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serker’s Second Playthrough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다섯 개의 기둥 (9)
이번엔 그 후유증이 먼젓번보다 더 컸다. 오클라무드의 세력은 마탑주의 추종자들을 제하면, 마탑에서 가장 강성한 집단. 어떻게든 저 말을 납득해 보려 노력해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아실러스가 탁상을 쾅, 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말게! 오클라무드 장로님의 본거지라면, 나와 비슷한 급의 고위 마법사들이 잔뜩 지키고 있었을 텐데! 어떻게 그 호위를 뚫고 ‘기둥’들을 가져올 수가 있었단 말인가!”
“그럼 내가 이걸 어떻게 가져왔을 것 같나. 그 마법쟁이 놈들과 야바위라도 해서 가져왔겠나.”
“…….”
“뭣하면 어떻게 죽였는지 증명해 줄 수도 있는데.”
탄탄한 근육에 곤두선 핏줄이 꿈틀, 박동했다. 아실러스가 움찔 몸을 떨었다. 그래도 한 게 없는 자신의 위치에 위기를 느꼈는지 끝까지 물러서지 않고 딴지를 걸었다.
“아, 아니, 그건 그렇지만…… 아, 하아…… 마, 말이 안 되지 않나. 마, 마법을 그걸 어떻게, 그 마법들을 다 막고, 피하고…… 부, 불꽃에 그을리지도 않고…… 아니, 말이 안 되지 않나!”
“……무슨 개소리냐.”
“그, 그뿐 아닐세! 어떻게 마탑의 귀한 인재들을 그리 무참히 죽일 수 있단 말인가! 다들 뼈를 깎는 노력을 해서 그 자리까지 올라간 건데! 게, 게다가 오클라무드 장로님께서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끔찍한 보복을 할 게 분명하고…….”
카딤은 인상을 구기고 어처구니없단 눈길을 보냈다. 아까부터 뭔 소릴 하는 거야, 이 새끼? 언제는 제일 강력한 경쟁자들이라고 해놓고.
굳이 당사자가 나서 반박할 필요도 없었다. 차가운 영창이 그 어수룩한 항의를 끊었다.
“[엘드라, 크사닉, 클레시아, 엔, 쿨라마드.]”
쩌저저저적 –
바위처럼 단단한 얼음이 더듬대던 주둥이를 뒤덮어 봉해 버렸다. 콜트란은 미간을 좁히며 싸늘한 눈길을 보냈다.
“멍청한 헛소리는 거기까지만 하게, 아실러스 군. 어차피 그 기둥들을 확보하려면 놈들의 피를 볼 수밖에 없었어. 되레 홀로 수고한 카딤 군에게 감사 인사를 해야 마땅치 않겠나?”
쩌저저적, 쩌저저적 –
“읍! 읍! 읍!”
얼음은 덩굴처럼 목뒤로 뻗어가더니, 손아귀를 펼치고 뒤통수를 꾹 짓눌렀다. 아실러스는 곧 강제로 카딤을 향해 머리를 조아리는 자세가 되었다. 어떻게든 벗어나려고 계속 몸부림치자, 얼음이 다시 앞으로 뻗어 나와 아예 낯짝과 탁상을 접붙여버렸다.
‘읍, 으읍, 으읍!’
콜트란은 탁상과 진한 입맞춤을 나누는 배틀메이지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흐음, 그렇지만…… 확실히 오클라무드가 어떻게 나올지는 살짝 우려되는군. 아예 놈까지 깔끔히 죽었으면 괜찮았겠지만, 하필 그놈은 또 자릴 비웠다 하니…….”
‘읍, 읍, 으읍!’
카딤도 신음소리를 무시하고 덤덤하게 팔짱을 꼈다.
“목격자는 남기지 않았는데 말이야. 혹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낼 수단이 놈에게 있나.”
“그렇다네. 오클라무드는 일시적으로 죽은 자를 되살리는 마법을 쓸 줄 알거든. 필시 현장의 시체를 되살려 사정을 청취했겠지. 자네가 모든 시체를 형체도 없이 분쇄했다면 모르겠는데, 아마도 그러진 않았을 테니…….”
“…….”
사실 거의 모든 자들의 머리통을 분쇄해 버리긴 했다.
그렇지만 딱 한 명, 마지막으로 죽인 마법사는 모가지만 분지르고 나왔다. 카딤은 짤막하게 후회했다. 기왕 터뜨리기 시작한 거, 그놈의 머리까지 확실하게 터뜨리고 올 걸 그랬군.
콜트란은 짝, 박수를 치고는 짐짓 가볍게 분위기를 환기했다.
“뭐, 그래도 당장 전력에 손실이 클 테니 쉬이 거동하진 못할 걸세. 내가 자네를 비호하고 있단 걸 알게 되면 더더욱 말이지. 너무 걱정하진 말게나, 카딤 군.”
“…….”
“그리고 기쁜 소식이 하나 더 있네. 마지막 남은 ‘물의 기둥’까지도 행방이 밝혀졌어. 참사회 의장이 자신이 보관하고 있다고 내게 먼저 연락을 남겼다네. 어떻게 협상할지 파발을 보냈으니 곧 답장이 돌아올 거…….”
악마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그 말이 나오기 무섭게 누군가 전음을 보냈다.
“……벌써 왔나 보군. 잠시만 기다리게.”
파발로 떠났던 마법사가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험상궂은 거구의 야만인을 보고 한 번, 탁상에 면상이 붙어버린 고위 마법사를 보고 두 번 놀랐으나, 능숙히 동요를 감추고 장로에게 다가갔다.
정작 의장의 전언을 전해 들은 장로는 동요를 감추지 못했다.
“……뭐? 경매에 붙인다고?”
*
배불뚝이 사내는 창가에 서서 도시의 경관을 훑어보았다.
시야를 촉촉이 적시는 망망대해, 새하얀 거리와 조화를 이루는 백색의 건물들, 푸르고 무궁하게 펼쳐진 창공, 그리고 그 창공을 굽어볼 기세로 우뚝 솟은 탑.
누구라도 아름답다 감탄해 마지않을 그림 같은 풍경이었으나.
“……후우.”
배불뚝이 사내, 콘라드에겐 그 모든 게 창살 없는 감옥처럼 느껴졌다.
그는 이 ‘기적의 도시’를 관리하는 베스타나 참사회의 의장이었다. 다른 도시의 의장은 명실상부한 최고 권력자지만, 베스타나의 의장은 그 결이 많이 달랐다.
이 도시의 진정한 지배 기구는 참사회가 아니라 마탑. 그리고 ‘베스타나 참사회 의장’ 자리의 본질은 바로 그 탑의 주인, 마탑주에게 코가 꿰여 평생토록 이 창살 없는 감옥에 갇혀 살아야 하는 가축이었다.
말할 것도 없이 선대 참사회 의장 중엔 마탑주에게 역심(逆心)을 품은 자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자들은 전부 이 세상에 먼지 한 조각 남기지 못하고 소멸했다.
마탑주는 죽음마저 거스르고 저항과 반역을 불허하는 ‘괴물’이었다. 콘라드가 여태껏 목숨과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건, 온전히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고, 천치처럼 아무 생각 않고, 개처럼 복종하며 살겠다고 엎드려 빌었던 천부적인 비굴함 덕분이었다.
하지만 대체, 이렇게 아무 의지 없이 연명만 하는 삶에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콘라드는 꼭두각시 의장 생활에 크나큰 염증을 느끼고 있었다. 그동안의 뒷조사로 마탑주의 비밀이나 역린을 몇 가지 알아내긴 했으나, 어차피 자신에겐 그걸 이용할 만한 지혜도, 폭로할 만한 담력도 없었다.
하여 차선으로 떠올린 해결책이 ‘마탑주의 세대 교체’였는데……
‘자리가 사람을 만들기 마련이지. 새 마탑주가 선출돼 봤자 어차피 나중엔 똑같이 나를 부려 먹으려 들 거야.’
……시간이 지나면 비슷한 상황이 될 거란 결론이 나왔다.
결국 콘라드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해결책은 이것이었다.
‘잠적하자. 돈이나 두둑이 챙겨서. 멀리 떨어진 제국의 휴양지로 가면 아무리 탑주라 해도 날 찾지 못할 거야. 떠나기 전에 뒤끝 없이 탑주가 숙청되면 최고겠지만…… 그건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니까…….’
그리고 지금, 콘라드의 손에는 그 호화로운 잠적 생활의 밑천이 될 물건이 쥐어져 있었다.
‘물의 기둥’.
마탑주가 친히 그에게 맡긴 마도구였다.
예전엔 그냥 강력한 마법 지팡이인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얼마 전, 무슨 마탑의 최하층으로 가는 비밀 통로의 열쇠라는 사실이 밝혀졌다나? 어느샌가 마탑의 장로들이 죄다 이걸 찾느라 혈안이 되어 있었다.
평상시라면 이걸 팔 생각은 꿈에도 못 했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마탑주가 솔타나로 장기 시찰을 떠나 자리를 비운 상황. 이걸 몰래 팔아 치우고, 베스타나를 떠나 잠적할 절호의 기회였다.
처음엔 유력한 차기 마탑주 후보인 오클라무드에게 넘기려 했다. 한데 다른 장로들보다 여유가 있어서인지 오클라무드는 씀씀이가 매우 인색했다.
‘소갈머리 없는 늙은이 같으니라고……. 약소한 보상이면 된다고 했지, 누가 쥐꼬리만 한 푼돈만 받고 떨어지겠다 했나?’
그래서 콘라드는 결심했다.
모든 장로들을 모아 놓고 ‘물의 기둥’을 경매에 붙이기로.
이래도 결국은 오클라무드의 손에 들어갈 확률이 높았다. 그의 세력은 커다란 규모만큼 자금력도 제일 강하니까. 그렇지만 장로들 사이에 경쟁이 붙으면, 분명 오클라무드가 처음 제시했던 것보다는 훨씬 더 비싼 값을 받을 수 있을 터였다.
모든 계획이 완벽했다. 아무리 못 해도 몇백만 루덴은 챙겨갈 수 있겠지. 그러면 그걸로 휴양지에서 저택을 하나 사고, 별장을 하나 사고, 잘 빠진 마차까지 한 대…….
콘라드가 황금빛 앞날에 대한 꿈으로 마음이 잔뜩 부풀어 올랐을 즈음이었다.
똑, 똑, 똑.
‘……준비가 끝났습니다, 의장님. 어서 ‘마굴’로 가시죠.’
경매 준비가 다 되었음을 알리는 보좌관의 기별.
콘라드는 배에 흡, 힘을 주고 근엄하게 ‘물의 기둥’을 짚었다.
“알겠네. 내, 바로 출발하도록 하지.”
*
‘얼어붙은 심장’ 콜트란은 평상시엔 빙하처럼 냉정하게 부동심을 지키는 위인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조차도 일말의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자네, 정말 괜찮겠나? 그곳엔 필시 오클라무드도 올 텐데, 일단 적당히 자리를 피하는 게…….”
“그쪽이 날 비호하고 있으니 걱정 말라 하지 않았나. 혹여 그냥 해 본 빈말이었는가.”
“…….”
두려움이란 감정을 상실한 듯한 야만인을 응시하다, 김빠진 실소를 흘리는 콜트란.
“프흐흐흐…… 그건 그렇지. 그래,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다른 게 훨씬 더 걱정이지. 지금 가장 큰 문제는 말이야…….”
장로는 성긴 수염을 쓰다듬으며 뒤쪽을 흘겼다. 짐꾼 노릇을 하는 하위 마법사들과 화려한 궤짝들이 보였다. 얼핏 보기엔 성채 하나쯤은 너끈히 매입할 보화를 나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그야 저 궤짝 중 절반 이상이 텅 비어 있었으니까.
“……자금력에 있어서만큼은 우리가 압도적으로 열세라는 걸세. 오클라무드 놈은 따르는 추종자들만큼이나 꿍쳐놓은 돈도 매우 많거든. 놈이 이번 경매에서 ‘물의 기둥’을 낙찰받으면 꽤나 골치가 아파질 텐데 말이야…….”
‘기둥’은 다섯 개가 온전히 모여야만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다. 아무리 네 개를 수중에 넣었다 해도 해도, 오클라무드가 ‘물의 기둥’을 갈취하여 버티면 말짱 꽝이었다.
당장은 허세라도 부리기 위해 빈 궤짝을 많이 챙겨왔으나, 밑천이 드러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을 터였다. 콜트란은 지끈거리는 관자놀이를 짚었다.
카딤은 유심히 생각하다 물었다.
“그런데 그 남은 기둥 말인데, 그냥 의장에게서 빼앗거나 그 장로 놈이 낙찰받은 후에 강탈하면 되는 것 아닌가? 굳이 번거롭게 경매에 참여하는 이유를 모르겠군.”
“……의장은 ‘마탑주’를 소환하는 마도구를 지녔네. 그걸 강탈하려 들면 즉각 제 주인을 불러내겠지. 오클라무드도 한 번 일을 겪었으니 방비를 훨씬 더 철두철미하게 해놓을 걸세. 이번 경매에서 낙찰받지 못하면, 손쉽게 ‘다섯 개의 기둥’을 전부 모을 기회는 물 건너간다고 봐도 좋네.”
“…….”
다부진 입매가 굳었다. 머릿속으로 주판을 두들겨보다, 카딤은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 오클라무드란 놈, 자금을 얼마쯤 가져올 것 같나?”
“글쎄…… 아무리 못해도 500만 루덴은 가져오지 않을까 싶네만…….”
카딤의 눈썹이 슬쩍 올라갔다. 콜트란은 그 움직임을 터무니없이 높은 액수에 대한 놀라움으로 해석했다.
……실은 그 정반대였지만.
하여간 콜트란 일행은 서둘러 나아가, 비밀 경매가 열리는 ‘마굴’에 들어섰다.
마굴의 분위기는 지난번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어두침침한 공기, 도축당한 악마의 피비린내, 철창에 갇혀있는 수감자들, 시궁창처럼 축축한 그림자가 들끓는 음지.
그러나 기괴하게 생긴 거주자들의 반응은 영 딴판이었다. 지난번처럼 야만인이랍시고 카딤을 노리는 자는 단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죄다 마주치면 벌벌 떨거나, 바짝 엎드려 고개를 조아리기 바빴다. 짐승 같은 몰골의 수감자들 역시 마찬가지.
정확히 말하면, 카딤이 아니라 콜트란을 보고 그런 것이었지만.
“……예전에 찾아왔을 때와는 대우가 사뭇 다른데 말이야.”
“개골창 밑바닥을 기어 다니는 벌레도 포식자는 알아보기 마련이지. 이 복장의 의미를 모르는 자는 베스타나에 단 한 사람도 없다네.”
콜트란이 세이지 등위의 상징인 검은 로브의 소맷단을 보란 듯이 펄럭였다.
그렇게 비교적 순조롭게 거리를 가로질러 어느 막다른 벽에 이르렀다. 콜트란은 주문을 중얼거리며 벽에 그려진 신비 문자들을 차례대로 짚었다. 그러자 공간을 쥐어짜듯 천장과 바닥이 시계 방향으로 비틀리며……
쿠구구구구구구…….
……경매가 열리는 비밀 공간이 나타났다.
앞선 통로에 비하면 궁전이나 다름없는 장소였다. 세밀하게 부조된 천장과 기둥, 흑요석 판석과 대리석을 깎아 만든 단상, 질서정연하게 나열된 소파들.
먼저 도착한 장로회의 장로들이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은 경계하는 눈으로 콜트란을 흘기거나, 혹은 허울 좋은 미소를 짓고 안부 인사를 건넸다.
“하하하, 늦었구만, 콜트란! 아니, 뭘 이렇게 바리바리 싸 들고 왔나? 갖고 있던 마도구라도 전부 팔아치운 건가?”
“허허, 이건, 뭐, 볼 것도 없이 자네가 낙찰받겠구만. 우리들은 적당히 구경이나 하다가 돌아가야겠어.”
“저거, 근데 빈 궤짝이 섞여 있는 건 아니겠지? 자네가 잘 아는 누구는 단단히 벼르고 금고를 털어서 오는 것 같던데…… 흐흐흐…….”
“…….”
……어느 쪽이건, 속내에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는 건 다를 바 없었다.
콜트란에게 쏠렸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 이목은 곁에 서 있는 야만인에게로 옮겨갈 뻔했으나, 순식간에 건너뛰고 뒤쪽으로 넘어갔다. 마침내 입구에서 이 경매의 주인공이라 할 만한 거물이 모습을 드러냈기에.
쿠구구구구구구…….
비틀린 벽과 바닥을 넘어 나아오는 괄괄한 외양의 노인.
마탑 장로회 1석, ‘흑암의 폭염’ 오클라무드.
그 등장으로 느슨했던 경매장의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아슬아슬하게 이어지는 정적, 위태롭게 뿜어지는 숨소리. 오클라무드는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경매장을 훑어보았다. 배회하던 동공이 거구의 야만인을 마주한 순간, 무언갈 직감했는지 불티가 폭발하고 이맛살이 터지도록 빠득빠득 일그러졌다.
그러나 당장 그 격노를 표출하진 않았다. 대신 그는 독기 어린 목소리로 장로들을 향해 선언했다.
“적당히 구경이나 할 생각으로 왔다면 다들 꺼져라. 이번 경매는 뒷방 늙은이들 노름판이 아니니까.”
오클라무드를 뒤따라온 부하 마법사들이 낑낑대며 가져온 궤짝들을 활짝 펼쳤다.
그러자 한가득 찬란한 금빛 광채가 흐드러졌다.
“1000만 루덴이다, 1000만 루덴. 나는 이 돈을 이번 경매에 다 쏟아부을 각오로 가져왔다. 이만한 각오로 오지 않았다면, 이 정도 액수를 챙겨오지 않았다면, 절대 ‘물의 기둥’을 가질 수 없을 테니 시간 낭비하지 말고 당장 떠나거라, 얼간이들아!”
““…….””
숨소리조차 나지 않고 흐르는 고요.
장로들은 부릅 눈을 치뜨고 석상처럼 굳어 버렸다.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들 모두가 챙겨온 돈을 합쳐야 비길 만한 어마어마한 거금. 콜트란마저도 예상치의 2배에 이르는 금액에 아찔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한 사람, 경매장 안에 있던 딱 한 사람만은 다른 반응을 보였다.
콜트란의 곁에 서 있던 기골이 장대한 야만인.
픽.
카딤은 코웃음을 터뜨렸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