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serker’s Second Playthrough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세상을 사르는 겁화 (5)
레밀리온은 전력을 다해 포효를 내질렀다.
“[카 – 펠 – 메 – 쿠 – 하 – !!!]”
콰과과과 – !!
휘몰아치는 막강한 충격파. 그러나 적에겐 아무런 타격도 입히지 못했다. 화산을 모닥불 삼을 만한 이 거인들에게 있어 용인의 용언 따윈 한낱 잡새의 지저귐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코앞에서 성가시게 구는 새를 가만둘 이유도 없었지만.
한 인페르노가 무참히 손길을 휘저었다.
– 쿠호오오오오 – !!
――― 화르르르르륵 – !!
레밀리온은 급히 날개를 틀어 회피 기동을 했다. 불과 몇 뼘 차이로 바싹 탄 육편이 되는 꼴을 면했다. 안도할 틈도 없이, 또 다른 인페르노가 손바닥을 펼치고 폭발을 일으켰다.
쾅 – ! 퍼버버버버벙 – !!!
불똥이 무분별하게 튀어 올라 사방을 뒤덮었다. 레밀리온은 날개를 접고 급강하하여 원점으로 돌아갔다. 분대원들 위에서 도로 날개를 펼쳐 필사적으로 불똥을 막았다.
퍼버벅 – ! 퍼버벅 – !
저 거인에게나 있어 불똥이지, 평범한 생물들에겐 불화살에 가까운 파편들이었다. 금세 날개의 피막이 찢어지고, 비늘이 벗겨졌다.
“크흐윽…….”
“드, 드래곤의 친우시여!”
그래도 덕분에 무사히 릴리아와 다크 엘프들을 지켜냈다. 레밀리온은 괜찮다며 일행들을 달래고는 이를 악물고 통증을 삭였다.
순조롭게 돌아가던 정면돌파 작전은 한순간에 엉망진창으로 꼬였다. 갑자기 등장한 저 불타는 거인들로 인하여.
숲의 외곽으로 향할 줄 알았던 인페르노들은 어째서인지 급격히 방향을 틀어 이쪽으로 다가오는 중이었다. 그것도 한두 마리가 아닌, 거의 모든 인페르노들이.
탈환조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달아났으나 최악의 상황을 면치 못했다. 핵심 분대가 벌써 인페르노 두 마리에 포위되고 만 것. 레밀리온의 악전고투도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저것들은 필멸자들로선 도통 어찌할 방도가 없는 재앙이었다.
– 쿠호오오오오오 – !
– 쿠르르륵…….
– 쿠르르르륵, 쿠르르르르…….
“세, 세상에, 태초의 어둠이시여…….”
“레, 레밀리온 님…… 저기에 인페르노들이 더…….”
“…….”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멀지 않은 곳에 세 마리가 더 나타났다. 레밀리온과 분대원들은 벼랑 끝에 몰린 쥐와 같은 안색이 되었다.
다행히, 이번 한 번만은 살아날 쥐구멍을 찾아냈다.
“여러분! 어서 이곳으로 들어오세요!”
홀연히 앞길에 나타나 검은 구멍을 가리키는 일레니아.
어떻게 찾아온 건지 따져볼 여유 따윈 없었다. 레밀리온은 릴리아를 들쳐 안고 즉시 구멍으로 날아들었고, 다른 다크 엘프들도 헐레벌떡 내달려 구멍을 통과했다.
구우우우웅 – !
모두가 지나고, 마지막으로 일레니아까지 통과하자 곧장 구멍이 닫혔다. 이동한 장소는 아직 인페르노의 발길이 닿지 않은 인근의 숲.
“후우우…… 이번엔 정말 위험했군. 도와줘서 고맙네, 잊힌 신의 사제여.”
“정말 감사합니다. 덕분에 목숨을 구했습니다, 자매님……. 아, 행상인 님도 여기 계셨군요.”
“괘, 괜찮으십니까, 레밀리온 님? 나, 날개가 엉망이 되셨는데…….”
“아아, 괜찮다네. 그보다, 이게 어찌 된 일인지부터 좀 따져 봐야 될 것 같군.”
마음 놓고 숨 돌릴 때가 아니었다. 일레니아 분대와 합류한 핵심 분대는, 갑자기 인페르노들이 나타난 원인과 대책에 대해 조속히 논해보기로 했다.
일레니아는 벌써 몇 가지 유력한 가설을 떠올려놓은 차였다.
“일단 첫 번째는, 대마법사가 저희의 거동을 알아채고 인페르노들에게 추적을 명했을 경우입니다. 하지만 대마법사도 제압조를 상대하느라 여유가 없을 테니 이럴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판단됩니다.”
“…….”
“두 번째는, 인페르노가 ‘마나’를 쫓아왔을 경우입니다. 놈들의 본질은 마나를 먹는 정령, 숲을 불태우란 명을 받았어도 대량의 마나가 느껴지면 본능적으로 그쪽을 먼저 쫓을 겁니다. 레밀리온 님? 혹시나 해서 여쭤보는데 이 목걸이, 마나로 작동하는 마도구입니까?”
나눠 받은 푸른 목걸이를 꺼내드는 일레니아. 레밀리온은 불꽃을 막느라 시커멓게 망가진 제 목걸이를 꺼내 들곤, 심란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닐세, 설마 내가 그런 실수를 했을 리가. 이 목걸이는 드워프들이 북부의 한기를 담아 빚은 유물이라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한 가지뿐이군요.”
던컨은 침을 꿀꺽 삼켰다. 어쩐지 자신이 꺼낸 제안 탓에 상황이 이렇게 된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 그러나 돌발 사태가 발생했을 뿐이지 그 작전 자체엔 문제가 없었다. 비수처럼 날카로운 눈길은 행상인이 아닌 다른 자에게 꽂혔다.
“릴리아 사도님, 혹시 지금 체내에 마나가 느껴지십니까?”
“예?”
“간단한 것이라도 좋으니, 한번 마법을 사용해 보시지요.”
“그게…… 저…….”
릴리아가 어물대며 그럴 수 없다 답했다. 한때 자신이 대마법사이긴 했으나, 헤실리아의 강림을 기원하며 모든 마법적 지식과 감각을 제물로 바쳤기에.
일레니아는 그제야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는 듯 착잡하게 입매를 굳혔다.
“……역시, 대마법사가 수작을 부려놓은 거였군요.”
“그,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마 사도님이 유폐처에 계신 동안, 대마법사가 몰래 체내에 마나를 대거 주입해 놓았을 겁니다. 혹시나 달아났을 경우 추적이 용이하도록 말이지요. 계속 마나를 소모할 필요도 없고, 대상이 마나 감응력을 잃어 눈치챌 여지도 없으니, 어지간한 추적 마법보다 나은 방법이었겠죠.”
일행들은 동시에 흠칫, 어깨를 떨었다. 레밀리온이 재확인 차 물었다.
“그러니까 인페르노들이, 릴리아의 몸속에 있는 마나를 쫓아오고 있단 말인가?”
“예, 추측건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사도님께서 마나를 전부 방출해야만 추적을 따돌릴 수 있을 텐데…… 혹시 가능하시겠습니까?”
“그…… 일단, 해보긴 해보겠습니다만…….”
릴리아는 영 자신감 없는 모습이었다. 무려 200년 만에, 그것도 모든 마법적 지식과 감각을 잃은 채 시도하는 것이니까. 결과는 아니나 다를까, 아무리 반복해도 실패만이 거듭됐다.
– 쿠오오…….
– 쿠르르르…….
그사이, 시시각각 다가오는 인페르노들의 기척.
녀석들은 정말로 딱 이곳만을 노리고 찾아오고 있었다. 릴리아를 노리고 있단 추측이 맞을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
모두가 큰 낙망에 빠져들었다. 차라리 다른 자가 원인이라면 나았을 터였다. 그자가 시선을 끄는 틈에 릴리아가 빠져나가면 됐을 테니까. 하지만 탈환조의 핵심인 그녀 자신이 재앙을 부르는 발신기가 돼버렸으니…… 당최 어떻게 인페르노들을 전부 따돌리고, 어떻게 헤실리아드까지 갈지 막막하기 짝이 없는 상황……
파스스슷 – !
……이라고 생각하던 찰나, 릴리아가 마나를 일부 방출하는 데 성공했다.
“엇.”
“어어!”
정확히 말하면, 스스로 방출한 게 아니라 ‘무언가’에 의해 흡수당했다. 릴리아의 가슴팍에서 강제로 추출된 푸른 마나, 그 기류가 흘러들어 흡수된 방향은.
푸스스스스…….
일레니아의 가방 속.
모든 자들이 눈을 꿈뻑이며 그쪽을 바라봤다.
얼떨떨한 시선들이 집중된 가운데, 가방의 주인까지도 입매를 짚고 숙고에 잠겼다. 본인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는지 한참이나 머무적대며 가방 안을 들여다봤다.
“음…… 아무래도, 인페르노의 추적을 따돌릴 방법을 찾은 것 같긴 합니다만…….”
그러다 잠시 후, 단연한 표정을 짓고는 선언했다.
“아니, 어쩌면…… 이 숲에서 저 재앙의 화신들을 모조리 없애고, 대마법사에게 역공을 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
일레니아 분대는 핵심 분대와 결별하여 헤실리아드의 반대편으로 나아갔다.
릴리아의 몸에 마나가 아예 안 남았는지는 불분명했다. 다만 대부분의 마나를 추출한 것만은 확실했다. 악착같이 핵심 분대를 노리던 인페르노들이 이젠 죄다 일레니아와 던컨만을 따라오고 있었으니까.
– 쿠호오오오오 – !!
– 쿠르르륵, 쿠르르르르 – !!
쿵, 쿵, 쿵, 쿵 – !
“히익, 흐어어어…….”
“…….”
도처에서 모여드는 땅 울림, 수십 걸음을 나아가면 한 걸음에 따라잡히는 불공평한 추격전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일레니아는 ‘망국의 은화’에서 성력을 끌어모아, 마지막으로 왜곡 구멍을 펼쳤다. 던컨을 먼저 구멍에 밀어 넣고 뒤따라 자신도 이동했다.
구우우우웅 – !
이동한 위치는 이번에도 인근의 숲. 남은 성력도 얼마 없고, 심신에 무리가 가 더는 성법을 쓸 수 없었다. 이 자리에서 결착을 봐야만 했다.
가방을 내려놓고 바삐 준비를 갖추는 일레니아. 던컨이 헐떡이며 떠름하게 물었다.
“허억, 허억, 저, 아가씨……? 그래서 어떻게 허억, 저 무지막지한 거인들을 없앤단 겁디까? 그 가방 안에 후욱, 든 게 대체 무엇이길래…….”
“대성법으로 빚은 교단의 ‘하사품’입니다. 이것의 존재를 탐탁잖게 여기는 분이 계셔서 되도록 사용을 자제하려 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어쩔 수 없지요.”
우중충했던 행상인의 안색이 한결 밝아졌다. 대성법! 잘은 몰라도 대충 마음 한편이 든든해지는 단어였다.
“근데 그럼 그거, 후욱, 아, 아까 바로 사용해도 되지 않았습디까? 굳이 후욱, 이렇게 땀 빼면서 구석으로 도망칠 이유가…….”
“음, 이게…… 곧장 도움을 받긴 애매한 ‘존재’거든요. 설명이라고 해야 할지, 설득이라고 해야 할지…… 안정된 환경에서 충분한 정성과 시간을 들여 준비할 필요가 있어서…….”
“후우우…… 그, 그게 무슨 말입디까?”
“그, 던컨 님께선 아드님이 한 분 있다 하셨죠? 만일 아드님이 세상을 구할 힘을 갖고 있는데, 갑자기 세상이 멸망할 위기에 처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예? 던센이 말입디까?”
뜬금없는 질문에 당황한 것도 잠시, 던컨은 아들을 진정시키고 차분하게 타일러서 세상을 구해달라 부탁할 것 같다고 답했다. 원하던 대답이었다는 듯 만족한 끄덕임이 돌아왔다.
“예. 말씀드리자면, 대강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서, 설마 그 안에 던센이 들어있는 겁니까?”
“……아뇨, 그건 그냥 예시일 뿐이었습니다. 아무튼.”
일레니아가 눈매를 가늘게 치떴다. 동공에 비장한 이채가 깃들었다.
“제가 준비하는 동안, 던컨 님께서 그 무엇도 이 주변에 접근하지 못하게 막아주셔야 합니다. 인페르노나 숲의 짐승들, 다른 탈환조 분대는 물론, 던컨 님 본인조차도요.”
“……예?”
“누군가를 통과시키면 목숨을 잃는단 각오로 일대를 막아주시기 바랍니다. 준비 과정에 변수가 생기면, 이 ‘존재’가 저희들의 통제를 따르지 않을지도 모르니까요.”
“어…… 아, 아, 아니, 그렇지만, 다, 다른 건 그렇다 쳐도, 그, 그, 어, 어마어마한 거인을 제, 제까짓 게 어떻게…….”
“그건, 너무 걱정하진 마십시오. 말이 그렇단 거지, 여기에 인페르노가 나타날 확률은 높지 않습니다. 아까 저희가 일대에 있는 놈들을 한꺼번에 몰아 따돌리지 않았습니까?”
“…….”
“그래도 정 불안하시다면…… 예, 부적 삼아 이걸 가져 가시지요. 던컨 님께서 좋아하시는 겁니다.”
던컨은 묵직한 돈 주머니를 건네 받았다.
터덜터덜 마지못해 주변을 통제하러 나섰고.
잠시 후, 인페르노를 발견했다.
– 쿠르르르륵, 쿠르르르르…….
“…….”
산불을 마주한 개미가 된 기분. 우두커니 지옥불을 두른 거인을 바라보다, 문득 그보다 더 높은 곳을 올려다보며 던컨은 생각했다.
‘지금 이렇게 죽으면…… 그 어마무시하게 끔찍한 ‘지옥’이란 곳으로 가게 되겠지……?’
아…… 진짜, 진짜 죽기 싫다.
*
피와 불꽃으로 붉게 오염된 대지.
화르르르륵, 화르르르르 – !!
던컨의 묘사는 꽤나 생생한 편이었다. 과연 지옥의 광경은 앞서 들은 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다.
불구덩이 사이에 자리한 아치형 관문 너머로 아득히 길게 늘어선 줄이 보였다. 대기자들은 죄다 갈고리에 꿰여 발광하다 제 차례가 되서야 땅바닥에 내려졌다. 입구에서 안 들어가고 버티는 자들은 코와 귀, 눈과 입, 있는 구멍이란 구멍으로 죄다 시커먼 애벌레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구웨에에엑, 구웨에에엑…….’
‘그르르르륵, 그르륵, 구웨에에엑…….’
그래도 입구는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안쪽엔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 참상이 널려 있었다. 목이 분질러지고, 사지를 잡아 떼이고, 불구덩이에 처박히고, 쏟아진 내장을 주워담는 인간과 짐승이 도처에 들끓었다. 비명은 단 한 순간도 끊이지 않았다. 치명상을 입는다 한들, 모두가 죽음이란 마침표 대신 고통과 절망의 도돌이표에 가닿을 뿐이니.
‘꺄아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아악!!’
‘쿠워어어어어어…….’
공기마저 유독하기 이를 데 없었다.
산소는 극미량만 있을 뿐, 오직 마기와 열기만이 그득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숨을 쉬는 것만으로도 기도를 칼날로 찢고 폐를 지글지글 태우는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심해어를 뭍에 꺼내놓아도 이보단 쾌적하게 호흡하지 않을까 싶었다.
무엇보다 이 살풍경을 지탱하는 중심축은 ‘악마들’이었다.
원종, 악령종, 분열종, 기생종, 신비종, 매료종, 역질종, 뿔 달린 놈, 뿔 없는 놈, 그밖에 생전 처음 보는 놈들까지……. 천태만상의 악마들이 온 천지에 불개미 떼처럼 바글거렸다. 죽지 않는 먹잇감들로부터 고통과 절망을 펑펑 쥐어짜며 광란의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 살려줘? 깔깔깔, 살려줘? 이미 죽었는데 어떻게 살려줘? 깔깔깔깔깔…….
– 기기기긱, 아침 식사로 손톱 하나, 기기긱, 점심 찬거리로 팔다리 네 조각, 새참으로 척추랑 심장, 끼기기기기기…….
– 마툼, 게헨나, 마툼, 게헨나, 마툼, 게헨나…….
정신을 잃고 발작하던 던컨의 반응이 대강 이해갔다. 가히 평범한 자는 보는 것만으로도 미치는 게 이상하지 않은 목불인견의 참상.
다만, 카딤의 감상은 조금 달랐다. 필경 처음 보는 장소임에도 그는 낯설지 않은 기시감을 느꼈다.
‘역시, 마경과 별 다를 바 없는 곳인데.’
……아니, 그건 어폐가 있는 말이었다.
황급히 생각을 취소했다. 하마터면 큰 실수를 저지를 뻔 했다. 맙소사, 이렇게나 엄청난 차이가 있는데, 마경 따위와 별다를 게 없는 곳이라 말하다니.
– 아, 고기, 육고기가…… 탐스러운 육고기가 저기에도 있어…….
– 케헤헤헥, 케헤헤헤…….
“…….”
역겨운 악취가 한결 덜한 비린내.
여기선 산지직송으로, 저 찢어 죽여 마땅한 악마 새끼들의 ‘신선한 생혈’을 취할 수 있었다.
현세에 창궐하며 찌든 피가 아닌 갓 만들어진 피를, 수십, 수백, 수천 마리를 도축한다 해도, 설령 시체로 산맥을 쌓는다 해도 떨어질 걱정 없이, 원 없이.
간만에 심장이 세차게 떨렸다. 공포와 긴장이 아닌, 유열과 흥분으로. 더구나 애초에 여기까지 온 목적이 그것이지 않았던가? 나중엔 자중하고 멜리사를 망가뜨린 원인을 찾아봐야겠지만…… 적어도 혈기를 충분히 모을 때까진, 마음껏 악마의 피를 취해도 상관없겠지.
불현듯 쓰디쓴 공기마저 상쾌하게 느껴졌다. 카딤은 전율에 겨운 광소를 떠올린 채 아탈라의 심판을 치켜들었다.
– 크헤헥, 육고기가! 고깃덩어리가 달려온…….
– 끼기긱, 자, 잠깐, 저 녀석, 뭔가 이상…….
“흐어어어어어업!!”
후 – 웅, 쩌거거거거거걱 – !!!
– 크헤에에에엑 – !!
– 끄어어억 – !!!
그리고 시야에 닿는 모든 악마들을, 무자비하게 도륙내기 시작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