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serker’s Second Playthrough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1)
11화. 검은 망치단 (1)
거대한 우두머리의 시체와 그 주변으로 늘어선 난도질당한 늑대들. 은빛 털가죽은 붉게 물들어 본래의 빛을 잃은 지 오래였다.
마지막 칼날늑대는 변변찮은 저항조차 하지 못했다.
푹!
– 끼잉, 끼잉! 키히이이이…….
뒤통수에 칼날을 찔러 넣자 주둥이로 피가 주르륵 쏟아졌다. 곧 핏줄기는 역류하여 도로 주둥이 속으로 돌아갔다. ‘모기’가 한 방울도 남기지 않고 탐욕스럽게 모든 혈액을 집어삼킨 탓이었다.
쯔걱!
푸석해진 늑대의 대가리를 짓밟고 칼날을 뽑는 카딤.
어깨 밑에서 한 가닥 연기가 피어올랐다. 비로소 모든 부상이 멀끔히 사라졌다. 늑대에게 물린 종아리는 물론이거니와 성기사의 창날이 남긴 치명상마저도.
야만전사는 만전의 상태를 되찾았다.
“……후우.”
잠시 숨을 고르고 무수한 피를 삼킨 칼날을 바라보았다.
예상대로 ‘흡혈’ 효과는 더없이 유용했다. ‘자가 치유’ 따위와는 비교할 수 없이 신속한 회복력. 중상을 입는 바람에 손도 못 쓰고 죽을 걱정은 이제 한시름 덜었다.
다만 그렇다 해서 앞으론 마음 놓고 다쳐도 된다는 건 아니었다.
무기의 등급이 낮아 ‘흡혈’의 효율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었다. 만신창이에서 만전의 상태가 되기 위해선 지금처럼 수십 마리가 넘는 괴물을 도륙 내야만 했다. 그 와중에 다친다면 이보다도 더 많은 수를 도륙 내야 할 테고…….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체내에 피가 없는 적을 만나면 ‘흡혈’ 효과가 무용지물이 된다는 것.
‘……그렇다 해도.’
제법 쓸 만한 무기를 얻었고 죽음의 위기에서 살아남았다는 것만은 자명한 사실.
게다가 ‘이름을 벼리는 자’도 한 번만 쓸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축복을 다시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이 흐르고, 또다시 달이 모습을 감춘 밤이 되면 그때도 새로운 ‘특수효과’를 가진 무기를 얻을 수 있을 터.
지금은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바랐다간 탈이 나는 법. 1회차의 경험은 그에게 인내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피가 말라 꾸덕해진 늑대의 시체를 걷어찼다. 살점 찌꺼기를 훔쳐 내고 허리춤에 다시 ‘모기’를 매달았다. 머리칼에 엉겨 붙은 피딱지를 대강 뜯어낸 뒤 나무 등걸에 기대어 늦은 휴식을 취했다.
바스락-
수풀에 숨어 있던 행상인도 모습을 드러냈다. 살기에 압도되어 숨도 제대로 못 쉰 탓에 그의 얼굴은 아직까지도 해쓱하게 질려 있었다.
꿈틀.
“……허억.”
던컨은 경련하는 늑대의 시체를 보고 기겁했다. 발로 툭툭 건드려 볼 용기도 나질 않아 그냥 뒤도 안 보고 내달렸다. 이 참극을 빚어낸 학살자를 향하여.
“나, 나으리……?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아, 아까 그 시뻘건 빛은 대체 무엇입니까? 모, 몸은 괜찮으십니까? 보니까 계속 살갗에서 연기가 나시던데……. 어, 어어?”
뒤늦게 카딤의 부상이 다 나았음을 알아차렸다. 던컨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떻게 모, 모든 상처가 사라졌…….”
이곳의 평범한 사람들이 대부분 그렇듯 행상인에게 마법과 이적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이 세상 어딘가에 상식을 초월하는 기이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던컨에게 있어 한없이 멀게만 느껴지는 얘기였다. 경험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식은 머릿속에 머물러도 허구처럼 공허하게 부유할 뿐이다.
한데 이번에 그 이적을 목도하고 말았다. 그것도 바로 코앞에서 생생하게.
수십 년간 지켜왔던 일상과 상식이 산산이 부서지고, 갑자기 전혀 다른 세상 속으로 뚝 떨어진 기분이 들었다.
……정작 정말로 다른 세상에 떨어진 건 눈앞의 야만인이었지만.
카딤은 던컨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목숨만 구해 줬으면 됐지, 친절히 의문을 풀어 줘야 할 의무 따윈 없었다. 그는 거꾸로 말을 돌려 자신이 궁금했던 걸 물어보았다.
“어째서 도망치지 않았지, 행상인?”
“예, 예?”
“내가 앓고 있을 때 달아났으면 결코 뒤쫓지 못했을 텐데.”
아.
던컨은 외마디 탄성과 함께 헤벌레 입을 벌렸다. 간호하는 데 정신이 팔려 그럴 생각조차 하질 못했다. 카딤은 픽, 들릴 듯 말 듯 작게 코웃음을 쳤다.
그래도 결과적으론 다행이었다. 카딤을 버려 두고 도망쳤으면 던컨은 늑대밥이 되었을 게 분명했다.
국경의 남부가 가까워지며 슬슬 치안의 공백이 드러나고 있었다. 일신의 뛰어난 무력이나 자신을 지켜 줄 무리, 혹은 이적이 있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우범지대.
여기까지 온 이상, 이제 야만인을 두고 혼자 달아나는 건 불가능했다.
뜯어진 직물처럼 얼기설기 엉켜 든 나뭇잎 사이로 희끄무레한 기운이 번졌다. 흐르는 별빛은 아침 해가 몰고 온 파르스름한 잔영 뒤로 몸을 감췄다. 피비린내 나는 긴 밤이 끝나고 새로운 아침이 다가오고 있었다.
카딤은 지그시 눈을 감고 말했다.
“불침번을 서고 있어라, 행상인. 몸이 곤비해서 난 일단 한숨 자야겠군.”
“…….”
“혹여 내가 자는 사이 도망칠 생각이거든, 절대 붙잡히지 않게 꼭 땅끝까지 도망가거라. 이번에 붙잡히면 뒷구멍으로 창자를 뽑아 노끈을 만들어 버릴 터이니.”
“예, 예?”
농담인지 진담인지 도통 알 수 없는 말.
던컨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뜬눈으로 여명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
던컨은 지도와 주변의 지형을 번갈아 보았다. 시선이 정신없이 위아래를 오갔다.
“으흠…….”
심사숙고 끝에 판단을 내렸다.
“열흘 정도는 더 걸어야 동맹령에 닿을 것 같군요, 나으리. 남부는 제국 쪽이 차지하고 있는 땅이 넓어서 중부보다 오래 걸어야 국경이 나타납니다요.”
카딤은 슬쩍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
“국경은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는 건가? 되도록 성기사와 또 마주치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만.”
“예, 예. 그건 문제없을 겁니다. 그 때문에 일부러 경계가 허술한 곳으로 오지 않았습니까? 뭐, 성기사가 아니라 도적들을 만날 순 있어도 그치들은 나으리께 상대도 안 될 테니…….”
단신으로 무쌍을 벌이는 걸 본 것만 세 번이다. 이제 야만인의 무력을 향한 던컨의 신뢰는 굳건했다. 거대 도적단이 급습이라도 하지 않는 이상 아무도 이 야만인의 상대가 될 수 없었다.
“가는 길에 식량을 좀 보충해야 할 것 같던데, 여기와 국경 사이에 들릴만한 곳이 있나?”
“예, 나으리! 중간에 ‘몰덴’이라는 작은 성이 있습디다. 워낙 구석진 곳이라 거기까지 교단의 입김이 닿진 않을 것입니다요.”
“그렇군. 그럼 거기에 들리는 쪽으로 여로를 짜고 동맹령에 이른 다음엔 어떻게 갈지도 설명해 봐라.”
“옙! 동맹령은 오히려 제국령보다도 길이 잘 닦여 있습니다요. 영토도 상대적으로 좁고 상업이 매우 발달했기 때문입죠. 요 지름길을 따라가면 곧 ‘황금 가도’라는 이름의 대로가 나타나는데, 거기서부턴 베스타나까지 일사천리로 갈 수 있습디다!”
자신있게 지도를 내미는 행상인.
과연 그 말대로 ‘황금 가도’라고 적힌 커다란 길은 동맹령의 수많은 주요도시를 지나 목적지인 동쪽 끝의 해안도시까지 쭉 뻗어 있었다.
문제가 있다면 행상인이 짚은 ‘지름길’이었다. 그 길에는 척 봐도 안전해 보이지 않는 이런저런 지형이 얽혀 있었다.
‘쉬운 여정은 아니겠군. 뭐, 옛날에 비하면야 훨씬 낫겠지만…….’
3백여 년 전, 대륙의 동부는 수많은 소왕국과 공국, 도시 국가들이 난립하여 힘을 겨루는 각축장이었다. 자연히 사람들은 배타적으로 변했고 아무도 외부인을 반기지 않았다. 특히나 무슨 난동을 피울지 모를 거구의 야만인이면 더더욱.
‘……멜리사, 그 자식도 날 처음 봤을 땐 벌레 보듯 바라봤지.’
사실 그땐 동부의 배타성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 누가 뜬금없이 동행을 권하는 야만인을 호의적으로 볼 수 있겠는가? 더군다나 상대는 평생을 책상물림으로 살아온 소녀 마법사였으니…….
‘황야에서 온 아탈라인, 피부는 구릿빛, 키가 엄청 크고 덩치가 오우거만 함! (인간과 괴물의 혼혈? 가능한 일인가? → 연구 주제 31번 참조), 만나자마자 갑자기 동행을 요청 (인신매매? 노예상의 끄나풀? 범죄자일 가능성 매우 높음!! 주의 요망!!!)’
멜리사는 카딤과의 첫 만남 이후 그런 기록을 남겨 놓았었다. 쓸데없는 기억을 떠올린 야만인의 입꼬리가 희미한 곡선을 그렸다.
어쨌건 다행이었다. 지금은 그 아수라장이 자유도시 동맹으로 통합되고 야만인을 그리 꺼리지 않는 곳으로 바뀌었다 했으니. 카딤은 행상인에게 적당히 발을 맞추어 행군을 계속했다.
그들은 얼마 걷지도 않아 걸음을 멈춰 세웠다.
“…….”
“…….”
그러곤 말없이 먼 발치를 내다보았다.
그동안은 확실히 운이 좋은 것이었다. 칼 한번 꺼내 들 일 없이 마을에 닿을 수 있었다니. 수십 미터쯤 떨어진 곳, 병장기를 치켜들고 고성을 지르는 괴한들을 바라보며 카딤은 슬며시 미간을 좁혔다.
저들은 한 세력이 아닌 듯했다. 자세히 보니 무리가 두 사람, 그리고 그에 맞서는 일곱 명으로 나뉘어 있었다.
기이한 점은 일곱 명 쪽이 윽박지르는 두 명 앞에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행상인, 네 눈엔 저게 무슨 광경으로 보이지?”
“그, 글쎄요, 나으리……. 차림새를 보아하니 도적들 같은데, 무얼 하고 있는 건진 저도 잘…….”
카딤은 귀를 기울였다. 헛소리하지 말라는 말이 반복적으로 튀어나왔다. 뭔가 다툼이 있는 것 같긴 한데 바람소리가 뒤섞여 정확한 내용은 불분명했다.
여하튼 엮여 봤자 하등 좋을 게 없어 보였다. 카딤은 다른 쪽으로 발길을 돌리려 했다.
그때, 갑자기 도적 몇몇이 이쪽을 바라보았다.
“……!”
“……왔군!”
“정말로…….”
일곱 명이 동시에 이쪽으로 내달려 오기 시작했다.
쯧, 혀를 차곤 손을 휘휘 내젓는 카딤. 던컨은 순식간에 뒤로 몸을 숨겼다. 카딤은 왼손으론 손도끼를 꼬나들고 오른손으론 ‘모기’를 치켜들었다.
한데 위협적인 야만인의 모습을 보고도 도적들은 당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하고 있다는 듯 희희낙락 고개를 끄덕이더니 카딤의 바로 앞에서 몸을 돌렸다.
마치…… 든든한 우방이라도 맞이한 것처럼.
“어이! 이리 와봐라, 빌어먹을 새끼들아!”
“아까 뭐라고 지껄였지? 와서 한 번만 더 주둥이 나불대 보지 그래?”
“올 리가 없다고? 올 리가 없긴 뭐가 없어, 이 십새끼들아! 이렇게 떡하니 왔는데!”
멀찍이 남겨진 두 사람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살벌한 모습의 야만인을 한번 바라보고, 서로 눈을 한번 마주친 후, 한 번 더 야만인의 모습을 바라보고, 의미심장한 뜻을 담아 시선을 교환했다.
끝내 동시에 꼬리를 말고 달아나는 두 사람.
일곱 도적들은 아주 통쾌하게 웃음을 터뜨렸다.
“크하하하학! 저, 저, 저 등신들 쥐새끼처럼 내빼는 것 좀 보라지!”
“그래, 어서 가서 네놈들의 등신 같은 두목한테 일러바쳐라! ‘아곤의 성난 뿔’이 도착했다고!”
“킬킬킬! 이제 너넨 다 죽은 목숨이야!”
그러나 카딤은 도적들과 함께 웃을 수 없었다.
“뭐 하는 거지, 지금.”
“크하하학! 아이고, 내 배야. 별것도 아닌 것들이 머릿수만 많다고 기고만장하더니, 저게 대체 무슨 꼬락서니…….”
“뭐 하는 거냐고 물었다.”
“아, 역시 난 믿고 있었다고! 우리 두목이 어디 보통 사람이야? 두목 인맥으로 몇 명만 더 부르면 이쪽 구역을 우리가 다 먹을 수도…….”
“마지막으로 묻지. 뭐 하는 거냐.”
그제야 도적 하나가 정신을 차리고 뒤를 돌아보았다. 그는 건성건성 고개를 까딱이고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했다.
“아, 실례했군! 만나 뵙게 돼서 영광이오, 어…… 야만인 양반! 아니, ‘아곤의 성난 뿔’이라고 불러 드려야 되나? 미안하오! 야만인의 예법은 잘 몰라 가지고!”
“나는 ‘아곤의 성난 뿔’이 아니다. 너희를 도와줄 생각도 없고. 갈 길이 머니까 어서 비켰으면 하는데.”
분위기가 단숨에 가라앉았다.
도적들은 불안하게 눈빛을 흘겼다. 모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원군이 아님을 깨닫자 거대한 야만인의 몸집이 더없이 위협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래도 우세는 이쪽이었다. 싸움에 있어 머릿수 차이는 절대적. 아무리 외견이 흉악하다 해도 혼자서 일곱을 이겨 낼 순 없었다.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우범지대의 토착민답게 도적들은 뻔뻔하게 나섰다.
“뭐야, 그럼 넌.”
“…….”
“뭔데 갑자기 튀어나와서 헷갈리게 하고 있어. 좆도 아닌 새끼가…….”
“…….”
“음? 뒤에 숨은 건 또 누구야? 짐꾼? 어, 야야야, 도망가지 말고 이리 와봐. 안 잡아먹어, 임마. 가방 안에 뭐, 금괴라도 숨겨 뒀냐?”
“허, 허억…….”
던컨은 카딤의 뒤로 완전히 몸을 숨겼다. 도적은 카딤을 제치고 가방을 빼앗으려 다가갔다. 카딤은 녀석의 어깨를 움켜쥐고 막아섰다.
도적이 인상을 팍 찡그리고 쏘아붙였다.
“어이, 야만인 양반. 느닷없이 사람 헷갈리게 해놓고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오면 안 되지. 우린 지금 형씨 때문에 지원군도 없이 저쪽 애들이랑 붙게 생겼는데.”
“…….”
“후, 알았어. 주머니 건드는 건 죽어도 싫다는 거지? 씁, 그럼…… 그래, 이렇게 하는 건 어때? 보아하니 형씨도 한 가닥 하는 모양인데, 우리랑 같이 가서 저쪽이랑 싸우는 거지. 형씨가 ‘아곤의 성난 뿔’인 척하면서.”
“…….”
“아아, 어려울 거 없어! 어차피 쟤넨 누가 누군지도 모를 거야. 싸우다가 가끔씩 막, 이렇게만 외치기만 하면 돼. 우어어어! 난 ‘아곤의 성난 뿔’이다! 난 엄청 쎈 야만인이다! 태어나서 한 번도 속옷을 갈아입어 본 적 없지!”
“푸흡! 푸핫!”
“킬킬킬킬…….”
나머지 일행들이 일제히 조소를 터뜨렸다. 동료들의 호응 덕에 어깨가 한껏 치켜 올라갔다. 도적은 야만인의 자존심을 좀 더 건드려보기로 했다.
“보수는 뭐, 그 가방 안 뺏는 걸로 퉁치자고! 아니, 솔직히 거기서 형씨가 안 나왔으면 일이 이렇게 꼬일 일도 없었잖아? 암, 모름지기 사내새끼가 고추 달렸으면 자기가 싸지른 일에는 책임을 져야지!”
“…….”
“어, 설마 그렇게 생겼으면서 여자인 건 아니지? 미안 미안, 잘못 본 거면 사과할게. 내가 야만인은 처음 만나본 거라서 말야. 암수 구별하는 법은 잘 몰라 가지고…….”
“푸하하핫, 크학!”
“크하하하학! 아이고, 아이고, 나 죽네!”
바짝 굳었던 얼굴 근육은 이제 완전히 느슨하게 풀렸다. 이렇게까지 조롱하는데 가만 있다니, 그냥 떡대만 큰 겁쟁이가 틀림없었다. 겉모습만 보고 지레 겁먹었던 게 부끄러울 정도.
앞선 도적 또한 두려움이 말끔히 사라졌다. 의기양양하게 야만인의 팔뚝을 두들겼다.
“자, 그럼 우리랑 같이 가기로 약속한 거지, 야만인 양반? 아니, 그래, 그래! 동업자가 됐는데 계속 이렇게 부르기도 섭하지. 이름이 뭔지 한 번만 말해 줄 수 있나?”
카딤은 기꺼이 답해 주었다.
“카딤.”
퍽 – !
동시에 도적의 정수리에 도끼를 박아 주었다.
뜨악한 표정이 된 나머지 녀석들을 향해 신분을 말해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아탈라의 대전사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