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loved New Daughter-In-Law of the Wolf Mansion RAW novel - Chapter (99)
늑대 저택의 사랑받는 새아가 99화(99/187)
극장 안은 아비규환이었다.
극장을 나가려는 사람들 때문에 문 쪽으로 와르르 달려가는 소리가 났다.
이어 누군가 밟히는 소리, 다쳤는지 우는 소리도 간간이 섞여 들렸다.
나는 아르센의 손을 꼭 잡고서 이 상황이 잠잠해지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우리가 있는 곳은 VIP석이라, 흥분한 사람들에게 깔릴 위험은 없었다.
하지만.
‘……나가고 싶어.’
나는 안 그래도 어두운 것을 싫어하는데, 목걸이까지 뺏기니 더욱 그랬다.
그래도 그나마 사람이 있으니까 조금 견디고는 있지만…….
나가고 싶어.
나가고 싶은 마음에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안절부절못하며 손톱을 뜯자, 아르센이 그러지 말라며 손을 붙잡고 달래주었다.
“이제 나가자, 위험할 것 같아.”
“저희가 모시겠습니다. 이쪽으로.”
그림자 기사단이 길을 터 주었다.
그러나 앞이 너무 캄캄하여 아르센과 손을 꼭 잡고 있는데도 제대로 걸을 수가 없었다.
결국.
“제게 업히십시오, 아가씨.”
기사 한 명이 나를 번쩍 업어들고는, 빠르게 극장을 탈출했다.
극장 앞에는 어느샌가 소식을 듣고 온 사람들이 구름떼처럼 몰려들어 있었다.
기사들이 빠르게 극장 앞에 마차를 준비시켰다. 그리고 마차가 도착하자마자 나와 아르센을 태우고, 기사들은 세워두었던 말에 올라탔다.
나는 아르센과 눈을 마주치며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나도 모르겠어. 그런데……, 아까 무대 쪽에서 이상한 걸 봤단 말이야.”
“이상한 거?”
내가 되묻자, 아르센이 제법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 그림자 같았어.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불이 꺼졌고…….”
세트장이 무너지는 소리가 났다.
‘다친 사람은 없었을까?’
물론 있었다고 해도, 켄드릭이 바깥에서 이능을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으니 치료는 못 했을 테지만……
그래도 내 이능이 이능이다 보니 다친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신경이 쓰였다.
“그으런데, 이게 무슨 상황인지도 모르는데 일단 출발한 거야?”
“응, 기사들은 아빠 때문에……. 조금이라도 이상한 상황이 생기면 곧장 우리를 데리고 돌아오라는 명령을 받았으니까.”
아르센이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마차 차창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어?”
삼 년 전, 마지막으로 보고 이후로 단 한 번도 못 보았던 검은 후드를 쓴 남자가 다시 한번 보였다.
“자, 잠깐! 멈춰 주라! 어? 안 되는데……!”
그러나 마차는 멈추지 않았고, 마차 쪽을 노려보던 후드 쓴 남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금세 사라졌다.
나는 오싹한 마음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지난 삼 년간 그런 일이 없었기에, 안심하고 지내고 있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질 줄이야.’
기사들은 나와 아르센을 무조건 안전하게 저택에 데려다 놓는 게 목표인 듯했다.
나는 아르센과 함께 덜컹거리는 마차 안에서 이리저리 흔들리며 멀미를 견뎠다.
“그런데 아르센, 늑대 돌아왔어?”
“아니, 아직.”
아르센이 고개를 내저었다.
아까, 사건이 터진 후 곧장 아르센은 이능을 써 어떤 것을 쫓아가라고 명령했다.
쫓아가서 머리나 목덜미를 물어 오라고 확실히 명령했다.
나는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를 다시 한번 떠올렸다.
‘엄청 컸지, 늑대.’
처음 보았을 때는, 갓 태어난 아기 강아지만 했는데.
지금은 아르센의 키만큼 컸다. 큰 만큼 말도 잘 듣고 일도 잘하는 똑똑이라서, 나는 저택에서도 가끔 아르센에게 이능을 사용해 달라고 조르곤 했다.
“참 나……, 걔가 재밌어?”
“그럼! 얼마나 귀여운데!”
내가 그렇게 얘기하면, 아르센은 못 이기는 척 이능을 사용하여 그림자 늑대를 꺼내주곤 했다.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는 최근 켄드릭이 칭찬할 정도로 훌륭하게 성장했다.
이제는 사람 한 명을 제압하여 데려오는 것까지 가능하니 말이다.
그런데…….
“왜 아직 소식이 없을까?”
아무리 마차를 타고 달리고 있다고 해도, 아르센의 이능은 그림자였다.
마차보다 빠른 속도로 저택에 물어다놨다면 또 몰라.
이렇게 오랫동안 소식이 없다는 건 어쩌면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그런데, 그때.
“크릉!”
어디선가 아르센의 그림자 늑대 소리가 들렸다.
“이리 들어와.”
아르센이 명령하자, 그림자 늑대가 공중에서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빨에 물고 있는 것은 사람이 아닌, 옷 조각이었다.
그것도…….
‘이건…….’
익숙한 옷.
그림자 늑대는 정확히 목덜미를 잡아챘는지, 검은 후드 부분의 후드만 정확하게 찢어 왔다.
그가 그림자 늑대의 이빨을 어떻게 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아르센의 공격으로 제법 당황했을 터였다.
나는 그림자 늑대의 손 아래에 손바닥을 가져다두고, 다른 손으론 늑대의 머리를 토닥였다.
그러자 그림자 늑대가 내 손에 고분고분하게 옷 조각을 퉤 뱉었다.
“이건……, 맞는 것 같은데.”
이런 후드를 쓰고 다니는 사람을 달리 본 적이 없으니까 말이다.
게다가,
‘아까 거리에서 봤잖아, 후드를 쓰고 있는 남자.’
어쩌면 이 애가 낚아채 온 것이, 그 남자의 모자일지도 몰랐다.
나와 아르센은 일단 그림자 늑대를 왕창 칭찬해준 뒤, 옷 조각을 살펴보았다.
“린시, 너 이거 뭔지 알아?”
나는 그 질문에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응, 그거 옷 조각.”
“아니 이 바보야, 옷 조각인 걸 누가 모르냐고…….”
아르센이 이마를 짚었다. 나는 아르센을 흘겨보곤 말했다.
“검은 후드를 쓴 남자가 입고 있던 옷 조각. 왜, 말했잖아. 나 전부터 계속 어떤 남자를 보고 있다구. 그런데 그 남자가 입는 거랑 똑같아.”
내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하자, 아르센이 눈을 가늘게 뜨고 옷 조각을 한참 바라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아빠한테 갖다 주자. 뭐라도 알아낼 수 있겠지.”
“응, 응. 빨리 가자.”
“이게 최대한 빨리 가는 거야.”
“누가 너한테 빨리 가자구 했어?”
나는 아르센과 한 마디씩 주고받은 뒤, 흥, 하고 새침하게 고개를 돌렸다.
마차는 빠르게 달려 예크하르트 저택에 도착했다.
마차가 생각보다 이른 시간에 도착하자, 놀란 사용인들이 우리를 맞이하러 나와보았다.
에단이 맨 먼저 나와 우리를 반겼다.
“아가씨, 도련님. 극은 어쩌시고 벌써 오셨습니까……?”
“극 도중에 사고가 생겼어. 아빠는?”
“켄드릭 님께서는 급한 연락을 받으시고 나가셨습니다. 아마 오늘 중으로는 안 들어오실 것 같습니다.”
“뭐라고?”
나는 오늘 내로는 들어오지 않을 것 같다는 말에 눈을 크게 떴다.
켄드릭 님께 당장 오늘 겪었던 이상한 일에 대해 말씀드려야 하는데.
나와 아르센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일단 기다려?’
아르센에게 살짝 속삭이자, 아르센이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일단 기다리자.’
에단이 우리를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무슨 일 있으십니까?”
“아니, 아니야. 배고프다, 밥 먼저 먹어두 돼?”
“그럼요, 준비해 놓겠습니다. 가서 옷을 갈아입고 오시지요. 베티, 클로이!”
에단이 부르자, 베티와 클로이가 나타나 나와 아르센을 데리고 각각 다른 방으로 올라갔다.
그림자 늑대가 찢어 온 옷 조각은 현재 아르센의 손안에 있었다.
‘아르센이 잘 보관하겠지?’
잃어버리면 큰일이니 에단한테 맡겨 두라고 할걸.
생각하는 동안 베티가 내 드레스를 벗기고, 잠옷용 원피스를 내게 입혀 주었다.
그녀는 내가 움직이기 편하도록, 길게 늘어트린 붉은 머리도 한데 모아 묶어 주었다.
“아가씨, 무슨 일 있으셨어요?”
“응? 으응, 극장에서 극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뭐가 터지는 소리가 나더니 불이 나갔어. 그래서 극은 더 못 보구, 기사들이 곧바로 우리를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왔어.”
“세상에나……, 그런 일이. 아가씨, 어디 다친 곳은 없으세요?”
“응? 응, 다친 곳은 없어, 괜찮아! 그러고 보니 내 목걸이가 아르센한테 있는데, 받으러 가야겠다.”
혹여 표적이 될까 싶어 아르센이 빼서 주머니에 넣었던 목걸이 말이다.
예전에 켄드릭에게 선물 받은 거라, 내게는 엄청나게 귀한 목걸이였다.
게다가.
‘어두운 곳에 있으면 빛도 나니까.’
딱 나를 위한 맞춤형 선물이라고 볼 수 있었다.
나는 베티의 손을 잡고서 식당으로 내려갔다.
실내용 슬리퍼 끄는 소리가 오늘따라 유독 크게 들렸다.
아르센은 아직 먼저 식사하지 않고, 테이블에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자연스럽게 테이블에 착석하며 아르센에게 물었다.
“아르센, 옷은 잘 갖구 있지?”
“응, 근데 잃어버릴까 봐 에단한테 맡겼어.”
“잘했어, 역시 누가 내 친구 아니랄까 봐.”
나는 대꾸하며 내 몫의 생선 요리를 썰어 입에 쏙 집어넣었다.
아르센은 여전히 당근과 야채들을 먹지 않기 때문에, 수프에서 또 당근을 건져내고 있었다.
“맞아, 아르센. 목걸이 줘야 해.”
“목걸이?”
“응, 네가 아까 뺀 거.”
목에서 빼는 시늉을 하자, 아르센이 그제야 알았다는 듯 입을 조그맣게 벌리고 소리를 냈다.
“응, 방에 있어. 올라가서 줄게.”
이때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소중한 목걸이가 부서졌을 것이라고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