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erserker’s Second Playthrough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87)
87화. 잊힌 신의 추종자들 (9)
서슴없이 어둑한 통로를 나아가는 카딤.
저벅, 저벅 –
아탈라인 전사들은 주눅 든 걸음으로 꽁무니를 쫓았다. 자신들이 평생 단련한 무위가 누군가의 발치에도 닿지 못한단 걸 깨달은 자들이라면 응당 그럴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페룬은 굴하지 않고 카딤의 뒤에 바짝 따라붙었다.
“형제여, 참으로 대단한 기술이더군……. 필시 황야의 아버지께서도 저 천상에서 찬탄하셨을 게요. 토벌 작전 때는 보지 못했던 것 같은데, 혹시 그 무기는 새로 얻은 것이오?”
“…….”
“아, 오해하지 마시오. 결코 탐을 내는 건 아니니. 그렇게 훌륭한 무기는 그대와 같은 전사의 손에서 있을 때 가장 빛나는 법이지.”
카딤은 날 선 눈길을 거뒀다. 그 예의 토벌대장 놈처럼 다짜고짜 무기를 바치라 하면 머리를 쪼개 줄 생각이었는데. 그나마 이 전사는 그치보다는 정신머리가 제대로 박힌 작자였다.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페룬은 ‘잊힌 신’의 추종자들이 왜 이런 곳에 있는지 의문이라느니, 저런 사술을 쓸 줄은 몰랐다느니, 이런저런 얘기를 홀로 풀어놓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목소리를 낮추고 물었다.
“카딤 형제, 물어볼 것이 있소.”
“……?”
“혹여 그대는…… 산맥 너머의 황야에 가본 적이 있소?”
“……왜 갑자기 그런 걸 묻는 거지?”
페룬은 고민했다. 이전에 메마른 황야에 카딤이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환상을 보았는데, 혹시 그에 대해 짐작 가는 바가 있냐고 물어볼지.
그러나 그 환상은 결말이 좋지 않았다. 카딤의 생살을 찢고 시뻘건 무언가가 튀어나오는 광경이 아직도 눈에 선했다. 전투를 앞두고 불길한 환상을 거론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일.
하여 페룬은 대충 말을 얼버무리곤, 다른 화제로 말을 돌렸다.
“……카딤 형제, 실은 우리가 의원에게 받은 명령은 난동 부리는 용병을 제압하란 것만 있던 게 아니오. ‘악마 학살자’라는 이명으로 그대의 이름이 이 일대에 널리 퍼졌다는 건 알고 있소?”
카딤이 슬쩍 눈을 흘겼다. 페룬은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그대가 황금 가도에서 무참히 악마를 학살했단 소문이 퍼졌다, 우리와 손잡은 아곤파 의원의 귀에도 들어갔다, 그들이 그대를 찾아오라 명했다, 필시 아탈라인의 군세로 포섭하기 위한 수작을 부릴 거다…….
“우리야 물론, 그대와 같은 뛰어난 전사와 함께 할 수 있다면 영광이겠지. 그렇지만…… 내가 본 그대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곳에 예속될 자가 아니란 말이오. 그래서 걱정이 되더군. 의원들이 나쁘기만 한 자들인 건 아니다만…… 어쨌든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위정자들이니만큼 주의하란 말을 해 주고 싶었소.”
진심을 담은 조언이었으나, 카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넘겼다. 어차피 그 정치인 놈들하고도 대립을 피할 순 없었다. 앞서 말했듯, 그는 아탈라인 전사들의 우두머리인 ‘아곤의 성난 뿔’을 죽일 계획이었으니.
‘만나면 토벌 작전의 보수나 뜯어내고 무시해야겠군…….’
카딤은 그리 생각하며 말을 돌렸다.
“그때 잘린 팔은 괜찮은 건가? 쇳독 올라 죽고 싶은 게 아니면 그 갈고리는 떼는 게 좋을 텐데.”
“아, 괜찮소. 다 조치를 취해 놨소이다.”
페룬은 갈고리 손을 빼고 팔뚝을 보여주었다. 팔뼈가 툭 불거져 나왔으나 절단면은 거의 완벽하게 아물어 있었다.
카딤은 미심쩍단 눈짓을 했다. 아무리 회복력이 좋다 해도 고작 한 달 남짓 만에 저렇게 나을 순 없었다. 이건 황야의 무녀가 조제한 영약을 바르거나, 엘가의 사제에게 치유받은 게 아닌 이상 불가능한 예후였다.
페룬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 미안하오. 무슨 조치를 취한 건지는…… 비밀을 지키기로 맹세한지라 말해 줄 수가 없겠군……. 대신 큰 부상을 입으면 내게 꼭 말하시오. 한 번쯤은 도와줄 수 있을 테니…….”
카딤은 대충 손을 저었다. 그저 어떻게 나았는지가 궁금했을 뿐이다. 혈귀의 흡혈 효과에다 히드라의 문신까지 있었으니 그에게 시시한 치유 효과 따윈 필요 없었다.
저편에 통로의 끝이 나타났다. 벽 대신 단단한 석문이 앞길을 막고 있었다. 명확히 어떤 기운인지 감지할 순 없었지만, 카딤은 그 너머에서 꽤나 불길한 기척들을 느꼈다.
그러므로 전사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따라오지 말거라.”
“…….”
찬물을 뒤집어쓴 것처럼 전사들의 얼굴이 굳었다.
아마 여기서도 도움이 안 된다고 말한다면, ‘그렇다면 형제여, 아탈라의 신기를 받아들이고 몸뚱이를 개박살 내며 싸우겠소!’하면서 지랄발광을 하겠지. 카딤은 앞머리를 쓸어 넘기곤 피곤하단 어조로 덧붙였다.
“대신 여기서부터 입구까지, 적이 빠져나갈 수 없게 겹겹이 포위망을 구축하거라. 만일 적이 달아나면 내가 못 잡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내게 큰 도움이 될 것 같군.”
“……!”
예상대로, 전사들은 장창과 곡도를 치켜들고 ‘기꺼이 명을 따르겠소, 위대한 형제여’, ‘전장과 연회가 끊이지 않는 곳의 주인께 영광을’하고 지껄여대며 얌전히 물러났다. 카딤은 진작 이럴 걸, 하고 허탈하게 후회했다.
“부디 조심하시오, 카딤 형제. 아탈라께서 그대의 칼날을 굽어살피길 빌지.”
페룬을 마지막으로 모든 전사들이 떠났다. 홀로 남은 카딤은 숨을 고르고 석문을 밀었다.
쿠구구구구구…….
석문 너머에 자리한 것은 어둠.
질척하고, 끈끈하고, 농밀하고, 들끓어 오르는 어둠이었다.
고작 석문 하나 차이인데 바깥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펼쳐졌다. 벽돌과 판석 대신 새까만 점액질로 도배된 공간. 기포 끓는 소리와 끈적한 소음이 메아리쳐 마치 부패한 거수의 위장에 들어온 것 같기도 했다.
쿠르륵, 쿠륵, 쿠르르륵…….
소금 알갱이만 한 광원조차 없었으나 카딤은 어둠을 꿰뚫어 보았다.
벽과 바닥에 상반신만 드러낸 육신들이 음지의 버섯처럼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빠짐없이 검은 가면을 쓰고 있어 얼굴을 알아보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지만 몇몇은 체형으로 보아 일레니아의 분신이 틀림없었다. 아마도, 이곳이 분신을 찍어내는 공작소인 모양이었다.
공간의 정중앙에는 까만 종양 덩어리처럼 생긴 제단이 하나 있었다. 그 앞에 딱 한 명, 온전히 상체와 하체를 드러낸 사람이 서 있었다.
까마귀 가면을 쓰고 검은 두건을 뒤집어쓴 사내.
“환영한다, 악마 학살자. 잊힌 신 교단의 새로운 주춧돌이 될 성소에 당도한 것을.”
모든 사단의 원흉, ‘밤까마귀 분파’의 주교.
카딤의 이마 위로 툭, 굵은 핏줄이 불거졌다. 주교는 양손을 깍지 끼고 여유로이 말했다.
“솔직히 놀랍더군……. ‘이 도시의 인간들을 모조리 처죽여서라도’ 우릴 찾겠다고 했을 땐, 그저 겁주려고 허장성세를 부리는 줄만 알았지. 그런데 정말 이렇게 닥치는 대로 사람을 죽이고 찾아올 줄이야……. 그 집념과 악의에는 경악을 금할 수가 없었어.”
“…….”
“그래도 덕분에, 다시금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네 녀석은…… 장차 이 세계에 악마보다 더한 해악을 끼칠 게 분명해. 그나마 본격적인 재앙을 불러오기 전에 죽일 수 있게 되어서 다행…….”
“그딴 확신을 갖게 된 근거가, 대체 무엇이지.”
카딤은 마침내 하루 종일 궁금했던 의문을 물어보았다. 주교는 천천히 양손으로 가면의 눈을 뒤덮었다. 은화에 그려진 문양과 비슷한 모습을 취하고는 숙엄하게 말했다.
“‘계시’.”
“…….”
“20년 전, 잊힌 신께서 우리에게 ‘계시’를 내리셨다. 그러나 다른 분파의 주교들은 모두 그 계시를 그릇된 방향으로 해석했지. 오직 나만이, 난잡한 빛무리 속에서도 진리의 어둠을 볼 수 있는 나만이! 신의 진의를 통찰할 수 있었다. 잊힌 신께서는 틀림없이, 네놈이 크나큰 재앙을 불러올 ‘재앙의 근원’이라 말씀하셨어!”
“…….”
카딤의 눈길에 싸늘한 기운이 어렸다.
아, 그런 거였군. 역시나, 그냥 광신에 뇌가 튀겨진 놈이었군. 저딴 놈의 망상 때문에 내가 이렇게 개고생을 하고 있는 거였군. 예전에 만난 아크팔라딘도 비슷한 말을 하더니, 왜 광신도들은 모두 나만 보면 저딴 헛소리를 하는 거지?
다행히도, 카딤은 저 광신이란 질병의 치유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패래래래래래랙, 쩌 – 걱!
파형 무늬의 도끼가 손과 가면을 쪼개고 낯짝을 세로축으로 개봉시켰다. 검은 점액이 팍 튀고, 주교는 갈라진 혀를 내빼 문 채 흐물흐물 녹아내렸다.
후웅, 훙, 훙, 훙, 턱 – !
역시나 분신이었다. 예상했던 일인지라 카딤은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도끼를 회수하는 찰나, 끈적한 바닥에 처박혀 있던 또 다른 주교의 분신이 급히 뛰쳐나왔다. 동시에 제단 위로 드러누운 몸뚱이가 하나 나타났다.
아침에 납치당했던 9관문 경비대장이었다.
“경거망동하지 않는 게 좋을 게다, 악마 학살자! 네 일행의 목숨은 여전히 우리의 손아귀 안에 있다! 이자의 목이 잘리는 꼴을 보고 싶지 않거든, 어서 무기를 버리고 망국의 은화를 이쪽으로 건…….”
“목을 자르고 남은 몸뚱이는 개 먹이로 주라 하지 않았더냐. 왜 여태 그러지 않은 거지.”
“…….”
분신의 얼굴에 가면으로도 감출 수 없는 당황이 묻어났다.
“……일행을 구하러 온 것 아닌가? 그게 그냥 해 본 말이 아니었다고? 그렇다면 여기까진 대체 왜 온 거…….”
패래래래래랙, 쩌 – 걱!
“이러려고 온 것이다.”
또 다른 주교의 분신도 도끼날에 가면과 두개골이 박살 났다. 야만인에게 같잖은 협박 따윈 먹히지 않는단 걸 깨닫기엔 충분한 경험이었다.
쿠르륵, 쿠륵…….
검은 살점의 제단이 꿈틀거리며 경비대장의 몸뚱이를 도로 집어삼켰다. 벽과 바닥에 박혀있던 분신들이 일제히 점액질 밖으로 뛰쳐나오며 포효했다.
““제기랄, 모두 달려들어라! 성유물을 빼앗고, 목숨을 취하거라! 저 오만한 재앙의 근원에게 심판을 내려야만 한다!””
자기가 자신에게 명령하는 꼴이라니. 보기 드문 진기한 꼬락서니였다. 카딤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기꺼이 칼자루를 치켜들었다.
써 – 걱 콰드드득 – !
붉은 궤적이 내달려 온 분신을 덮쳤다. 검신이 팔뚝을 짓뭉개고 흉곽을 찢으며 파고들어, 끝내 상반신 전체를 넝마처럼 갈라 버렸다. 분신은 검은 피와 내장을 후드득 쏟으며 나가떨어져 처참한 몰골로 나뒹굴었다.
““가르르릃!””
푹 – ! 후웅, 퍼 – 걱!
오른손으로 칼을 내질러 눈을 꿰뚫고, 왼손으론 도끼를 되찾으며 골통을 터뜨렸다. 상한 포도알처럼 툭 터진 눈알에서 새까만 유리체가 주륵 쏟아지고, 부서진 골통은 진흙처럼 검고 질척한 찌꺼기를 사방에 흩뿌렸다. 머리가 박살 난 두 분신은 부글부글 기포를 끓어 올리며 녹아내렸다.
““악마 학살자에게 심판을!””
단검을 역수로 쥐고 일제히 쇄도하는 일레니아의 분신들. 카딤은 허리를 슬쩍 비틀고 팔다리에 단단히 힘을 응축했다. 예리한 칼날이 코앞에 이르자, 비틀었던 허리를 풀고 칼을 멀리 뻗어 드넓은 검세를 그렸다.
쩌거거거거걱 – !
““그르르르르르릃!!””
몸뚱이들이 겹친 고깃덩이처럼 썰려 일시에 나가떨어졌다. 검은 핏방울이 채찍비처럼 흩날리고, 복막과 흉근이 갈라진 분신들이 맥없이 허물어졌다. 카딤은 지체 없이 다시 칼을 들어 올리고 초연하게 분신들을 썰어나갔다.
아무리 물량이 많아도 전사의 앞에선 허수아비에 불과했다. 쏟아지는 핏물, 흘러내린 내장, 나뒹구는 사지……. 훼손된 시체들이 켜켜이 쌓여 점액질의 바닥으로 되돌아갔다. 마치 파도가 바위에 부딪혀 산산이 부서지듯이.
카딤은 미간을 좁혔다. 주교 놈도 이게 헛짓거리라는 걸 모르진 않을 터였다. 시간을 끌겠다는 의도가 명백히 느껴졌다. 뭔가 수작을 부리기 전에, 빨리 본신의 위치를 찾아 썰어 버려야만 하는데…….
그 순간, 공간을 도려내며 천장에 나타나는 새까만 구멍.
구우우우웅…….
어둠의 저편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 콰 – 앙!
“가르르르르릃!!”
점액질의 바닥이 움푹 패이고, 발치에 있던 분신들이 짓밟혀 뭉개졌다. 낙하한 괴물체는 아랑곳 않고 날카로운 발톱을 치켜세웠다.
– 까아아아악! 까아아아악!
형상은 영락없는 까마귀였으나 평범한 까마귀와는 지나치게 거리가 멀었다.
검은 쐐기처럼 빛나는 부리. 날개를 펼치면 벽면을 다 가릴 정도로 광대한 덩치. 살점은 질척한 점액질, 깃털은 뻣뻣이 굳은 부스러기로 이루어져 있었다. 턱 밑에서 가슴팍까지 쇠징처럼 줄줄이 박힌 ‘망국의 은화’가 보였다.
무엇보다 괴이한 점은 목덜미 뒤쪽에 까마귀 가면을 쓴 사내의 상반신이 튀어나와 있다는 것.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저것이 바로 주교의 본신이라는 걸.
“마침내…… 잊힌 신의 충직한 발톱, ‘어둠의 괴수’가 이곳에 강림하였다. 발톱 아래 머리를 조아리고 겸허히 죽음을 받아들이거라, 악마 학살자!”
주교는 그렇게 말하며 까마귀 괴수의 발을 굴렀다.
쿵! 구우우우웅…….
그러자 하부에도 커다란 구멍이 뚫리고, 공간에 있던 모든 것들이 일시에 밑으로 떨어져 내렸다.
콰르르르르…….
살점의 폭포처럼 쏟아져 내리는 점액과 분신들. 구멍이 얼마나 깊은지 밑바닥이 보이지도 않았다. 위아래가 밀폐되어있던 방이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지는 굴혈처럼 변하고 말았다.
점액질이 흘러내리며 딱딱한 벽면이 드러났다. 카딤은 그곳에 칼을 박고 매달려 간신히 추락을 면했다. 문득 오기 전, 일레니아에게 들었던 말이 뇌리를 스쳤다.
‘……잊힌 신의 사제가 그 은화를 손에 넣으면 어둠의 성법을 쓸 수 있죠. ……강력한 괴수를 불러낸다던지, 공간을 기이하게 왜곡한다던지…….”
……그게 바로 이것이었나.
예상보다도 성법의 위력이 훨씬 강력했다. 적어도 ‘신비종’ 상급 악마는 돼야 소환할 만한 괴물과 대규모의 이적. 저 은화가 괜히 성유물이라 불리는 게 아니었다.
그리고 이어서 이런 생각을 떠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몇 분 전 주교가 꺼낸 말과 거의 비슷한 내용이었다.
‘성유물을 더 모으고, 본격적인 재앙을 일으키기 전에 죽일 수 있어서 다행이군…….’
– 까아악, 까아아아악!
까마귀 괴수가 발톱을 펼치고 날아들었다. 흑요석처럼 벼려진 발톱이 선뜩한 기세를 발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맨몸으로 저만한 괴물과 맞서는 건 무리였다.
그러므로 카딤은 정신을 집중했다.
우우우웅 –
짙은 암흑뿐인 벼랑에서, 선명한 적광이 타오르고.
어둑한 눈동자에 불꽃이 어렸다.
흉곽의 문신에서부터 전신으로 혈기가 뻗어나갔다. 광전사는 노호한 함성을 내지르며 벽면에서 뛰쳐 올랐다.
“흐어어어어어업!!”
– 까아악! 까아아악!
―――――― 쩌 – 걱!
붉은 전사와 검은 괴수의 그림자가 허공에서 맹렬히 격돌했다.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