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serker’s Second Playthrough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5)
85화. 잊힌 신의 추종자들 (7)
좋은 술집에선, 달큼한 술 냄새와 고소한 안주 냄새가 난다.
이런 곳은 언제나 사람들의 웃음과 시끌벅적한 노랫소리가 가득하다. 음식과 술을 사랑하는 자라면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찾아온다. 가끔씩 거나하게 취한 주정뱅이들 때문에 예상치 못한 소란이 일어나긴 하지만, 누군가 심하게 다치거나 커다란 사고로 번지는 일은 거의 없다.
나쁜 술집에선, 맵싸한 담배 냄새와 매춘부들의 분 냄새가 난다.
이런 곳은 성난 고성 아니면 대개 을씨년스럽고 퇴폐적인 속삭임에 쩔어 있다. 찾는 자들은 거의 노름꾼과 약쟁이, 오입쟁이와 매춘부, 야합하는 건달 같은 부류로 한정되어 있다. 테이블에선 항시 욕설과 음담패설이 오가고, 이따금씩 살벌한 주먹다짐이나 칼부림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래도 이 정도는 최고로 나쁜 술집은 아니었다.
최고로 나쁜 술집에선, 낭자한 피비린내와 시취가 난다.
써 – 걱!
이 술집은 방금 전, 나쁜 술집에서 최고로 나쁜 술집이 되었다.
“으허어어어어어억!!”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머리통들이 바닥을 굴러다녔다. 칼에 잘려 분리된 상반신 밑으로 창자 줄기가 지저분하게 늘어졌다. 어떤 부위인지 짐작할 수조차 없는 뭉개진 살점 덩어리가 사방천지에 널려 있었다.
십여 명에 이르는 건달들은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 자비를 모르는 야만인의 칼과 도끼 아래.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다짜고짜 무기를 휘두르지 않고 친절한 안내를 베풀었을 테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은 법이었다.
카딤은 선홍색으로 얼룩진 낯짝을 슥 문질러 닦고는 마지막으로 살아남은 건달에게 다가갔다.
“네놈들의 두목은 어디에 있지?”
“으, 으허, 으허어어어억…….”
처음 저 질문을 들었을 때, 건달은 ‘느그 X미 묫자리 알아보러 가셨다, 십새야’라고 답하고 호기롭게 도리깨를 휘둘렀다.
이젠 억만금을 준다 해도 그럴 용기가 없었다. 저 중저음의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도 사지에 힘이 쭉 빠졌다. 카딤이 도끼날을 들이밀자 건달은 바짓가랑이를 축축이 적시며 기름통에 빠진 벌레처럼 버둥거렸다.
“으허어어억! 지하에! 지하에 있습니다!! 두목은 지하에 있어요! 저기 구석에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면 바로 나올 거예요!! 제발 저는 죽이지 마세요!! 제발 죽이지 마…….”
쩌 – 걱!
“고맙다. 동료들과 편히 쉬고 있도록.”
카딤은 건달을 지나 구석의 계단으로 향했다. 정수리가 반으로 갈라진 신영이 바닥에 픽 쓰러졌다.
지하는 매음굴인지 아편굴인지 잘 분간이 가질 않는 곳이었다. 어딜 가나 텁텁한 연기가 내깔려 있고 벽돌방 안에는 체액 자국에 누렇게 찌든 침대와 속옷, 깨진 술병과 점토 파이프 따위가 너저분하게 널려 있었다. 어쩌면 어느 쪽으로든 사용할 수 있는 범용적인 장소일지도 몰랐다.
다른 방은 모두 텅텅 비어 있었다. 제일 안쪽에 있는 방에서만 시끌벅적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자 곧 퉁탕퉁탕 발소리가 들려오고 아랫도리를 훤히 드러낸 사내가 급히 뛰쳐나왔다.
“뭐야, 위에서 뭘 하길래 이렇게 소란스러…… 억!”
쾅 – !
카딤은 사내를 바닥에 내리꽂아 제압했다. 무릎으로 등짝을 찍어누르자 사내의 양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었다.
“끄어업, 어, 어어…….”
“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아악!!”
카딤은 방 안쪽을 흘겼다. 침대 위로 홀딱 벗은 여인이 다섯 명이나 누워 있었다. 순간 헛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위에서 그 난리를 쳤는데 여태 튀어나오지 않은 이유가 있었군.
건달들의 두목은 간신히 고개 돌려 카딤을 흘겼다.
“너, 넌 뭐야, 시발……. 누가, 어떤 새끼가 보낸 거야…….”
“……거하게 즐기는데 방해해서 미안하군. 혹시 밤까마귀 분파에 대해 아는 게 있는지 물어보러 왔다.”
“……!”
두목은 어깨를 흠칫, 떨었다. 영문을 모르겠단 부하들과는 명백히 다른 반응. 카딤은 무릎을 허리 쪽으로 옮기고 무게를 더 실었다.
“아는 게 있으면 전부 실토해라. 사내 구실을 못 하게 만들어버리기 전에.”
“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이, 이, 개새끼가!!”
상체를 뒤틀며, 품에 있던 단검을 꺼내 휘두르는 두목.
그러나 헛된 저항이었다. 카딤이 먼저 두목의 팔목을 붙들고 꺾어 버렸다. 팔목이 수숫대처럼 부러지고 단검은 맥없이 툭 떨어졌다.
“끄아아아악!! 끄아아아아아악!!”
두목은 목청이 터져라 악다구니를 썼다. 겨우 고통이 진정된 후에는 핏발 선 눈으로 울먹이며 물었다.
“흐으윽…… 뭐, 뭐야, 너, 악마를 물리쳤다는 그것들이야……? ‘아곤의 성난 뿔’ 밑에 있는 그 야만인 전사들…….”
“그래, 사내 구실을 하고 싶지 않다는 거군.”
“끄윽, 저 계집들! 저 계집들한테나 물어봐! 저 계집들이 바로 그 사이비 교단의 신도…….”
돌연 날카로운 섬광들이 쇄도하여 두목의 말을 끊었다.
쐐 – 액, 퍼버버버벅 – !
“……허억!”
암기들은 피를 취하지 못했다. 카딤이 미리 공격을 예견하고 방문을 닫아 버린 탓.
그는 문의 구멍 난 틈새로 내부를 훑었다. 어디서 난 건지, 발가벗은 여인들이 검은 가면을 쓰고 투척용 단검을 쌍수로 쥐고 있었다.
다시금 헛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창부에다 잊힌 신의 추종자까지 겸업으로 하고 있었던 건가. 아까 비명 지른 것도 다 연기였겠군. 그런데 저렇게 가면 쓸 시간에 옷이나 좀 걸칠 것이지.
그래도 지난번에 만난 납치범들보단 훨씬 잘 훈련된 자들이었다.
패래래래래랙, 퍼 – 걱!
“꺅!”
““……!””
문을 열고 도끼를 던져 한 추종자의 머리를 쪼개자, 나머지는 비명도 없이 기민하게 사각지대로 몸을 숨겼다. 그 와중에도 문틈으로 단검을 던지는 걸 보면 어지간한 암살자보다도 나은 수준이었다.
쐐 – 액!
카딤은 목을 기울여 단검을 피했다. 두목을 내려다보며 무심하게 말했다.
“담력도 좋군. 저런 것들을 동시에 다섯이나 안을 생각을 하다니.”
“……그래서 나도, 단검을 챙겨 갔잖아.”
투둥, 퉁, 투 – 둥, 퉁!
고작 단검 따위로 대적하긴 어려운 상대들인 게 분명했다. 또 어디서 난 건지, 추종자들은 이번엔 석궁을 쏘아대기 시작했다. 위력적인 잔상들이 나무 문을 걸레짝으로 만들고 문밖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다 퍽, 화살 한 발이 카딤의 손에 적중했다. 추종자들은 기세등등하게 연호했다.
“‘악마 학살자’에게 심판을!”
“‘재앙의 근원’에게 파멸을!”
그렇지만 그건 적중한 게 아니었다.
후 – 욱, 퍽!
“……엇!”
화살이 그걸 쏘았던 추종자의 이마로 되돌아왔다. 다른 화살도 마찬가지였다. 팽팽한 현의 장력을 싣고 쏘아진 그 위력 그대로 맹렬히 되돌아와 그들의 몸뚱이에 처박혔다. 추종자들은 기겁하는 한편, 설마 저자에게도 석궁이 있었나 의문을 갖고 시선을 집중했다.
아니었다. 맨손이었다.
카딤은 맨손으로 쏘아진 화살을 붙잡고 그것을 다트처럼 투척해 되돌려주고 있었다.
후 – 욱, 후 – 욱, 퍽!
““……!!””
진상을 확인한 눈동자들이 번쩍 뜨였다.
빤히 보고도 눈이 잘못된 건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충분한 시간이 있었다면 추종자들은 자매들과 함께 경악한 심정을 추스르고, 우리들을 도와달라고 잊힌 신께 간절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을 터였다.
그럴 순 없었다. 그사이 전부 온몸이 화살꽂이가 되어 버렸기에.
후 – 욱, 퍽!
“꺅!”
마지막 여인의 가면을 뚫고 관자놀이에 화살촉이 꽂히며 추종자들은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쩌 – 걱, 쩌 – 걱, 쩌 – 걱!
카딤은 도끼를 회수하고 쓰러진 추종자들을 일일이 확인 사살했다. 근처에 인기척은 더 없었다. 여긴 ‘주교’라는 녀석이 머무는 본거지는 아닌 듯했다.
어쩔 수 없이 두목을 심문하기 위해 다가갔다. 녀석은 교수대를 마주한 사형수처럼 벌벌 떨고 있었다.
“뭐, 뭐야…… ‘악마 학살자’라고? 당신이 설마…… 황금 가도의 악마들을 죄다 도륙 냈다는 바로 그 ‘악마 학살자’요?”
“…….”
카딤은 잠깐 기억을 되짚어 봤다. 그러고 보니 방어선 진지에서부터 그렇게 부르는 놈들이 있었지. 어떻게 이런 놈들까지 알고 있는 건지 의아해하며 긍정했다.
그러자 두목은 분통을 터뜨리며 머리를 조아렸다.
“이런, 우라질! 그걸 먼저 얘기했어야지! 진작 알았으면 쓸데없이 저항하지도 않았을 텐데! 기다려 보시오, 저 천벌 받을 사이비 놈들에 대해 내가 아는 건 전부 다 말해 주겠소! 무례하게 굴었던 값은 이 팔뚝 하나로 퉁 치고 목숨만 어떻게 좀 살려주시오, 악마 학살자 양반!”
“…….”
카딤은 비굴한 건지, 당당한 건지 분간이 가질 않는 목숨 구걸에 당황하여 눈살을 찌푸렸다.
*
해가 슬슬 기울어가는 시간, 갈렌타나 성문 인근의 압류품 창고.
아곤의 전통 예복인 헐렁한 양모 옷을 두른 사내들이 줄지어 안으로 들어갔다. 수행 인원과 호위들이 창고를 에워싸고 불청객의 접근을 차단했다. 경비조장을 따라 줄지어 선 경비병들은 각 잡고 경례를 올렸다.
“충성! 이 땅 위에 새로운 지식과 무궁한 번영을!”
““충성! 이 땅 위에 새로운 지식과 무궁한 번영을!””
사내들은 이 도시의 패권을 잡은 새로운 세력, ‘아곤파’ 의원들이었다.
당연히 의원들이 압류품 검사 같은 허드렛일을 하러 모인 건 아니었다. 요 며칠 동안, 그들 모두가 밥도 못 먹고 쪽잠도 못 잘 정도로 경황없는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도 이번만큼은 도저히 묵과할 수 없었기에 하던 일을 몽땅 내팽개치고 급히 집결한 참.
창고로 들어서자 후덥지근한 기온, 코를 찌르는 냄새가 정신을 아찔하게 했다. 그러나 시시한 더위와 악취 따위는 금세 까맣게 잊게 되었다.
작달막한 수레 위,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악마들의 수급.
“허…… 이것, 참. 허어, 레밀리온이시여…….”
“이게 말이 되는 건지 모르겠군……. 그, 제국의 최연소 아크팔라딘이 악마를 몇 마리 잡았다고 했지?”
“아마…… 스무 마리 정도였을 거요.”
“아니, 이건 그 두 배도 넘는 것 같은데? 이걸 정말 한 사람이 잡았단 말이오?”
미리 귀띔을 받고 왔다 해서 충격이 덜해지진 않았다. 의원들은 혀를 내두르며 바삐 입방아를 찧었다. 술렁대는 분위기는 쉬이 가라앉을 기미가 없었다.
짝, 금발의 젊은 의원이 박수를 쳐서 분위기를 환기했다. 아곤파의 실질적인 수장 역을 맡은 의원, 아도니스였다.
“여러분, 틀림없습니다. 악마들을 이만큼 사냥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또 있겠습니까? 설마 이토록 명백한 증거가 있는데 부정하실 분은 없겠지요?”
““…….””
“‘악마 학살자’가…… 드디어 저희 도시에 온 겁니다.”
의원들은 일제히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은 위기를 기회로 만들었다. 악마의 창궐을 도시의 패권을 잡는 발판으로 만들었다. ‘아곤의 성난 뿔’의 군세를 키우고 명재경각의 상황에 투입해 창궐을 종식시키는 것까지, 이번엔 거의 모든 것들이 그들의 계획대로 흘러갔다.
하지만 딱 하나, 그들이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었다.
악마 학살자, 그 출신을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용병.
처음엔 뜬소문인 줄 알았다. 상급 악마를 잡는 걸 보았다는 토벌대의 일관된 증언이 실체를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믿기 힘든 무용담의 근거가 나타나자 아곤파 의원들은 모두 똑같은 생각을 했다.
반드시 그자를 포섭해야만 한다.
‘아곤의 성난 뿔’은 의심할 바 없이 걸출한 군세의 간판이다. 그러나 다른 아탈라인 전사들 중엔 그만한 인재가 또 없었다. 만일 악마 학살자를 영입할 수 있다면, 그를 제2의 중심축으로 삼아 군세의 전투력과 영향력을 급진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을 터.
또한 그들에겐 아직 강력한 경쟁자들이 남아있었다. 본디 이 도시를 꽉 잡고 있던 기성 세력, 대학파 의원들. 만일 그들이 먼저 악마 학살자를 포섭하고 군세를 키운다면, 갈렌타나의 밥그릇 싸움은 또다시 진흙탕 속으로 빠질 것이 분명했다.
도시에 찾아왔다는 증거가 덜컥 튀어나왔으니 최대한 빨리 행방을 쫓아야만 했다. 그런데 의원 하나가 고개를 갸웃대며 아도니스에게 물었다.
“저걸 가져온 걸 보면, 분명 토벌 작전의 보수를 받으러 온 것 아니오? 왜 바로 참사회나 행정 기관 쪽으로 찾아오지 않은 건지…….”
“그건…… 저로서도 의문입니다. 다만, 혹여 나중에라도 찾아올 경우를 대비해 일단 모든 행정 기관에 각각 사람들을 깔아놓았습니다.”
“이 수레는 이송해놓는 게 어떻겠소? 이런 곳에 방치해 둔다면 분명 대학파 놈들도 악마 학살자가 왔다는 걸 알게 될 텐데…….”
“이미 늦었습니다. 성문에서 큰 소란을 일으키며 들어왔다는데 그들이 모를 리가 없지요. 지금으로선 그들보다 빨리 악마 학살자를 찾아 접촉하는 게 최선입니다.”
먼지가 폴폴 날리고 썩은 냄새가 진동하는 창고는 논의를 나누기엔 적절한 장소가 아니었다. 그렇지만 의원들은 불평하지 않았다. 한시가 급하다 보니, 다른 은신처를 찾는 것보다 여기서 모든 걸 결정하고 끝내는 게 나았다.
세부적인 논의가 거의 끝나갈 즈음, 보좌관 한 명이 창고 안으로 헐레벌떡 난입했다.
“큰일입니다, 의원님들! 방금 전, 어떤 아탈라인 용병이 암흑가에서 난동을 부리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현재 참사군을 파견하긴 했는데…… 난동의 규모가 꽤 커서 조용히 제압하는 게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의원들의 표정이 돌처럼 딱딱히 굳었다.
왜 큰일인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군세를 참사회에 직속시키기 위해 그들은 갖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아탈라인이 위험하지 않단 인식을 심는 것도 그중 하나였다. 만일 아탈라인들이 도로 통제 불가능한 ‘야만인’이란 여론이 형성된다면, 그들은 다시 먼 길을 돌아가야 할지도 몰랐다.
“난동을 부리는 아탈라인이라……. 설마 악마 학살자일까요?”
“그럴 리가……. 그가 보수도 뒷전으로 두고 암흑가까지 찾아가 난동 부릴 이유가 뭐가 있겠소?”
“아마 대학파 놈들이 수작을 부린 게 아닐까 싶소. 만만한 아탈라인 용병을 하나 잡아다 소요를 일으키고 여론을 선동하려는 게 아닐까 싶은데…….”
아도니스는 이를 부득, 갈았다. 정적들이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꼴을 가만 두고 볼 순 없었다. 당장 창고 밖으로 튀어나와 인근에 호위로 서 있던 전사들에게 명했다.
“얘기는 들었겠지? 지금 바로 암흑가로 가서 난동 부리는 용병을 제압하게. 최대한 문제 될 일 없이 조용히 처리하고, 누가 사주한 건지 반드시 배후를 캐내게나.”
“……알겠소.”
“그리고 일이 끝나면, 악마 학살자에 대해서도 한번 수소문해 보게. 분명 갈렌타나 밖으로 떠나진 않았을 거야. 토벌대에 같이 있었다 했으니 얼굴은 바로 알아볼 수 있겠지, 페룬?”
외팔이 전사는 슬며시 눈을 감았다. 아직도 잊히지 않는 환상을 눈꺼풀 뒤로 되새겼다. 잘린 팔뚝에 달아 놓은 엉성한 갈고리 손을 가슴 맡에 대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론이오, 의원 나리.”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