, 자신들의 결혼식 때 선물 받은 화려한 마차에 올라타는 것을 확인한 뒤 발걸음을 돌렸다.
***
“뭐 하느라 그렇게 늦게 나왔어? 준비는 아까 다 끝났잖아.”
내가 타박하자, 아르센이 나를 밉지 않게 흘겨보았다.
“잠깐 옷매무새를 정돈하느라 그랬지. 왜 그렇게 성격이 급해?”
“네가 느린 거지, 아르센. 연극에 늦으면 책임질 거야?”
“늦으면……, 다음 연극 보면 되잖아.”
“다음 연극 없어, 에단이 이게 마지막이라구 했단 말이야.”
나는 마차 차창에 기댄 채 아르센과 눈을 마주치며 웃었다.
아르센의 얼굴이 곧바로 눈에 들어왔다.
‘으음……, 확실히 많이 컸다.’
나는 아르센을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안녕, 내 이름은 린시 라니에로야!’
내 손을 앙칼지게 쳐냈던 그땐, 아르센이 나보다 키도 손가락 두 마디쯤 작았는데.
지금은 꼭 두 마디쯤 컸다.
게다가 그때는 얼굴이 오동통해서 귀엽기만 했는데, 이제는 좀 컸다고 볼이 제법 갸름해졌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아르센을 바라보았다.
‘아르센도 이제 슬슬 털갈이를 할 때가 됐는데…….’
첫 털갈이와 첫 수인화.
수인들한테 첫 털갈이와 첫 수인화는 굉장한 이벤트였다.
‘물론 난 예외였지만…….’
나는 아르센의 첫 수인화가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조그만 늑대일 텐데.’
아르센은 조그만 늑대 모습으로 저택을 쑤시고 돌아다닐까?
아니면 평소처럼 그냥 늘어지게 누워서 낮잠이나 잘까.
아르센이 어서 수인화에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자꾸 들었다.
“나한테 뭐 묻었어?”
“아니, 하나두 안 묻었어.”
내 대답을 들은 아르센이 어깨를 으쓱였다.
마차는 빠르게 달려 번화가에 도착했다. 호위기사들이 먼저 공연장 앞에 사람이 얼마나 모여 있는지 확인한 뒤, 마차 문을 열고 린시에게 손을 내밀었다.
“고마워~!”
린시는 익숙하게 호위기사의 손을 잡고서 폴짝 뛰어내렸다.
하늘하늘한 드레스가 린시의 정강이께에서 살랑거렸다.
“아르센, 잡아 줘?”
“됐어, 혼자 내릴 수 있거든.”
아르센이 투덜거리며 혼자 마차에서 뛰어내리다가 순간 휘청했다.
그러나 아르센은 곧바로 중심을 잡고 낯을 붉혔다.
“아르센? 혼자 내릴 수 있다면서?”
“린시, 우리 따로 앉으면 안 되니?”
아르센이 간곡히 부탁한다는 투로 눈썹을 늘어트렸지만, 나는 해맑게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아버님 말씀 못 들었어? 너랑 나랑, VIP석에서, 연극만 보고 곧장 집으로 돌아오라구.”
“물론 들었지만, 에휴. 아니다.”
아르센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와 아르센이 걸음을 옮기자, 다소 가볍게 입은 호위기사들이 우리의 뒤를 따랐다.
우리는 극장 안에 들어가 VIP석을 찾아 앉았다.
무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좋은 자리였다. 게다가, 칸이 나뉘어 있어 옆 칸 사람과 눈이 마주칠 염려도 없었다.
“우와, 진짜 신기해. 안 그래, 아르센?”
“응, 근데 조용히 말해 주면 안 돼?”
아르센이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그제야 입을 헙, 틀어막고 아르센의 눈치를 살폈다.
“여기 조용히 해야 하는 곳이지?”
“너, 공연 시작하고 나서도 계속 그 목소리로 떠들면 쫓겨나지 않을까?”
아르센의 얄미운 말에, 나는 아르센을 힐긋 째려보고는 곧바로 무대로 시선을 돌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연극이 시작되었다.
극 제목은 <장미꽃 가시에 찔린 것들>.
총천연색의 드레스를 입은 여자들이 나와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했다.
그녀들이 춤을 추기 위해 빙글빙글 돌 때마다 화려한 드레스가 꽃잎처럼 확 펼쳐졌다.
‘우와…….’
연극은 처음 보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아르센 역시 몹시 집중했는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르센이 나를 툭툭 쳤다.
“린시, 저기 봐.”
“저기? 어디?”
“저기 말이야, 저기.”
나는 아르센이 가리키는 곳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러나 아르센이 가리키는 곳에는 바닥밖에 없었다.
“너 장난치는 거야? 지금 이런 장난…….”
그 순간.
극장 내부의 불이 모두 탁, 탁, 탁 꺼지더니, 이내 무언가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예크하르트의 그림자 기사단이 어디선가 나타나 나와 아르센 주위를 둥글게 둘러쌌다.
어두운 와중에도 내 목에 걸려 있던 푸른 목걸이가 은은하게 빛났다.
“이거 빼!”
아르센은 내 목걸이를 뺀 뒤 자신의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목걸이가 빛나고 있으니, 자칫하면 표적이 여기 있다고 알려주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천천히 상황을 살폈다.
그때.
파앗-!
아르센이 이능을 사용하는 것이 보였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가 지금 이 어둠 속에 소환되었다는 것 하나는 확실했다.
“가서 쫓아가, 물어 와.”
아르센의 명령이 끝나자마자, 무언가가 쏜살같이 달려나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