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43)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143화(143/176)
§143. 축구 천재를 만나다(1).
아주 다양한 질문이 이진을 따라왔다.
그러나 기자들이 인터뷰가 힘든 선수로 꼽는 이진답게 별도의 대답을 하지는 않았다.
이것은 대표팀에서 선수들에게 내린 지침이기도 했다.
“죄송합니다. 나중에 공식 기자회견장에서 질문해 주시면 답을 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진은 앵무새처럼 이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그는 오늘도 가십거리를 노리는 기자들에게 제대로 된 먹잇감을 제공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다.
언론과의 접촉은 무조건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낫다는 선배들의 조언을 오늘도 잊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기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며 걷고 있는데, 한 기자의 질문이 그의 발길을 잠시 멈칫하도록 만들었다.
“이번 대표팀에는 천재 소년 이세인 군이 처음으로 대표팀에 뽑혔습니다. 이세인 군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그러나 관심은 있지만, 따로 대답까지 할 사안은 아닌 관계로 잠시 멈칫한 발을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는 그대로 트레이닝센터 안으로 들어가버리는 이진이었다.
하지만 이진은 걷다가 평소와 다르게 방금 들은 질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얼굴이 얼핏 기억날 거 같은데… 에잇, 멍청이. 그 정도도 기억하지 못하다니…나 은근 돌머리야.’
이세인의 얼굴이 생각 날 듯 말 듯 하는 바람에 애꿎은 자신의 머리만 주먹으로 때리는 이진이었다.
* * *
발렌시아 CF의 촉망받는 신예 선수인 이세인은, 지금 파주 트레이닝 센터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물론, 트레이닝 센터를 구경하러 온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대한민국의 축구 대표팀의 일원으로 뽑혀서 오게 된 것이라 개인적으로 감회가 남달랐다.
‘으, 너무 떨린다.’
지금 그는 떨리는 마음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하고 있었다.
모두가 예상하는 이유인 대표팀에 처음으로 뽑혀서 이렇게 떨려 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가 이렇게 떨고 있는 이유는 한 선수 때문이다.
‘언제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오늘 다른 선수들처럼 입소할까? 원래 스타는 제일 마지막에 등장하는 법이랬는데… 그럼 내일 직접 만나 볼 수 있을까?’
그는 지금 동경하는 선수인 이진을 만난다는 사실 때문에 떨고 있었다.
그래서 지금 자신이 신태영 감독과 마주보고 앉아 면담 중이란 사실도 깜박 잊고 있었다.
“……알았지?”
“네?”
신태영 감독이 건네는 말을 하나도 알아듣지 못한 이세인은 자신도 모르게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되물어보았다.
그의 어이없는 말과 행동 다음에는 당연하게도 감독의 호통이 뒤따랐다.
“야, 이 자식이 감독님 말씀하시는데 딴생각을 하고 있었어? 너 정신 안 차릴래?”
“죄,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기에 이세인은 황급히 신태영 감독께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는 말만 연신 반복했다.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 온 탓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 신태영 감독도 그렇게 크게 혼내지는 않았다.
“정신 바짝 차리고 네가 가진 걸 이번 대표팀 소집 때 다 보여준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하라고 했다. 입 아프게 세 번이나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알아듣겠지?”
“네, 감독님.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열심히 해. 대표팀은 언제나 경쟁이 심하다. 이번 소집 때 네가 가진 기량을 내게 어필하지 못하면 다음 소집 때는 네 자리가 없을 수도 있어. 그런 사실을 항상 명심해.”
“넵!”
신태영 감독과의 면담이 끝난 이세인은 센터 직원의 안내에 따라 자신에게 배정된 방으로 향했다.
2명이 함께 사용해야 하는 방에는 이미 누군가가 먼저 와 있었다.
이세인은 이번 대표팀에 소집된 선수 중에 막내였기에 먼저 온 사람이 누구인지 확인해보지 않아도 선배가 분명했기에 큰소리로 인사했다.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발렌시아에서 뛰고 있는 이세인이라고 합니다.”
등을 돌린 채로 자신의 짐을 정리하던 먼저 온 선수는, 이세인의 군기 바짝 든 인사를 듣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돌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세인은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질렀다.
“헉!”
그가 이렇게 크게 놀란 이유는 자신과 방을 함께 쓸 먼저 온 선배가 바로 이진이었기 때문이다.
이진은 환한 미소로 이세인을 반겼다.
“만나서 반갑다. 근데 갑자기 왜 그렇게 크게 놀라? 혹시 무슨 일 있어?”
“아, 아닙니다.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된 분이 이진 선배님인 줄 예상도 못 해서 저도 모르게……”
“하하, 그래? 아마 같은 미드필더라서 감독님이 같은 방에 배정한 모양이야. 나도 같은 방을 쓰는 동료가 항상 선배였는데, 이번에 처음으로 후배, 아니 동생과 방을 쓰게 되었네. 앞으로 잘 지내자.”
“네? 네.”
잘 지내자며 웃으며 손을 내미는 이진의 모습에 이세인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는 지금 속으로 엄청 감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 동생이라고 했어. 이진 형이 나보고 도, 동생이라고 했어!’
이진의 동생이란 호칭에 감동의 바다에 허우적거리기 시작한 이세인이었다.
* * *
대표팀 소집 첫날.
소집 첫날이라서 그런지 간단히 몸을 푸는 정도의 훈련이 끝나고 선수들에게는 자유 시간이 주어졌다.
자유 시간이란 자신이 하고 싶은 일과를 편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을 말한다.
하지만 대표팀에 처음 승선한 이세인에게 지금의 자유 시간은 전혀 편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왜냐하면, 자신의 방에 기라성같은 스타 선배들이 대거 와서 한 자리씩 차지하고 앉았기 때문이다.
지금 이진과 이세인의 방에는 이성우, 황의찬, 손홍민, 황의주, 그리고 대표팀 최고 고참 선수인 이정룡까지 와서 눕거나 앉아 있었다.
그들 모두가 이진과 친한 관계였기에 대표팀으로 소집되어 파주에 온 날이면 이렇게 이진의 방에 모여 함께 이야기하고 노는 게 어느새 이들의 습관처럼 되어 버렸다.
그걸 모르는 이세인의 입장에는 지금의 시간이 너무나 당혹스러운 시간이었다.
침대에 누워 과자를 먹던 손홍민은 TV 근처에 있던 이진에게 말했다.
“진아, 영화 바로 시작해.”
“네, 형.”
이진은 손홍민의 말대로 USB에 담아온 영화를 재생시켰다.
오늘 선수들은 이진의 방에 함께 모여 과자와 음료수를 먹고 마시며 영화를 보기로 하였다.
편하게 있는 그들과 달리, 막내인 이세인은 선배들 옆에 앉아 잔뜩 얼어 있는 모습으로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그나마 이세인과 가장 나이가 비슷한 이성우가 먼저 이세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넌 제일 존경하는 선수가 누구야?”
갑자기 훅 들어오는 이성우의 질문.
아까부터 당황한 상태였던 이세인은, 자신도 모르게 진짜 존경하는 선수의 이름을 먹잇감을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이성우에게 알려주는 실수를 저질러 버렸다.
“이진 선배입니다.”
“오, 우리 이진 형?”
“네, 맞습니다.”
그의 대답을 들은 이성우는 이세인을 향한 장난을 시작했다.
“야, 너 진짜 사회생활 잘한다. 어떻게 그런 센스 넘치는 대답을 하니? 혹시 진이 형이 벌써 그렇게 말하라고 교육한 거야?”
이성우의 말에 이세인은 깜짝 놀라며 부인했다.
“아, 아닙니다. 그냥 사실대로 대답한 겁니다.”
이성우는 장난이 가득한 눈으로 이진을 향해 말했다.
“형, 막내가 형을 가장 존경하는 선수라고 하네요. 너무 좋으시겠어요?”
“말이라도 고맙네. 고마워 세인아.”
“……”
이진은 이성우의 말을 듣고 약간 어색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이세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이세인은 이진의 말 때문에 부끄러웠는지 얼굴이 약간 붉게 변하며 아무 말도 못했다.
이때 장난기가 발동한 손홍민이 일부러 정색하며 이성우가 시작한 장난에 자연스럽게 동참했다.
“뭐? 내가 아니고 진이를 존경해? 왜 나는 이진보다 못해서 존경하지 않는 거야?”
손홍민의 말에 이세인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손사래까지 치며 변명했다.
“아, 아닙니다. 손홍민 선배님도 너무나 존경합니다. 진짜입니다.”
이번에는 이정룡까지 막내 놀리기에 가세했다.
장난을 칠 때면 축구할 때보다 합이 좋은 이들이었다.
“여기서 내가 가장 선밴데, 나는 왜 존경하지 않아? 아니 언제부터 그렇게 싫어했어? 내 어떤 점이 그렇게 싫은 거야?”
조금 전보다 더 놀라며 변명하는 이세인.
“그, 그럴리가요. 가장 존경하는 선배님은 이정룡 선배님이십니다. 저, 정말입니다.”
틈을 노리다가 다시 치고 나오는 손홍민.
“어, 그럼 방금 나 존경한다고 그랬잖아. 그럼 내게 했던 말은 거짓말인 거야?”
이젠 사색이 된 얼굴의 이세인은 다시 격렬하게 부인했다.
“저,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손홍민 선배님도 너무나 존경합니다. 정말입니다.”
당황한 막내의 귀여운 모습에 모두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피었다.
다만 막내를 너무 괴롭히고 있다는 생각이 든 이진은 황급히 막내 보호에 나섰다.
“형들 장난 그만하세요. 성우도 그만하고. 우리 세인이 당황하잖아요.”
이세인을 놀리는 동료 선수들에게 그만하라고 한 이진은, 이세인을 보며 다정한 얼굴로 다독였다.
“형들 장난이니 놀라지 마. 네가 귀여워서 형들이 그런 거야. 알겠지?”
이제 조금 미안해진 손홍민과 이정룡도 막내 달래기에 동참했다.
“맞아. 다 장난이었어. 네가 귀여워서 형이 장난친 거야. 그러니 놀라지 마. 내가 미안하다.”
“나도 미안해.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고 한 거니까 좋게 생각해.”
다행히 모두 다 장난이란 사실을 알게 된 이세인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리고 따뜻하게 챙겨주는 이진이 고맙게 느껴졌다.
이성우가 다시 이세인에게 물었다.
“놀리는 거 아니니까 편하게 얘기해도 돼. 진짜 이진 형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야?”
“…네.”
“혹시 형말고 존경하는 선수는 없었어?”
“리버풀 레전드인 제라드 선수를 좋아했습니다. 물론 이진 선배가 국가대표로 활약한 이후부터는 일편단심 이진 선배입니다.”
이성우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물었다.
“너랑 스타일이 다 다른 선수를 좋아하네. 제라드는 설명할 필요 없이 너랑 완전히 다르고, 진이 형도 너랑 많이 다른 스타일인 거 같은데…내 생각이 틀린가?”
“아닙니다. 저랑 다르기 때문에 더 좋습니다. 제가 앞으로 이렇게 변했으면 좋겠다는 모습을 실제로 경기장에서 보여주고 계시니까요.”
“아, 그래서 존경한다고 그랬구나.”
이성우는 이세인의 마음을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본인 스스로도 항상 이진의 플레이를 보고 배우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도 그런 플레이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이진은 지금 현재 현역으로 뛰고 있는 선수들의 머릿속에 자리한 이상적인 플레이를 경기 중에 진짜 많이 보여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