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serker’s Second Playthrough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2)
82화. 잊힌 신의 추종자들 (4)
머리통이 퉁, 판자 위로 떨어져 치렁대는 머리칼과 뒤엉켰다. 끊어진 목 단면에서 기포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가짜 인간은 이번에도 검은 송진처럼 끈끈하게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고작 하나 처치했다고 능사가 아니었다. 여관 안에는 아직 그림자처럼 스산하게 움직이는 기척들이 잔뜩 남아 있었다. 카딤은 슬쩍 문을 틀어막고는, 던컨과 율리탄에게 어서 떠나라고 턱짓했다.
두 사람은 여전히 혼란을 떨쳐내지 못했다. 그래도 저 여관에 많은 적이 매복해 있다는 것만은 직감했다. 뒷걸음질 치며 소리치는 율리탄.
“자, 잠시만 버티고 계시오! 얼른 가서 경비대를 불러오겠소!”
“……아니, 뒤처리가 번거로워질 테니 달아나서 숨기만 하거라. 괜히 나돌아다니다 칼침 맞지 말고.”
“…….”
던컨이 눈치껏 고개를 끄덕이고 율리탄의 소매를 잡아끌었다. 두 사람의 신영이 골목길을 벗어나 대로로 향했다. 카딤은 문 앞에 서서 뚝뚝, 목을 풀었다.
어떻게 미리 알고 여관에 매복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어차피 접근하지 않았으면 이쪽에서 찾아갈 생각이었으니까.
‘필시 문을 열 때 일제 공격을 가할 테지. 활이나 석궁같이 원거리 무기가 있을지도 모르고…….’
한두 명의 공격을 받아치는 건 맨몸으로도 거뜬했으나, 안에서 느껴지는 기척은 물경 스무 명에 이르렀다. 그러니 카딤은 보다 안전하고 확실한 해결책을 택하기로 했다.
무기를 꾹 움켜쥐고 정신을 집중했다.
팔뚝에 새겨진 문신이 적광을 발하자, 어깨로 밀쳐 거세게 문을 열어젖혔다.
콰 – 앙!
어둠 속에서 살기 어린 안광들이 명멸하고.
기다렸다는 듯 수직으로 흐르는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쐐 – 액, 쐐 – 액, 쐐 – 액!
화살과 단검, 꼬챙이처럼 굵직한 수리검까지……. 날카롭게 벼려진 암기들이 금속의 소나기처럼 빗발쳤다. 사람 하나 걸레짝으로 만들기에는 충분한 공세였다.
카딤은 피하지 않았다.
팔뚝을 쳐들고 정면으로 쇠붙이들을 막다가, 날아드는 단검을 하나 붙잡고 그걸 투척한 적에게 되돌려 주었다.
쐐 – 액, 퍽!
“……헙!”
어둠 속에서 외마디 비명이 터지고, 한 신영이 비틀대다가 쓰러졌다. 고작 단검이 박힌 것인데도 이마뼈가 노포에 꿰뚫린 것처럼 움푹 함몰되어 있었다.
가짜 인간들은 쓰러진 일원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다. 흥미롭다는 듯 은근한 미소를 짓고 일시에 입술을 열었다.
““멋진 모습이네요, 용병님. 혹시 그 능력도 유적에서 누군가에게 ‘선물’받은 건가요?””
“…….”
똑같은 외모, 그리고 똑같은 목소리.
카딤은 팔뚝을 슬쩍 바라보았다. 살갗을 뒤덮은 나무껍질에 잔뜩 흠집이 나 있었다. ‘목질화 악마’의 힘을 썼으니 쇠붙이에 상처 입을 일은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만만한 녀석들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는 죄다 똑같이 일레니아의 겉모습을 한 가짜 인간들의 무리를 향해 말했다.
“인적이 드문 여관이라 해서 찾아왔더니, 선객이 이렇게 많을 줄은 몰랐군.”
““…….””
“어서 다 죽여 놔야겠어.”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어두컴컴한 여관의 홀.
번뜩이는 은광이 전투의 시작을 알렸다.
패래래래래랙 – !
도끼가 카딤의 손을 떠나는 순간, 무수한 신영이 일몰의 어스름처럼 몰려들었다.
쩌 – 걱!
선두에 선 녀석은 테이블 밑으로 숙여 도끼날을 피했다. 그러나 그 뒤쪽은 피하지 못하고 낯짝이 반으로 쪼개졌다. 거리를 좁힌 가짜 인간의 소매에서 선뜩한 칼날이 뻗어 나왔다. 카딤은 그것을 혈귀로 받아치고 신속히 목울대를 찔렀다.
푹 – !
질퍽하게 파고드는 질감, 거멓게 튀어 오르는 가짜 피. 혈귀는 피를 집어삼키다 말고 불만에 찬 진동을 발했다. 칼날을 목에서 채 빼내지 못한 틈을 타 단검을 던지는 놈들이 있었다. 카딤은 날이 안 들게 검신을 횡으로 비틀고는 그대로 칼자루를 높이 쳐들었다.
“흐억……!”
푹, 푹, 푹 – !
칼에 꿰여 대롱대롱 매달린 가짜 인간이 고기 방패가 되어 주다. 쇠붙이의 공세가 잦아들자. 카딤은 다시 날이 잘 들게 칼날을 종으로 고쳐잡았다. 목울대에서 정수리까지, 가짜 인간의 머리가 일직선으로 갈라지며 검은 뇌수와 점액질이 먹물의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쩌 – 걱!
직후 궤적이 곡선으로 휘도록 연어의 인력을 휘어잡았다. 싸늘한 한철의 도끼날이 단검을 내던진 가짜 인간들의 골통을 분쇄하며 되돌아왔다. 카딤은 도끼날이 예리함을 잃지 않도록 들러붙은 찌꺼기를 재빨리 소매로 쓸어내렸다.
그 순간, 불현듯 느껴지는 기척.
그림자처럼 밑으로 파고든 녀석들이 양면으로 칼을 휘둘렀다. 목질의 정강이에 끌로 파낸 듯한 흠집이 길게 남았다.
카가가각, 카가가가각 – !
카딤은 즉각 발을 내리찍어 응수했다.
퍽, 꽈 – 득!
“흐억!”
짓밟힌 녀석은 목뼈의 개수가 십수 배로 늘어났다. 그 옆의 녀석은 정수리에 칼날을 내꽂자 분수처럼 검은 피를 뿜어 올렸다. 또 다른 놈들이 접근할 기미가 보이자, 카딤은 아예 주변에 있는 테이블들을 세차게 걷어차기 시작했다.
콰 – 앙, 콰 – 앙, 퍽 – !
“허억!”
“흐억!”
무지막지한 각력이 테이블을 벽까지 떠밀고 그 사이에 낀 녀석들의 내장과 척추를 짓뭉갰다. 가짜 인간들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왈칵 검은 토사물을 쏟고 테이블 위로 엎어져 끈적하게 녹아내렸다.
잠깐 사이 적의 머릿수는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아직도 열 명이 넘게 남아있었지만.
““흐흐흐…… 화끈하시네요, 용병님. 하지만 얼마나 더 버티실 수 있을까요?””
녀석들은 전략을 바꿨다. 절반 정도는 은밀히 접근하고, 절반 정도는 원거리에서 투사체를 던지는 식으로 역할을 분배했다.
교전에서 밀린다 싶으면 뒤로 물러나 역할을 교체했다. 달아나는 와중에도 틈틈이 암기를 내던졌다. 때때로 물러나는 척하며 다시 달려들어서 혼란을 주기도 했다. 빈틈없는 파상 공세가 카딤을 서서히 압박해 왔다.
쐐 – 액! 카가가각, 쐐 – 액!
““어머나, 벌써 꽤나 버거우신 것 같네요. 어때요, 더 하실래요, 용병님?””
“…….”
““지금이라도 그 은화를 내주신다면…… 고통 없이 편히 보내드릴 수 있는데.””
욱신, 뇌리에 일어나는 충동.
여기서 악마의 피를 마시거나 히드라의 문신까지 발동한다면, 저까짓 놈들을 처치하는 건 간단했다.
그러나 카딤은 충동에 저항했다. 그 간편한 길의 끝에는 불가피한 파멸이 있었다. ‘저까짓 놈들’을 상대할 때도 그렇게 힘을 끌어 쓴다면, 계획한 여정을 끝내기도 전에 광증에 잠식될 터. 그러므로 최대한 악마의 피에 의존하지 않고 승리할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공간이었다. 이렇게 사방이 트여있는 공간은 일 대 다수의 난전에선 너무 불리했다. 단신으로 모든 방향의 공격을 막느라 그는 지금까지 지극히 불리한 방식으로 전투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카딤은 결심했다. 일 대 다수의 전투에서 가장 유리한 장소, 삼면이 막힌 비좁은 공간을 찾아보……
콰 – 앙!
……는 게 아니라 그냥 빨리 광역기로 몰살시켜 버리자고.
“흐어어어어어업!”
노호한 맹수처럼 달려드는 카딤. 물러날 준비를 하던 가짜 인간들은 순간 당황하여 멈춰 섰다. 그 찰나의 망설임이 몰살로 이어지는 수렴선이 되었다.
쩌거거거거걱 – !
한 녀석의 옆구리를 찢는 것으로 시작되어, 두 녀석의 늑골과 심장을 가르고, 맨 우측 녀석의 목을 끊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칼질. 눈동자의 광채가 일제히 사그라들었다. 검신은 검게 물든 거짓된 피라도 마지못해 취했다. 충분한 피가 축적된 검신이 불안정한 울림을 발했다.
우우웅 –
카딤은 칼날을 반달의 궤적으로 휘둘러, 나머지 가짜 인간들 쪽으로 검은 혈기를 발산했다.
콰과과과과과과 – !
토벽을 일직선으로 가르는 일필휘지의 획. 악마의 피나 진짜 피를 머금은 것도 아닌 만큼, 참격의 위력은 이전에 비하면 턱없이 약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남은 적을 정리하기엔 충분했다.
““……!!””
쩌 – 걱.
목뼈와 근육이 너절하게 끊긴 대가리가 상한 과실처럼 연달아 툭툭 떨어졌다. 흑갈색 머리칼이 나풀나풀 흩날리고 머리 잃은 몸뚱이는 검은 송진처럼 녹아내렸다. 부글부글 끓는 융해의 소음에 낡은 나무문이 흔들리는 소리가 덧씌워졌다.
삐걱, 삐걱 –
난장판이 된 여관에 홀연히 한 줄기 미풍이 불었다.
스무 명에 이르는 가짜 인간은 모두 쓰러졌고, 검은 피로 물든 신영만이 폐허의 거인처럼 서 있었다.
문신의 힘이 떨어져 카딤도 나무껍질을 벗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는 소맷단과 옷자락에 덕지덕지 들러붙은 검은 피를 훔쳤다. 누군가 보았다면 왜 배후를 캐낼 여지도 없이 몰살시켰냐고 할지도 몰랐다만, 카딤이 생각 없이 모두를 죽인 건 아니었다.
아직 땅 밑에 기척이 하나 남아 있었다. 이 난리가 벌어지도록 꼼짝 않는 걸로 보아, 아마도 이 가짜 인간들을 조종했던 원흉으로 추정되는.
그런데 예상이 빗나갔다.
계단을 따라 밑으로 내려온 카딤은 미간을 팍 찌푸렸다. 여관 지하의 토굴에 숨어 있던 건 원흉 따위가 아니었다.
입이 헝겊으로 틀어막히고 꽁꽁 포박된 노란 눈빛의 여인.
“읍! 으읍! 으읍!”
“…….”
또다시 일레니아의 겉모습을 취한 존재였다.
카딤은 신속히 도끼를 치켜들었다. 가짜 인간이라면 바로 정수리를 내려찍기 위해. 그런데 위에 있던 녀석들과는 반응이 전혀 달랐다. 암기를 던지거나 달려들기는커녕, 애처롭게 몸을 비틀어대며 달아나려고만 했다.
고민 끝에 카딤은 일단 칼끝으로 입을 막은 헝겊을 끊어 주었다. 일레니아는 다급히 숨을 몰아쉬고는 묶인 손을 쳐들었다.
“푸하! 주, 죽이지 마세요! 죽이지 마세요! 용병님? 용병님 맞으시죠? 저, 저 기억하시죠? 고고학자, 갈렌타나 대학의 학사, 일레니아! 그때 그, 저랑 같이 유적도 탐사하셨었잖아요! 유적을 찾고 무얼 알아냈는지 말씀해달라고 석패도 드렸고…….”
“…….”
정말로 지난번 이후 처음 보는 반응이었다. 허나 이번에도 함정일지 몰랐다. 카딤은 날카롭게 경계하는 시선을 보냈다. 일레니아는 겁먹은 듯 어깨를 잔뜩 움츠렸다.
목숨의 향방을 정할 심문이 시작되었다.
“어떻게 된 거지. 너는 왜 여기에 묶여 있고, 너랑 똑 닮은 저것들은 대체 무엇이냐.”
“그, 저, 저도 잘 모르겠어요……. 분명히 갈렌타나 대학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정신이 잃었다가 눈을 떠보니 여기였어요…….”
“…….”
“그런데 여기가 어디죠? 갈렌타나 시내는 맞나요? 저, 저 오늘까지 다음 분기 연구계획서 작성해서 제출해야 하는데…….”
“왜 유물의 힘을 사용하지 않은 거지? 지난번에는 그걸로 북도 찢고, 적과 맞서 싸우기도 하지 않았더냐.”
“유, 유물이요? 그게, 안 그래도 써 보려고 했는데, 오자마자 저랑 똑같이 생긴 이상한 사람들한테 빼앗기는 바람에……. 혹시 오시면서 손잡이만 달린 투명한 칼 못 보셨나요? 저, 그거 제 거 아니라 잃어버리면 큰일 나는데…….”
“…….”
말꼬리가 점차 흐릿해지다가 쥐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 카딤은 여전히 포박을 풀어주지 않고 흉흉한 눈길만을 보내고 있었다. 일레니아의 동공이 애처롭게 흔들렸다. 자신이 무언가 잘못이라도 했는지 되짚어 보는 기색.
카딤은 도낏자루를 움켜쥐고는 준엄하게 물었다.
“이전에, 나와 같이 갔던 유적에는 어떤 적들이 있었지.”
“예? 그건 갑자기 왜…….”
“대답해라. 유적에 어떤 적들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으면 지금 당장 죽여 버리겠다.”
빈말이 아니라는 걸 반증하듯 도끼머리가 위로 올라갔다. 일레니아는 창백하게 질린 채 절박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도, 돌을 깎아 만든 전사! 돌을 깎아 만든 전사들이 있었잖아요! 제발 살려 주세요! 저, 아무것도 잘못한 게 없는…….”
카딤은 주저 없이 도끼를 내려찍었다.
퍼 – 걱!
가슴팍에서 끈적한 핏물이 튀어 올랐다. 흉골이 으스러지고 늑골이 부러지며 날카로운 뼛조각들이 심폐를 찔렀다. 일레니아는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하고 우두커니 멈춰 있었다.
그러다 눈알을 핑글, 돌리고는 스산하게 입가를 찢었다.
“뭐야. 어떻게 또 알아낸 거지.”
“…….”
“연출도 좋고, 연기도 좋았는데……. 설마 감으로 알아차린 건가?”
직감만은 아니었다.
유적 안에는 ‘흙으로 빚어진 전사’들만이 있었다. ‘돌을 깎아 만든 전사’는 이런 일이 있을까 싶어, 이전에 가짜 인간에게 거짓으로 흘렸던 답변.
가슴에 박힌 도끼날을 꾹, 눌렀다. 가짜 인간의 입에서 반사적으로 침음이 흘러나왔다. 카딤은 콧잔등을 흉악하게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이 빌어먹을 짓거리도 이골이 나는군. 죄다 찢어발겨 버리기 전에 바른대로 실토해라. 네놈들이 누구인지, 어떻게 그 고고학자의 모습을 훔친 건지, 그리고 왜 이 은화를 찾고 있는지.”
“흐, 흐흐, 어떻게? 어떻게 그럴 건데? 이 분신들은 그저 그림자에 불과하다. 우리가 누군지 아무런 단서도 없으면서 대체 어떻게 찾아서 찢어발기겠단 거냐, 이 어리석은 야만인아?”
“어떻게든. 이 도시의 인간들을 모조리 처죽여서라도.”
일레니아의 분신은 비웃음을 터뜨리려고 입가를 길게 찢었다. 하지만 가슴팍을 뜨겁게 짓누르는 흉통, 그리고 나락처럼 어둑한 동공이 절로 웃음을 사그라들게 만들었다.
분신은 식어가는 눈동자로 착잡한 시선을 보냈다.
“……역시 네놈은 죽는 게 맞다. 그딴 헛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지껄이다니, 볼 것도 없이 ‘재앙의 근원’이 분명해……. 장차 이 세계에 악마들보다 더한 해악을 끼칠 거야…….”
“…….”
“흐흐…… 그보다 잊고 있는 게 있지 않더냐? 적들을 모두 물리쳤으니, 네놈의 소중한 일행들이 잘 도망쳤는지, 잘 숨었는지, 목숨은 잘 부지했는지……. 어서 가서 그런 것들을 확인해 봐야 하지 않겠더냐?”
일행을 잃지 않도록 친절히 안내해 주는 건 아닐 터였다. 카딤은 위쪽을 흘끗 올려다보았다.
“……납치한 건가?”
“크흐흐흐, 빨리도 눈치채는군! 그래, 맞다! 네 일행들의 모가지가 저잣거리에 굴러다니는 꼴을 보고 싶지 않거든, 당장 그 은화를 내어놓고 스스로 목숨을…….”
“목을 자르고 남은 몸뚱이는 개 먹이로 주거라. 고기를 버리는 건 아까우니까.”
무미건조하게 읊조리는 카딤.
말문이 턱 막혔다. 일레니아의 분신은 넋이 나간 것처럼 입을 쩍 벌렸다.
어쩌면, 이 가짜 몸뚱어리보다 저쪽이 훨씬 더 비인간적인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