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serker’s Second Playthrough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그런 친구 하나쯤 (4)
예전처럼 난동을 부리고 집기를 부수고 채무자를 두들겨 팰 필요는 없었다. 행상인 던컨의 집에서, 사무관의 용병들은 너무나도 손쉽게 원하던 것들을 얻어냈다.
쩔그렁 – !
“5만 루덴! 여기 5만 루덴입니다! 이걸로 빚은 다 갚은 거니, 앞으로 우리 집엔 얼씬도 하지 마십쇼!”
“…….”
용병들의 단장을 맡은 사내, 알루벤이 슬며시 눈썹을 치켜올렸다. 영롱하게 빛을 내는 금화들, 던컨이 건넨 돈주머니에는 척 봐도 5만 루덴이 넘는 돈이 담겨 있었다.
하지만 한번 돈맛을 본 알루벤은 쉬이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이봐요, 던컨 씨……. 이렇게 원금만 덜렁 줘놓고 큰 소리 빽빽 치시면 어떡합니까? 던컨 씨가 자릴 비운 동안, 돈 덩어리들이 차곡차곡 새끼를 쳤는데…….”
“……!”
결국 용병들은 원금보다도 액수가 높은, 터무니없는 고리의 이자까지 싹싹 다 뜯어내고 말았다. 금화를 주물럭대는 용병들의 얼굴에 싱글벙글 웃음이 만연했다.
“와따, 시상에. 이게 다 몇 푼이다냐…….”
“고맙수다, 행상인 양반! 앞으로도 돈 많이 벌고! 좋 – 은 집에서! 살찐 마누라 궁둥이도 맘껏 주무르면서 행복하게 사쇼! 크하하학!”
“…….”
반대로 던컨의 얼굴은 상한 과실처럼 썩어 문드러졌다. 알루벤이 가식적인 미소를 짓고 그와 눈을 맞췄다.
“감사합니다, 던컨 씨! 아, 충고 하나 하자면, 빚 좀 다 갚았다고 함부로 마을을 뜰 생각은 하지 마시죠. 사무관님께 이적금도 안 내고 가면 다시 저희랑 면담해야 할 테니까요. 그 귀하신 아드님에게까지 저희를 소개시켜 주고 싶진 않을 것 아닙니까? 클클클…….”
알차게 협박까지 곁들이고 나서야 비로소 떠나는 용병들. 멀어져가는 등짝들을 쏘아보는 내내, 던컨의 주먹이 부들부들 떨렸다.
한바탕 약탈의 축제를 벌인 용병들의 흥분은 집을 떠나고도 가시질 않았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소란스럽게 달아올랐다. 알루벤이 묵직한 돈주머니를 치켜들고 기세등등하게 외쳤다.
“그래, 내가 뭐라고 말했냐? 저 행상인 놈, 이제 몇만 루덴 정돈 그냥 푼돈으로 여긴다니까? 다들 이자로 8만 루덴을 내놓으래도 고분고분 내놓는 거 똑똑히 봤지?”
“크흐흐…… 근데 기왕 달라고 하는 거, 한 몇십만 루덴은 뜯어내지 그랬습니까, 단장? 그러면 각자 돌아갈 몫이 훨씬 커졌을 텐데…….”
“그건 안 되지, 자식아! 딱 봐도 계산이 안 맞잖아? 아무리 눈 먼 돈이라 해도 적당히 눈치를 봐서 뜯어내야지…….”
회수해야 할 이자는 본래 5만 루덴 남짓이었다. 알루벤은 자기 몫을 떼어낸 차익을 부하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준 뒤, 차분히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조급해할 필요 없어. 어차피 저 녀석, 사무관님이 마을 뜨는 걸 허락해 주실 리가 없거든? 그러면 우린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저놈의 돈을 찬장에 감춰둔 꿀단지마냥 두고두고 퍼먹으면 되는 거야, 그냥.”
“크하하학! 듣고 보니 단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이거, 조만간 저희도 몇만 루덴 정돈 푼돈으로 여기게 되는 거 아닙니까? 크흐흐…….”
하지만 딱 하나 걸리는 점이 있었다. 던컨이 데려왔다는 정체불명의 동행자.
“그런데 그…… 야만인은 어떡합니까?”
“…….”
용병들의 분위기가 돌연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확 가라앉았다.
온 마을에 이미 소문이 파다했다. 그자가 바로 ‘악마 학살자’라고……. 용병들은 직접 본 적은 없어도 그자의 악명만큼은 익히 들어왔다. 갈렌타나 암흑가라는 출신 탓에 듣기 싫어도 어깨 너머로 소식이 절로 들려왔다.
만일 그 야만인이 정말, 하루 만에 홀로 암흑가를 초토화시켰다는 ‘악마 학살자’라면…… 절대로 쉬이 상대할 수 없을 터.
기실 지금도 그 야만인이 자릴 비운 틈을 노려 온 것이었다. 허나 알루벤은 평정을 가장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아, 걱정하지 마. 요새 뭐 그놈이 ‘악마 학살자’라니 이상한 헛소문이 돌던데, 상식적으로 그만한 용병이 행상인 꽁무니나 졸졸 따라다니고 있겠냐? 대도시에서 부자들 밑구멍만 닦아줘도 황금이 아주 줄줄 쏟아질 텐데?”
“…….”
“그리고 만에 하나 그놈이 악마 학살자가 맞다 해도, 나한테 ‘이 칼’이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이걸로 그냥 순식간에 모가지를 싹, 베어내기만 하면…….”
쐐 – 액!
알루벤이 쏜살같이 발도하곤 끽,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용병들은 움찔, 몸을 떨었다가 천천히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그렇긴 하죠. 단장의 칼 솜씨라면 확실히…….”
“크흐흐…… 하긴, 싸움을 뭔 덩치로만 한답니까? 트롤이나 오우거도 대가리가 잘리면 꼼짝 못 하는데…….”
공포는 막연했고, 탐욕은 명징했다.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다시 되살아났다. 용병들은 돈을 많이 벌면 계집들도 잔뜩 부르자고, 이 촌구석을 갈렌타나의 암흑가처럼 번화한 유흥가로 만들자고, 금세 원대한 꿈에 부풀어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데 정신이 팔렸다.
때문에 그들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
저 멀리 그림자처럼 깜깜한 야음 속에서, 어깨에 소인을 올려 둔 거대한 신영이 모든 얘기를 엿들었단 사실을.
*
몰타나 교외의 한적한 공터. 소담한 별빛이 어둑한 하늘을 흠집 내고, 쌀쌀한 밤바람이 축축한 대지를 쓸었다. 낙엽이 한데 뭉쳐 뒹구는 꼴을 보아하니, 모포 없이 자도 괜찮은 밤을 그리워하게 될 날이 머지않은 듯했다.
카딤은 바위에 걸터앉아 우두커니 사색에 잠겨있는 중이었다. 달빛이 땅끝에 걸렸을 즈음, 등 뒤로 희미한 인기척이 나타났다.
“엇, 나으리! 거기에 계셨습니까!”
던컨이 자연스레 옆자리에 앉았다. 양손에 각각 마개로 막힌 술병이 들려있었다.
“저희 아내가 작년에 담근 야생사과술인데, 창고 구석에 굴러다니는 걸 발견해서 주워 왔습디다. 이 여편네가 정신머리가 없어서 술을 담궈 놓고도 잊었다지 뭡니까?
“……아들은 집에다 잘 바래다주고 왔나?”
“던센 말입니까? 아무렴요! 근데 낮에 어떻게 놀아 주셨길래 애가 저렇게 들뜬 겁니까?”
약 한 시진 전, 축 처진 몰골로 마을을 배회하던 던컨은 어깨 위에 제 아들을 올려 둔 카딤과 마주쳤다.
던센은 상처 하나 없이 멀끔한 상태였다. 오기 전 카딤이 숲의 짐승들을 잡아, 그 피를 혈귀를 통해 흡수시켜 줬기에. 덕분에 던컨은 아들이 목숨을 건 혈투를 벌인 줄은 꿈에도 모르고, 왜 이리 애가 들떴나 의아해하며 바래다주고 온 참이었다.
카딤은 던컨이 건넨 술병을 받아 쭉 들이켰다. 시큼하고 텁텁했지만, 그래도 입가심거리가 없는 것보단 나았다. 던컨도 한 모금 쭉 들이켜곤 크으…… 하고 입가를 닦았다. 심란한 하루를 보내서 그런지, 고작 그것 좀 마셨다고 열기가 훅 올라왔다.
조용히 병나발만 부는 시간은 오래 가지 않았다. 고즈넉한 밤공기, 불콰한 술기운을 빌려 허심탄회하게 말문을 여는 던컨.
“……사실 그동안 많이 걱정했습디다. 저희 아들내미가 덩치도 작고, 지 애비도 멀리 떠나고 해서 많이 괴롭힘당했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흐흐, 나으리가 놀아 주시는 동안은, 다른 애들이 저희 아들을 건드릴 엄두도 못 내는 것 같아 내심 안심했습니다.”
카딤은 고개를 홰홰 내저었다.
“네 아들을 놀아 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저 투쟁하는 법을 알려줬을 뿐이지. 그리고 그 아이는 오늘 제 투쟁에서 승리했으니, 내가 떠나고도 영영 괴롭힘당할 일은 없을 거다.”
“……예?”
던컨은 고개를 갸웃했으나, 이내 카딤이 멋쩍어서 저렇게 말한 거라 오인했다. 하기야, 명색이 투신의 대전사신데 유모처럼 애랑 놀아줬다 하긴 좀 그렇겠지……. 아무튼 대충 고맙다고 말하고 눈치껏 화제를 돌렸다.
“그런데 말입니다, 나으리……. 여기서 대수림으로는 언제 다시 출발하실 생각이십니까?”
카딤은 한 모금 더 쭉, 술병을 들이켜곤 말했다.
“내일 아침이면 출발해야지. 여기서 더 볼일도 없고, 시간도 충분히 오래 끌었으니.”
“……아아, 그렇습디까? 새, 생각보다 빨리 출발하시는구먼요……. 그, 그래도 더 오래 쉬고 가셔도 괜찮을 텐데 말입디다. 그동안 쌓인 여독도 좀 푸실 겸해서……. 저, 저희 아들내미도 나으리를 되게 좋아하는 것 같던데…….”
“…….”
카딤은 대답하지 않았다. 입을 꾹 닫고, 누군가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남쪽의 하늘을 올려다보았을 뿐. 어색한 적막이 불식간에 밤결에 스며들었다.
긴 침묵을 깬 건 감정의 고저가 없는 목소리였다.
“마을에서 오가는 애길 들어보니까, 이웃들과 사이가 그리 좋진 않은 모양이던데.”
“예? 아, 하하하…… 그, 그렇게 됐습니다요. 어쩌다 제가 큰돈을 벌었단 소문이 퍼져서……. 그, 돈이란 게 항상 이런저런 시기를 부르는 법이지 않습니까?”
“빚 때문에 그런 거였나?”
“……예?”
“행상인 일을 시작하고, 여정 내내 그렇게 돈에 목숨을 걸었던 거, 빚 때문에 그런 거였냐고.”
던컨은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어떻게 알아챘나 순간 당황했으나, 곧 이자가 옆 동네의 개미 기어가는 소리까지 들을 위인이라는 걸 떠올렸다. 머뭇머뭇 눈치를 살피길 잠시. 겸연쩍은 미소를 짓고 뒤통수를 벅벅 긁는 던컨.
“아, 그, 그것도 틀리진 않습니다만…… 사실 솔직한 이유는 그냥 제가 욕심이 많아서입디다. 고생한 아내에게 좋은 옷도 사다 주고, 아들내미에게 좋은 것도 멕이고, 뭐, 그냥 그렇게 호의호식하면서 살고 싶어서 말입죠……. 그리고 빚은 이자까지 쳐서 오늘부로 싹 청산했습디다, 흐흐흐…….”
“그렇군. 그럼 뭔가, 내가 떠나기 전에 더 도와줄 만한 일은 없는 건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던컨은 우뚝 멈춰 섰다.
순식간에 목구멍 너머에서 수많은 말들이 바글바글 들끓어 올랐다.
제발 도와달라고, 마을을 떠날 수가 없게 됐다고, 사무관의 용병들에게 협박당하고 있다고, 자신뿐 아니라 가족들까지 위험하다고, 나으리의 능력이면 저런 시시한 용병들쯤은 눈 감고도 휩쓸어버릴 수 있지 않냐고…….
“…….”
그러나.
던컨은, 끝내 그 어떤 말도 꺼내놓지 않았다.
……투쟁하지 않는 자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는 법이니까.
카딤은 결국 떠날 사람이다. 언제까지고 의존할 수만은 없었다. 이번에 어찌 저찌 도움을 받는다 쳐도, 다음에 또 위기가 찾아오면 어쩔 것인가? 제 가족도 제힘으로 못 지키는 자가, 대체 어떤 다른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모든 자에겐 합당한 투쟁이 있다. 이 투쟁은 자신의 몫이지, 악마를 멸살하는 전사의 몫이 아니었다. 던컨은 차오르는 모든 감정들을 꾹꾹 욱여넣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주먹을 불끈 쥐어 보였다.
“예, 예! 없습니다요! 그리고 나으리, 제가 바로 누굽니까? 최고의 길잡이! 나으리께 인정받은 행상인! 아곤의 성난 뿔까지 한 방에 때려눕혔던, 바로 그 던컨 휠레드 아닙니까? 설령 뭔가 문제가 생겨도 알아서 잘 해결할 테니, 아무 걱정 마시고…….”
“……한 방이라니? 이전엔 그자가 만신창이가 된 덕에 싸우는 시늉이나 낸 거라고 고백하지 않았나.”
“엇…… 어흠, 그, 그건, 그렇긴 한데…… 제, 제 아내한테는 비밀로 해 주십쇼. 만전의 상태일 때 한 방에 박살 내 버렸다고 얘기를 해버려서…….”
“…….”
그 뒤로도 카딤과 던컨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반년간의 여정에 관해, 만났던 사람들에 관해, 앞으로의 미래에 관해……. 대체로 던컨이 떠들고 카딤은 묵묵히 듣는 쪽이었지만, 둘 다 개의치 않았다. 그들의 대화는 언제나 그런 식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앞으로도 쭉 그럴 것처럼.
술병을 다 비우고도, 달밤이 이슥하게 기울고도.
두 남자의 대작은 오래도록 끝날 기미가 보이질 않았다.
*
다음 날 아침, 던컨은 뻐근한 숙취를 머리통에 이고 깨어났다.
“어윽, 머리야…….”
덮고 있던 망토를 치웠다. 비몽사몽한 와중에도 잠자리를 정리하고 어서 식사를 준비하려 했다. 나으리는 숙취고 뭐고 없어서 진작 일어나셨을 테니, 부지런히 준비하지 않으면…….
“아.”
외마디 탄성과 함께 멈춰 섰다. 자신이 여정 중에 있지 않다는 걸 깨달았기에.
카딤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빈 술병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혹시나 싶어 나으리, 하고 허공에 불러보았다. 역시나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았다. 카딤은 정말로 아침이 되자마자 떠난 모양이었다. 그 무뚝뚝한 야만인답게, 작별 인사 한마디 없이.
던컨은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한동안 물끄러미 빈 술병만을 바라보았다.
“…….”
어쩐지 현실감이 없었다.
지난 반년간의 여정이 하룻밤의 꿈인 것만 같았다. 만일 그게 정말 꿈이라면, 자신은 꽤나 대단한 사람인 게 틀림없었다. 보통 사람이 그만큼 고약한 악몽을 꾸면 필시 미치거나 신경쇠약에 걸리고 말 테니까. 던컨은 피식, 한 조각 실소를 흘렸다.
물론 그건 꿈 따위가 아니었다. 허리춤의 지옥불 단검, 그리고 널브러진 검은 망토가 그 여정이 현실이었음을 똑똑히 방증했다.
위대한 전사가 가치를 증명한 자에게 남긴 선물. 이것들이 남아 있는 한, 그 누구도 자신이 아탈라의 대전사와 함께했음을 부정하지 못하리라!
한데 뭉근한 감상에 잠겨있던 행상인의 머릿속에 불현듯 이런 생각이 스쳤다.
‘어, 잠깐만…… 나으리, 어제 아무것도 안 메고 계신 것 같았는데……? 만일 인벤토리를 내버려 두고 그대로 가신 거라면…….’
던컨은 후다닥, 마을 쪽으로 내달렸다. 아직 아침이니 그리 멀리 가진 못했을 터. 어서 집에서 인벤토리를 찾아다가 카딤에게 전해 줄 심산이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던컨은, 고작 그런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란 걸 깨달았다.
집 주위를 빽빽이 둘러싼 구경꾼들, 날벼락이라도 맞은 것처럼 엉망진창 어질러진 집안, 그리고 눈시울이 시뻘겋게 퉁퉁 부어오른 아내.
던컨은 식겁하여 아내에게 다가갔다.
“유, 율리아!! 이, 이게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던컨!! 던센, 던센이…… 우리 아들이……. 흐으윽…….”
“……!!”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집안 어디에도 아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좁은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흔들리는 동공 속에 불길한 예감이 그득그득, 차올랐다. 밖에서 서성거리던 구경꾼 중 가장 눈치 없는 자들은 그 와중에도 이렇게 지껄이고 있었다.
“어휴, 그렇게 남한테 안 베풀고 인색하게 굴더니……. 인과응보네, 인과응보…….”
“쯧쯧쯧…… 돈만 많이 벌었으면 뭐 하나? 지 새끼 하나 간수도 제대로 못 해서 이 사달이 났는데…….”
“허, 밤새 제 아들이 어디로 끌려갔는지도 모르고, 참 잘하는 짓…….”
던컨의 눈이 돌아갔다.
그는 허리춤의 단검을 뽑아 들고, 이빨을 드러낸 맹수처럼 구경꾼들에게 달려들었다.
화르르르륵 – !
“……어?”
“꺄악!”
순식간에 맨 앞에서 지껄이던 구경꾼 하나가 제압당했다. 몸놀림이 워낙 빠르고 기척이 전혀 없어, 덮쳐진 자로선 마치 귀신에 홀린 듯한 기분이었다. 던컨은 주저 없이 그자의 어깨맡을 지옥불로 지지며 뇌까렸다.
치이이익 –
“내 아들 어딨는지 말해…….”
“어, 어어…… 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악!!!”
“아가리 닥치고, 이걸로 목구멍을 쑤셔버리기 전에, 당장 내 아들 어디로 갔는지 말해, 이 개자식아…….”
“끄아아아아아악!! 꺼억, 허억…….”
광인처럼 핏발이 바짝 곤두선 눈깔.
전혀 예상치 못한 행상인의 일면을 마주한 구경꾼들은, 살갗을 태우는 고통보다도 더 깊고 강렬한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