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serker’s Second Playthrough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248)
248화. 단출한 역습 (2)
데카그램 8좌, ‘복음을 전하는 별’의 효과는 간절히 복음을 외운 자를 복음을 퍼뜨리는 복음체로 만드는 것.
그 파급력은 어지간한 고위 악마를 상회할 정도였다. 고작 하루만에 델루타나에서 복음체로 변한 사람만 물경 5천여 명. 그나마 다행히도 대부분의 복음체들은 카딤이 ‘불가지의 포식자’를 소환하고, ‘복음을 전하는 별’을 처단한 덕에 큰 탈 없이 원래대로 돌아오게 됐다.
하지만 그새 돌이키지 못할 짓을 저지른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대개 가까이 있던 가족 친지들을 해쳤다. 제정신을 되찾은 후, 제 손으로 혈육을 죽인 걸 깨닫곤 숫제 넋이 나가버렸다. 게다가 주변인들의 꺼림칙한 눈총까지 더해져, 복음체가 됐던 자들의 말로는 열이면 열 비참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아이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아니, 도리어 아이들 쪽의 사정이 더 나빴다. 때묻지 않은 만큼, 시키는대로 ‘간절히’ 복음을 외운 비율이 더 높았기에. 졸지에 스스로 부모를 죽이고 고아가 된 그 아이들은, 엘가의 새끼 악마라 불리며 사람들에게 거진 마물이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다.
때문에 던컨이 휠레드 가문의 이름으로 고아원을 설립하고, 그 아이들마저 수용하겠단 뜻을 밝혔을 때, 율리아마저도 우려를 표할 수밖에 없었다. 혹여 그애들이 갑자기 돌변하여 멀쩡한 애들까지 해치면 어쩔 거냐고.
허나 던컨의 뜻은 완고했다.
‘후우, 걱정 마시오. 나으리께서 악마에 홀렸던 이들과 달리, 그애들은 그런 후유증이 안 남을 거라 말씀하셨으니까. 그리고……’
‘…….’
‘……사람들이 다 그렇게 생각하고 아이들을 길거리에 내버려뒀으니, 우리라도 그애들을 거둬야 하지 않겠소?’
결국 율리아도 그 뜻에 수긍했다. 이후 원장직을 자처하여 고아원의 설립과 운영을 도맡았다. 다행히, 정말 카딤이 보증한 대로 아이들이 도로 날뛰는 일은 없었다.
또 하나 다행인 게 있다면, 어린애들의 머리는 상당히 말랑말랑하단 점이었다.
복음체가 됐던 정황을 잊도록 유도하고, 가족들은 전쟁을 지원하러 나간 거라고 집요하게 설득하자, 놀랍게도 아이들은 곧잘 그 사실을 믿게 됐다. 끔찍한 기억을 잊기 위한 방어기제가 발동한 것.
그럼에도 한동안은 적잖은 수가 불안에 떨었으나, 이제는 옛말이었다. 물심양면으로 계속된 던컨의 지원, 그리고 율리아와 식솔들의 극진한 보살핌 덕에, 아이들은 대부분 무사히 고아원 생활에 적응하고 있었다.
“잠깐만, 잠깐만! 우리, 조금만 쉬었다가 다시…… 엇, 던컨 아저씨다!”
“어, 진짜다!! 던컨 아저씨다! 던컨 아저씨 왔다!!”
“와아아악!! 턱수염 아저씨다!!”
“아빠아아아!!”
“…….”
던컨을 발견한 던센과 아이들이 해맑게 웃으며 내달려왔다. 그는 얼굴 위의 근심을 싹 지우고, 곧바로 연극적인 투로 유치한 악당을 연기했다.
“흐하하! 그래, 얘들아! 나, ‘은거울 호수의 사신’ 던컨 휠레드 님이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또 어떤 겁 없는 용사들이 이 무시무시한 사신님께 맞서겠느냐!”
“꺄아아아아악! 괴물이다! 살려주세요!!”
“저, 저요! 제가 맞설래요!!”
“턱수염 괴물이다!! 주거라, 못된 괴물!!”
비록 전쟁 한 가운데, 하얀 거짓말 위에 지어진 위태로운 평화일지라도…… 되도록 이 평화가 오래 가길 기원하며, 던컨은 열성껏 고아원 아이들과 어울렸다.
“용사들이여! 나쁜 괴물을 무찔러라!!”
“찬란한 동맹의 영광, 그리고 레밀리온 님을 위하여!”
“어헉, 자, 잠깐만! 그 터, 턱수염은 잡아당기지 말고…….”
……그 방식은 그다지 평화롭지 못 했지만, 어쨌든 해질녘까지 어울렸다.
던컨은 몇 달 전, 대륙의 절반을 닷새만에 가로질렀다. 그런 그로서도 무한한 체력을 가진 작은 인간들을 하루종일 상대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저녁을 먹으라는 율리아의 외침이 퍼지기 무섭게, 훗날을 기약하는 악당처럼 후다닥 물러났다.
그런데 고아원을 떠나기 전,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광경을 발견했다.
써걱, 써걱, 써걱 –
“…….”
돌멩이로 나무를 벅벅 긁어내리는 한 소녀의 모습. 나무 껍질엔 벌써 수백 개의 흠집이 남아 있었다.
“……애, 얘야? 뭐하니?”
썩, 써걱, 써걱 –
“하루종일 그러고 있었던 거니? 왜, 왜 다른 애들이랑 놀지도 않고…….”
써걱, 드득, 드드드…….
“그, 불쌍한 나무는 그만 괴롭히고, 이제 슬슬 저녁 먹으러 가야아아…….”
써걱, 써걱, 써걱 –
“…….”
던컨은 말꼬리를 흐렸다. 대답도 없이 계속 나무를 긁기만 하는 모습이 어쩐지 섬뜩했다.
그러고 보니 이 소녀도 복음체였던 아이 중 하나였다.
어렴풋이 떠올랐다. 굳은 피딱지를 뒤집어쓰고, 엘가의 악마라 손가락질당하며 거리를 떠돌던 모습이. 설마, 설마…… 생각하기도 싫지만…… 무언가 좋지 않은 후유증이 일어난 건가 싶어…… 떨리는 마음으로 쭉 바라보는데…….
예감은 빗나갔다.
“3백 밤…….”
“……응?”
“원장님이요……. 아빠랑요, 오빠랑요, 전쟁터에 갔는데요……. 3백 밤 있다가 온댔어요……. 밥 잘 먹고, 잠 잘 자고, 말 잘 듣고, 3백 밤 있으면 무사히 온댔어요…….”
“…….”
“그런데요, 밤이 너무 안 가서요……. 원래는요, 여기다 하루에 하나씩 새겼는데요……. 그저께는 다섯 개 새겼고요, 어제는 열 개 새겼고요, 오늘은 많이 많이 새겼어요……. 3백 개 다 채워서 아빠랑, 오빠랑, 빨리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곰곰이 생각한 끝에, 뭐가 어떻게 된 건지 깨달았다.
본디 이 아이는 나무에 흠집을 새겨 날짜를 셌던 모양. 한데 아무래도 머릿속에서 그 인과가 전복된 모양이었다. 날짜가 지나면 흠집을 새긴다가 아니라, 흠집이 새겨지면 날짜가 지난다는 식으로.
말문이 턱 막혔다. 나무에 흠집이 3백 개가 되어도, 3천 개, 3만 개가 되어도, 아니, 정말로 3백 밤이 지나더라도 소녀의 가족이 되돌아올 일은 없을 터였다. 왜냐하면, 그들은 벌써 이 소녀가 휘두른 빛의 피륙에…….
“…….”
아무 말도 못하고 먹먹한 눈길만을 보내길 한참.
던컨이 이 기억 잃은 소녀에게 해줄 수 있는 거라곤, 고작 이 정도밖에 없었다.
“그, 얘야. 아저씨 수염이라도 한번 만져보지 않겠니……?”
“예……? 왜요……?”
“아, 그게…… 사람들은 아저씨의 턱수염을 만지면, 전쟁터로 떠난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올 거라 믿는단다. 물론 정말로 그럴진 알 수 없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싫어요, 냄새날 것 같아요.”
“…….”
……다시 생각해 보니 굉장히 이상한 권유이긴 했다. 왠지 모를 열패감에 그렇지 않다고, 깨끗하게 관리한다고 항변해보았으나, 그럴수록 점점 더 이상한 사람이 되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결국 던컨은 수염을 만져보길 권하는 대신, 소녀에게 이렇게 약속했다.
“그럼 이렇게 하자. 앞으로 네 아빠랑, 오빠 같은 사람들이 다치지 않도록…… 아저씨가 전쟁을 금방 끝내줄게!”
“예? 아저씨가요? 어떻게요?”
“응, 아저씨가 ‘엄청나게 센 다른 아저씨들’을 알고 있거든? 그 아저씨들이 나서면 전쟁을 끝내는 건 아무것도 아냐! 아저씨가 나중에 기회 되면 만나서 한번 잘 부탁해 볼 테니까…….”
“정말요……? 지, 진짜로요……?”
던컨은 당당하게 레밀리온의 이름을 걸고, 새끼손가락까지 걸어 약속했다. 소녀는 그제야 얼굴을 활짝 펴고, 나무를 긁던 돌멩이를 내려놓았다.
소녀를 식당까지 안내해주고, 허겁지겁 저녁을 먹는 걸 지켜보고, 율리아와 던센에게 저 애를 잘 챙겨달라 부탁하고 나서야 발길을 돌렸다. 그럼에도 마음의 돌덩이는 도통 치워지질 않았다. 던컨은 우중충하게 바닥을 내려다봤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이토록 사소한 도움뿐이었다. 저 소녀를 비롯한 아이들이 잃어버린 걸 되찾을 궁극적인 구원은 절대 이뤄줄 수 없었다. 더구나 자신이 도운 아이들마저 한 줌에 불과할 뿐, 고아원 밖에는 수백 곱절은 많은 고아들이 널려 있고, 앞으로 더욱더 늘어만 갈 것이었다.
……정말 소녀와 약속한 대로, 이 전쟁을 끝내버리지 않는 한.
그 순간, 느닷없이 옆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들의 웃음은 천금과도 바꿀 수 없는 보석이지. 좋은 일을 하고 있군, 던컨 공.”
“으악, 헉! 깜짝이야악!!”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내가 있는 건 진작 눈치챈 줄 알았다만.”
던컨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희끗한 머리칼, 흉터로 얼룩진 초로의 면면. 틀림없이 아까 소녀에게 말했던 ‘엄청나게 센 다른 아저씨들’ 중 한 명이었다.
‘빛을 등진 별’ 헨다르크.
“서, 성기사…… 나으리?”
“교단을 등졌으니, 이제 성기사는 아니다만. 아니, 뭐…… 새로운 신을 섬기는 중이니, 엄밀히 따지면 여전히 성기사라 해야 하나.”
다부진 팔뚝 위로 누런 문양들이 빛났다. 사라진 엘가의 축복을 대신하는, 황야의 무녀들이 부여한 문신이었다.
“나, 나으리께선 국경지대 쪽에 계셨던 게 아니었습니까? 델루타나까지는 어인 일로…….”
“호출이 있어서 말이지. 아마, 나 말고도 웬만한 동맹의 중요 인사들은 회담장에 다 모일 걸세. 엔리코 의장, 갈렌타나 의장, 마탑의 장로, 카딤 공, 그리고…… 자네까지.”
휘둥그레 뜨인 눈이 두 배쯤 더 크게 뜨였다. 아니, 그만한 거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니? 대체 이번엔 또 무슨 일이길래?
‘빛을 등진 별’의 설명은 간단했다.
“저 아이들, 그리고 거짓된 빛에 사로잡힌 아이들에게 미래를 주는 일.”
손아귀가 굳게 창대를 그러쥐고, 먼 서녘을 바라보는 눈동자가 투쟁심으로 번뜩였다.
“……이 광신에 물든 전쟁에 마침표를 찍을 때가 되었네.”
*
회담장에는 헨다르크가 언급하지 않은 핵심 인물이 한 명이 더 있었다. 삼분오열된 동맹을 다시 하나로 만든 주역, 자유도시 동맹의 정당한 통치자.
‘황금의 맹주’ 레밀리온.
“그래, 다들 모인 건가…….”
““…….””
격무로 인해 두문불출하던 맹주가 간만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갈렌타나 의장, 베스타나 의장, 원로 의원들, 마탑의 장로들…… 쟁쟁한 인사들도 긴장을 금치 못했다.
다만 진상을 아는 던컨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분명히 대수림에 돌아가셨다 들었는데, 언제 또다시 돌아오신 건지……?
그동안의 사정에 관한 설명은 없었다. 잠시 첨예하게 눈빛을 빛내는가 싶더니, 레밀리온은 엔리코 쪽에 손짓했다.
“본격적인 내용을 논하기에 앞서 전황에 대해 간단히 짚고 넘어가겠네. 엔리코 의장, 설명해주게나.”
“예,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이쪽으로 와주십시오.”
모두가 커다란 대륙 전도 앞으로 몰려갔다. 지도 곁은 자리가 빽빽한 편이었으나, 카딤과 헨다르크 옆에는 기이하게도 텅 빈 공간이 남았다.
간단히 짚는단 말이 무색하게, 엔리코는 지도에 일일이 기물을 올려 가며 아주 세밀하게 전황을 설명했다. 아군과 적군의 군사 배치, 물자 보급 현황, 시행된 작전의 성패, 각 전장별 사망자 수, 적장 및 아군 지휘관의 성향, 부대별 성과 및 약점, 향후 전망 예측……. 강박적이기까지 한 분석에 좌중들은 일말의 경악을 느꼈다.
그런데, 분석을 끝내는 순간.
콰르르르르…….
거침없는 손길이 지도 위의 기물을 싹 쓸어버렸다.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사실 핵심적인 게 아니지요.”
““……!””
전쟁의 모든 것으로 느껴지기까지 했던 기물들이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소스라치게 놀란 면면들을 향해, 엔리코는 담담히 설명을 이어 나갔다.
“예, 여러분. 이젠 인정하셔야 할 때입니다. 병력, 물자, 보급로, 지원…… 모두 틀림없이 전쟁을 ‘이어 나가기’ 위해 중요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전쟁을 어떤 식으로든 ‘끝내기’ 위한 관점에서 보자면, 그저 지엽적인 요소들에 지나지 않지요.”
““…….””
“저희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순간은 적들이 대군을 이끌고 습격했을 때가 아닙니다. 엘가의 별, ‘데카그램’ 한 명이 델루타나 도심에 삿된 복음을 퍼뜨렸을 때였지요. 마찬가지로, 제국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순간도 저희가 거창한 군사 작전을 벌였을 때가 아닙니다. 저기 계신, 카딤 공께서 홀로…… 별들을 꺾고 성전군을 처부쉈을 때였지요.”
““…….””
가운데 우뚝 선 거한에게 이목이 집중됐다. 카딤은 시큰둥하게 팔짱을 꼈다. 의원과 장로들은 두려움과 경외에 찬 눈길을 보내다 납득한 고갯짓을 했다.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지 알 만했다. 더 이상 이 전쟁의 양상이 물량전이 아니란 것, 이 전쟁의 성패는 저렇게 초인적인 개인들에게 달려있단 것. 기실 이는 오래전, ‘데카그램’에 의해 도시가 멸망하여 사흘 만에 제국에 패배했을 때부터 예견된 일이긴 했다.
그럼에도 지금껏 양측이 전력을 총동원하지 않은 이유는, 간단한 상호 확증 파괴의 논리 탓이었다.
서로 결전 병기가 떡하니 버티고 있는 한 급습할 수 없단 논리. 저쪽이 데카그램과 대군을 보내 동맹령을 쑥대밭으로 만들면, 이쪽도 카딤과 대군을 보내 제국령을 초토화하리라는 논리. 승리한 측도, 패배한 측도 상처뿐인 결과만을 낳으리라는 논리.
하지만 전선의 고착화는 반길 일이 아니었다.
중부 전선에서 대패한 후, 제국 측은 노골적으로 전쟁을 소모전으로 이끌어 갔다. 같은 병력을 잃고, 같은 물자를 소모해도 규모가 작은 동맹 측이 더 타격이 크단 걸 그쪽도 잘 알았다. 어영부영하다 최악의 상황을 직면하기 전에 속히 결착을 봐야만 했다.
그리고 결국, 그 모든 사실들이 종합되어 도출되는 결론은 즉…….
“……엘가의 별이 동맹령을 침범하는 걸 감수하고, 제국 측을 역습하겠단 뜻이오?”
장로회 차석 장로, ‘끝없는 광풍’ 웬디고트가 물었다. 엔리코에게서 끄덕, 무거운 고갯짓이 돌아왔다.
장내가 크게 술렁거렸다. 물론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불가피한 선택이긴 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얼마나 큰 피해를 감수해야 할지 몰라, 하나둘 우려 섞인 핀잔을 던지려는 참이었는데…….
“설명은 다 끝났는가?”
““…….””
“그렇다면 지금부턴, 본격적으로 ‘작전’에 관한 얘기를 시작해 보지.”
……좌중은 일제히 말을 도로 삼켰다.
잠시 잊고 있었다. 그들을 불러 모은 주최자가 누구였는지. 다시 한번 벽력같은 맹주의 용언에 일갈당하고 싶은 자는 아무도 없었기에, 의원과 장로들은 벙어리처럼 함구했다.
고즈넉한 분위기 아래, 레밀리온이 설명을 시작했다. 낮지만 힘이 실린 목소리가 장내에 울려 퍼졌다. 머지않아 금세 작전의 얼개가 드러났다. 기실 요점만 축약한다면 간단하기 짝이 없는 작전이었다.
문제는 그 요점이 ‘성도에 쳐들어가 전쟁을 일으킨 대주교의 목을 딴다’였다는 점.
“…….”
“…….”
“…….”
갈렌타나 의장, 베스타나 의장, 웬디고트, 던컨…… 사전에 들은 바가 없는 자들의 낯짝에 줄줄이 얼빠진 표정이 떠올렸다. 폭주하는 의문들로 귓바퀴가 달아오르고, 두뇌 속이 배배 꼬이는 기분이 들었다.
모래알처럼 수많은 의문들이 밀려들었으나, 결국 가장 핵심적인 의문은 이것이었다. 대관절 누가 성도로 가서 대주교의 목에 절취선을 긋느냐?
던컨이 바들바들 떨리는 손을 쳐들고 물었다.
“그, 위, 위대하신 맹주님? 그, 그, 그, 중대하고 막중하지만 위험천만한 사명을 맡게 될 자들은 대체 누구입니까?
“…….”
대답은 레밀리온이 아닌, 카딤 쪽에서 돌아왔다.
“너.”
“…….”
“그리고, 내가 간다.”
야만인은 시장판에서 사과라도 고르듯, 무심하게 삿대질을 마치곤 다시 팔짱을 꼈다.
행상인은 간만에 저 야만인의 손에서 달아나지 않은 걸 진심으로 후회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