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irth of a Ballon d'Or winning midfielder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45)
발롱도르 타 는역대급 미드필더의 탄생-145화(145/176)
§145. 축구 천재를 만나다(3).
스페인 1부리그에서는 이런 거친 방식의 수비를 경험한 적이 드물었다.
비교적 수비가 느슨한 스페인에서 주로 축구를 하였기에 이런 식의 축구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이유로 이세인은 오늘 경기에 적응하는데 매우 힘들어했고, 그 결과 자신의 축구를 거의 보여주지 못하고 있었다.
답답한 상황에 감독 신태영은 이세인을 향해 소리쳤다.
“세인아, 침착해!”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털며 잔디에서 일어나던 이세인의 두 귀로 감독 신태영 외침이 들렸다.
이세인은 벤치 쪽으로 고개를 돌려 신태영 감독에게 알겠다는 몸짓을 보냈다.
그리고는 혼자 이를 악물었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거칠게 나오는 볼리비아 선수들에게 자신이 어떤 선수인지 제대로 알려줘야겠다고 다짐하는 이세인이었다.
[오늘 선발 출전한 선수 중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는 제 생각에는 권정훈 선수라고 생각됩니다.] [저 역시 동의하는 바입니다.]두 중계진의 말처럼 오늘 권정훈은 볼리비아를 상대로 혼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러나 축구는 팀 경기이기 때문에 그 혼자 잘한다고 경기에 이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었기에 그는 지금 매우 답답한 심정이었다.
지금도 그는 공을 소유하고 있었지만 어디로 패스를 보내야 할지 쉽게 결정하기 힘들었다.
대한민국의 공격이 원활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에 앞에 포진한 이세인이 제 몫을 해줘야 했다.
그러나 오늘 시합에서의 이세인은, 볼리비아 선수들의 거친 압박을 상대로 도무지 버텨내지 못하고 있었다.
지금도 이세인에게 공을 넘기고 자신은 비어 있는 공간을 향해 뛰어야 할 순간인데, 그가 공을 지켜내지 못할까 봐 패스를 주저하고 있었다.
“패스!”
이세인은 마치 주저하는 권정훈의 마음을 읽기라고 한 것처럼 패스를 달라며 크게 외치고 있었다.
그 외침을 들은 권정훈은, 그제야 고민을 그치고 이세인에게 패스를 보낼 수 있었다.
‘그래, 제대로 부딪쳐봐.’
축구는 팀플레이다.
그러니 동료를 믿지 못하면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가 없었다.
권정훈 역시 그런 사실을 잘 알기에 한번 더 그를 믿고 패스를 보냈다.
오늘 경기장 중앙지역에서 여러 차례 이세인과 부딪쳤던 볼리비아의 크리스티안 아라노는, 이번에도 이세인이 제대로 돌아서지 못하도록 패스를 받는 순간 그 틈을 노려 강하게 달라붙을 생각이었다.
그 타이밍을 재던 그는 볼이 움직이는 것을 확인하고 곧바로 이세인에게 강하게 밀착했다.
그러나 그는 곧 무언가 이상함을 느껴야 했다.
원래 자신의 의도 대로라면 어려 보이는 한국 선수가 넘어지지 않기 위해 자신이 미는 걸 버티고 서야 정상인데, 이번에는 웬일인지 아무런 저항을 느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상대의 속내를 읽은 이세인이 그것을 역이용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상대 선수가 곧바로 달라붙을 것을 예상한 이세인은 퍼스트 터치를 이전과 다르게 하여 상대의 허를 찔러버렸다.
상대는 이세인을 깔본 대가로 허무하게 뒷공간을 내줘야 했다.
수비를 따돌리고 기회를 잡은 이세인은 오늘 시합 처음으로 빠르게 드리블하며 볼리비아 진영으로 올라갔다.
볼리비아 선수들은 밀고 올라오는 이세인을 막기 위해 황급히 움직였고, 그 순간 이세인의 공간 패스가 그의 발끝에서 처음으로 터져 나왔다.
[이세인, 이성우를 향해 스루패스를 보냅니다. 아, 뚫었습니다! 이세인의 패스가 볼리비아 수비진의 왼쪽을 허물어 버리며 달리는 이성우의 발 앞에 도착합니다. 이성우 달리면서 그대로 슛! 아, 아깝습니다. 이성우의 좋은 슈팅이 크로스바를 살짝 넘어가 버리고 말았습니다.]전반전이 끝나갈 무렵 이제야 경기에 적응한 이세인은 경기 초반과 다른 활발한 몸놀림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세인의 활약으로 전반전이 막판부터는 답답했던 대한민국의 공격력이 되살아나는 듯 보였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골이 터진 것은 아니었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의 강한 공격력을 막기 위해 단단한 수비벽을 준비한 볼리비아 수비진을 단번에 뚫기에는 조금 역부족이었기 때문이다.
전반전이 0:0으로 끝나고 곧이어 시작된 후반전.
후반전 10분 정도가 지나갔을 무렵, 두 팀의 현재 점수는 아직도 여전히 0:0이었다.
벤치에서 답답한 경기 양상을 보고 있던 신태영 감독은, 울산 문수 경기장을 가득 메워준 팬들에게 제대로 된 축구 경기를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준비해 둔 히든카드를 드디어 꺼내 들 수밖에 없었다.
우와아아.
벤치에서 교체를 준비하는 선수를 본 관객 전원이 일제히 함성을 내질렀다.
그만큼 기다리던 순간이 실제로 일어나려고 하는 듯 보였기 때문이다.
이진은 볼리비아를 상대로 고생한 이세인과 교체를 준비했다.
교체를 위해 뛰어온 이세인과 두 손을 마주쳤다.
그리고는 이세인과 간단히 포옹하며 그의 귀에 대고 말했다.
“뛴다고 고생했다. 경기는 형에게 맡기고 이제부터 좀 쉬어.”
“헉헉. 네, 형.”
이진과 교체한 이세인은, 정말로 힘이 들었는지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으며 물을 마셨다.
그러나 그러는 순간에도 그의 눈은 필드에서 잠시도 떠날 줄을 몰랐다.
왜냐하면, 자신이 고전한 볼리비아를 이진이 어떻게 요리하는지 제대로 보기 위해서였다.
다음에도 국가대표 경기에서 이런 굴욕을 또 당하지 않기 위해서, 오늘 그는 이진의 일거수일투족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다 머릿속에 새길 생각이었다.
* * *
이진이 교체로 들어오자 볼리비아의 루벤 코르다노 감독도 점잖게 경기를 지켜보던 태도와 다르게 적극적인 전술 변화를 꾀하였다.
우선 미드필더에서 많이 뛰는 바람에 체력적으로 힘든 상태인 크리스티안 아라노를 헨리 바카로 교체해 주었다.
아무래도 볼리비아 선수들이 대한민국 선수들과 비교해 개인 기량에서 부족한 상황이니, 체력적으로라도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교체선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리고 헨리 바카는 자국 리그에서 가장 수비력이 좋은 미드필더 중 하나였다.
어떻게 보면 코르다노 감독이 준비한 깜짝 카드라고도 할 수 있는데, 오늘 그가 맡을 임무는 대한민국의 에이스인 이진을 꼼짝 못 하게 막는 것이었다.
이진은 필드에 들어오자마자 이성우를 보며 신호를 보냈다.
“내 옆에 가까이에서 볼을 받아줘. 그리고 우리 연계하자.”
이진이 왜 그런 지시를 내리는지 그 이유를 곧바로 이해한 이성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오케이, 무슨 말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러니 염려하지 마세요.”
이진은 이성우와 잠시 합을 의논한 후 본격적으로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의 투입 효과는 금방 팀 전체의 움직임을 통해 드러났다.
[이진 선수가 들어오니 우리 선수들 전체의 움직임이 달라지네요. 왜 이런 변화가 갑자기 일어나는 걸까요?]배성진 캐스터의 물음에 장재현 해설위원이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가장 큰 이유는 믿음과 신뢰라는 심리적 요인을 이유로 들 수 있을 거 같네요. 아무래도 이진 선수가 들어오면 전보다 더 믿고 움직일 수 있거든요. 그런 심리적 안정감이 이런 좋은 움직임을 만들어 낸다고 할 수 있습니다.]그의 설명을 들은 배성진 캐스터는 화면으로 보이진 않지만, 고개를 위아래로 세차게 흔들며 동의했다.
[무척 공감되는 설명이네요. 경기를 중계하는 저조차 이진 선수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모습만 봐도 안심이 되거든요. 그러니 같이 경기를 뛰는 선수들의 마음에는 오죽하겠습니까?] [네, 맞습니다. 분명 매우 든든할 겁니다.]이진은 경기장에서 그 누구보다 큰 목소리로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본인 스스로 공격의 원활한 연결을 위해 빈 공간을 보며 달렸다.
팀 내 패스가 원활히 돌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그런 이진의 움직임을 놓치지 않고 뒤따라 움직이는 선수가 있었으니, 그는 이진과 거의 동시에 교체 투입된 볼리비아의 헨리 바카였다.
그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꿰뚫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원래 에이스가 눈에 보이면 자신도 모르게 패스하게 되지. 난 그걸 아니까 다른 선수가 이진에게 패스를 보낼 때 그때 그에게 오는 패스를 중간에서 끊어버리면 돼.’
그는 오늘 자신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생각이었다.
상대는 유럽에서 제일 잘한다는 이진이었다.
만약 자신이 오늘 시합에서 이진을 막아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건 단순히 상대 선수의 수비에 성공했다는 일차원적 사실을 넘어서 세계 정상급 수비력을 모두에게 선보인 것과 무방했다.
그러니 오늘 시합은 평소 꿈에 그리던 유럽 무대 진출의 계기로 삼을 작정이었다.
그런 이유를 가진 그의 눈에는 어느새 욕심이라는 것이 가득 차고 있었다.
황인섭을 대신에 경기에 투입된 정호영은, 이진이 움직이는 모습을 눈으로 확인하자 곧바로 그에게 패스하려는 자세를 취했다.
그것을 본 헨리 바카는 정호영의 패스를 중간에서 끊어버리기 위해 둘 사이에 서둘러 끼어들었다.
나름 이진에게로 향하는 패스를 차단한 것이다.
그러나 정호영의 패스는 이진이 아니라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이성우에게로 향했다.
“무, 뭐야?”
그걸 보고 당황한 헨리 바카는 서둘러 자신이 마크할 대상인 이진을 찾았다.
어느새 이진은 볼리비아 선수들 사이의 빈공간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공을 받은 이성우는 서전에 약속한 대로 빠르게 움직이는 이진을 향해 신속히 패스했다.
이로써 이진은 앞이 환하게 열린 상태에서 볼리비아 진영을 향해 빠르게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이진이 움직이자 스트라이커 황의주와 오른쪽 윙포워드 황의찬의 움직임이 갑자기 빨라졌다.
드리블하며 치고 올라오는 동료가 이진이었기 때문에, 자신이 상대 수비의 빈틈을 파고든다면 이진에게서 곧바로 좋은 패스가 날라올 것이 분명했다.
그런 생각을 동시에 머릿속에 떠올린 두 사람은, 매우 활발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들의 활약 덕분에 볼리비아 선수들은 저절로 우왕좌왕하게 변했고, 자연스럽게 수비벽은 약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드리블하던 이진이 동료 선수에게 패스를 보냈는데, 그 대상은 수비 뒤를 파고들던 황의주도 아니었고, 측면에서 크게 벌린 상태로 패스를 기다리던 황의찬도 아니었다.
이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동료에게 패스했다.
그의 패스를 받은 선수는, 어느새 볼리비아 골에어리어 중앙지역으로 파고들던 권정훈이었다.