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serker’s Second Playthrough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29)
229화. 황금의 맹주 (2)
황금의 도시, 델루타나에 다채로운 손님들이 찾아왔다.
첫 번째 손님은, 말쑥하게 예복을 차려입은 신사들.
번듯한 학사모에다 고급 견직 코트까지 걸친 차림. 추위도 아랑곳 않고 기품 있게 말을 몰았다. 호위들은 대조적으로 대충 창칼을 꼬나든 채 가래침을 툽툽 뱉었다. 기수가 쳐든 깃대 위, ‘지식의 도시’를 나타내는 상징인 나무 문양이 펄럭였다.
갈렌타나에서 온 대학파 의원들, 그리고 투기장이 무너져 졸지에 실업자가 된 검투사 무리였다.
뜻밖의 손님들을 구경하러 인파가 모여들었다. 시민들이 보인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뭐야, 갈렌타나에서 온 놈들인가? 델루타나엔 갑자기 무슨 일로…….”
“설마 이제 지식의 도시도 전쟁을 도우려는 건가?”
“쯧, 그럴 리가 있나, 저 겁쟁이 책벌레 샌님들이……. 보나 마나 어떻게든 저들 도시를 지키려고, 제국과의 협상이나 종용하러 온 거…….”
“아냐, 저기에도 분명 엘가의 ‘별’들이 죽었단 소문이 퍼졌을 거 아냐? 저렇게 검투사들까지 데려온 거 보면, 정말 우릴 도우러 온 걸지도…….”
전쟁을 도우러 온 거다, 아니다, 협상을 권하러 온 거다……. 첨예하게 대립하는 두 가지 의견.
굳이 따지자면, 정답에 가까운 건 후자 쪽이었다. 허나 예측이 완벽히 맞은 건 아니었다. 방문객들의 최우선 목적은 투기장을 무너뜨린 어느 용병을 만나는 것이었으니…….
그리고 두 번째 손님은, 형형색색 로브를 걸친 마법사들.
―――― 쿠우우우웅 – !!
직경이 기십 미터에 이르는 마법진이 공중에 발현했다. 섬광이 번뜩이고, 그 밑으로 잇따라 신영들이 나타났다. 다수의 푸른 로브를 걸친, 그리고 소수의 붉은 로브를 걸친 마법사들이 거드름을 피우며 행진했다.
베스타나에서 온 참사회 의원 겸 마탑의 마법사들이었다.
이번엔 전보다도 많은 인파가 모여들었다. 시민들의 반응은 대체로 비슷했다.
“아, 아니! 저 사람들, 전부 마탑 출신 마법사들 아냐?”
“허, 푸른색 옷만 해도 수준급의 마법사고, 붉은색 옷은 보기 드문 고위 마법사라고 들었는데……. 무슨 일로 저렇게 많은 마법사들이……”
“맙소사, 레밀리온이시여! 그럼 저들이 설마…… 베스타나에서 여기까지 단박에 마법으로 이동했단 거요?”
아니었다. 이만한 인파로 그만한 장거리를 이동하는 건 대마법사에게도 어려운 일. 그들은 그냥 도시 바로 앞까지 말을 타고 와, 겨우겨우 시내로만 순간 이동한 것이었다.
다분히 의도적인 보여 주기식의 등장. 그럼에도 그 파급력은 막강했다. 일평생 보도 못한 장대한 신비를 목도한 시민들은, 저 신비의 구도자들이 아군이 될지도 모른단 기대에 차 바삐 입방아를 찧어댔다.
안타깝게도 시민들의 기대는 어긋났다. 마법사들이 여기 온 목적도 마탑에 발생한 변고와 엮인 어느 용병을 추궁하는 것이었으니…….
갈렌타나에서 온 손님들, 그리고 베스타나에서 온 손님들. 행색은 판이했으나 양쪽 다 목적은 같았다. 그들은 단단히 벼른 표정으로 사전에 고지받은 장소로 향했다.
그리고, 채비를 마친 어느 한 용병도 회담의 주최자와 함께 느지막이 발걸음을 뗐다.
*
현재, 제국이 일으킨 ‘성전’의 최전선이 대륙 중앙의 국경 지대라면.
금일, 동맹이 치를 ‘내전’의 최전선은 바로 이곳, 델루타나의 회담장이었다.
창칼만 안 들었다 뿐이지 분위기는 실로 전쟁터와 다를 바 없었다. ‘황금의 도시’ 델루타나, ‘지식의 도시’ 갈렌타나, ‘기적의 도시’ 베스타나, 세 측의 대표들로 분할된 장내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다.
누구 하나 말은 안 해도 모두가 잘 알았다. 이제부턴 그들 각자가 도시의 권익을 지키는 투사요, 능란한 세 치 혀가 상대방의 공세에 맞설 검과 방패요, 수북이 챙겨온 자료들이 아성을 무너뜨릴 공성추가 될 것이니…….
“지금부터 위대한 황금의 맹주, 레밀리온 님의 유지를 이어…… 자유도시 동맹의 결속을 다지고 앞날을 논할 ‘대회담’을 개최하겠소.”
델루타나 의장 대행 겸 주최자, 엔리코의 선언과 함께 회담이 시작됐다.
이번 회담의 표면적인 안건은, 델루타나가 입은 피해 지원 및 제국의 침략에 대한 대처 방안 논의.
처음엔 복음체 사태의 희생자를 향한 묵념을 올리고, 다소 유한 분위기로 논의를 시작했다. 어쨌든 델루타나 역시 동맹의 한 축. 다른 도시들도 외세의 침략을 마냥 남 일처럼 무시할 순 없었다. 이후 델루타나를 향한 형식적인 애도와 지원 약속이 오갔다.
그러나 잠시 후, 핵심 인물이 등장하며 유한 분위기는 즉각 말소됐다.
“데, 델루타나의 구원자, 카딤 공께서 입장하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맞이해주십시오!”
“…….”
무덤덤히 회담장에 들어서는 카딤.
구리로 주조된 거인 같은 자태, 기괴한 문신과 흉악한 근육, 숨통을 꾹 옥죄는 압박감……. 존재만으로도 장내의 공기가 달라졌다. 딱히 적의를 발산한 것도 아니거늘, 모두가 한순간 어렴풋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겨우 심신을 추스른 후, 델루타나 측 의원들은 일제히 기립하여 박수를 쳤다. 하지만 다른 도시 측은 낯짝을 굳히며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이번 회담의 실질적인 안건은, 바로 저 야만인 용병, ’악마 학살자’를 향한 책임 추궁.
연사가 그 과정을 질의응답 및 해명 청취란 식으로 애써 포장했다. 반면 카딤은 노골적으로 도발에 가까운 인사말을 던졌다.
“파리떼처럼 드글드글하게도 모였군. 딱 용건만 짧게 말해라.”
갈렌타나 의원들이 부득 이를 갈며 공격을 개시했다.
“피차 인사치레는 생략하겠소, 악마 학살자……. 그대는 작년도에 약 1개월간 아곤에서 검투사로 활동했지. 한데 그대를 후원한 ‘투기장의 제왕’ 유빅 대단주의 죽음과, 투기장의 붕괴에 관해 매우 석연찮은 정황이…….”
“……여기 보시오! 투기장이 붕괴하기 직전, 그대가 마지막으로 경기를 치렀단 기록이 남아있지 않소? 그리고 이들은 당시 현장에 있던 검투사들인데…….”
베스타나 의원 겸 마법사들도 잇따라 공격을 개시했다.
“악마 학살자…… ‘검은 폭염’ 오클라무드 장로님과 ‘얼어붙은 심장’ 콜트란 장로님을 기억하는가? 설마 모른다고 하진 않겠지?”
“……보아라, 네놈이 마탑의 최하층에 들어섰다는 걸 입증하는 마법이다! 또한 공교롭게도, 마탑주 님의 행방을 쫓는 마도구도 똑같이 최하층을 가리키고 있는데…….”
수많은 증인, 산더미 같은 자료, 탐지 마법과 마도구까지……. 의원들이 며칠 밤을 세워 준비한, 온갖 의혹에 대한 증거가 봇물처럼 쇄도했다. 그렇게 빠져나갈 틈 없이 에워싸여 추궁받길 수 식경.
슬슬 귀찮아진 카딤이 나직이 뇌까렸다.
“쓸데없이 시간을 낭비하는군. 분명 용건만 짧게 말하라고 했을 텐데.”
움찔, 의원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몸을 떨었다.
거의 없는 거나 다름없는, 아주 사소한 살기였다. 그럼에도 등골이 오싹하고 오금에 힘이 쭉 풀렸다. 당장 뒤돌아서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물었다.
“악마 학살자…… 그대가 유빅 대단주를 죽이고, 아곤의 투기장을 무너뜨렸소?”
“네놈이 두 장로님을 살해하고, 탑주님의 신변에 위해를 끼쳤나?”
앞선 과정에 비해, 대답은 실로 간단했다.
“그렇다.”
““…….””
숨소리조차 소거된 침묵.
행여 누가 못 들었을까, 카딤은 다시 한번 친절히 말해줬다.
“투기장을 박살 낸 것, 피둥피둥 살찐 부호를 도륙 낸 것, 마탑주와 늙은 마법쟁이들을 죽인 것, 전부 다 내가 한 일이 맞다.”
““…….””
며칠 전 저 말을 들었을 때, 엔리코 튜리스는 영혼이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엔 다른 자들도 그 감각을 공유했다. 안색 또한 비슷한 과정을 거쳤다. 새파랗게, 새하얗게, 그러다 결국 흙빛으로 경직. 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은 회담장 안, 모든 좌중들이 종말적인 충격에 빠져 다채로운 안면 색채 변화만을 선보였다.
잠시 후, 몇몇 정신을 차리는 자들이 나타났다.
참사회 의원들은 대부분 직업병을 갖고 있다. 말을 액면 그대로 안 받아들이고, 맥락과 억양, 표정과 몸짓 등 숱한 비언어적 요소를 살피고 진의를 유추하는 것.
그래, 저 파격 선언 또한 고도의 정치적 수작일지도 몰랐다. 이를테면, 발각되지 않은 더 큰 죄를 유야무야 넘어간다거나, 사건의 진범을 숨기고 죄를 뒤집어쓴다거나, 초인적인 악행으로 이름값을 높인다거나 하는 식의…….
하지만 이미 인정한 것만 해도 골백번 사형당하고도 남을 중죄였고, 진범이 따로 있다기엔 증거들이 너무 명확했고, 이름값을 높인다기엔 저자는 진작 저명한 유명세를 누리고 있었다. 도통 그 속내가 짐작이 안 가, 심드렁하게 굳은 구릿빛 낯짝만 하염없이 살피고 있는데…….
그제야 극소수의 의원들이 진의를 깨달았다.
저건…… 꿍꿍이가 있는 게 아니었다.
저건, 그냥 액면 그대로의 의미였다. 저건, 솔직히 자신이 저지른 행위를 인정하는 게 맞았다. 하지만, 자수하거나 회개하거나 자포자기한 건 아니었다. 그보단, 절대적이고 확고부동한 자신감의 표출이라 봐야 했다. 그 기저 심리를 속된 말로 풀어내면, 필시 다음과 같을 것이었다.
내가 이런들, 어쩔 것이냐.
전부 다 내가 했다고 인정한들, 니들이 뭘 할 수 있느냐.
“세, 세상에, 레밀리온이시여…….”
“맙소사, 레밀리온이시여…….”
그야말로, 그 어떤 세력에게도 강제당하지 않을 자만이 부릴 수 있는 초법적인 배짱. 진상을 알아챈 의원들은 경악의 도가니에 빠졌다. 두개골이 박살 난 것처럼 아둔하게 입술만 떨다가, 한참 지나서야 겨우겨우 벌떡 일어나 노호성을 내질렀다.
“델루타나 참사회 측에 당장 저 극악무도한 무뢰한의 구속과 처벌을 요청하는 바요! 저자로 인해 우리가 입은 인명 피해와 물적 피해가 저 천상에 닿을만치 만만불측하외다!”
“우리 마탑의 의견도 동일하다! 탑주님과 장로님들이 지녔던 지혜와 신비는 델루타나 시민 전체의 목숨보다도 귀중한 것이었거늘! 처벌을 집행하지 않는다면, 델루타나 역시 그분들의 죽음에 기여한 공범으로 간주하겠다!”
“자, 잠시만 진정하시오, 의원님들! 그, 뭔가 심대한 오해가 있는 것 같소이만…….”
대폭발하여 비난의 화살을 쏟아붓는 갈렌타나 측와 베스타나 측, 그리고 어떻게든 상황을 수습하려는 델루타나 측으로 장내는 아수라장이 됐다. 정작 소란을 촉발한 아탈라인은 강 건너 불구경하듯 태연자약했다.
기실 현 상황 자체가, 카딤의 자신감이 옳았단 걸 명백히 증명해주고 있었다. 감히 저만한 괴력난신을 직접 대적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싶진 않았기에, 타 도시 측은 어떻게든 소속을 통해 간접적으로만 책임 소재를 물으려 했다.
“‘황금의 도시’가 이토록 후안무치한 자들만이 모인 복마전인 줄은 몰랐군! 필시 레밀리온께서도 저 천상에서 통탄하고 계실 거요!”
“저 간악한 폭도의 목숨이 붙어있는 한, 피해 복구 지원이나 군사적 협력 따윈 절대 없을 거요! 아니, 아예 델루타나와 영구적으로 단교하도록 하지!”
“하, 저 극악한 죄인을 영웅이라 떠받드는 작자들과 협력하느니, 차라리 제국과 손잡고 이 도시를 멸하는 편이 나을지도…….”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이 이렇게 흐르자, 카딤도 더 이상 좌시하지만은 않았다.
“정작 저들에게 해를 끼친 강적에겐 꼼짝도 못 하는 놈들이, 만만한 아군에겐 아주 용감무쌍하구나.”
“……뭣?”
“……뭐?”
“네놈들이 죄다 패배와 굴종뿐인 지옥에 떨어져 마땅한 비겁자라는 건 잘 알았다. 그러니 이제부턴 아무것도 몰랐던 델루타나 놈들이 아닌, 당사자인 내게 직접 따지거라.”
스산하게 등골에 스며드는 육성.
압박감이 가일층 무겁게 와닿았다. 얕은 속내를 들킨 의원들은 난색을 표하며 입술만 짓씹었다. 하지만 분노와 열패감이 공포를 넘어선 소수의 의원들은, 기어코 카딤에게 직접 순순이 처벌을 받으라 명했다.
그에 대한 카딤의 대답은 담백했다.
“거절하지.”
“뭐!? 거절한다니!! 무슨 그런 무엄한 헛소리를…….”
“내 행적은 전부 할 만해서 한 일이었다. 그 투쟁을 모욕하는 타락의 전당은 부술 만해서 부쉈고, 두 늙은 마법쟁이와 마탑주도 죽일 만해서 죽였다. 외려 나는 사람 목숨을 여흥거리로 탕진하며 돈을 벌거나, 인간을 돌덩이의 재료로 갈아 넣는 행위가 과연 정당했는지 묻고 싶군.”
““……!!””
갈렌타나와 베스타나의 대표들이 얼어붙었다. 투기장의 폐단, 그리고 마석의 비밀을 지적당한 의원들은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 전사의 날카로운 읊조림만이 독단적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여깄는 놈들 중 나를 지탄할 자격이 있는 놈은 아무도 없다. 뭇 동맹에 속한 자라면, 전부 나에게 큰 빚을 진 처지니까.”
모든 자들이 그 빚이 ‘데카그램을 물리친 것’이라고 생각했다.
굳었던 타 도시의 의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거동했다. 그들은 저자가 제국의 비대칭 전력을 죽이고, 델루타나를 구원했다는 게 헛소문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바. 곧 챙겨온 자료를 꺼내 들고 머리를 바삐 굴리며, 카딤이 내뱉는 주장을 반박할 준비를 갖췄다.
그러나.
그들의 예측은 완벽히 빗나갔다.
“나는 동맹을 건립한 레밀리온의 목숨을 구했다.”
““…….””
다시 한번, 숨소리조차 소거된 침묵이 찾아왔다.
*
오늘, 델루타나에 찾아온 손님은 비단 다른 도시의 대표들만 있는 게 아니었다.
마지막 손님은, 휘황찬란한 금빛 갑옷을 걸친 어느 사내.
후 – 웅, 턱!
앞선 자들과 달리, 이 방문객은 아주 신속하게 은밀하게 시내에 침투했다. 때문에 목격자들이 그리 많지 않았으나, 그를 본 시민들은 전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성문을 통해서도, 마법진을 통해서도 아닌, 난데없이 하늘에서 뚝 떨어지며 나타났으니.
“어, 뭐, 뭐요? 당신…… 방금 하늘에서 내려온 거요?”
“…….”
사내는 등짝 뒤로 피륙 날개를 감췄다. 잠시 생경한 풍경을 둘러보다, 눈을 감고 콧숨을 쓰읍, 들이켰다. 마치 기나긴 방황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 탕아처럼.
“……누가 안 말해주면 알아보지도 못하겠군. 여기가 ‘황금의 도시’ 델루타나가 맞나?”
“어, 맞긴 하다만…… 다, 당신은 대체 누구시오? 그쪽도 마탑에서 온 마법사시오?”
“하하, 아니라네……. 재밌는 오해구만. 그보다 혹시, 던컨 휠레드란 자가 어딨는지도 알고 있나?”
“던컨 휠레드……? 아, ‘운타나의 구원자’님을 말하는 것이오? 그분의 저택은 저기, 중앙 광장에 있는 레밀리온 님의 동상 앞에서 오른쪽으로 쭉 가면 있소이만…….”
“아, 저기 있는 게 내 동상인가?”
“……어?”
“흐음, 그리 닮진 않은 것 같은데……. 뭐, 아무튼 고맙네. 그대의 앞날에 황금 같은 축복이 있길 빌지.”
사내가 몸을 돌렸다. 황금빛 갑옷이 눈부시게 반짝이고, 투구 밑 틈새로 얼핏, 비늘의 윤곽이 비쳤다. 위풍당당한 걸음걸이마다 기묘하게 탈인간적인 존재감이 묻어났다.
정체불명의 사내가 떠나고도, 길을 안내해 준 시민은 얼이 빠져 계속 제자리에 굳어 있었다.
“내 동상……? ‘내 동상’이라고……?”
……만일 사내의 정체를 알았다면, 얼빠지는 정도가 아니라 숫제 까무룩 기절했을 테지만.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