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serker’s Second Playthrough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악마 남작 (4)
대지 위로 짙은 어둠이 내달리는 밤.
눈을 감고 칠흑의 꿈을 꾸던 달은 언제 그랬냐는 듯 슬며시 눈꺼풀을 치켜떴다. 손톱 모양으로 빛나는 어슴푸레한 안광. 으스러진 구름을 따라 달무리가 희부옇게 번져나가고 응어리진 그림자가 살금살금 성곽으로 향하는 계단을 올랐다.
꾸벅꾸벅 졸다가 기척을 느꼈다. 병사는 화들짝 놀라 창을 치켜들었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나다, 델톤. 목소리를 낮추거라.’
“아, 아니, 남작님!”
‘쉿!’
몰덴 남작은 검지를 입술에 가져다 댔다.
남작은 혼자가 아니었다. 그의 뒤로 거대한 야만인의 신영이 뒤따랐다. 남작은 사슬을 덧댄 누비 갑옷 차림에 창칼을 들고 있었고, 야만인은 허리춤에 흉기를 주렁주렁 매달고 굵은 밧줄을 들쳐메고 있었다.
이 달밤에 괴물 사냥이라도 나가는 걸까? 너무나 비현실적인 광경이었기에 델톤은 한순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소리를 듣고 이쪽을 바라본 다른 병사들 또한 매한가지.
넋이 나간 델톤에게 남작이 조곤조곤 일갈했다.
‘정신 차려라, 델톤. 여기선 네가 최고 책임자 아니더냐. 다른 병사들에게 모범을 보여야지.’
‘죄, 죄송합니다, 남작님. 그런데 이 밤중에 여긴 또 무슨 일로…….’
남작은 설명 대신 지시를 내렸다.
‘이 밧줄을 성가퀴에 단단히 묶어라. 무슨 일이 있어도 성 밖으로는 절대 나오지 말고.’
평소처럼 부드럽지 않고 지극히 비장한 말투였다. 아들렌 자작과 협상하겠다고 오겠다며 홀로 성 밖으로 나섰을 때보다도 더.
델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사정을 더 물어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남작의 지시를 이행하기로 했다.
야만인은 거의 추락하듯이 밧줄을 잡고 밑으로 하강했다. 기이하게도 그리 빨리 내려갔는데도 착지할 땐 소리가 거의 나질 않았다. 남작은 사슬 장갑을 단단히 당겨 끼고는 뒤따라 밧줄을 붙잡았다.
남작은 마지막으로 병사들의 이름을 한 명 한 명 불러주었다.
‘델톤, 스겔론, 오디크, 크렌, 베닌, 체로드, 도네핀.’
‘……예.’
‘……예, 남작님.’
‘내 가장 귀중한 보물을 너희들에게 맡기마.’
‘……?’
‘부디, 몰덴을 잘 지켜다오.’
그 말을 끝으로 남작은 밧줄을 잡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
숙연하게 가라앉는 분위기. 영문 모를 먹먹함과 긴장감이 가슴에 가득 들어찼다. 몰덴의 병사들은 서로의 눈치를 한번 살핀 후 어둠 속으로 완전히 스러질 때까지 남작의 뒷모습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
카딤의 제안은 간단했다.
‘죽을 때까지 적을 처죽이다가 죽거라, 남작.’
‘……뭐라고 했소?’
‘해가 저물면 나와 둘이서 진지를 기습하도록 하지. 무기는 칼과 창 한 자루로 족하다. 몸이 굼떠질 테니 방어구는 가볍게 갖추고.’
‘아니, 고작 둘이서 적의 진지에 뛰어들자고? 그건 자살 행위 아니오?’
‘네가 원래 하려던 게 그것 아니었나?’
‘…….’
어떻게 죽든 간에 ‘악마 남작’이 죽으면 아들렌 자작은 군사를 일으킨 명분을 잃게 된다. 적에게 투항하여 처형당하건, 적과 끝까지 맞서 싸우다 숨을 거두건 말이다.
그러나 우려되는 점이 있었다.
‘내가 병사들을 죽이다 제압당하면 아들렌 자작이 끝까지 몰덴을 공격해서 보복하려 들지 않겠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기습에서 그놈의 숨통을 끊을 생각이니까.’
‘…….’
‘혹여 만일 오늘 자작을 죽이지 못한다면, 네가 청한 대로 수성전을 도와주도록 하지.’
자신이 죽을 거란 가능성은 상정조차 하지 않은 오만한 대답.
허나 남작이 보기에 저 자신감은 근거가 없는 게 아니었다. 확실히 자신이 적군에 둘러싸여 죽는다 해도 저 야만인은 퇴로를 뚫고 유유히 빠져나갈 것 같았다.
어찌 됐건 남작으로선 손해 볼 게 없는 제안이었다. 자신이 희생하는 건 다르지 않았고 사단의 원흉을 제거할 기회이기도 했으니.
카딤이 남작을 데리고 온 진짜 이유는 그게 아니었지만…… 남작이 그걸 알아채는 건 불가능했다.
어느새 진지 입구에 다다랐다. 카딤은 몸을 숙이라 짧게 손짓했다. 남작은 금속성이 나지 않게 유의하며 슬그머니 무릎을 굽혔다.
숨이 멎을 듯한 심야의 고요. 적의 진지에는 횃불 하나 타오르지 않고 있었다. 광원은 오로지 흐드러진 월광과 모래알처럼 반짝이는 별빛뿐.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도 남작은 쉬이 앞을 살필 수가 없었다. 반면 날카로운 야만인의 눈은 금세 야음을 꿰뚫고 초병의 윤곽을 포착했다.
“시작하지.”
찰나의 지체도 없이 카딤은 허리춤에서 단검을 뽑아 던졌다.
쐐액!
바짝 독 오른 말벌처럼 날아드는 단검. 갑옷과 투구 사이를 비집고 정확히 목에 적중했다. 비틀, 좌측의 초병은 만취한 사람처럼 중심을 잃고 나자빠졌다. 또 다른 초병의 고개가 슬그머니 그쪽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동료의 시체를 보고도 초병은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
돌멩이라도 본 것처럼 무덤덤한 태도.
그사이 순식간에 내달려 온 카딤이 칼자루를 휘둘렀다. 초병의 턱을 향해 검신이 솟구쳤다.
쩌 – 걱!
가공할 힘이 아래턱뼈와 치아를 바수고 치밀어 올라 머리통을 절단했다. 찌그러진 살덩이 밑으로 흐르는 피와 뇌수. 초병은 어깨를 꿈틀대며 허물어졌다. 갈라진 틈으로 희미하게 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에…….”
카딤은 눈썹을 좁히고 잠시 쓰러진 병사의 시체를 살폈다.
깊은 고랑이 파인 양 뺨, 움푹 패인 눈가와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팔다리. 낮에는 정신이 없어 제대로 보질 못했는데 지금 보니 둘 다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 하루 이틀 굶은 몰골은 절대 아니었다.
‘눈앞에서 동료가 죽어도 아무런 반응이 없고, 이렇게 굶주리고도 탈영하지 않았다, 라…….’
정상적인 인간이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그렇다고 이자들이 무슨 인두겁을 쓴 괴물이거나 한 건 아니었다. 흐르는 피는 분명 뜨뜻했고 심장을 짚자 서서히 사그라드는 맥동이 느껴졌다.
지금의 관찰로 추측이 확신이 되었다.
카딤은 남작을 흘끗, 노려보다가 짧게 손짓했다.
“진지 안으로.”
남작은 군말 없이 그의 지시를 따랐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낮은 침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으, 으음…….’
아직 완전히 암순응하지 못한 눈동자로도 볼 수 있었다. 비척비척 진지 안을 떠도는 망령된 그림자들. 갑옷을 벗지도 않고, 무기를 손에서 놓지도 않고, 잠들지 않고 걸어 다니는 불면의 병사들을.
스윽, 스윽 –
기이하게도 병사들은 아무런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흙바닥에 질질 끌리는 발걸음 사이로 풀벌레 울음소리만이 천연하게 뒤섞였다. 풍경이 워낙 상식과는 동떨어진 탓에 마치 누군가의 비현실적인 악몽에 발을 들인 것만 같았다.
그때, 배회하던 눈동자들이 일제히 두 사람을 주목했다.
공허하지만 집요함이 담긴 응시. 느릿하게 다가오는 병사들.
“…….”
남작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러나 상황 파악을 마친 카딤은 흔들림 없이 할 일을 지시했다.
“여기서 최대한 많이 병사들을 처죽이고 있어라. 나는 진지 안쪽을 수색해 보겠다.”
“……무엇을 찾으려는 거요?”
“말하지 않았던가? 아들렌 자작. 지휘관이니만큼 그자에게 악마의 사념이 가장 강하게 깃들어 있을 것 같군.”
“……!”
남작은 소스라치게 놀라 어깨를 떨었다. 카딤을 보는 시선이 가늘게 흔들렸다. 그걸 대체 어떻게 알았냐고 묻는 눈동자였다.
대답 대신 비꼬는 어조로 쏘아붙이는 카딤.
“목숨이 다할 때까지 마음껏 날뛰거라, 남작. 이 병사들은 너의 가장 귀중한 보물을 망가뜨린 원수들 아니더냐?”
“…….”
이들은 무고한 꼭두각시에 불과하고 어차피 너는 죽을 수 없겠지만.
뒷말은 굳이 남기지 않았다. 카딤은 남작을 등지고 병사들을 향해 달려 나갔다.
쐐액, 쐐액!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내 연달아 내던졌다. 짤막한 검신은 정확히 병사들의 미간에 처박혔다.
퍽, 퍽!
눈동자가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돌아갔다. 비명 한 조각 없이 두 구의 몸뚱이가 뻣뻣하게 뒤로 넘어갔다.
서걱!
섬광처럼 발도하여 앞에 있던 병사를 베어냈다. 달빛을 반사한 칼날이 희번득한 잔상을 그렸다. 목울대가 갈라지고 비릿한 선혈이 튀어 올랐다. 검신은 놓칠세라 허겁지겁 적의 피를 집어삼켰다.
“…….”
그 광경을 퀭한 눈동자로 카딤을 바라보는 병사들.
아까까진 동료들이 죽어도 남 일처럼 보더니 이제는 어기적어기적 다가오기 시작했다. 하나둘씩 쥐고 있던 병장기를 들어 올리며.
챙, 츠릉 –
머릿수는 많고 공간은 비좁았다. 나아가기 위해선 길을 뚫어야만 했다. 저 산송장 같은 병사들을 모조리 도륙 내서.
카딤은 성에서 챙겨온 팔뚝만 한 전투 도끼를 꺼냈다. 그것을 ‘모기’를 들고 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쥐었다. 이후 맹렬한 기세를 발하며 인파를 향해 달려들었다.
“흐어어어어어업!”
빈틈이 많아도 위력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일부러 무기를 휘두르는 궤적을 길게 뺐다. 덕분에 그렇지 않아도 강력했던 야만인의 일격에 더욱더 큰 위력이 실렸다.
뻐걱! 퍼 – 걱!!
무자비하게 휘둘러지는 도끼질. 날이 무뎌 누비 갑옷을 찢어버리진 못해도 파괴적인 충격은 온전히 전달됐다. 빗장뼈와 내장이 온통 뭉그러지고 척추가 분쇄돼 버린 병사들이 속출했다.
푸욱, 쯔 – 걱!
급소를 노리고 쏘아지는 칼질. 시야 확보가 거의 되지 않는 난전 중에도 귀신처럼 갑옷 틈과 요긴목만을 겨눴다. 경동맥을 꿰뚫리고, 관절이 쪼개지고, 팔다리가 끊어지고, 안면이 함몰된 시체들이 고기 인형처럼 바닥을 나뒹굴었다.
카딤은 시체를 양산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피는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매가리 없는 느릿한 병장기는 결코 전사의 살갗을 스칠 수 없었다. 병사들에게 적의가 없는 건 아니었다. 그러나 그건 물에 물 탄듯 싱거운 적의인지라 카딤에게 해를 끼칠 만한 것이 못 되었다.
필시 저만한 수의 육신을 제어하는 건 악마에게도 벅찬 일이기 때문일 터.
그러나 진지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수록 사정이 달라졌다.
대부분의 병사들이 돌연 실 끊긴 꼭두각시처럼 픽 쓰러졌다. 대신 남아 있는 자들의 눈빛에 형형한 빛이 감돌았다.
병사들의 몸짓은 부지불식간에 호전적으로 돌변했다. 사나운 창날과 칼질이 날아들고, 심지어 목소리를 내는 녀석들까지 등장했다.
“커어어, 커어어어…….”
“커어어어! 커억, 커헉!”
악마가 흩어진 사념을 몇몇 병사들에게만 집중한 것.
다만 여전히 카딤의 상대가 되기엔 모자랐다.
외려 카딤은 슬슬 이빨을 드러내는 병사들이 반가울 지경이었다. 목표물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고 펄떡대는 신선한 적일수록 더 썰어버리는 맛이 있었으니.
퍼 – 억!! 쩌 – 걱!
“캬아아악! 커헉!”
그렇게 수십 명의 병사를 더 찢어발기며 전진한 끝에 카딤은 발견했다. 아들렌 가문의 깃발을 꽂아둔 가장 큰 천막. 목표물은 저 안에 있을 게 틀림없었다.
“커어어어어억!”
“커, 커어어어어…….”
병사들의 소란은 카딤이 천막 안으로 들어서기 무섭게 종식되었다.
“…….”
풀썩, 아까 앞서 병사들이 쓰러졌던 것처럼 나머지 병사들도 모조리 쓰러졌다. 신음 한마디 없이 시체라도 된 것처럼.
카딤의 시선은 병사들을 향하지 않았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앞, 호롱불을 틔워놓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이 모든 사단의 근원.
– 용케 여기까지 왔구나, 염치없는 황야의 들개야.
뼛속까지 스며드는 을씨년스러운 목소리.
눈앞에 있는 자는 아들렌 자작이되 아들렌 자작이 아니었다. 사백의 군사를 거느렸던 풍채 좋은 영주는 선뜩한 두 눈을 빛내며 짐승 같은 독기를 풍기는 괴한으로 변모하고 말았다.
카딤은 겁에 질리지 않았다. 오히려 피식,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염치없는 황야의 들개라니. 그럼 뭐, 세상에 예의 바르고 싹싹한 들개도 있단 말인가?
역시나 ‘저 종류’의 악마들은 다른 악마에 비해 단어 선택이 남다른 면이 있었다. 아마 수많은 육신을 겪어봐서 그런 걸지도.
‘‘빙의종’이라……. 보기 드문 녀석이 걸렸어. 1회차 때도 두어 번밖에 못 썰어봤는데.’
아들렌 자작의 몸을 차지한 악마는 면전에서 인간이 조소를 터뜨린 게 못내 불쾌한 낌새였다. 미간과 콧잔등을 일그러뜨리며 사납게 경고했다.
– 네가 그 대단찮은 몸뚱이의 힘을 몹시 신뢰하고 있는 건 알겠다. 그러나 주제를 알거라. 그까짓 육신의 힘은 만만불측한 넋을 주무르는 나의 권능에 비하면 그저 무식한 잡기에 불과하다.
“…….”
– 마지막으로 경고하지. 몰덴을, 남작을, 나의 먹잇감을 건드리지 말고 떠나거라. 이곳은 내가 오랜 세월 가꾼 끝에 비로소 가장 달콤하게 과실이 영근 과수원이다. 이제 그 결실을 음미할 시간이 목전인데, 네까짓 하찮은 들개가 훼방을 놓아서야 되겠느냐?
카딤은 악마의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들었다. 대신 칼과 도끼를 치켜들었다. 악마들의 혐오스러운 일장 연설을 듣는 것도 이젠 이골이 났다. 대답은 촌철의 날붙이로도 족하리라.
호롱불에 비친 자작의 잔영이 타오르는 불길처럼 일렁거렸다. 노호한 악마가 마기를 뻗는 것이었다. 카딤은 가슴팍을 무지근히 짓누르는 압박감과 비강을 뒤흔드는 지독한 냄새, 저릿하게 퍼져가는 근육의 떨림을 느꼈다.
악마가 짓씹어 뱉듯이 뇌까렸다.
– 정말 물러나지 않겠다는 건가? 기어코…… 스스로의 삶을 포기하겠다는 거군.
“…….”
– 알량한 자아에 작별을 고하거라, 들개야. 네 육신의 주인은 이제부터 내가 될 터이니.
악마가 손을 뻗었다. 마기가 카딤의 뇌리에 해일처럼 밀려들었다.
자아에 스며들기 위해 형체를 비트는 악마의 사념. 의식의 구멍을 찾아 미친 듯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동세 하나하나에 간악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전력을 다해 사념을 쏟았으니 조그마한 균열만 찾아 틈입해도 육신의 제어권을 완전히 빼앗을 수…….
그러나 악마는 이내 도로 자신의 사념을 거두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 허, 허억……!
털썩, 자작의 몸으로 돌아와 바닥에 쓰러지는 악마. 눈빛은 독기를 잃었고 혈색은 파리하게 질려 있었다. 악마는 평범한 인간처럼 공포에 질려 손끝을 바들바들 떨었다.
– 너, 넌 대체 뭐냐? 어째서, 어째서 내가 전력을 다했는데도 빙의할 수가 없…….
카딤은 무덤덤했다. 1회차에 ‘빙의종’을 만났을 때도 보았던 풍경인지라 그다지 낯설진 않았다.
조소를 머금고 뇌까리는 카딤.
“안타깝게 되었군. 정원 초과다.”
원치 않게 야만전사의 몸을 차지하게 된 남자는 성큼성큼 악마를 향한 발걸음을 뗐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