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1)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11화(11/176)
§11. 개막 일주일 전.
뭔가 불만이 있는지, 상욱이 형은 계속 투덜거렸다.
“회식에 고구려대 출신 코치님들도 참가하나 보더라. 이거 완전 고구려대끼리 뭉치는 모양새 아니냐? 사실 팀 입장에는, 이런 모임을 별도로 갖는 게 별로 좋은 모습이 아니거든.”
민우가 상욱이 형에게 그 말의 의미를 물었다.
“왜 그런데요?”
상욱이 형은 민우의 질문에 신이 나 열과 성의를 다해 설명을 시작했다.
“생각해봐. 이러면 팀 내에서 파벌이 생기는 거잖아. 원래 대한민국 축구계에서 고구려대와 연서대가 잘 뭉친다는 속설이 있어. 원래가 끈끈한 조직력을 자랑하는 학연 조직이거든. 만약 우리 팀 내에서 그렇게 학연으로 뭉쳐버리면, 거기에 끼지 못하는 우리 같은 선수들은 어떤 심정이 되겠어? 소외감이 생기겠지? 그럼 바로 팀 내부가 2개로 쪼개져 버리는 거지.”
설명을 들은 나와 민우는 이제야 상욱이 형의 말의 의미가 이해되었다.
하긴 파벌이 생긴 팀의 팀워크가 하나로 뭉쳐지기는 정말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아직 어떠한 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너무 확대 해석 하는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듣는다면 원치 않은 오해가 생길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런 이유로 난 상욱이 형에게 말조심을 부탁했다.
“상욱이 형, 그래도 아직 그렇게 말할 일이 벌어진 것은 아니잖아요. 그냥 저녁 같이 먹는 일 가지고 너무 그런 쪽으로 몰아가지 말자고요. 그리고 혹시 다른 사람이 듣고 잘못 전달되면 괜히 선배들에게 찍히는 일 생깁니다.”
내 잔소리를 들은 상욱 형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지. 그리고 우리끼리 있는 자리라서 내가 편하게 말했지. 다른 자리였으면 내가 이런 이야기를 편하게 떠들었겠냐? 그러니 걱정 안 해도 돼.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별꼴이긴 하다. 고구려대 못 나온 사람은 서러워서 축구 선수 하겠냐 이 말이야. 에잇, 화가 나서 그런지 입맛도 사라지네.”
상욱이 형의 말을 듣고 민우가 깜짝 놀란 눈으로 물었다.
“형, 지금 밥 벌써 2공기나 드셨는데요.”
밥을 2공기나 먹은 후 입맛이 없다는 말을 어떻게 할 수 있냐라는 귀여운 항변이 담긴 말이었다.
그러나, 상욱이 형은 당당한 태도로 항변했다.
“내가 입맛이 없으니까 2공기밖에 못 먹은 거잖아. 평소 컨디션이면, 지금쯤 3공기 먹고 오늘 위장 상태에 따라 밥 한 공기 더 먹냐 마냐를 한참 고민해야 할 때인데 말이야. 야식도 못 먹는 지금은 저녁밥을 제대로 실하게 챙겨 먹어야 속이 든든해서 잠이 올 거 아니겠어?”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이렇게 당당한 태도로 말을 하니 묘하게 설득당하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억지가 통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지금 현재 상욱이 형에게 천적과 같은 사람이 갑자기 식당에 나타났다.
“밥을 몇 공기나 먹었다고?”
갑자기 등장한 사람을 알아본 상욱이 형은 이번에도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헉!”
우당탕탕.
그리고는 너무 놀라서 의자에 앉은 채로 뒤로 넘어가 버린 상욱이 형 때문에, 민우와 나는 식사하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야만 했다.
황급히 다가가 형을 일으켜 세우고 코치님을 향해 인사를 하려고 하자, 소동의 원인이 된 이상조 코치님은 손사래를 치며 우리를 만류했다.
“야, 당장 그만둬. 밥 먹는 식당에서 무슨 인사냐. 그냥 자리에 앉아. 다른 사람 밥 먹는데 불편하겠다.”
코치님의 만류에 우리는 다시 밥을 먹던 자리에 앉았다.
코치님은 비어 있던 상욱이 형 옆자리에 앉아 그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다정히 물으셨다.
“우리 아까 하던 이야기 다시 이어서 해볼까? 그래 저녁 식사에서 밥을 얼마나 먹는다고? 아까 3이란 숫자가 얼핏 들리는 거 같던데 말이야.”
다정한 모습이 아니라 다정한 척을 하는 악마와 같은 모습으로 상욱이 형을 압박하는 코치님의 모습에 나는 진저리가 쳐졌다.
혹시 불똥이 우리에게 튈 수도 있는지라 민우와 나는 숨만 쉬면서 가만히 있었다.
이 순간만큼은 내가 상욱이 형 처지가 되지 않은 것에 정말로 감사했다.
코치님은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못한 채, 고개만 숙이고 있는 상욱이 형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야식을 먹지 말라고 했더니, 저녁 식사 때 야식을 못 먹는 양까지 더해서 쳐드시고 있었단 이 말이군. 내 말이 맞지? 자 여기서 질문. 그럼 내가 야식을 먹지 못하게 하는 궁극적인 목표인, 너의 다이어트의 향방은 앞으로 어떻게 될 거 같아? 과연 너는 다이어트에 성공할 수 있을까?”
표정은 웃고 있지만, 살벌한 미소가 가득한 얼굴 때문에 상욱이 형은 무서워 벌벌 떨며 대답했다.
“서, 성공할 수 어, 없을 거 같습니다.”
상욱이 형의 말을 들은 코치님은 마치 범인에게 자백을 얻어낸 형사처럼, 만족한 미소를 만면에 가득 지으며 말했다.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꿀꺽.
눈을 희번덕 거리며 말하는 코치님의 모습에 상욱이 형은 마른침만 목으로 넘길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선고만 남은 상황이었다.
죄인 최상욱은 마치 사형수가 된 모습처럼 불쌍한 표정으로 코치님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혈한 같은 코치님에게는 어설픈 동정 따위는 파고들 틈이 없었다.
“앞으로 그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면 안 되니까, 내가 너에게 도움을 줄게. 앞으로 넌 모든 식사에서 밥은 딱 한 공기만 먹는 거다. 알았지?”
결국, 내려진 사형 선고에 상욱이 형의 고개는 숙연하게 숙여질 수밖에 없었다.
“대답은?”
“···네.”
악마와 같은 코치님은 뒷단속도 잊지 않았다.
“식당에도 미리 말해 놓는다. 네가 더 달라고 해도 주지 말라고 할 거야. 그러니 쓸데없는 짓은 안 하는 게 낫겠지?”
마침내 상욱이 형은 혼이 나간 사람처럼 의자에 늘어졌고, 그 모습에 만족한 코치님은 이번에는 날 쳐다보며 말했다.
“밥 다 먹었지?”
내게 묻는 그의 무서운 모습에 나도 모르게 ‘아니요’라고 외칠 뻔했다.
다행히 잘 참은 덕에, 우려했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네.”
“그럼, 따라와. 줄 게 있다.”
그렇게 나는 코치님에게 끌려, 아니 코치님을 따라갔다.
* * *
날 사무실로 데려간 코치님은 usb 하나를 내미셨다.
코치님이 내게 usb를 주는 의미를 몰라 쳐다보니, 그 의미를 안 코치님께서 다행히도 추가설명을 해주셨다.
“거기에 네가 봤으면 하는 선수의 움직임이 담긴 동영상이 들어있다. 휴식 시간에 퍼질러 놀지 말고 틈틈이 봐. 아마 큰 도움이 될 거다.”
이런 행동을 보면, 우리 코치님 약간 측데레 스타일인 거 같았다.
말은 엄청 툴툴대며 하시지만, 챙겨주시는 것을 가만히 살펴보면, 의외로 다정하신 편이었다.
나는 코치님의 선물을 받고 감사의 인사를 드렸다.
“코치님, 감사합니다.”
“그럼 나는 간다.”
이제 용무가 끝나셨는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퇴근해 버리셨다.
엄청 쿨한 모습이셨다.
난 궁금증이 크게 일어 내 방으로 황급히 돌아왔다.
빨리 동영상에 든 선수를 확인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숙소에 와서 노트북을 꺼내 코치님이 주신 동영상을 실행해 보았다.
동영상의 주인공은 놀랍게도, 바로 전설의 레전드 선수인 ‘마테우스’였다.
현재는 감독으로 알려진 사람이지만, 화려한 선수 경력에 비교하면 감독 경력은 초라한 나머지 부끄러워 내밀지도 못할 수준인 전설의 레전드 선수였다.
선수 시절 조국 독일 대표팀을 이끌고 3차례나 월드컵 결승에 올랐고,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그의 조국인 독일의 우승을 이끈 주장직을 역임했던 선수였다.
축구 역사상 최고의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선수가 바로 마테우스이기도 했다.
예전 선수라 내 또래의 선수들은 잘 모르는 선수이기도 했는데, 나도 이분의 경기를 제대로 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하이라이트 동영상은 본 적이 있지만, 풀타임 시합 동영상은 본 적이 없었다.
동영상을 보자마자 난 이 선수의 플레이에 매료되어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미들 라인부터 시작되는 저돌적인 드리블, 그리고 공간을 향해 뛰는 공격수를 향한 정확한 킥 능력 등 볼거리가 너무나 많았다.
그중 나의 눈을 가장 많이 사로잡았던 그의 플레이 모습은, 바로 왕성한 활동량과 공을 전진시키는 능력이었다.
일단 활동량이 엄청났다.
그리고 공격부터 수비까지 다 잘하는 선수였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내 눈을 끄는 것은 볼의 가지고 전진하는 능력이었다.
상대편이 압박해 들어와도 거기에 굴복하지 않고 공격적인 전진 패스를 과감히 넣어 주었다.
그리고 패스의 길이 막히면, 본인 스스로 공을 가지고 과감히 전진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영상을 보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코치님이 이분의 자료를 내게 보여주시는 이유가 뭘까? 코치님은 나에게 이런 스타일의 플레이를 원한다는 뜻일까?’
정답은 알 수 없었다.
* * *
시간은 쏜살과 같이 지나갔다.
3월 5일 개막전 경기까지 이제 일주일이라는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개막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의 훈련 열기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었다.
나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매일 훈련의 반복이었고, 자유를 부여받는 일요일조차 훈련에 할애했다.
모든 순간이 축구와 함께였다.
소위 말하는 운동하는 맛에 완전히 빠져 버린 것이다.
훈련하는 족족 체력이 좋아지고, 공을 다루는 움직임이 계속 좋아지는데, 이건 마치 마약과 같이 벗어나기 힘든 늪이었다.
운동하면서 얻는 쾌감에 푹 빠져버린 것이다.
요즘은 다른 선수들이 날 많이 주목했다.
그 이유는 이상조 코치님 때문이었다.
코치님은 매일 한 시간 이상 나만 데리고 따로 훈련을 시키고 계셨다.
물론 내 입장에는 너무도 감사한 일이지만, 다른 선수들의 눈치가 보여 약간 좌불안석이 되어가고 있었다.
그러나, 영국, 스페인, 독일 즉 유럽 3대 리그를 모두 뛰었던 코치님의 실제 경험이 담긴 지도는 그런 눈치에도 불구하고 꼭 받아야 하는 천금과 같은 훈련이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시작된 오후 훈련.
한참 미니 게임을 하던 중 불만이 생긴 이상조 코치님이 갑자기 플레이를 중단시켰다.
화가 난 채로 운동장 한가운데로 나온 그는 우리 모두에게 잘못된 부분이 무엇인지 설명했다.
“야, 너희 모두 잘 들어. 지금 계속 압박 때문에 공이 앞으로 못 나오지. 그럼 어떻게 해야 해? 준상이가 말해봐.”
이상조 코치님은 나와 상대편이던 이준상 선배에게 질문했다.
지목받은 선배는 약간 머뭇거리면서 답을 했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좋은 답변인 거 같았는데, 불행하게도 코치님이 원하는 답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아니야, 틀렸어. 지금 이 상태로 공을 돌려도 내 생각에는 마찬가지야.”
후배들이 보고 있는 데서 틀렸다는 소리를 들은 이준상 선배는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