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serker’s Second Playthrough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3)
3화. 무고한 죄수 (2)
병사들은 대부분 아직 경험이 적은 초짜들이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전투 경험이 많은 정예병들은 대개 고위 성기사의 밑에서 일하니까. 서임식 때 머리에 끼얹은 성수가 채 마르지도 않은 신출내기 성기사는 갓 훈련소를 나왔거나 경험이 부족한 병사들을 거느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그들이 악마를 물어뜯는 야만인을 막지 못한 건 필연적인 일이었다.
“으, 으허어…….”
“맙소사, 에, 엘가시여…….”
“우욱, 꾹! 구웨엑!”
여기저기 성호를 긋는 손놀림들이 분주했다. 다가가 야만인을 제지하긴커녕 무기를 움켜쥘 엄두조차 내고 있지 못 했다. 심지어 욕지기를 견디지 못하고 속을 게워 내는 병사도 있었다.
그사이, 카딤은 악마의 목을 찢어 버리고 게걸스럽게 피를 빨아먹었다.
속을 뒤집어 놓는 역겨운 악취도 상관없었다. 이전 회차의 경험들이 비위를 단단히 단련해 준 덕. 고름 같이 끈적한 피를 꿀꺽꿀꺽 집어삼켰다. 점차 심장이 거칠게 맥동 치고 근육에서 홧홧한 열감이 피어올랐다.
이제 피는 충분히 섭취했다. 카딤은 입을 쓱 닦고 일어났다. 천천히 눈을 감고 몸에 일어난 변화에 집중했다.
‘근력 강화……. 다른 특수효과는 없는 건가…….’
악마의 피라고 다 같은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었다. 악마의 종류, 그리고 등급에 따라 다른 버프가 나타나기 마련. 이번엔 특별할 게 없는 하급 악마의 피여서 그런지 가장 기본적인 ‘근력 강화’ 버프만이 나타났다.
그래도 지금은 이걸로 충분했다.
더 이상 어깨 밑의 창상에서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미약하게 현기증이 일고 온몸의 피가 부글부글 끓었다. 그렇지 않아도 커다랬던 근육이 더욱더 크게 부풀어 올랐다.
고유 특성, ‘피의 광전사’가 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이젠 명백히 인간의 범주를 초월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터.
일단 구속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 카딤은 전완근과 이두근에 잔뜩 힘을 주었다. 그러곤 쇠사슬에 구속된 팔을 바깥쪽으로 벌렸다.
철그럭 – 기기기, 틱, 틱, 팅!
하얗게 변색되며 늘어나는 쇠고리, 가공할 인장력을 이기지 못하고 한 가닥씩 끊어졌다. 뒤틀리고 변형된 쇠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파창! 투둑, 투두둑 –
눈 깜짝할 사이, 쇠사슬은 썩은 노끈처럼 전부 끊어지고 말았다. 카딤은 사슬 더미를 털어 내고 뚝뚝 손을 풀었다.
인간이라고 볼 수 없는 비현실적인 괴력. 병사들은 넋을 잃었다. 바들바들 몸을 떨며 일제히 뒷걸음질 쳤다. 저쪽은 맨손이고 자신들은 무기를 들고 있다는 것도 잊은 채.
모두가 공황에 빠진 건 아니었다. 악마와 맞서 본 경험이 있는 십인장은 끝까지 이성을 잃지 않았다. 그는 창을 꼬나들고 다른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물러서지 마! 대열을 갖추고 죄수를 제압해라! 녀석은 빈손이고 부상을 입었어! 창으로 몇 번만 더 찌르면 꼼짝없이 죽을 거다!”
주춤주춤, 서로의 눈치를 보며 모여드는 병사들. 겨우 창을 들고 야만인을 겨누긴 했다. 다만 투지를 불태우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비무장이란 사실은 전혀 위안이 되질 않았다. 대체 누가 저만한 괴력을 가진 미친 야만인과 싸우고 싶겠는가? 차라리 광분한 트롤과 싸우는 게 압박감이 덜할 터였다. 그쪽은 적어도 멍청하기라도 할 테니까.
병사들은 전부 비슷한 자세를 취했다. 엉거주춤 가라앉은 하체, 뻣뻣하게 굳은 목 근육. 그리고 언제든 달아날 수 있도록 살짝 옆으로 틀어진 상체.
그런 자세로는 결코 피에 취한 야만인의 일격을 받아 낼 수 없었다.
종아리에 힘을 빡 주었다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는 카딤. 묵직한 관성이 실린 주먹으로 앞에 있던 병사의 안면을 후려쳤다.
퍼석!
맥없이 코뼈가 으스러지는 소리, 타점을 중심으로 얼굴 전체가 주저앉고 눈알이 비어져 나왔다. 흡사 철퇴에 맞아 으깨진 수박 같은 모습이었다.
“……어?”
다음 희생자는 어리둥절해하고 있던 옆의 병사였다.
뻐걱 –
카딤은 병사의 아래턱을 후려쳤다. 턱관절이 찢어지고 아랫니와 턱뼈가 통째로 뜯어져 날아갔다. 바닥에 엎어져 피를 철철 흘리던 병사는 정수리를 내려찍는 추가타를 맞고 그대로 눈을 까뒤집었다.
“으, 으허, 으아아아아악!!”
공황에 빠진 병사 하나가 창을 꼬나들고 막무가내로 돌진했다. 카딤은 슬쩍 몸을 옆으로 빼는 것만으로 눈먼 창질을 피했다. 그러곤 창대를 붙잡고 엄지에 가볍게 힘을 주어 창을 꺾어 버렸다.
뚜둑 –
“단창으로 쓰면 되겠군. 고맙게 받지.”
“어, 어어?”
반토막 난 창은 이제 야만인의 무기가 되었다. 거리를 좁히며 안으로 치고 들어오는 카딤. 의문 섞인 탄성이 병사의 유언이 되었다.
푹 –
목젖을 관통하는 창날. 뽑아내자 동전만 한 구멍에서 핏줄기가 솟구쳤다. 그 찰나, 후방에서 느껴지는 기척. 카딤은 얼굴에 튄 핏방울을 훔쳐 내고 즉시 뒤돌아서 단창을 투척했다.
쐐액 –
금속의 빛살이 은밀히 접근하던 병사의 복부를 관통했다. 뱃가죽과 창자가 창날에 꿰여 등으로 말려 들어갔다. 병사는 무기를 놓고 주저앉아 계집애처럼 비명을 질러 댔다.
“으에에에에에–.”
뻐걱!
비명은 끝까지 이어지지도 못했다. 카딤의 주먹이 쓰러진 병사의 두개골을 으스러뜨렸다. 맑은 뇌척수액이 코피와 뒤섞여 주르륵 쏟아지고 병사는 바닥에 풀썩 쓰러져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카딤은 병사의 복부에 꽂힌 단창을 뽑아냈다. 그러곤 무심한 얼굴로 남은 병사들을 노려봤다. 병사들은 밀랍처럼 허옇게 질린 얼굴을 하고 어깨를 바들바들 떨었다.
찰나의 시간에 네 명이 목숨을 잃었다. 병사들은 악몽이라도 꾸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건 전투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학살, 아니면 무자비한 도축이라고 해야겠지.
엉성하게나마 구색을 갖추던 대열도 흐트러졌다. 가까이 있던 병사들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떨어져 있던 병사들은 무기를 내팽개치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나기 시작했다.
“으, 으허어어, 사, 살려, 살려…….”
“으아아, 으아아아아아악!!”
“악마다……. 저, 저건 악마야!”
“악마가 아니라 인간이다! 다들 정신 차려!! 적은 고작 하나다! 다 같이 달려들면 반드시 이길 수 있어!”
십인장의 고함도 소용없었다. 아무도 그의 말을 믿지 않았다. 심지어 말을 꺼낸 본인마저도.
십인장은 생각했다. 사실 병사를 지금보다 두 배는 더 데려왔어도 저 야만인을 상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저렇게 압도적인 무력을 지닌 존재 앞에서 머릿수는 무의미했다. 병아리가 아무리 많아 봤자 사자를 막을 순 없지 않던가?
그러니 사자를 막기 위해선, 또 다른 사자가 필요한 법.
“이게, 이게, 무슨 짓이지, 이교도……! 감히…… 내 병사들을…….”
엘가의 새끼 사자가 뒤늦게 송곳니를 드러냈다.
병사들, 심지어 십인장까지 체면도 잊고 성기사의 뒤로 몸을 숨겼다. 성기사는 착잡하게 병사들의 시체를 죽 훑어보았다. 그러곤 치기 어린 분노를 불태웠다.
“더러운 자식! 악마에게 혼이라도 팔고 힘을 얻은 것인가? 지엄한 빛의 인도자, 엘가를 대신하여 네게 심판을 내리겠다, 이교도!”
카딤은 성기사를 유심히 살폈다.
전방을 향한 왼발, 왼발 뒤로 발꿈치를 살짝 떨어뜨린 오른발, 손에는 그의 어깨 밑을 찌른 예의 그 장창. 지금은 창대를 한 손으로 쥐고 있지만 곧 양손으로 잡겠지.
장비나 자세나 오합지졸 병사들보다는 월등히 나았지만 역시 어설펐다. 1회차에 만났던 괴물 같은 고위 성기사들을 생각하면 코웃음이 날 정도였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전투력이 그리 대단찮은 수준인 건 자신 또한 마찬가지. 그는 이제 도끼 한 자루로 대악마를 참수한 아탈라의 대전사가 아니었다.
‘……고작 버프 하나 믿고 날뛰는 야만인 죄수일 뿐이지.’
이번에 마신 악마의 피에 방어력이나 회복력이 증가하는 효과는 없었다. 급소를 한번 꿰이기라도 하면 골로 갈 수 있다는 뜻.
카딤은 바닥에 떨어진 장창을 들어 올리며 다짐했다. 웬만하면 이걸로 끝내자고.
쐐 – 액!!
공기를 가르는 맹렬한 파공음. 가히 노포로 쏘아 낸 쇠뇌에 비견할 만한 위력이었다. 병사들의 눈에는 창이 어디로 날아가는지 제대로 보이지도 않았다.
퍽 – !
놀랍게도 성기사는 그걸 피했다. 창은 애먼 잔디만 터뜨리고 흙을 헤집었다. 판금 갑옷을 입어 일견 둔하게 보였으나 성기사는 가볍게 무장한 병사들보다도 훨씬 날렵했다.
카딤은 그 모습을 보며 쯧, 혀를 찼다.
‘공으로 성기사 서임을 받은 건 아니란 건가.’
그러나 일순간 성기사의 눈빛이 흔들렸다. 저걸 맞았더라면 필시 즉사했을 터. 반사적으로 피하긴 했으나 뇌리에는 죽음의 공포가 각인된 후였다.
성기사는 그런 자기 자신을 납득할 수 없었다. 부득 이를 악물고 하늘을 향해 창을 뻗었다.
“영원한 광명의 주인, 엘가시여! 당신의 대행자로 하여금 간악한 악마의 하수인을 처단하게 하소서!”
허공에서 춤추듯 내려온 새하얀 섬광이 창을 타고 몸에 깃들었다. 두려움을 불사르고 신체 능력을 향상시키는 엘가의 신기(神技)였다. 성기사의 동공에서 공포가 스러지고 투지만이 고요하게 불타올랐다.
신께서 함께하사, 이제는 두려울 게 없었다. 신성한 이름을 부르짖으며 비호같이 돌격하는 성기사.
“엘가를 위하여!”
충돌은 불가피했다. 카딤도 동시에 성기사를 향해 달려들었다.
심장을 겨누고 잽싸게 쏘아졌다가, 회피하는 순간 물러나 기회를 엿보고, 다시 한번 독기 오른 독사처럼 날아드는 창날.
후웅, 훅, 훅!
한기를 흩뿌리는 푸른 쇠붙이가 연달아 사나운 궤적을 그렸다. 창신이 바짝 안으로 당겨졌다 튀어나오며 빈틈을 노렸다. 날이 살짝 스친 카딤의 오른뺨에 핏빛 서리가 내렸다.
그러나 카딤은 서서히 긴장감이 사그라드는 걸 느꼈다.
성기사의 움직임이 너무 정직했다.
토대에 관록이 깔리지 않은 무예는 아무리 매서워도 읽히기 쉬운 법. 더군다나 상대가 수많은 인간과 악마를 도륙 낸 경험을 갖고 있다면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다.
신체 능력은 잃었어도 경험은 온전했다. 카딤의 눈엔 상대가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뻔히 보였다. 창날은 뺨을 스친 걸 마지막으로, 이제 카딤을 전혀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반격은 순식간이었다.
‘이번엔 옆을 찌르겠군.’
옆구리를 공격하기 좋게 내어 주고 기다리는 카딤. 아니나 다를까, 창날은 정확히 옆구리를 노리고 날아들었다.
훅!
카딤은 몸을 비틀어 가뿐히 창날을 피했다. 그러곤 섬광처럼 안으로 파고들었다.
성기사는 당황하여 창신을 짧게 끌어당겨 잡으려 했으나 무의미한 노력이었다. 이미 카딤이 창대를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굳게 고정한 뒤였으니.
“어, 어어……?”
창날만 한기를 두른 게 아니었다. 뼈저린 냉감이 피부로 스며들었으나 카딤은 버텨 냈다. 결국 바위틈에 낀 것처럼 꿈쩍 않는 창대.
그나마 즉시 창대를 놓았다면 달아날 수 있었을 터. 하지만 공황에 빠진 성기사는 그런 생각을 할 수 없었다. 앳된 얼굴이 파리하게 질려 갔다. 카딤은 마치 사형선고라도 하듯 준엄한 목소리로 읊조렸다.
“저승에서도 그 빌어먹을 신과 함께 할 수 있길 비마, 엘가의 하룻강아지야.”
“어어, 안 돼……. 사, 살려…….”
퍽 – !
성기사의 머리통도 야만인의 주먹에 으깨졌다. 귀와 코에서 피가 왈칵 쏟아졌다. 특별한 무기와 뛰어난 무예를 지녔다 하나 그 최후는 보통 병사들과 크게 다를 것도 없었다.
죽음으로 끝난 것도 아니었다. 시체를 바라보는 카딤의 눈동자가 집요한 빛을 발했다. 아직 이 성기사에게 갚아 줄 빚이 남아 있었다.
성기사의 창을 손에 쥐었다. 쩌저적, 순식간에 손바닥 주변이 얼어붙었다. 주인 외의 다른 사람이 다루는 걸 막는 거부 반응. 카딤은 애써 냉기를 견디며 성기사의 어깨 밑을 힘껏 찔렀다.
콰직! 푹 –
창은 흉갑과 흉근 상부를 동시에 꿰뚫었다. 그가 찔린 곳과 정확히 같은 부위였다. 냉기에 관통당한 성기사가 반사적으로 꿈틀 어깨를 떨었다가 멎었다. 카딤은 동상을 입기 전에 서둘러 창대를 손에서 놓았다.
이로써 빚은 다 갚았다.
정적이 평원을 잠식했다.
마지막 희망이었던 성기사의 허무한 죽음. 병사들은 경기를 일으키듯 바들바들 떨었다. 이 와중에도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진 병사는 아무도 없었다.
“마, 말도 안 돼……. 린튼 님이…….”
“으, 으아아아악!!!”
“도망쳐어어어!!”
병사들은 개처럼 바닥을 기어, 혹은 꽁지 빠져라 두 발로 현장에서 달아났다.
쐐액, 쐐액 –
후환을 남겨 둘 순 없었다. 카딤은 버려두고 간 창을 병사들에게 되돌려 주었다. 이내 병사들의 등짝에 커다란 가시가 하나씩 돋아나고 몇 걸음 더 나아가지도 못한 채 픽픽 쓰러졌다.
“네 정체는 뭐지……? 정말 악마의 하수인인가……? 대체 어떻게 그런 힘을…….”
퍼석!
마지막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던 십인장까지.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든 병사들을 사살했다.
카딤은 잠시 우뚝 멈춰 섰다. 차분히 눈을 감고 온몸의 변화에 집중했다.
가라앉는 근육, 피어오르는 부상의 통증, 서서히 버프가 사그라들고 있었다. 하급 악마의 피에다 부패해서 그런지 역시 지속시간이 짧았다. 다만 정신을 집중한 건 버프를 살피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부작용은…… 아직 미약한 수준인가?’
다행히 2회차라고 더 빠르게 부작용이 몰려오거나 하진 않았다. 1회차 때 본격적으로 광증이 도진 건 중급 악마 십여 마리의 피를 마신 후. 조건이 비슷하다면 하급 악마 한 마리로는 기별도 가지 않는 게 맞긴 했다.
카딤은 다시 눈을 떴다. 뒤늦게 성기사와 병사들의 시체를 둘러보았다.
잔잔한 평원 위로 흐드러진 핏빛 난장. 무자비한 살육으로 화려하게 2회차의 포문을 열었다.
“…….”
그럼에도 딱히 죄책감은 느껴지지 않았다.
이만한 피를 보는 건 1회차에서도 숱했던 일. 죽이지 않으면 죽는 건 자신이었다. 이런 일로 일일이 죄책감을 느꼈다간 결코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살아남을 수 없었다.
절그럭, 절그럭 –
현장에 있던 자가 모두 숨을 거둔 건 아니었다. 죄수들이 기웃기웃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대개 병사들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근처의 덤불에 숨어 있던 차였다.
죄수들도 카딤의 초인적인 무력을 생생하게 목도했다. 그들 또한 큰 충격을 받았지만 달아난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카딤을 적이라고 생각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죄수들은 병사를 퇴치해 준 야만인을 은인, 혹은 우두머리가 되기에 합당한 무뢰한쯤으로 여기고 있었다. 벌써 저자와 한패가 되어 한탕 할 생각으로 열심히 머릿속 주판을 굴리는 자도 있었다.
한 죄수가 카딤을 향해 나아왔다. 저 무식한 야만인을 잘만 꼬드기면 앞으로 온갖 험한 일을 맡길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갖고.
“이보시오, 형씨! 활약이 아주 인상적이더군! 할 얘기가 있는데, 일단 이 쇠사슬부터 좀 풀어줄 수 있겠소?”
그 기대감은, 두개골과 함께 박살 났다.
뻐걱 –
카딤은 이마 한가운데가 오목해진 죄수를 향해 짤막한 답변을 남겼다.
“아니.”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